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는, 문화콘텐츠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문화산업분쟁조정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마디로, 법적 소송이 아닌 분쟁조정을 통해서 융통성 있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중간단계를 각 문화산업 분야에 적용시키겠다는 것. capcold 생각에도 이것은 무척 필요한 숙원사업이고, 저작권 개념의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 그래서 각 문화산업 파트별로 구체적인 분쟁 유형을 정리하는 작업중이라고 하는데, 여차저차 만화 파트에 대해서 정리해주기로 했다. 괜히 기합만 들어가서 마감일도 넘겨버렸지만, 여튼 제출완료. 만화산업의 특성에 대해서 문외한이라도 전체적인 상을 알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목표. 정리해놓고 보니, 나중에 만화산업 관련 강의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한 모양새. 뭐 최종 보고서에 이대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내가 보낸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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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산업 분쟁의 패턴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에서 만화는 대중문화 매체 가운데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를 구가해온 장르다. 동급의 일반 문자 서적보다 월등하게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며, 그것에 기반한 대중오락으로서의 특성을 특히 고도로 발달시킴으로써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중문화 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가능성을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만화를 창작하고 유통 및 향유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정비상태가 열악한 편이어서, 창작물에 대한 인격권적인 권리와 금전적인 갈등, 소비자 권리의 제한 등 크고 작은 분쟁 사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문에서는 이런 사안들을 구조적으로 분류 제시함으로써 중재와 해결 모색에 참고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1. 한국 만화산업의 유통 구조
– 한국 만화산업의 유통구조는 다양한 경로로 분화되어 있다. 만화산업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 총판 유통
– 비중으로 볼 때 만화 유통의 가장 주류적인 방식이다. 지역단위 총판 업자가 만화 및 장르오락소설(무협, 환타지, 할리퀸로맨스 등)의 유통에 특화되어 담당하고 있다. 저가에 분량이 많고 연속 발행 패턴이 강한 특성을 고려, 전문화되어 있다.
1) 대여점 : 출판사에서 총판에 유통을 의뢰하는 서적을 담당 지역의 도서(만화)대여점에 직접 공급한다. 일반 소매용으로 제작되는 책들과 같은 제품을 제공한다.
2) 대본소 : 대본소(만화가게) 내 열람 전용으로 제작된 서적을 담당 지역의 대본소에 직접 공급한다. 해당 제품은 일반 소매용이나 대여점용으로는 공급되지 않는다.
3) 일반 소매 : 대여점/대본소 공급이 총판 업무의 대부분이지만, 일반 소매용 매장을 통해서 개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업자들도 소수 있다. 주로 ‘만화전문서점’의 형태로 운영된다.
나. 서점 유통
– 만화 전문 총판을 통하지 않고, 일반 문자 서적과 동일하게 서점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분량이 적은 작품에 특화하는 일부 출판사들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 온라인 경로
– 온라인을 통해서 작품 콘텐츠를 유통한다. 유통과정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수렴하는 작품 메니지먼트 회사, 그리고 그것을 온라인 만화방의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업자의 두 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창작자가 모든 유통 역할을 단독으로 직접 맡아서 진행하는 소수의 사례도 발견된다.
2. 단계별 갈등 사안
– 창작, 출판, 유통, 향유, 2차 활용등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유형을 정리한다.
가. 창작과정
흔히 만화는 혼자 창작한다고 인식되어 왔고 실제로 혼자 창작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주류 산업화된 구조 속에서는 1인 이상 인력들의 분업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창작의 과정에서, 각각 참여인력의 창작물에 대한 지분 확보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1) 공동창작 수익 배분 : 대표적인 경우는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의 역할이 분업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시각적 표현으로 서술하는 만화의 특성상 그림 작가가 창작의 메인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토리 작가의 창작 지분을 인정하여 인세 등의 저작권 수익을 배분한다. 관례적으로는 그림작가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인세가 배분되고 있으나(예: 6-4, 7-3), 창작 공헌도 및 개별 하위 장르 특성 등에 따라서 배분비율은 동등하거나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저작권 수익 분배 비율의 공정성에 대한 창작자간의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현존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전에 계약을 통해서 규정짓기보다는 공동창작자라는 모호한 인간적 관계 위에서 창작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갈등의 소지가 많다.
