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겨레신문의 기사와 그에 대한 대응으로 김규삼 작가가 한마디 남기고 그에 대해 기자분이 대답한 덕분에, 네이버의 앱스토어 무료 만화 논란이 좀 더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듯(‘만화계 토론회’는 아무리 많이 한 들…). 이전에 이야기한 바에 사실 엑기스는 모두 담겨 있다고 보지만, 친절 모드로 몇가지에 대해서 좀 개념을 잡고 넘어가지 않으면 영 삼천포로 빠질 것 같아서.
Q1. 그러니까 아이팟에서 네이버만화 무료로 본다는거네? 웹에서도 무료로 보는데 뭐 그리 다르다고 난리인가?
A1. 우선 다른 부분은, 인터넷 접속에 의한 ‘스트리밍’ 열람이 아닌 ‘소장’이다. 음악서비스들이 왜 스트리밍 정기권과 다운로드 소장에 따라 서비스 및 가격 정책을 나누어 취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됨. 물론 음악 스트리밍이라고 곰녹음기 같은 녹음프로그램으로 따로 캡쳐하려면 할 수 있듯 경계를 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 경우 별다른 기술력과 품을 들이지 않고 한번에 분류와 정렬까지 된 상태로 일괄 다운로드 받아 소장하며 지속적 소장을 위해서는 30일에 무료로 한번씩만 작업을 반복해주면 끝.
Q2. 하지만 인터넷으로 접속하면 똑같은데 뭐가 문젠가.
A2. 소장과 스트리밍의 경계가 없어지는 날, 즉 언제 어디서나 어느 모바일 기기로나 하드 검색 속도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접속이 가능해지면 똑같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은 음악서비스도 스트리밍 AOD만 남고 벅스, 아이튠즈, CD, 나아가 소형기기용 저장매체 업체도 모두 망하는 때이기도 하다… 아직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않았잖아? 그때까지는 규모는 어떨지 몰라도 소장과 스트리밍 시장은 구분된다.
Q3. 국내에 그리 규모도 없을텐데 앱스토어가 뭐 대단하다고 그걸로 시비인가.
A3. 앱스토어의 핵심은 소장용 직거래 장터라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한국 모바일 콘텐츠 사업모델에서는 통신사업자가 각종 명목으로 떼어가는 막강 지분 때문에 결국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미미해서 문제가 되었는데, 앱스토어는 중간자 거품이 적다. 즉 콘텐츠별 과금 방식의 시장을 실험하기 위한 좋은 공간이라는 것. 이미 게임은 꽤 괄목할 성공사례들이 나와있고, 온라인 만화도 이런 기회를 굳이 날려먹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세계 규모이기 때문에, 외국어로 열람하는 기능을 넣은 어플로 곧바로 세계시장을 노릴 수도 있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물론 없지만,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사실은 한국에서도 이미 소액결제 유료 온라인만화를 시작했다.
Q4. 그럼 왜 네이버는 그런 시장을 노리지 않고 공짜로 뿌리는데?
A4. 그러게 말이다. 경영 상식에 의거해서 추론하자면, 공짜로 뿌렸을 때 얻을 선점효과와 브랜드 가치 상승이 만화를 유료로 했을 때 네이버가 작가와 수익분배해서 얻게될 지분의 총액보다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만화에서 온라인 만화방의 형태로 온라인 소액결재 콘텐츠 판매 시도, 혹은 모바일 카툰 판매의 전례가 좀 처참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스트리밍 시장이었고, 이건 소장 시장인데 좀 더 신중하게 분석하고 과감하게 모험할 가치가 있을텐데… 네이버 정도의 규모와 여유가 있다면 더욱 더. 이런 경영 상식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뭐 모르겠다.
Q5.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네이버는 작가들을 등쳤나?
A5.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하자. “NO“. 모바일 서비스를 한다는 조건으로 원고료에 일정액을 더했고, 그것에 대해서 작가들이 싸인을 했다. 그리고 계약을 하던 당시에는 작가쪽도 네이버쪽도 모바일이라면 한국의 기존 모바일 기기용 서비스 비지니스 모델을 생각하지,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시장환경을 떠올리기는 힘들다(떠올렸으면 그쪽 조건을 따로 명시해야지). 그런데 모바일이라는 포괄적 방식으로 계약을 함으로써, 모바일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후의 수많은 가능성들에 대해서 일괄 인계해버리는 방식이 된 것이다. 작가쪽에서는 미리 계산을 못한 실수가 있고, 결정적으로 네이버측 역시 이것을 새 ‘시장’으로 아직 간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 이제 한 발 살짝 들여보기 위해 무료 떡밥을 뿌렸을 뿐. 그렇기에 더욱 더, 초반에 이 사안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협의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건 네이버의 만화코너가 작가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하고 잘 대해주는지 어떤지 같은 것과 하등 상관이 없는 문제다.
Q6. 작가들은 네이버를 타도해야할까?
