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민 경시와 부패를 그만 참기로 한 시민들이 일어나 힘들여 일찍 얻어낸 대선이라는 의의를 생각해볼 때, 지난 두 우익 정권이 자기 패거리들의 이권만 챙기는 과정에서 그간 망가트린 민주제 장치들, 꼼수 관행들, 신뢰 파괴를 회복하는게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런 큰 틀 안에서, 그리고 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여기는 “함께 합의하며 존엄을 누리는 것이 시스템으로서 추진되는 상태” 즉 사회적 진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여러가지를 따져보게 됩니다.
!@#… 저는 문재인 후보가 들고온 전향적인 공공일자리 확대를 지지합니다. 다들 “4차산업혁명”, “민간 주도 일자리”, “혁신 창업”을 그렇게 외치는데, 그런게 가능해지는 기반이 바로 일의 감소와 변화 적응을 완충하는 안정적 복지, 공공서비스, 질 높은 공교육입니다. 그걸 담당할 공공일자리 확대는 기본이죠. 도시재생 같이 그간 여러 정책 의제를 잘 흡수한 티가 나는 것도 좋습니다. 국방 외교에서든 큰 사회갈등에서든 “전략적 모호함”을 자주 써야함을 아는 것도 큰 플러스입니다.
저는 심상정 후보의 노동권 격상과 직접민주제 장치 확대, 그리고 강경한 보편인권론을 지지합니다. 최저임금제의 세부 패키지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접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여러 파급 기획 등 노동 분야에서 숙제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안철수 후보가 강변하는 기업간 공정거래 강화를 지지합니다. 신성장동력(“미래 먹거리”) 의제도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으면 안될, 단순한 경제지표 너머 지역사회의 재구성과 복지까지 두루두루 중요하게 연관되는 이야기죠.
저는 유승민 후보가 에두르지 않는 복지 증세 논의를 지지합니다. 정부의 전향적 역할은 돈이 들고, 그것을 회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홍준표 후보가 한번씩 터트리는 ‘지친 노인네’ 개그를 지지합니다.
!@#… 한편, 저는 여러가지가 도저히 성에 차지 않습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가 토론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 실언한 것과 그에 연계된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 후퇴 등, 적극적 보장이 필요한 인권 범주를 시대적 요구만큼 따라잡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것이 난감합니다. 갑작스런 논제에 대한 대응 순발력이 떨어지는 점은, 외교든 국내 갈등 조종이든 실시간 대규모 다수-대-다수 미디어 시대에 당연히 적잖은 약점이 될 것입니다.
저는 심상정 후보의 안보 정책은 대체로 다 약점이라고 봅니다. 평화라는 컨셉이야 고결합니다만, 전작권이라는 지극히 실무적 문제를 여전히 주권 자존심처럼 여긴다든지,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카드로 건다든지, 균형을 위한 실제 레버리지 구도가 없다든지. 예전 정의당에서 내놓은 예비내각 플랜도 반쯤은 이벤트성이었다고는 해도 충격적으로 부실했죠(예: 정부 부처로서의 언론개혁부). 또한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기본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면서 고집스레, 자연스레 사회어젠다를 관철시키는 자리인데, 구 민주노동당부터 정당지도부로서의 내부 갈등 해결 기록이 좋지 않습니다. 아.. 사회 전반의 다양한 직능 조직화,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행정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의 내각제 추진도 망함의 지름길입니다.
저는 안철수 후보의 감정 통제 부족을 경계합니다. 높은 스트레스 속에서 의뭉스런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물 밑에서 치열하게 체계를 바꿔나가는 직책이니까요. 의원 보좌관에게 교수인 부인의 사적 일을 시키도록 방조한 공사 구분 문제는, 제가 그쪽 업계와 관련이 있는지라 좀 더 큰 약점으로 느껴집니다. 선거광고 캠페인의 내실보다는 파격을 위한 파격도, 대통령직에서 잘못하면 좀 더 진지한 무리수가 되겠죠.