2) 창작참여 작업 보상 : 그림 원고 완성을 위한 일반 조력 역할을 업계 용어로 ‘어시(스턴트)’라고 칭한다. 이들은 연필 데생 위에 펜선 입히기, 배경 그림 채워넣기, 채색 및 특수효과 등 다양한 보조작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단위 시간당 원고 생산량이 많은 작품일 수록 이들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작가와 정식 계약을 맺고 직원으로 고용되기 보다는 임시적인 아르바이트의 형식으로 관계 지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임금 삭감 및 체불 등의 금전적 보상이 갈등사안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는 ‘문하생’이라는 명칭으로, 일종의 실습형 도제 관계로 맺어진 경우도 많았는데, 이 경우 금전적 보상에서 나오는 갈등의 해결이 관계의 특성 때문에 더욱 어렵다. 나아가 과도한 노동력 착취라든지, 비인격적 대우 등의 문제로 인한 분쟁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사례: 장태관 작가 고소사건 / 2002년 5월, 장태관 화실 문하생 2인이 장태관씨를 “상습폭행, 성희롱, 협박, 사기 혐의로 고소. 이 전에 화실을 떠난 7인이 추가 고소.]
3) 참여인력의 저작인격권 : 창작에 핵심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체들을 작품의 창작자로서 공표하는 것은 저작권의 중요한 일부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림작가가 전체 작품의 단독 창작자로서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것은 많은 경우 스토리 작가, 기획자 등 여러 창작 참여 주체들의 저작인격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류 장르로서 고도로 체계화 및 분업화되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더욱, 누구를 또는 누구까지를 창작자로서 저작인격권을 인정해 줄 것인가는 분쟁의 소지가 된다.
나. 출판과정
1) 연재
주류 출판만화에서 인기작으로 발돋움하는 길 가운데 하나는 잡지 연재를 거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고료지급을 통한 생계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급부로, 연재라는 발표형식을 거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분쟁 역시 항상 도사리고 있다.
– 연재조건 : 연재의 경우, 연재지면 제공자로부터 원고 페이지 숫자에 기반한 원고료를 받는다. 고료의 수준은 회사 및 지면마다 다르며, 신인/중견, 일반/인기작가, 장르에 따라서 여러 단계로 차등화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것이 일종의 영업비밀처럼 취급받기 때문에 일반 공개되지 않고, 나아가 작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드물다. 따라서 고료 체불, 장기 연재에 따른 고료 인상 또는 사업 사정에 따른 고료 삭감 등 다양한 변경사항에 있어서 취약하다. 이러한 구두 합의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해결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정적 지면 배정(페이지 숫자 보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다.
[사례: 스포츠 일간지 ‘굿데이’ 사건. 2004년 4월. 김준범, 심차섭 등 연재작가들에게 고료 지급 장기 체납 및 타 지면 무단 도용으로 인하여 연재중단 ]
– 지속성 : 연재 지면에서 작품이 내용적으로 완성되기 전에 연재를 중단시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인기 부진이라는 나름대로의 경영판단과 작가사정에 의한 합의라는 경우도 있지만, 합리적인 근거 없이 연재 중단을 종용하여 마찰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 지면 편성권을 쥐고 있는 출판사의 결정에 작가가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불평등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독자 커뮤니티의 힘을 빌려서 이러한 분쟁사안들이 공론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례:
– 자체 심의 : 작품 연재시 편집부의 판단에 따라서 표현의 수위에 조절을 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만화의 특성상, 편집부에서의 자체 심의/검열의 기준이 사회적 규범보다 엄격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 역시 이전에는 출판사가 절대적인 목소리를 강요했으나, 최근들어서 독자 커뮤니티의 힘을 업고 분쟁사안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사례: <주희주리(양여진) 4페이지 자체 삭제 사건. 2003년 4월. 잡지 <비쥬>에 연재중. 성행위를 암시하는 장면이 묘사되었다는 판단 하에 출판사가 작가합의 없이 자체 삭제했고, 이후에 독자 커뮤니티 사이에서 공론화.]
