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때, 프라모델 색칠하고 사포로 갈고 하는 작업이 너무 짜증이 났던 때가 있었다. 뭐 지금도 지겨운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즐기면서 지겨우니까. 여튼, 그 때 모형의 대안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페이퍼 크래프트…종이모형.
… 종이모형은, 종이를 접고 자르고 풀로 붙여서 만든다. 그런데도, 상당히 복잡한 삼차원 형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좋은 물건들이 다 그렇듯이, 모형가게에서 파는 녀석은 비.싸.다. 폼나지만, 주머니가 가벼워진다. 프라모델 가격과 그리 큰 차이도 안난다. 곤란하다. 고작 종이 위에 인쇄한거구먼(어이, 창작의 고통은 무시하냐?-_-;).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워낙 여럿 있었는지, 그런 모형의 단면을 스캔해서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물론 공짜로 돌릴 것을 전제로 한 모형도 있고, 아마투어 창작도 있지만… 그냥 불법복제가 참 많이 돌아다닌다. 건담이니 자크니 에반게리온이니 하는 것들이 한때 큰 히트를 쳤고, 그 이외에도 참으로 많이 있다.
…파일을 받는다. 그리고 칼라로 출력한다. 돈 있는 자들은 약간 두꺼운 전용지와 컬러레이저를 쓰고, 돈 없는 자들은 대충 번들거리는 종이에 가정용 잉크젯. 아주 당연하게도, 나는 후자.
…그런데…음. 이거, 생각보다 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만들기도 어렵다. 키트로 파는 건 칼자국이 다 있지만, 이건 자기가 뽑아서 세부적으로 칼질. 게다가 종이의 ‘힘’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개조 부품도 달아야 하고… 그 시간 투자해서 알바라도 하나 더 해서 그냥 정품 모델을 사! 창작자한테도 도움이 되고! …하지만 이미 시작한 것, 그럴 수는 없다. 만들고 본다! 이얍!
…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받침대가 너무 약한 것이다! 종이를 세로로 세웠으니 오죽하겠나.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장력의 문제로 종이가 휘고 난리났다. 지금은 완전히 박살. 나름대로, 역사 속의 한장면…인 사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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