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선거시기 반복하는 참여 독려 격문, 2016년 총선용 버전입니다. 몇 가지 일반론적 인식을 소개하는 무난한 글입니다. 제가 여러분과 같은 후보자를 지지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합리적 선택의 방법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좋은 일입니다.
!@#… 사회에 대해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즉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투표에 참여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겠죠. 그간 크게 불만있는 이슈들이 뭐든 있었다면(어제 일 기억하기도 힘든 세상인 것은 잘 알지만, 기억을 더도 말고 한 1년 어치만 되돌려보세요) 그것을 표에 반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역사적 정의에 대한 생각이든, 민주제에 대한 성찰이든,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이뤄냈으면 하는 소망이든, 혹은 비교적 최근의 구체적 이슈 중 하나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역시 현 정권 하에서 질적으로 크게 후진한 사회 운영이 고려대상일 수 밖에 없고, 특히 최근의 테러방지빙자국정원권력남용법 강행 저지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났다고 봅니다. 여기에 좀 더 장기적인 문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도 언듯 보이면 좋겠고 뭐 그렇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턱대고 일꾼 자처하기보다는 지역정치에 대한 비전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정치적 효능감을 제공해줄 수 있는 쪽이 좋겠죠.
좋든 싫든 선거는 현재 한국에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든 내 밥그릇을 위해서든) 사회 굴러가는 흐름에 직접 개입할 수있는 별로 많지 않은 경로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늘 어렵고 일시적이지만, 안하면 확실히 시궁창이죠. 표 토해내는 호구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먹이를 주는 손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거를 자주하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운 좋으면, 문제해결적 사고를 가진 이에게 일을 시킬 수 있겠죠.
물론 당연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고작 내 투표가 바꾸긴 뭘 바꾸겠는가. 당신의 투표 한장이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당신 자신입니다. 스스로 덜 귀찮은 세상을 위해서라도 조금 관심 할애할 가치가 있죠. 백시위불여일선거, 백선거불여일제도라고 했는데, 결국 제도가 짱이고 그걸 위해 조직화를 해야하지만 그래도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선거. 혹은 당신은 사실은 열심히 알아봤는데도 원하는 사람이 없고 현재 정치판 자체를 뒤엎고 싶은 소신에 의한 투표거부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 거버넌스 기술으로는, 소신에 의한 투표거부와 무관심에 의한 투표 방기를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주 도매급으로 자존심 상할 일이죠.
어떤 식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선택을 할까요. 뜨거운 열정도 좋은 동기부여지만, 하지만, 좀 딱딱해도 합리적 이성과 함께 할 때 아주 약간이나마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합니다. 뉴스로 정보를 흡수하되 그들이 종종 부추키는 정치환멸의 오락성은 경계해야겠죠. 이념이라는 큰 틀 또한 여전히 중요합니다. 비록 이번 선거는 유독 정책 비전보다 계파와 셈법 중심의 구도가 부각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대충 구색맞추기로 막판에 끼워넣었는지 정말로 현실적 정책을 연구했는지는 약간만 살펴보면 뻔히 나옵니다(살펴보는 과정에서는 이왕이면 모르는 부분을 인정함으로서 알려고 하는 자세를 장착하면 좋습니다). 정치구도를 따지는 것의 스릴과 재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저는 사표론이니 비지론이니 하는 것에 휘둘리는 분들을 안타까워 합니다. 여론조사는 적당히 비판적으로 참조하시고, 민주주의에 득템주의를 적용하지 마시고, 그놈이 그놈이다가 아니라 상대평가임을 살짝 상기하시면 좋겠습니다.
아, 개인적으로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애정으로 뭔가를 판단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민주제에 대한 가치관과 기타 여러 생각을 해온 바, 저는 대등한 시민들 사이 다양성의 적극적이고 평등한 존중, 노동 가치와 분배를 현재와 미래 사회 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 제도화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게 사회 진보란 “함께 합의하며 존엄을 누리고자 하는 노력“이 제도화된 실체로서 자리잡는 것입니다. 반면 공안사회 판타지, 부당한 노동 차별의 영속, 세뇌적 교육, 권력형 공영 언론 등을 가꿔내는 이들의 정치로 이 사회가 형편없이 망가지는 것을 방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대충 나만 상황을 모면하고 장땡인 기복정당 지지를 하기에는 아직 조금이나마 인지잉여가 남아있습니다. 그 결과 좀 더 냉철하게 움직이는 진보정당의 정착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고, 민주당(의 여러 환생) 안에서 노동, 인권 등 진보 의제를 추진하는 이들도 더 많이 당선되어 강고한 세력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비례대표 인사의 면면이나 정책 포부, 소통과정을 둘러싼 소동을 보며 참을 수 없는 한심함이 솟을 때가 적잖이 있지만, 큰 틀에서의 가치를 우선 놓고 타협하며 걸러내며 여하튼 뭔가 선택할 수 밖에 없죠.
다른 쪽을 지지하시는 분들도 각자의 지지 방향을 가지고 계실텐데, 한번씩 스스로의 자동화된 믿음, 가치 논리, 도구적 판단 등을 찬찬히 펼쳐놓고 함께 공유할 부분들을 스스로 성찰해보면 좋을 듯 합니다. 당장 자동화된 공약 기반 자가진단부터 잠시 해보는 것도 괜찮은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안을 더욱 널리 퍼트려주시는 것도 함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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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010년 포스팅 기반, 매번 큰 선거마다 매우 조금씩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