2) 단행본 계약
단행본은 잡지 연재를 거친 원고를 묶어서 내는 경우, 또는 처음부터 단행본으로 제작하는 경우 등 두 가지를 포괄한다. 전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연재 당시의 원고와는 별개로 통상적인 인세가 지급된다.
– 저작권료 지불 : 출판에 대한 저작권료는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인세와, 원고 사용권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매절, 그리고 두 가지를 혼합하는 인센티브제 등의 형태 가운데 한 가지 방식으로 지급된다. 이러한 지급 방식의 선택 및 세부적인 내용이 상호 합의에 의거하지 않을 때 분쟁이 발생한다. 특히 정식 계약서가 아닌 구두합의로 출판을 시작하거나 계약서 자체가 조항이 부실한 경우, 지급 조건 변경을 합의하고자 하는 경우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긴다. 매절로 합의를 보고 시작하였으나 예기치 못한 대형 히트를 기록한 후 인세 제도로 지급을 요구하거나, 인세 비율 인상/인하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 출판부수 공개 : 인세 또는 인센티브제로 계약한 경우, 출판물의 제작 부수가 지급 총액의 핵심 결정요소다. 하지만 출판사가 창작자에게 지정된 시기에 정기적으로 출판 부수를 공개할 의무가 명시된 계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하지 않았다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 특히 재고 등 유통 현황 파악이 쉽지 않은 만화의 특성상, 실제 출판부수를 둘러싼 분쟁 발발의 소지가 다분하다.
[사례: <그리스로마 신화>(홍은영) 인세 미지급 사건. 2004년 7월 기자회견. 가나 출판사 전 편집장 표광소씨의 증언에 따르면 출판사는 작가에게 당시 1000만부 가량의 누적 판매 부수 가운데 370만부에 해당하는 인세만 지급했으며, 자료공개를 거부/은폐 했다고 함)
– 계약종료와 갱신 : 만화의 경우 단권으로 끝나는 경우보다는 장기적으로 시리즈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리즈의 지속 기간 동안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서 계약조건을 변경할 소요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때 가장 합리적인 것은 구 계약의 계약기간/조건 만료에 따른 갱신 시에 변화된 조건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발생하는 분쟁에서는 출판권 설정이 어떤 경우에서 종료 또는 파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유권 해석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원고 인도 시기, 지정된 출판 부수 엄수, 제작 품질관리 등의 조건들이 이러한 분쟁 요소가 된다. 이외에도 작가나 출판사가 갱신 과정에서 과도한 조건 변경 요구를 하는 등의 분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만, 계약서에 같은 조건으로 자동 갱신이 되도록 조항을 넣는 등의 불리한 조항이 달려있는 경우도 있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3) 원고 훼손
만화의 특성상, 디지털 데이터로 작성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제 원고가 존재한다. 원래부터 만화는 대량 복제와 출판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림으로 되어있는 이러한 수제 원고는 예술품 원본으로서의 가치라는 이중적 속성을 겸비하고 있다. 따라서 제작용 필름이 남아있어서 추가 출판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수제 원고의 훼손은 창작자
에 대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훼손은 부분적인 파손, 원고 분실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본으로서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할 것인가는 작가, 작품내용, 출판사 등에 따라서 다르게 나올 수 밖에 없는 분쟁의 대상이 된다.
