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대처는 총력을 다해서 [한겨레 칼럼 140203]

!@#… 게재본은 여기로.

 

어뷰징 대처는 총력을 다해서

김낙호(미디어연구가)

극우적 사회관과 위악적 자세를 독려하는 유머 커뮤니티 일베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일간워스트라는 사이트가 화제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은 대립항 속성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보다 살짝 더 흥미로운 내용은 운영자 이준행씨가 남긴 ‘어뷰징’과 싸운 기술 개발 기록이다. 어뷰징이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시스템의 정상적 운영을 파괴하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을 악용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대량 중복 가입을 통해 악성 게시물의 추천수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아주 기초적인 기법이다(국정원이 보증한다). 접속과다를 유도하기, 소위 종북으로 몰기 위해 로동신문 링크를 넣기 등 다양한 공격이 펼쳐졌고, 마치 두더지 잡기 오락기처럼 한 쪽에서 머리를 내밀면 뿅망치로 내려치는 과정이 펼쳐졌다.

어뷰징에 대한 적극적 대처는, 유머 사이트 하나에 머무는 것도, 온라인에만 머무는 것도 아닌 폭넓게 중요한 화두다. 각 언론사에 편집권을 맡겼더니 자발적으로 밑바닥 경쟁에 들어간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거의 완벽한 사례다. 극우적 정치관으로 무장하여 한국의 온라인 토론 공간 구석구석을 작정하고 어뷰징한 국정원과 그 친구들은 다시 소개할 필요도 없다. 사재기로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한 출판사들, 문법과 단어 실력을 갖추기보다는 집합적으로 문제를 유출하고 공유한 영어시험 수험생들도 흔하다. 조직적 전입으로 경선 결과를 비틀며 정치 정당의 당권을 장악하는 것도 번듯한 어뷰징이다.

잘 지켜달라고 노래하든 안 지킨다고 욕하든, 어렴풋한 도덕 규범 호소에만 의지하면 진전을 거두기 매우 어렵다. 이미 어뷰징을 하고 있는 이들이, 계속 할만한 시장적 유인가가 있고, 그것을 실행할 기술적 방법이 있고, 일관되게 위반을 처벌하는 규칙이 강제되지 않는데 왜 그만 두어야 하겠는가. 공멸의 위협 앞에 자치 관리가 창발한다는 공유지의 희망은, 공동체가 성립되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의를 이룬다는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한다.

규범은 명분으로 거들 뿐, 기술적 방어, 시장의 인센티브, 제도적 규제 등이 총동원되어야 하는 종합 과제가 바로 어뷰징 대처다. 일워의 경우는 기술적 방어를 적극적으로 해낸 바람직한 사례다. 필터링과 구역짓기를 적극적으로 채용한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관계처럼 계속 새로운 변칙 공격에 새롭게 대처하는 무한반복 과정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좀 더 물질적 이해가 엮인 시스템이라면, 어뷰징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확실한 우대를 시장 인센티브로서 설계하는 것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사전에 명시된 규칙에 의거한 확실하고 일관된 제재를 가하는 제도적 규제가 중요하다. 다시 네이버 뉴스스탠드의 사례를 들고 오자면, 언론의 정도를 지키라는 요구의 힘은 미미하다. 하지만 엉터리 헤드라인에 대한 적극적 필터링, 어뷰징 안 하기로 소문난 매체들에 대한 노출 우대를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성과 낚시를 남발한다면, 백만 부 발행 일간지든 정의를 외치는 소형 매체든 일관되게 즉각적인 일정기간 서비스 정지 처리를 내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물론 당한 언론사들은 보복성 기사들을 쏟아내겠으나,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여 얻는 사용자 신뢰가 더 클 것이다.

어뷰징에 총력을 다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야말로, 온라인 게시판이든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시스템에서는 어뷰징이라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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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2030 잠금해제] 필진 로테이션. 개인적으로는, 굵은 함의를 지녔되 망각되기 쉬운 사안을 살짝 발랄하게(…뭐 이왕 이런 코너로 배치받았으니) 다시 담론판에 꺼내놓는 방식을 추구하고자 함.)

PS. 본문에 언급한 ‘공유지의 희망’ 즉 자치 관리의 창발의 어려움에 대해서는(즉 그런 것에 손쉽게 기대를 걸지 말라는) 언젠가 또 자세히 이야기할 일이 생기기를 희망. 사실 원래는 그 토픽으로 칼럼을 쓸까 했다가 방향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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