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와, 벌써 한국의 대선이 한달도 안남은 시점. 연초에는 해외 거주민의 부재자 투표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만들자고 정계가 팔을 걷어 붙이더만 중간에 정략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뭉개져서 결국 투표도 못하는 신분인 capcold로서는, 참 무력한 노릇. 하지만 사실 해외 거주자 부재자 투표를 하면 이명박 표만 무더기로 더 나올 가능성이 크다 – 해외에 자리잡고 사시는 분들에게는 고국의 민주주의고 사회보장이고 별반 상관 없고, 그저 정체성을 투영할 대상으로서 시끄러운 이야기 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존감만 채워주면 되니까. 즉, 뚜렷한 사상적 이유가 있지 않으면 보수/수구화되기에 딱이다. 여튼 그렇기에 해외거주자 부재자 투표가 물건너간 것은, 아쉽기는 해도 capcold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보자면 사실 별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 뭐 여하튼. 원래 그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사실은 누구나 제 정신인 지식인이라면 요새 한창 고민하고 있을 법한 어떤 현상에 대해서 잠깐 잡상을 좀 중간정리해볼까 하고 꺼낸 포스트다. 바로, 이명박에 대한 불가사의한 지지. 아니 뭐, 이명박이 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식의 낙선 운동을 할 생각은 없다. 이미 다른 사례에서도 그랬듯, capcold의 성향은 대상 자체보다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에 관심을 두는 쪽이랄까. 닥치고 지지자들의 미스테리.
!@#… 우선, 맨 처음에 어떻게 지지하게 되었는가의 문제는 (중요하긴 하지만) 간략하게 넘어가자.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혐오에서 나온 “딱 정반대의 인물이면 누구든 좋아해주마” 정서든, 청계천 양변기 하천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감동했든, 친재벌 친거대언론 성향 덕에 조중동문S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서 형성한 지도자상 오오라에 넘어갔든, 뭔가 이유들은 각자 나름대로 있었겠지. 그러다가 지지가 좀 생기니까, 구도에 기반한 심리적 판단인 소위 ‘대세론‘에 힘입어 달라붙고.*
!@#… 보다 핵심적인 부분은, 도대체 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무슨 짓이 드러나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인가, 라는 것. 만약 사업추진능력을 보고 지지한다면 대운하 사업 같이 모든 방향에서 환타지 취급받는 사업을 내밀었을 때 이미 지지를 접었어야 한다. 기존 정치계의 부도덕함에 대한 혐오 때문에 기업인 출신을 지지한다면, 부도덕한 차별발언 릴레이가 시작되었을 때 이미 지지를 접었어야 한다. 경제성장 능력에 기대를 건다면, BBK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될 때 지지가 흔들리고 자녀 위장취업 불법 세금탈루가 확실해졌을 때 지지를 철회했어야 상식적이다(금융/탈세 사범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기반을 부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폐해 아니던가). 일자리 창출에 꿈을 건다면, 보장없는 비정규직 양산을 지지하는 시각에 몸서리를 쳐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모든 ‘논리’를 전부 뒤로 하고도 여전히 지지한다면, 뭔가 다른 정신 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 비율이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40%대를 넘나든다면, 그것은 사회과학을 한다는 사람은 누구라도 마땅히 눈여겨 봐야 한다.