[사례: <고우영의 십팔사략>(고우영) 원고 분실 소송. 2004년 6월 판결. 동아출판사에서 해당 작품의 원고를 분실하여 6억원 상당의 고소를 당했으나, 추가출판에는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액을 7000만원으로 주장. 재판 결과 1억880여만원 배상으로 원고 일부 승소.]
다. 유통과정
1) 재고/판매현황 파악 : 다품종 대량생산 위주로 움직이고 있는 주류 만화 출판사의 유통구조에서는 정확한 재고 파악이 쉽지 않으며, 전산 네트워크로 통일되어 있지도 않다. 나아가 군소 총판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유통구조 역시 판매 및 재고 현황의 파악을 힘들게 만드는 주범이다. 심지어 출판 계약을 맺을 때 창작자가 출판부수가 아닌 판매부수에 맞추어 저작권료를 지급받도록 계약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정작 판매현황 자체는 자료 수집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십상이다. 따라서 자료의 정확성 여부에 대하여 창작자-출판사, 출판사-총판, 총판-개별 사업자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 할 수 있다.
2) 덤핑 : 계약상의 출판 라이센스 취득 기간이 넘어간 도서, 대여점 폐업에 따른 대량 중고서적, 복잡한 재고파악의 과정에서 누락되어 남아버린 ‘여분’ 도서 등을 총판에서 염가로 재판매하는 경우를 업계용어로 ‘덤핑’이라고 칭한다. 여기에 원래 라이센스 만료와 함께 유통 자체가 중단되어야 하는 서적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갈등이 발생한다. 또한 여분도서의 경우 역시 출판사와 창작자의 저작권료 지분이 실질적으로 없는 상태로 유통되며 판매통계 등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담고 있다.
3) 심의 : 1997년 만들어진 청소년보호법의 조항에 따라서, 미성년자 열람불가 만화도서는 일정 기준을 채운 별도 서가에 비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서점들의 경우 해당 기준을 충족할 공간을 마련하기보다는 성인만화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 쪽으로 사업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판가름이 사후심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판결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이 발간된 후에도 ‘청소년 유해물’로 판결날만한 나름대로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책의 유통을 아예 유보하는 서점도 적지 않다. 게다가 권 단위로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수십권에 달하는 인기 시리즈일지라도 중간에 한 권이 유해물로 판결나면 전체 시리즈를 판매대에 올리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심의 방식, 결과와 시기, 나아가 심의 제도 자체가 출판사, 서점, 독자들을 아우르는 중요한 분쟁사안이 된다.
4) 온라인 전송 및 기타 재활용 : 작품을 온라인 상에서 공개하는 것에 대한 세부 조건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공개 기간, 공개 온라인 공간의 한정, 동시에 공개되는 페이지 또는 연재 횟수의 한정 등에 대한 조율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자유롭게 개제되는 경우가 초창기 대형 만화 포털 사이트에서 자주 발생한 분쟁이었다. 클릭수나 인기순위에 따른 인세 배분이나 인센티브 지급을 도입하는 경우 역시 이용 통계 자료의 정확성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 이외에도, 해당 작품을 다른 지면을 통해서 공개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부족할 경우 분쟁이 발생한다. 홍보 목적으로 타지면에 무료제공하는 경우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분쟁의 여지는 여전히 높다.
[사례: <시방새>(김준범) 무단 연재 사건. 2004년 4월. 스포츠 일간지 ‘굿데이’에서 연재중인 위 작품을 신문사측에서 작가와 사전협의 없이 미주판 중앙일보에 동시 개제했다.]
