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미디어전략, 극단주의 폭력과 세련된 소통 사이 [한국일보 140922]

!@#… 살인동영상과 바이럴 캠페인에 능한 중동 테러단체 IS (=ISIS, ISIL, QSIS)의 홍보력에 관한 개요. 기존 보도된 분석 내용들을 취합한게 대부분이지만, 분류틀 등은 직접 제안하는 것이라서 논쟁/개발의 여지가 아직 많다(대체로 그렇듯). 게재본은 여기로: 극단의 폭력과 세련된 소통 사이-IS 미디어전략

 

ISIS 미디어전략, 극단주의 폭력과 세련된 소통 사이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자신들의 야만적 만행을 유투브에 올리며 시대착오적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어떤 국제 단체가 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이, 포박한 외국인 기자에게 협박에 의한 선동적 발언을 강제하고는 그의 목을 베어버리는 비인도적이고 거친 범행 과시다.

한편,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도전하며 살라는 의미의 유행어 “YOLO”를 패러디한 어떤 홍보 포스터를 만든 어떤 국제 단체가 있다. 죽음은 한번 뿐이라는 표어로 살짝 비틀고, 이왕이면 그 죽음을 멋지게 순교로 맞이하라는 내용이다. 온라인 문화에 걸맞는 유머감각과 진지한 섬뜩함이 기이하게 섞인 세련된 홍보물이다.

“한번 뿐인 죽음, 순교로 장식하는게 어떨까”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의 홍보물은 동일한 단체의 미디어전략으로, 바로 칼리프 체제의 부활을 기치로 내건 무슬림 수니파 무장 세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등으로 불리다가 스스로는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하고 나섰는데, 일개 무장 세력에 국가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라크시리아 알카에다 분리주의자들(QSIS)라는 명칭이 제안되며 호칭마저 분분하다. 이들의 특징은 빠르고 체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중동 질서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 있는데, 그 바탕에는 잘 정비된 조직과 무기를 바탕으로 영토를 점령하는 군사력, 그리고 잘 설계된 매체전략을 바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끌어내고 사람을 모으는 홍보력에 있다.

각자 명분에 대한 선악판단을 너머, 게릴라 저항세력에 해당하는 이들이 당대의 미디어 기술, 특히 온라인 소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세력을 넓히는 전략이란 사실은 흔하고 오래 되었다. 1990년대 멕시코 사파티스타 농민항쟁 당시 언론기고와 인터넷으로 입장 발표를 해온 것, 중국에서 탄압받는 파룬궁(법륜공) 운동이 조직을 세계로 분산하며 자국 박해 상황을 온라인으로 뿌린 것 등 잘 알려진 사례가 많다. 당장 9/11 테러의 주범으로 꼽히는 알카에다만 하더라도 범행를 저지른 이후 비디오 연설,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제작했고, 점조직 구조를 경영하기 위해 인터넷상의 폐쇄 이용자 그룹과 이메일 등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고 드러난 바 있다. 나이로비 쇼핑몰 총격사건 당시, 트위터는 총격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트윗과 함께 사건을 일으킨 소말리아 테러 단체 알샤바브의 자랑 트윗이 넘쳤다.

ISIS의 미디어전략은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되, 종합적 설계와 수행 방식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알이티삼 미디어 재단이라는 프로파간다 전용 미디어 조직을 정식으로 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보다 최근에는 서방세계의 청중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다국어 선전활동을 하는 알하야트 미디어센터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자신들이 이루려는 세부 과제에 따라서 메시지 수용자층을 구분하며 표적 공략하는 기민함이다. 청중은 크게는 적들과 지지자들로 나뉘고, 지지자들은 다시금 현지 주민과 외부세계의 잠재적 가입자로 나누어 다뤄진다.