!@#… 마치 황우석을 어떤 신화적 코드에 의해서 좋아했든지 간에, 사기로 드러났으면 그만 좋아해야 상식적인데도 어떻게든 계속 좋아하려고 한 것 처럼, 지지 자체가 지지를 낳는 상황 – 즉 “지지하니까 지지하는” 완벽한 순환논리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패턴이 있다. 어느 임계를 지나면, 더 이상 정책도 당도 뭣도 아니라 그냥 원래 지지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 임계점이란, 지지를 유지하는 것 보다 지지를 철회하는 것에 들어가는 노력이 더 크다고 스스로 판단하는(실제로는 어떻든 간에) 순간이다. 이 정도 이야기라면 인지부조화든 경제적 이성이든 이론적 설명을 붙이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들인 노력만큼 지지를 철회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한다. 이명박이 그냥 정치인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보다, 현재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위대한 대통령감이라고 스스로 주장하고 다닌 사람이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지지를 철회하기란 더 힘들어진다는 것. 물론 이것도 어떤 분들이 연구하고 계시듯 극좌 -> 극우 대변신처럼 극단으로 가면 또 오히려 쉽게 스위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이야기다 (capcold의 경우, 하나의 극단으로 갈 수록 오히려 내용 자체보다는 극단주의라는 방식의 논리에 더 경도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나 하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이 말인 즉슨 광신적 극단으로 가서 오히려 확 전환되어버리는 지경이 아니라면, 웬만한 새로운 문제점 발견과 비판은 하면 할수록 지지자들의 지지 성향을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모순이 된다. 이명박을 규정하는 상위 프레임으로 통합이 되면서 말이다. 지금껏 그러고 있듯이 각종 뻘타들이 계속 자료로 나와줘도 오히려 지지는 더 공고해진다. 핵심 가치를 오히려 강화하니까. 추진력있는 회장형 경영자, 현재의 무능에 대한 안티테제, 대안의 부재 속에 유일하게 주목을 끄는 사람, 뭐 그런 것들. 지지자가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회장’이기 때문인데, 계속 드러나는 나쁜 점이 ‘회장스러운’ 점들이라면 그 모든 것은 지지자의 머리 속에서는 더욱 공고한 지지로 변신할 뿐이다. 맞춤법에 대한 무지? 비판하려는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그만큼 기본 소양도 없는 무식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교육 정책은 개판일수 밖에 없다는 꽤 타당한 논지를 펼친다. 하지만 지지자들에게는, 배운 것도 없지만 조낸 회장으로 성공한 사람이구나, 라는 1세대 회장전설 성공신화의 프레임 속으로 완벽하게 융합된다. BBK 의혹도 “역시 회장의 재테크”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즉 이미 반대하는 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지자들을 돌리지는 못한다. (프레임 이야기로 범벅을 한 레이코프의 코끼리 책이 한국 정가에서 히트해서 그렇게들 읽었다면서, 도대체 뭘 읽었다는 건가 이해가 안간다)***
!@#… 이미 지지하기 시작한 자들에게는 도덕성이고 정책의 합리성이고 인권이고 다 상관없다. 오히려 문제가 발견될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지한다”는 이유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궁리해내기 마련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회장님 프레임에 대한 지지의 문제로 가 있으니까. 심지어 부도덕마저도, 고작(?) 사회적 차원의 연계라면 무덤덤하다. 기껏해야 ‘무응답’ 정도로 살짝 조심스러워질 뿐.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좋은 말이든 나쁜 일이든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지지는 깊어간다는 것이다. 지지도 반대도 많아지면, 여튼 지지자가 많아진다는 것 아닌가. 좋아하는 자가 45%이고 싫어하는 자가 40%인 사람이, 좋아하는 자가 10% 싫어하는자가 0%인 사람을 제치고 당선이 되는 시스템이니까. 찬성표와 함께 반대표도 던지는 투표 방식이 아닌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코어 지지자가 이미 있다면야, 욕을 할수록 득이 된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와도 사실은 이상할 것이 아니다.
!@#… 우와, 이것 정말 심각하다. 그렇다면 한번 시동이 걸린 바보성의 나선은 영영 극복될 수 없는 것인가.
결국 어차피 쉽게 수정되지 않는 후보 개인을 둘러싼 이미지를 새로 프레임 구축하는 것 보다, 대선이라는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되짚어가며 선거 프레임 자체를 재구축하는 것이 정석이기는 하다. 대통령이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에 대한 인식의 프레임이라든지. 현재 담론의 주류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경영자, 기업인 프레임으로 보고 있는데, 그것을 외교관, 중재자의 프레임으로 바꾸는 담론 작업이라든지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정작 투표자들이 대선이라는 이벤트 자체를 사고하는 프레임의 수정이다(사실 이번 선거 한번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구도’가 아니라 ‘내 손익 관계’를 챙기는 자리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논리적인 지지 성향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것이 걸려있지 않을 (정확히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을) 때나 그럴 수 있다. 즉, 이 경우에는 직접 와닿는 손해를 얼마나 리얼하게 이슈화시키는지가 관건이다. 운하를 파면 세금을 얼마 더 내야한다든지. 여성 또는 소수자 차별 금지 정책이 후퇴하면 얼마나 많은 세금을 결국은 추가 부담해야 한다든지. 노조를 탄압하면 당장 당신의 복지에 큰 손해가 얼마 어치 간다든지. 교육정책이 바뀌면 결국 사교육비가 얼마나 더 증가해서 허리 휜다든지. 국가단위 환경단위 다음 세대 어쩌고 말고, 당신의 돈™이 나간다고 해야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천박하다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서는, 뭐 “합리성에 기반한 선진 민주사회형 개인주의” 같은 예쁜 키워드를 동원하든지.
