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가치에 관하여, 짧은 문답

!@#… SNS연동된 단문 문답 서비스 ask.fm에서 오고 간 몇마디 대화. 가벼운 잡담용일듯 하면서도 어쩌다보면 뭔가 묵직한 질문들이 종종 들어오는데, 무려 좌파를 지지해야할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내용도 왔다. 익명의 질문자분과 몇번 연쇄로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일종의 미니인터뷰처럼 된 김에, 그냥 묶어서 포스팅으로 백업. 그냥, c모의 세계관이 이렇구나 하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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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결국 약자의 이익을 위한 거라면 결국 좌파든 우파든 현재 정치적 입지만 다를뿐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닙니까? 오늘의 약자가 내일의 강자가 되겠다는 욕구로 오늘의 강자와 싸우는 게임에 우리가 찬동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결국 약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http://capcold.net/blog/2200

그러나 일반 중도의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의 싸움을 권력다툼으로 이해합니다. 헤게모니 투쟁이란 말도 있죠. 이론적으로 이상적으로는 추상적, 정신적 가치를 위한다 할진 몰라도 결국 지금 불평등,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이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과 싸우는 형세 아닙니까? 당사자들이야 그렇다해도 객관적 혹은 제3자적 입장에서 이기적 약자에게 찬동해 줄 무슨 정당성이 있느냐 이겁니다.

“추상적, 정신적 가치”가 아닙니다. 앞서 링크드린 글을 참조.

링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만난 좋은 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떻습니까. 공장파업을 한 노동자들이 재벌총수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제3자들이 파업노동자들을 지지해야 하는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진보좌파/보수우파의 구분은 사회발전방향에 있어 정책적 차이이상의 ‘가치’에 관한 문제는 아닌겁니까?

이 사회구조에서, 향후 자신이 어느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더 큰가를 가지고 판단하면 됩니다. A에 대한 지지를 통해, 이런 상황이 될 때마다 A가 더 유리해지는 사회를 유도하는거니까요. 저는 제가 재벌총수가 될 가능성이 별로 높아보이지 않더군요.

좋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가 소위 1%의 사람들, 혹은 재벌총수들을 비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거 아닌가요. 그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일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 약자들이 그러하듯이 – 자신이 할일을 하는 것 뿐 아닌가요?

1%라고 왜 비난받아야 하겠습니까. 사례에 따라서, 탈세에 대해서 비난받고, 폭력사주에 대해 비난받고, 노조파괴공작에 대해 비난받고, 편법적 해고에 비난받고, 사회 전체의 정상적 발전동력을 갉아먹는 우둔한 경영행위에 비난받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1%가 1%가 되는 되물림구조를 고착하려는 것 역시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까? 1%아들이 1%학군에서 1%교육받고 1%대학가서 1%직업갖고 다시 1%가 되는 그런 구조의 고착 말입니다.

1%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99%의 힘으로) 각종 정책을 고안하고 도입해서 고쳐야할 것이죠. 그런 구조는 사회 역동에 매우 해롭고 특히 제게 해롭습니다.

제 질문은 그런 구조를 바꿀 생각도 아니 오히려 고착하려고 하는 1%의 행위를 비난할 아무런 정당성이 없지 않냔 겁니다. 그들도 – 약자들이 그러하듯이 – 자기들에게 해로운 일을 방지하려는 것 뿐이니까요. 그리고 99%의 정당성은 단지 ‘다수의 논리’일 뿐인겁니까.

앞서 대답을 반복합니다: ‘비난’할 정당성은 없다니까요. 그리고 저는 다수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역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흠. 그렇다면 앞으로 1%나 재벌들을 ‘비난’하는 자들의 논리를 잘 들여다봐야겠군요. 아직 ‘가치’의 문제는 대답해주시지 않았는데요. 권력과 이권이 아닌 사회적 약자와 좌파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줄 그런 ‘가치’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추상적, 정신적’ 가치말입니다. 가령 ‘평등’의 가치라든가.

음… 추상적/정신적 가치가 (정서적 안도감 같은걸 위해서 말고는) 꼭 필요한가요? 예를 들어 제게 있어서 평등은, A라는 일에 필요한 특정 소양/실력과 무관한 부분으로 인하여 누군가가 차별받는 구조라면 A의 발전이 막히니까 안된다는 지극히 기능적인 개념입니다.

추구하는 정신적 가치가 없이 단지 사회의 기능에 대한 정책적 차이로만 좌파와 우파가 존재한다면, 그런 좌파가 승리한다해도 과연 그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지 모르겠군요. 그런 가치도 제시못하는 좌파라면 지지할 필요도 못느끼겠고요. 단지 다수/소수와 사회기능에 대한 문제라면 전문가들끼리 알아서 하시고요. 사실 좌파가 정신적 가치의 필요성조차 못느끼는건 애당초 마르크스의 한계겠죠. 근대의 과실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가만 고민한. 그래서 좌파가 근대가 파괴한 정신적 가치를 고민하진 않는거겠죠.

마르크스는 노동 ‘해방’을 위시하여 정신적 가치를 엄청 추구했습니다. 기타 오늘날 좌파를 표방하는 분들 가운데에도 뭔가 정신적 가치를 제시하고 추구하는 분들 많습니다. 거의 종교적인 수준도 꽤 있죠. 제가 그런데에서 ‘행복’을 찾기 싫어서, 추구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님은 ‘물질적’ 가치에 일단 집중하고 있다는 거군요. 전 기본적으로 유물론자가 아니라 물질적 가치에 대한 문제만으로는 행복해지기 힘든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예술적 가치를 위해 싸울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럼 그런 경우에, 예술적 가치를 위해 싸워주세요.

Copyleft 2012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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