라. 향유과정
1) 대여권 : 만화를 입수하여 독서하는 방식 가운데, 한국에서는 도서대여점에서 대여하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대여행위 자체에서 고객과 대여점 사이에서 거래되는 경제활동에는 출판사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가 실질적으로 제외되어 있다. 즉 경제구조에서는 대여점이 최종 소비자이고 실제 독자들의 성원은 논외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하여 다양한 만화계 주체들이 여러 방안을 모색중이다. 대여행위를 자체를 금지시키자는 초창기의 과열현상을 넘어서서, 이제는 저작권자가 대여 허가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며, 독자의 대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효과에 저작권 사용료의 지분을 포함시키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재는 이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적 모델을 찾는 와중에서 분쟁 소요가 생기고 있는 양상이며, 제도개선이 완료된 후에는 개별 작품/출판사 단위로 대여권한의 범위, 저작권료의 징수와 배분에 관한 더욱 복합적인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2) 반품 수요 : 주류 만화출판의 경우 단기간 대량 다종 생산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다가, 그림과 문자를 동시에 활발하게 활용하는 특성상 동급의 여타 문자서적보다 불량품 발생 확률이 높은 편이다. 잉크번짐, 종이 파손, 식자 어긋남 또는 결손 등 만화 특유의 불량 발생과 더불어 제본 불량 같은 서적 일반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이러한 경우 반품과 리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보호 및 소비자 권익 확보라는 흐름에 발맞추어 생기는 이러한 분쟁 역시 앞으로 점차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례: <피플>(이진경) 재제작 사건. 2004년 12월. 2004년 1월에 출시된 판본에서 발생한 식자 실수 등 몇가지 불량요인으로 인하여 창작자가 출판사에 리콜 요구. 12월에 새로운 판형으로 재작업하여 재판매 및 이전 일반 구매 고객에게 무료 교환 실시.]
3) 독자 커뮤니티 콘텐츠의 소유권 : 이 문제는 비단 만화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화 분야의 특성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독자 커뮤니티의 결속력이 강하며, 작품 분석, 패러디, 관련 동인지 활동 등이 활발하고, 또한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온라인 활동 역시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형성된 동호회가 특정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 공간에 속해있을 경우, 해당 콘텐츠의 서비스 권한에 대해서 동호회원과 서비스업자 사이에서 유권해석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년 이상 존재하며 콘텐츠가 축적된 유명 커뮤니티 공간일 경우 더욱, 현재 운영진이 모든 콘텐츠에 대한 이동이나 삭제 권한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충돌이 발생한다.
[사례: 하이텔 애니메이트 콘텐츠 도용 사건. 2004년 1월. 하이텔의 VT사업 철수 발표에 따라, 만화/애니 동호회 <애니메이트>가 하이텔 서비스로부터 독립하여 독자 공간으로 이전하고 하이텔 공간의 글 및 그림 자료 일체를 삭제하기로 결정. 하이텔 측은 과거 게시물의 권한은 모두 개별 게시자에 있고, 서비스 권한은 자신들에 있다는 주장 하에, 자료 삭제 권한 박탈. 언론보도 등 문제가 커지자 하이텔이 자료 삭제에 합의.]
마. 2차활용
만화가 대중문화로서 각광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높은 호환성 때문이다. 같은 만화 매체 내에서 유사한 이미지를 이어받아 장르화시키는 것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만화에서 만들어낸 서사 및 시각 콘텐츠를 타 매체로 이식하는 것 역시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만화 향유층 특유의 강한 커뮤니티성 즉 고정팬층 형성 덕분에 더욱 매력적인 소스로 인식되고 있다. 나아가 출판시장의 장기불황 때문에 만화계 자체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활기는 반대급부로 여러 분쟁 소요를 담고 있기도 하다.
1) 매체이식 라이센스
만화를 게임,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등 다른 매체로 이식을 할 경우 발생하는 저작권 사용 권한에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한다.