저는 유승민 후보가 합리성의 외피 아래, 비건설적인 비약으로 국가비전을 꾸리는 것을 매우 대단히 심히 굉장히 경계합니다. 미국으로 치면 딱 공화당 하원의장 폴 라이언이랄까요. 제왕적 대통령 막자면서 국회의원 줄이기 드립, 비정규직 사용총량제 같은 노동권 강화를 논하면서 막상 노동이사제를 반대하고, 공공일자리의 재원은 집요하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창업국가 모델로 민간 고용이 늘어난다는 순박한 도약을 합니다. 그러면서 우익표를 긁어오기 위해서는 “주적” 같은 색깔론도 마다하지 않죠.
저는 홍준표 후보가 사퇴 안하고 버티는 것 자체를 경계합니다. 색깔론, 공안본색, 인권파탄, 노동권 탄압 예고, 돼지발정제. 홍준표 후보에게 지지표를 보내는 모든 분들에게는 현대 민주사회 시민소양 재교육 16주 코스를 강제 이수시키면 좋겠습니다. 아니, 32주로 늘립시다.
!@#… 문재인의 정치적 맷집에, 심상정의 진보 의제 집중력에, 안철수의 정혐층 흡수력에, 유승민의 합리성으로 포장하는 능력에, 홍준표의 멘탈관리를 두루 합친 퓨전통합 후보가 있다면 재밌을 겁니다. 그런건 현실에 없지만, 그래도
저는 문재인 후보가 어쨌든 지난 4년간 민주당을 통해서 필요에 따라서 과감한 정쟁과 포용적 통치 능력을 두루 발휘한 것에 희망을 겁니다. 지난 대선에서 페미니즘이나 호남차별 이슈에 보였던 무지를 일부 개선하는 등 학습능력도 있습니다. 정당의 역량, 특히 진보적 사회관의 여러 스타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팀을 이룰 때, 바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수준의 민주제 세부 제도의 수선과 업그레이드에 적절합니다. 공영언론의 그간 망함을 개혁해야한다고 MBC에 출연해서 대놓고 말하는 심지 있는 강온전략이, 더 많은 사회 진보 의제에 적용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심상정 후보가 21세기의 진보정당 역사 속에서, 노동을 중심 의제로 국가구 행정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지금까지 가운데 가장 진화한 시도임에 희망을 겁니다(소싯적 민주노동당의 코리아연방제 드립의 망함을 기억합니다). 진보적 의제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기반 위에 서는 진보정당 운동은 아직 훨씬 더 나아가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사회진보의 수요를 정치과정에 반영해주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안철수 후보의 귀여움에 희망을 겁니… 아 아니, 미래 기술변동에 대한 상당히 구체적인 인식력에 희망을 겁니다.
저는 유승민 후보가 홍준표가 아님에 희망을 겁니다. 한국에서 보수를 표방하려면 꼭 반민주적 파시스트여야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홍준표 후보에게 희망을 걸지 않습니다. 사퇴합시다.
!@#… 결과적으로 누가 당선되어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는 건설적인 채찍이 필요합니다. 지지표명을 통해서, 항의를 통해서, 협업을 통해서, 불복종을 통해서 말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채근할 것입니다. 더 넓고 적극적으로 인권을 당당하게 체화하고 표현하라고.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을 끌어안으라고.
심상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채근할 것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사람들까지 얼러주면서도 결국 필요한 의제를 진전시키고야 마는 그야말로 “대통령적 지도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국감현장의 의원이 아니니까요.
안철수 후보가 당선된다면, 채근할 것입니다. 그만 좀 삐지시라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된다면, 채근할 것입니다. 합리적 지향점을 어쨌든 취입한 것까지는 좋은데, 정말로 앞뒤가 맞는 정책 패키지들을 맞춰내라고.
홍준표 후보가 당선된다면, 채근할 것입니다. 하야하라고.
!@#… 그렇게 투표의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비판적 지지, 정치공학 그런 화려한 생각들을 제가 막을 수야 없겠지만, 어떤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가, 그 중 지금 고쳐야할 기반을 어떻게 얼마나 다지는 것이 가능한가, 무엇보다 대통령이란 행정직이 맡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 지니고 있는 생각을 적당히 따르시길 바랍니다. 다들 즐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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