방심위의 웹툰 청소년유해물 결정에 대한 반론

!@#… 학원폭력과 웹툰규제 주장 국면의 다음 챕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안내‘를 통해 규제를 예정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절차에 따라, 반론을 제출할 차례다.

기본 원칙은 이렇다. 전연령과 X등급 두 가지 밖에 없는 것이(클릭) 등급 없이 청보법의 청소년 유해물 조항에만 의존한 현재 체제의 결정적 문제라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네거티브로 갈 것인지 포지티브로 갈 것인지를 바라봐야 한다. 즉

“전연령 수위가 아니라면 닥치고 X등급”

이라고 딱지 붙일지, 아니면

“X등급 수위가 아니라면 우선 허용하되 부족한 부분은 업계와 협의하는 자체 조치로 보충한다”

로 갈지 말이다. 정신상태 많이 후지신 검열친화론자분들의 망상 말고 현대적 민주제의 자유권에 입각해서 보자면, 명백히 후자가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 그럼, 개별 선정작들에 대해 코멘트.

쎈놈 박용제
=> 학원폭력이라는 민감한 사회 이슈 때문에 과도하게 연결된 경우다. 하지만 작품은 현실세계 학원폭력의 ‘정착된 권력구도’와 거리가 먼 학교를 무대로 한 대전액션 격투물이다. 그리고 그런 식의 접근을 한 2001년 영화 ‘화산고’의 등급은 12세 관람가였다.

나이트런 김성민
=> 확실한 커플 브레이킹으로 오히려 검열예찬론자분들의 건전한 청소년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가(…) 아니 진지하게 보자면, 사지절단 격투씬, 우주 전투를 통한 설정상의 ‘별 규모의’ 죽음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슷한 표현수위의 영화 ‘스타워즈’가 국내에서 전체관람가였다는 점을 굳이 내가 다시 상기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작가-독자간 비현실성을 전제한 스페이스오페라 서브장르의 허용범위로, 그간 등급 수위에 맞춰야 한다.

2011미스테리 단편 여러 작가
=> 호러 장르이니 전연령 관람가는 좀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기본적 폭력/성 표현 수위는 ’15금’을 받은 전설의 고향 TV시리즈보다 높을 것 없다. ‘봉천동’ ‘옥수동’ 등 나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무섭게 했으나 그것은 연출에 힘입은 것이지 잔혹 묘사 부분이 아니다.

-이하 19금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프로젝트 X 태발
살인자ㅇ난감 꼬마비/노마비
증거 이승찬
의령수 김원준
몽타주 단우
악연 황준호
우월한 하루 팀 겟네임
고향의 꽃 한
초록인간 태발
(12.02.23.추가 확인)
하이스쿨 1학년 배드이리
하이스쿨 2학년 배드이리
헬 없는 사람
엄마 현기증
데드 오브 데드 스토EG

=> 뻔하지만, 스릴러와 호러물들. 자체 19금 부여된 작품들은 표현 수위에 따른 내용 접근 제한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청소년유해물 결정이라는 이중의 규제를 가할 이유가 없음. 유일한 문제는 청보법상 규정된 청소년 가용한 공간에서의 홍보 금지인데, 모든 홍보물에 해당 작품이 19금임을 표시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수준이 적합. 이는 영화 예고편 등 여타 영상/화상 장르에 대한 조치에 준하도록 움직여야 함.

하주형
=> ‘쎈놈’과 마찬가지. 지금 현실사회에서 문제되는 학원 폭력은 학생들 간의 권위주의적 권력질이지, 이런 장르의 만화에서 그려내는 대전격투가 아니다.

전설의 주먹 이종규
=> 주제 자체가 폭력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라서 내용 전체 맥락으로 놓을 때 폭력을 미화하거나 조장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다만 상당한 양의 폭력 묘사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인데, 개별 묘사의 잔학함보다는 현실적인 격투 상황이 높은 표현 수위의 핵심인 만큼, 업체 자발적 기준의 19금 내지 15금 처리가 합당하다.

