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다들 인문학적 상상력 뭐 그런 용어에 익숙해졌는지, 제대로 어그로조차 끌지 않는 듯. 게재본은 여기로.
인문학적 상상력, 무엇의 ‘원동력’인가 [만화 톺아보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축사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사랑이 발전하려면 역시 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해야 된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언급했다 한다. 90년대 초의 “쥬라기 공원 영화 한 편이 현대자동차 수 년 어치” 문화산업론 이래로 가장 큰 히트중인 듯 보이는 산업론 중 하나가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들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그 외의 교양 분야(‘liberal arts’)와의 교차점에 있다고 설명한 것이, 회수를 건너 사실상 문사철 분과를 칭할 때 사용되는 인문학이라는 용어로 대체되면서 생겨난 용어다. 한쪽에서는 인문학 분과학문의 생존 키워드로 장려하는 듯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문학의 패션 도구화에 대한 본격적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정작 인문학의 이미지로 가장 히트하고 있는 것은 ‘힐링’과 ‘자기 계발’이라는 묘한 상황이 수년째 한국사회에서 진행중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것을 규정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가장 중요하게 실현시켜내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인간(그러니까, 소비자)을 바라보는” 산업의 밑천이라면, 굳이 인문학적 상상이 아니라도 기술적으로 관찰하고 설계할 수 있다. 더 정밀하고 철저한 취향 조사와 테스트 과정 같은 것 말이다. 학문적인 성과를 노린다면, 대중 보편으로 파고든 ‘상상력’보다 당장 더 중요한 것은 깊숙한 공부 및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학제 개편 및 연구지원이다. ‘힐링’이나 자기계발이라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그냥 적당히 달콤한 조어들과 단순한 감동구조의 활용으로도 엇비슷하게 해낼 수 있다(예전에 필자는 그 소재로 이런 농담을 한 바 있다).
그보다 인문학적 상상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통해서 개인적 및 사회적 삶의 여러 측면을 자극하는 동기 부여 그 자체를 누구나 해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산업적 도구와 인생의 결론이 아니라, 보람을 찾는 동기와 질문하는 과정이다. 남이 상상해서 낸 결론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과정을 같이 겪어보며 내 길을 성찰해보는 것 말이다. 이런 것은 무거운 철학적 명저들을 가지고 그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높기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알퐁스의 사랑 여행](시빌린, 카푸친, 제롬 저)는 그런 의미에서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득 자극하는 동화 만화다. 숲에서 태어나 세상을 배우고 자아를 찾아나가는 꼬마 알퐁스의 여정을 그려내는 작품인데, 만남과 깨달음, 헤어짐과 배움, 버림에 관한 여러 상황적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키워주고 함께 대화하던 거대한 ‘아찌’와 헤어지게 되고,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만을 유일한 사회적 상대로 착각하며 기뻐하며 노는 도입부부터, 그것이 자신임을 깨닫고 다시 여정을 나서며 각각 어떤 감정을 나타내는 숲 속 친구들을 만나며 하나씩 깨달음을 얻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중에는 사랑하는 타자와의 만남과 이별도 있다. 마치 [어린 왕자]를 연상시키는 일련의 비유로 가득한 만남의 과정들을 거치며, 성숙의 과정을 걷는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세상과 함께하는 방식에 대해 익혀가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무슨 창조경제의(이 연재칼럼의 이전 회에서 언급했듯, 매우 꽁기꽁기한 조어다) 원동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굳이 연결하자면, 이런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자신과 사회의 삶을 돌아보고, 사회과학적 구체성으로 더 스트레스 덜 받고 잉여로운 사회를 만드는 개혁을 해나가며, 자연과학의 엄밀한 지식 체계와 공학의 성과들을 그 과정에서 적극 활용해 나아간다면 사회 발전과정 전체의 한 요인이야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따로 키워드로 천만번 강조하지 않아도 ‘창조’가 열리고 그 중 일부는 ‘경제’로도 유입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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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칼럼. 웹툰 짤방 출판 만평 안가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어떤 떡밥 사건을 생각해보기에 도움되는 만화 작품을 연동시켜보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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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가 무시당하던 건, 결과물이 실물로 바뀌기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는데…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까다로운 인문학은 얼마나 많은 장애가 있을지 상상도하기가 무섭네요.
!@#… MinGi Kyung님/ 어떤 분야든, 그 명칭을 내걸고 큰 돈을 벌어주면 대우가 괜찮아집니… 라고 하려고 했으나, 그래도 여하튼 무시당하고 보는 게임산업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