– 계약주체 : 원작을 활용하고자 하는 측은 해당 미디어 제작자 자신일 수도, 혹은 전문 저작권 중개인이 개입되어 활동할 수도 있다. 원작을 제공하는 측 역시 창작자 개인, 또는 해당 작품의 출판권을 현재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와 공동으로 협상하고 있을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저작권 사용을 허가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정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확률은 결코 낮지 않다. 이것은 저작권 사용료(원작료)의 지급대상, 그리고 최종 지급대상인 창작자에게 돌아갈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와 출판사와 출판권 인도 계약에 포괄적인 2차 활용 조항이 들어있는 경우 이를 둘러싼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나아가, 2차 활용을 위해서 제공되는 콘텐츠에 과연 당초 창작자의 창작 지분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지는 중요한 분쟁 대상이다. 창작자에게 2차 활용 콘텐츠의 저작권(인격권 및 재산권)이 있는지, 즉 창작자가 계약 주체에 포함되어야할 것인지 그 자체를 결정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작 콘텐츠 및 2차 활용 콘텐츠의 내용을 질적 분석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분쟁으로, 법적 판단력 이외에도 해당 장르 콘텐츠 속성 자체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소요된다.
[사례1: <그리스로마 신화>(홍은영) 애니메이션 판권 관련 고소. 2004년 1월. 해당 작품의 출판사인 가나 출판사가 작가 동의 없이 SBS와 저작권 계약을 하여 애니메이션 시리즈 <올림포스 가디언>을 제작하도록 합의. 출판사는 SBS에서 제작하는 2차 콘텐츠는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일반적인 것에 불과함으로, 홍씨가 저작권 지분을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침.]
[사례2: <리니지>(신일숙) 온라인 게임 2차 활용 관련 합의. 2001년 12월. 신씨의 만화 <리니지>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 온라인 게임이 높은 인기에 힘입어 캐릭터 사업 등 2차 활용 사업을 시도. 2차 활용하는 이미지는 신씨의 작품이 아닌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것임으로, 작가에게 저작권이 없음을 주장. 결국 법정 판결 이전에 작가의 저작권 인정 합의.]
– 저작권 사용료 지급 : 저작권 사용료를 어떤 기준에 따라서 어느 만큼 지급해야 하는가 역시 중요한 분쟁대상이다. 정액 지급이 아닌 수익 배분의 경우라면 2차 활용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이익이 발생했는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보를 저작권자에게 보고해야 하는데, 품목에 따라서는 그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데다가 자료 정확성에 대한 검증을 요구받을 수 있다. 저작권 사용기간 및 기타 제한 조건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2) 유사성 문제
– 표절 : 사회적인 기준에 의한 표절은,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의 중요한 핵심 요소들을 무단으로 활용했음이 널리 인정되며, 그러한 요소들을 가지고 왔음을 공식적으로 부인할 때 성립된다. 국내 만화를 표절하였을 경우, 해외 만화를 표절하였을 경우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저작권의 친고죄 성격을 고려할 때 후자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표절로 판명나도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표절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는 표절로 판명을 하기 위한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법적인 표절 기준은 대부분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현실적으로 허점이 많아서 사회적 기준과 합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전문적 식견에 바탕을 둔 중재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매체에서 특정 만화의 내용을 표절하는 경우, 또는 그 반대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바람의 나라>(김진) 표절의혹. 2004년 9월. 사극 ‘태왕사신기’의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드라마 핵심 컨셉 내용이 만화 <바람의 나라>의 세계관과 역사해석을 무단도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만화독자층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음. 제작진은 이를 공식부인 중이며, 이에 반해 유사성을 입증하고자 하는 비교자료가 팬클럽을 중심으로 배포중.]
– 오마쥬/패러디 : 다른 작품의 설정을 가지고 왔지만, 그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두 가지 경우가 오마쥬와 패러디다. 전자는 해당 작품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는 재해석을, 후자는 작품의 권위를 해체하는 유머러스한 재활용을 내용으로 한다. 이 경우 법적으로 표절이나 무단도용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2차 창작물들이 원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지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만화의 경우 아마추어 동인들의 오마쥬/패러디 창작 및 관련 상품 제작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프로 작가 사이에서도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분쟁 발생시 맥락에 의거한 사안별 접근이 절실하다.