가론피 박정욱
=> 감염 호러물. 업체 자발적 기준의 19금 정도면 납득.

좌우 김수용
=> 판타지 스릴러. 운명적 선과 악의 대결 계열. 업체 자발적 기준의 15금 정도에서 조율 가능.

더 파이브 정연식
=> 복수 스릴러. 다만 사건 설정이 아닌 구체적 표현 수위로는 박찬욱 복수영화류보다는 TV드라마 ‘마왕’에 가깝다. 즉 업체 자발적 기준의 15금 정도에서 조율 가능.

!@#… 자율적으로 이미 19금 처리를 한 작품을 목록에 대거 포함시킨 것은, 이 사안에 대해 격심하게 쪼는 영장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작품 숫자 부풀리기라고 나는 추정한다(막 고심의 흔적이 보일려고 그런다). 그런데 차이는, 자체 19금은 유연한 보호조치이기 때문에 바깥에 홍보배너를 할 수 있고, 청보법에 의거한 강제 19금은 원칙상 청소년 접근권이 있는 공간에 홍보조차 안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청보법이 야매로 만든 법이기 때문인데(좀 더 제대로 박힌 체제라면, 홍보 자체의 금지가 아니라 홍보물의 유해성을 따로 따져서 허용/불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바꿔야 옳다), 이 문제 때문에 온라인서점의 경우는 19금 책은 목록으로 검색해도 표지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한 마디로, 이미 자율 19금인 작품은 그냥 놔둬도 모두 해피할 수 있는데, 건드려서 피해를 입히고야 만다.

!@#… 작품 선정 기준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중구난방이다. 현재 연재작 기준인가 하면, ‘더파이브’ 같은 완결작도 포함. 완결작이라면 더 쎈 것들도 있는데 말이지(즐겨 읽는 독자들이 오히려 19금 처리 좀 하자고 덧글 달던 수작 느와르 ‘밝은 미래’라든지). 그렇다면 완결 시점이 문제인가? 스타일리쉬한 미래 폭력도시 액션활극 ‘내추럴 리드미컬’ 연작의 최근작 ‘버프더비스트’의 완결시점이 11.12.19.

심사 담당자들의 명단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만화 전문가를 영입하여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은 안봐도 HDTV다. 전문성이 없는 심사는 그냥 자신들과 해당 분야 전반에 대한 똥칠이다. 현재 이슈가 되는 학원폭력은 97년 일진회사태와도 다르게, 탈선 학생들의 패거리 주먹 싸움이 아니다. 철저하게 일상조직화된 수탈구조로 인하여 최하층에 처한 이들이 격심한 스트레스에 결국 자살까지 하는 비극적 권력서열 과잉이다. 그런 의미라면 ‘정글고등학교’가 차라리 가장 민감한 작품일텐데, 그 작품에 청소년유해물 딱지 붙이기는 좀 심각하게 난감하잖아.

!@#… 웹툰이기 때문에, 심지어 더 세밀한 접근 차등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성인 인증한 독자들은 풀버전을 보고, 미성년자는 문제되는 특정 표현만 순화한 버전을 열람한다든지 말이다(우스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면 수위 높은 영화의 TV관람용 재편집판처럼 정착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것 또한 원천봉쇄식 조치가 아닌, 업계 자율성을 유도하는 방식이어야 가능하다.

!@#… 기타 몇가지 사항. 1) 해당 웹툰들의 종이책 출판을 할 때는 별개 작품으로서 별도 심의를(방심위와 간윤, 그냥 부처가 아예 다르다) 거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패스. 2) 왜 만화 분야가 이런 류의 검열 시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지, 97년 일진회 사태와 청보법 국면, 성인만화의 위축의 과정은 이미 정리된 내용이 많으니(예를 들어 클릭, 클릭) 참조 요망.

!@#… 지금 처리해야 할 숙제다.