A6. NO. 앱스토어의 소장모델을 새 콘텐츠 시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네이버와 같이 협의하는 쪽이 백배 유익하다. 그리고 그건 아마 기존 웹툰 연재 마냥 만화팀의 단독 소관이라기보다 모바일팀의 역할이 더 크고, 음악샘이나 한게임 게임포인트 등 기존의 소액결재 콘텐츠 부서와 협업할 사안이다. 그렇다고 작가들이 경영전문가 흉내내며 네이버에 사업모델을 연구해줘야하는 건 아니고, 우선은 계약을 할 때 모바일 전송권을 더 제한적으로 명시하도록 요구하여 새 시장에 대해서는 새로 세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 것이 첫번째다. 그리고 현재 이미 앱스토어 열린 것에 대해서 서비스 조건을 더 제한하여 무료 소장 개념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장기간을 한달이 아니라 일주일로 단축하고, 일괄 다운로드되는 작품 횟수를 제한한다든지.
Q7. 하지만 *** 작가가 말하길, 그냥 네이버가 알아서 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데?
A7. 개별 작가들은 개별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 지금도 절반 쫌 안되는 작가들은 네이버와 모바일 계약 따로 맺지 않았다며. 다만 이왕이면 각각의 시장판에 대한 함의에 대해서 더 지식을 연마하고, 혹시나 모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정도는 나쁘지 않겠지.
Q8. 뭐야, 그러면 지금도 이미 하려면 알아서 하고 있다는거잖아. 그럼 뭐가 문제야.
A8. 만화판에서 주로 들리는 우려는 웹만화의 붐 속에서 형성된 “만화는 공짜다”라는 인식이, 모처럼 유료 소장 시장 개념으로 시작한 앱스토어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것. 사실 미국의 경우 신문시장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있는데, 뉴스가 공짜라는 인식이 퍼져서 유료과금을 할 수 없고 졸 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신문들이 앱스토어나 킨들 등을 통해서 유료구독모델을 실험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유료 단일 만화를 시도해도, 바로 옆에서 네이버같은 공룡이 무료 만화를 펑펑 퍼주면 시장은 소멸… 뭐 그런 불안감이다.
다만 솔직히 네이버가 그런 만화판 사정에 일일이 신경써줘야 한다고 도덕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고, capcold의 개인적인 답은 네이버가 잘 개발하면 자신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잠재적 시장을 싹도 보지 않고 갈아 엎어버리면 피차 손해다, 라는 쪽. 충분히 실험하면 맞춤형 패키지화와 결합해서 온라인 시대의 ‘잡지시장’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한데 말이다. 차라리 네이버에서 앱스토어상의 콘텐츠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내 벤처 하나를 반독립시키는 것이 나을 지도. 모바일기기에 특화된 더 전문적인 인터페이스와 작품 묶음 방식, 광고수익모델 등을 실험하기에 그쪽이 더 편하겠지. 물론 이건 작가나 만화’계’가 분개하면서 강요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네이버측과 적극적으로 사업 제안을 하고 제휴를 할 일이다.
Q9. 그런거야 내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바도 아니고,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A9. 우선 이 Q&A를 10곳에 링크 거시길(핫핫). 아니, 우선은 작가라면 계약서 쓸 때 좀 더 세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고, 네이버 직원이라면 우리 좀 더 열심히 돈 벌 궁리 좀 하자라고 회사에 제안할 필요가 있고, 그냥 관심 많은 만화 독자라면 이런 이슈들 잘 기억해뒀다가 누가 나중에 유료 서비스하면 호기심에서라도 한번 결재해볼 필요가 있고, 그냥 별 생각없는 독자라면 생각 좀 해보고.
!@#… 여튼 이런 번잡한 부분을 빨리 협의해서 해결하고,앱스토어를 활용한 새 사업모델들을 구상하는 이야기들이 오가는게 낫겠다 싶다.
(추가) PS. 내용 성격상, 아래에 붙는 코멘트에 의한 추가 문답도 같이 읽으면 좋음.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ingback by roo
“네이버 앱스토어 무료 만화 논란, 간단 Q&A” 친절 모드 캡선생님하의 삼천포풍덩방지용개념탑재서비스 http://capcold.net/blog/3925
Pingback by 세상을 보는 검은 눈, Skyjet
웹툰이 만화계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까? + 앱스토어 만화 논쟁…
서찬휘 님이 많이 힘들어 하셔서, 대신 간접적으로 언급된 글을 링크한다. ▶ 네이버 ‘모바일 공짜 웹툰’ 만화계 반발 (한겨레, 서정민 기자, 2009년 6월 23일 기사) ▶ 네이버 웹툰 작가의 반론 메일을 받고(한겨레 서정민 기자의 블로그, 2009년 6월 24일 글, 해당 포스팅은 네이버 코믹에서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를 연재하는 김규삼 작가의 반론에 재반론하는 글이다.) ▶ 네이버의 아이팟용 웹만화 열람 툴, 문제점 (만화연구가 …
Pingback by 만화를 좋아하는 누군가의 ...
앱스토어 문제에 관한 토론회 – 짧은 후기…
앱스토어 문제에 관한 토론회 – 짧은 후기
7월 10일 오후, 홍대에서 네이버의 앱스토어 웹툰 다운로드 서비스와 관련하여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사회자 : 박기수(한양대)토론자 : 박석환, 윤태호, 한상정, 김충영, 서찬휘, 서승택, 이성욱
발제 1. 발제 1. 토론회의 제기까지 : 한상정 발제 2. 앱스토어, 오픈마켓이란 무엇인가? : 김충영 발제 ……
Pingback by GyuriKim
네이버 앱스토어 무료 만화 논란, 간단 Q&A http://t.co/F5f6bML via @capcold 한번이라도 창작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혹은 그걸 구독하는 독자시라면 읽어보시고 RT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