적들을 상대로 하는 캠페인은 기존 테러 무장단체들의 전략 범위 안에 있는데, 바로 굳센 결의를 빙자한 잔학함의 과시다. 미국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동영상이 대표적인 사례로, 피해자로 하여금 카메라 앞에서 미국의 중동 무력개입을 비난하는 성명을 읽게 한 뒤 목을 베는 모습을 촬영하여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 및 여러 경로로 살포했다. 그런데 선동의 완성도는 자못 다르다. 이 영상에서 무장 괴한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던지는 메시지는 “당신이 상대하는 것은 더 이상 봉기가 아니라, 이슬람 군대다. 이슬람 칼리프 통치의 안전함 속에 살아갈 무슬림의 권리를 부정한다면, 당신 민족의 피가 흐를 것이다” 같은 정제된 논리의 표현들이 등장했다. 나아가 폴리를 살해하는 역할은 영국 억양을 사용하는 사람이었으며, 텔레그라프 등 영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영상에 담긴 것은 실제 살해 장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즉 영상에는 가장 극적으로 “처단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실제 살해는 따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부분은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전략이다.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칼리프 국가의 장점 설명이나 문화적 자긍심과 교육과 복지의 이미지 부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지만, 그보다 외부세계의 잠재적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영역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ISIS가 실제 화제성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부각되도록 만들고, 정의롭고 멋있는 항쟁을 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부여하여 참여를 종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단주의 과격 무장투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디어로 연결된 사람들의 숫자는 방대하고 그 중 혹하는 사람들은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선 적들을 위협하는 메시지와 지지자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노력이 매 순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상에서 특정 토픽에 대한 검색 키워드를 메시지에 명시하는 방식인 해시태그를 캠페인으로 활용할 때, 서구권 사용자들이 어느 순간 열심히 검색하는 태그에 편승하여 전용할 때는 (대표적인 예로 #WorldCup2014 가 있었다) 최대한 잔학한 파괴와 살해의 장면들을 사진으로 삽입한다. 하지만 ISIS를 자랑하는 전용 태그를 투입할 때는, 주로 인간적이고 용맹하고 멋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주로 사진으로 첨부한다. 이런 해시태그 캠페인은 특정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직되고, 여기에 계정 해킹은 물론이고 자동 프로그램까지 쓰이며 효과적으로 아랍권 인기 키워드 리스트에 등극시키는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타 소셜미디어도 비슷한 접근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기쁜 대청소의 새벽”이라는 제목의 스마트폰용 전용 앱까지 개발했다. 이것을 통해 자신들의 최신 소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앱 가입자의 소셜 계정을 통해서 메시지를 다시 확산하는 것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런 식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주목을 끄는 것부터 나아가 조직 가입과 모금활동까지 이뤄내고 있다. 특히 더욱 효과적인 미디어 홍보를 위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적이어서, 본진이 아닌 세계 도처의 동조자들의 손에 의하여 여러 홍보물들이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팬클럽이 크고 작게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각종 인터넷 유행을 반영하는 패러디 홍보 이미지, 영상물 번역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물론 실제 ISIS 병사들 역시 소셜 미디어에 자신들의 일상에 대한 사진과 단상을 계속 올리며 이들에게 소재와 동질감을 공급해주며 자연스럽게 소통의 느낌을 만들어준다.

살펴보았듯, 이들은 트위터로 입장 발표를 던지는 것으로도 신기한 취급을 받아왔던 여타 무장단체에 가깝기 보다는 자발적 확산과 어뷰징을 오가며 공격적 마케팅을 일삼는 여느 미국 대기업 홍보팀에 훨씬 가까운 활동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다루는 소재가 한쪽으로는 잔학한 폭력의 과시, 다른 한쪽으로는 그런 잔학한 폭력에 동참하도록 하는 세련되고 친근한 초대일 따름이다.

ISIS의 미디어 행보는, 미디어기술 뿐만 아니라 활용 전략 역시 국경이나 명분을 넘어 누구나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침해로 점철된 무장테러 세력을 반대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세련된 미디어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 편리한 우회로는 없기에, 마찬가지의 세련된 대응책이 요구된다. 야만인들이라고 단순히 악마화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동조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키는지 잠재적 지지자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공포 전략에 선정적인 후속보도로 부화뇌동하지 않는 침착한 품위를 언론과 개인 미디어 공간에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우선 그런 대항 캠페인을 이끌 주체도 애매하며, 나아가 언론과 개인들이 흥분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구미가 당기는 자극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들에 대한 적당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동안은, ISIS의 미디어전략은 적어도 한동안 계속 성공을 거듭할 전망이다. 그들의 성공만큼 나머지 문명세계는 조금씩 패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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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제섹션 [미디어는 지금].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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