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 서비스 네이버포스트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논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 자연스레 논지가 흘러가다보니 리스티클의 장단점에 대한 개요가 되며 피키캐스트가 남긴 문제점들까지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게재본은 여기로: 피키캐스트의 넓고 얕은 지식은 누가 만들게 될까
모바일 리스티클 서비스의 길, 네이버 포스트
김낙호(미디어연구가)
항상 변화무쌍한 IT업계에서는 최초라는 수식은 의미가 없다. 독창성이 떨어지는 후발주자라도, 타겟층에게 조금 더 적합한 서비스를 갖추어 빨리 따라잡으면 된다. 그런 패스트 팔로워 접근이 낯설지 않은 네이버가, 최근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인 네이버포스트를 출범시키며 콘텐츠를 공급해줄 ‘스타 에디터’들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네이버포스트는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 창구며 스타 에디터들은 새로운 창작자의 모습일까, 아니면 그저 블로그 서비스의 새 상표이며 ‘파워 블로거’ 감투의 재포장에 불과한 것일까.
사용자들이 모바일 기기로 웹서비스를 활용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보니, 작은 화면과 낮은 집중력, 늘 연결된 사회망 등의 조건에 최적화한 서비스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네이버는 사용자 작성 콘텐츠(UCC)로 모바일을 공략하고자 두 가지 새 서비스를 출범시켰는데 하나는 사진 공유 서비스인 폴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조식으로 재구성한 정보글인 소위 리스티클을 제공하는 네이버포스트다. 폴라는 인스타그램, 네이버포스트는 버즈피드나 피키캐스트의 유사서비스다. 그런데 특히 후자는 적당한 흥밋거리 소재와 공유하기 좋은 제목 (“당신이 30대가 가기 전에 깨달을 30가지”), 사용시간 등을 보장해주며 광고 등과 연계시키기도 좋기에, 지난 1-2년 사이에 모바일 환경의 확고한 히트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가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것이다.
리스티클은 하나의 토픽에 대한 정보를 개조식으로 짧고 빠르게 던져놓는다. 게다가 어차피 정보전달이기에, 여기저기에서 단편적 정보들을 모아서 제시만 해도 무방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리스티클로 정보 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사실 자기 매체 공간에서 글을 내고 관리하기에 그저 ‘블로거’로 봐도 무방하지만, 필자의 생각을 다듬은 서술형 글을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잘 관리된 토픽을 즐기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에디터’라는 명칭이 피키캐스트 등에 의하여 전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네이버는 이 개념을 고스란히 받아오고, 한술 더 떠서 애초에 파워블로거라는 명칭으로 블로거에게 자긍심 또는 허영심을 주입하며 자발적 활동을 종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스타에디터라는 표어를 들고 왔다.
민망한 명칭을 제외하면, 네이버포스트의 스타에디터 모집이라는 행사 자체는 딱히 신기하지도 무언가에 해롭지도 않다. 새 서비스 플랫폼을 열 때 양질의 초기 콘텐츠 생산층을 공격적 섭외로 확보해서 입소문을 원동력으로 다시금 더 많은 사용자들의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는 것은 여느 업체인들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만드는 콘텐츠에 대해서 일부를 선발하여 유명세를 더 키워주고 돈도 어느 정도 챙겨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피키캐스트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에디터들이 양산한 수많은 리스티클들은, 종종 치명적 단점을 노출했다. 첫째는 제대로 된 출처 방문 유도 기능을 경시하는 사례다. 출처를 아예 지워버리는 도용 사례가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문 공간이 아닌 다른 모음사이트를 출처로 넣는다거나 전체 내용을 전부 긁어온다거나 하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둘째는 근거 없는 단순화다. 내용을 스낵 사이즈로 얇고 재미있게 포장하여 관심을 끄는 것에 집중하다가, 근거가 생략되고 사안의 복합성마저 왜곡된다. 당장 “최고의 10선” 방식의 리스티클 가운데, 그 10개를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제대로 주석을 달아주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가. 셋째는 별반 유용한 내용이 없는데도 그럴듯한 규모의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기에 억지로 항목을 부풀려서 모두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이런 장르에, 이제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사실 항상 변화무쌍한 IT 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은 의미가 없다. 독창성이 떨어지는 후발주자라도, 타겟층에게 조금 더 적합한 서비스를 갖추어 빨리 따라잡으면 된다. 그런 패스트 팔로워 접근이 낯설지 않은 네이버가, 모바일 리스티클에 특화된 신규 서비스 ‘네이버 포스트’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피키캐스트의 에디터 개념을 가져오며 한술 더 떠서, 콘텐츠를 공급해줄 ‘스타 에디터’들을 공모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파워블로거라는 명칭으로 블로거에게 자긍심 또는 허영심을 주입하며 자발적 활동을 종용했던 것의 재탕이다.
물론 민망한 명칭을 제외하면, 네이버 포스트의 스타 에디터 모집이라는 행사 자체는 딱히 신기하지도 무언가에 해롭지도 않다. 새 서비스 플랫폼을 열 때 양질의 초기 콘텐츠 생산층을 공격적 섭외로 확보해서 입소문을 원동력으로 다시금 더 많은 사용자들의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는 것은 여느 업체인들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만드는 콘텐츠에 대해서 일부를 선발하여 유명세를 더 키워주고 돈도 어느 정도 챙겨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들이 리스티클을 쏟아내면서 종종 보여주었던 여러 단점들이, 매사에 국내 최강급 동원력을 발휘할 수 있는 네이버와 만나며 더욱 거대하게 증폭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경계해야 한다.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블로거지’ 현상이 동원력 좋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더 효과적으로 번질 수 있었듯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단점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업체 또한 자금력도 조직력도 기술력도 대중적 호응도 높은 네이버다. 영문 위키백과 수준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리스티클의 매 항목에 세부 근거와 원본 링크를 등록하는 사용 관행을 캠페인으로 유도해볼 수 있다. 여타 군소 업체와는 차원이 다르게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한 저작권 조율팀을 세울 수도 있다. 그렇게 하고도 재미를 잃지 않도록 입력과 확인 과정을 간소화하는 입력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 즉 확실하게 질적으로 우월한 모바일용 스낵사이즈 리스티클 서비스를 선보일 힘이 있다.
혹은, 그런 방향을 거부하고 그저 강력한 초기 마케팅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미투데이의 길도 있다. 선택은 네이버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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