연재 매체: 1)방심위에 반론을 제출하시길. 반론 논리가 더 필요하면 돕겠습니다. 2)시끄럽게 하지 말고 적당히 해달라는대로 해주라는 기업 상부의 지시가 내릴 수 있으니, 만화 섹션의 자존심을 걸고 “자율적 19금 처리 등은 작품에 따라서는 내줄 수 있어도 유해물 지정에는 반대해야 합니다”라고 설득해주시길.

만화가/출판 단체: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최대한 많은 언론 보도를 이끌어 내세요. 기자들의 일을 덜어줄, 세밀한 보도자료가 필수입니다.

개별 만화가: 이럴 때는, 분노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화 글쟁이: 모든 대처에 대한, 논리를 만듭시다. 다만, 난데없이 민망하게 각하탓 음모론으로 빠지지 말고. 어디까지나, 이전 정권들부터도 계속 이어진 권위주의적 심의 정책의 연장선일 따름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심각하고, 커다란 싸울 대상입니다.

문화 분야 일반의 각종 단체들/개인들: 표현의 자유라는 큰 틀에서, 함께 연대해주시길. 사상적/정치적 표현의 자유 같은 것도, 표현 수위에 대한 합리적 합의 방식과 자기통제권을 지녀야만 비로소 가능합니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이 권위주의적 행태를 극복하는 개혁적 정치 비전을 지녔음을 내세울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적극적으로 이슈화하시길.

만화팬 일반: 이런 내용들을 퍼트리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더욱 열심히 여러 매체공간에서 예찬하시길.

***

PS. 이런 것을 다 차치하고, 그냥 개인적인 의견은… 영혼이 없는 공무원은 뭐 그러려니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짤라버려야 한다.

PS2. (추가)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시예정목록이 나온 지금, 앞서 말한 반론 제출과 동시에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내야 합니다. 음악에서 SM이 작년에 이미 했습니다(대검찰청에서도 문제 있는거 맞다, 쪽이라고). 만화에서도 만협이든 어디든 고소미 좀 시작합시다.

PS3. (추가) 비단 만화쪽 사람들의 글이 아니라도, 강정수님의 관련글처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심의 시스템을 사고하기 위한 큰 틀의 내용들도 큰 도움이 됩니다. 너도나도 각자 아는 분야를 통해, 폭을 함께 넓힙시다.

PS4. (추가) 혹 그 너머의 판 재구성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은 이런 이야기들도 읽어보시길(링크, 링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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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심위의 청소년유해물 웹툰 지정 http://t.co/XrCyYrnu , 인터넷'심의' 합헌판결 http://t.co/zeT9xoCX , 강용석의 악질적 사적정보침해에 실드치기 등은 한 세트다. 내가 심의에 관한 포괄적 재설계를 주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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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나이트런같은 경우에는 다르게 생각해봐야하는게 가슴이니 팬티니 하는 드립이 많이 나오는지라.. 적어도 시중에 나오는 청소년 내지는 성인 이상의 등급정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가슴”드립에서 “팬티는 입고 다녀라”같은게 좀…

    • !@#… 듀얼코어님/ 가슴-팬티 드립은, ‘드래곤볼’ 기준으로 판단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적 접촉과 관련된 구체적 묘사나 기타 직접적 성적 자극이 아닌 간접적 농담따먹기 수준에 대해서는 전연령층은 아니라해도(등급제 제안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썼습니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 성적 농담에서 끝나면야 모르겠지만 작중(프레이편은 아니고 그 이후 편에 나옵니다) 웬 거유 기사가 자기 가슴을 드러내는 씬이 있는만큼 나이트런은 최소한 19세등급 지정이 필요해보입니다.

    • !@#… 듀얼코어님/ 19세 등급도 충분히 논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회 단위로 등급을 세부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본문이 다루었던 사건에서의 문제는, 19세 등급을 자체 부여했다고 할지라도 일괄적으로 허겁지겁 문제 삼은 땜방식 규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