3) 불법유통
– 해적판 : 저작자의 명백한 동의 없이 출판이 이루어지는 것을 해적판 출판물이라고 칭한다. 소형 불법 출판사에서 해적판을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원래의 출판사라고 할지라도 저작자와의 출판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별도의 계약연장 없이 출판이 지속되고 있으면 법적으로 해적판에 해당된다. 이 경우 배상금을 둘러싸고 계약 기간에 대한 기준시점, 계약 연장의 자동 진행 등 여러 조항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 온라인 불법 공유 : 통신인구의 증가, 고속통신 장비의 폭넓은 보급을 틈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상용 서적의 스캔본이 대량으로 불법 유통되는 등의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특정 기업의 영리서비스가 아닌 개인 인터넷 사용자, 특히 청소년들에 의하여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 경우 분쟁의 여지는 개별 사용자에게 어떻게 징계의 수위를 맞출 것이며, 불법공유를 조장하는 서비스 업체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배상청구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가 등이다. 저작권법적으로 보호되는 사적 복제의 범위와 공적 자료 활용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소수 경우를 가려낸 후, 나머지 부분에 대한 명확하고 실용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3. 만화산업 분쟁 고려사항
– 다음은 분쟁의 중재/해결 모색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만화산업 특유의 몇가지 특성들이다.
가. 유통시스템의 영세성
– 지난 수십년간 만화 유통 시스템의 주류를 이루어 온 것은 총판 시스템이다. 수많은 군소 지역 총판이 난립해 있는 관계로, 통합된 유통 개혁이나 데이터수집이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다. 더욱이 총판과 출판사 사이에서 보증금 및 어음 거래로 엮여지는 관행, 반품 거래, 단기간 다품종 다량 생산 방식으로 인한 유통 과부하 등 시스템 전반이 영세성/낙후성을 자력으로 탈출하기 힘든 상태에 처해 있다. 유통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조건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 힘들다.
나. 저자본 가내수공업성 창작방식
– 만화는 기업화된 분업구조를 시도한 몇몇 창작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가내수공업의 방식으로 창작된다. 1인 또는 1인 이상의 소수 그룹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에 창작 지분을 투입한다. 완성 작품을 위한 제작비 자체는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편이지만, 제작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또한 인적 구성과 그들간의 관계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분쟁 발생 및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다. 높은 커뮤니티성과 독자 주체성
– 만화의 경우 독자와 창작자 간의 터울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독자로 시작하여 동인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가 온라인 또는 지면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수십년간 자연스럽게 이어져왔다. 주체성 강한 독자들이기 때문에 서로 취향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자체적으로 만화상을 운영하고, 만화계의 각종 사안에 직접 개입하는 등 각종 적극적 활동에 앞장서는 모습이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의 권리, 즉 좋은 품질의 작품을 합리적으로 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방안을 찾는 일에 있어서 항상 당면과제이어야 한다.
라. 전문 조율 인력의 부족
– 작가와 출판인, 유통업자와는 달리, 매니저, 기획자 등 전문적인 조율 인력은 만화계에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인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인접 분야의 인력들이 그 빈자리를 매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만화 문화 및 산업의 특성에 대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이러한 전문 조율 인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계약 단계 자체에서 다양한 초보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즉 만화의 분쟁해결에 있어서는 분쟁을 적극적으로 사전에 중재할 수 있는 만화계 내부의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 주요 기관
1) 작가단체
(사)한국만화가 협회
(사)우리만화 연구회
한국 여성만화인협의회 외.
2) 지원기관 및 단체
(사)한국만화애니메이션 학회
(사)서울 애니메이션센터
(사)부천 만화정보센터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 외.
3) 출판업 및 유통업 단체
(사)한국만화출판협회
(사)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 외.
4) 아마추어 / 독자 단체
ACA (아마추어 만화인 연합)
독자만화대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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