!@#… 그런데 솔직히, 이런 정석이니 왕도니 하는 것은 한국적(…) 맥락에서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프레이밍은 이미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해석의 방향을 제공해주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막판에 한방, 충격의 판세 뒤집기 뭐 그런 아예 새로운 국면 대전환 대형사고를 기대하는 것이 바로 유구한 전통 아니겠는가. 게다가 당장 시간도 한 달여도 남아있지 않고. 이 상황에서 한 큐에 지지자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릴 새로운 프레임이라면? 글쎄. “이명박 후보야 말로 노무현 정권의 정통 후계자다” 정도? 아니, 그러면 신자유주의 어쩌고 하면서 실제 정책추진과 성과 이야기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런 것 생각하는 건 그 쪽 지지자들이 무지하게 싫어하지. 게다가 정작 범여권 정동영 후보가 애처로워진다능… 이래저래, 참 답이 없구나. 역시 앞서 말했듯 그냥 꾸준히 “네 선택이 네 지갑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지 확인해봐라” 쪽으로 밀고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인가보다.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뻘스러운 주석인지 추신인지 뭔지]
* 사실 이 대세론이라는 것은 대단히 한국적인 현상인데, ‘비판적 지지’ 같은 좀 더 지능적인 변종도 낳곤 한다. 대세론의 핵심은 한 마디로 “될 놈을 찍는다”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놈을 찍어서 내 정치적 성향을 세상에 표명한다는 것이 아니라, 될 놈에게 내 표를 던져서 내 표가 조낸 의미있었다는 자존감을 얻어내는 패턴이랄까. 전자의 경우는 지지 후보가 당선이 안되더라도 투표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은 지속되거나 혹은 그 좌절 덕분에 더 강화되기까지 하기 때문에 상시적인 정치적 각성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반면에 후자, 즉 대세론이니 비판적 지지니 하는 것은 ‘승리’를 획득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자기가 무엇을 원했는지 방향성을 상실했기에, 이후에 실망과 냉소만 남기 십상이다. 악의 독재세력 같은 뚜렷한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힘을 모으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자면, ‘자기 자신’의 시점에서 볼 때 대세론이나 비판적 지지 같은 것은 단순한 일시적 DDR.
** 물론, “그런 것 다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굴 찍으란 말이냐! 찍을 사람이 없으니까 이명박 후보를 찍는다” 라는 분들도 은근히 흔하다. 이봐요, 당신들은 찍고 싶어서 찍는거에요. 도덕성도 경제 비전도 정치철학도 사회정의도 다 필요없고, 그저 순수한 애정으로 뭉쳤기에 조낸 끝까지 달리는 것이랍니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변명을 하다니… 당신들이야 말로 진성 츤데레. 노동자로서의 이해관계가 중요하면 민주노동당 찍고, 지난 10년이 그럭저럭 살 만 했다면 여당을 찍고, “역시 정치는 부패가 제맛이지”라면 한나라당 찍고, 선진기업형 국가라는 새로운 실험을 감내하고 싶다면 무소속 문국현 후보를 찍고, 유머감각이 필요하다면 핵나라당 찍으면 된다니까.
*** 프레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역시 프레임하면 언론. 그 중 어떤 자칭 주류 언론들의 노골적인 편들기는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라리 객관적인 척이라도 안하면 사람들이 감안해서 읽기라도 하지만, 이거 뭐라고 해야할지. 예를 들어, 이명박이라는 프레임 그 자체. 이명박vs반이명박이라고 구도를 설명하는 그 순간, 이명박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초점이 되어버린다. 여기에는 이슈도 이념도 정책도 뭣도 싸그리 사라진다. 그저 자기들이 최고로 지지하는 누군가가 스폿라이트로 들어올 뿐. 그 시각을 억지로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무려 2002년 대선도 이회창vs반이회창으로 포장한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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