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다

!@#… 세상에는 어처구니가 참 부족하다. 다음 글은 다른 꼭지들과 조율 후 웹진 두고보자 기획글로 재등장할 예정. 만화언론 ‘만’용 버전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 다듬어서 올려야…;; 여튼 우선 capcold블로그 버전으로 구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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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다

김낙호(만화연구가)

!@#… 잊을만 하면 다시 나오는, “한국만화 죽었다” 기사가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망해가는 한국만화계를 분연히 걱정하고 나서는 사람들. 이런 논조, 정겹기까지 하다.  이제는 심지어 만화계의 몰락을 반면교사 삼아 다른 분야에 교훈으로 적용하려는 시도까지. 덕분에 오마이뉴스 사이트에서 무려 대문에 한동안 걸려있기까지 했다고 한다.

!@#… 다른 이야기 더 꺼내기 전에, 먼저 본문 분석부터 들어가자. 원래 남의 글을 토막내서 토 다는 방식의 분석은 전체 맥락을 의도적으로 흐리는 효과가 있어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한 해당 부분을 ‘인용’만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거의 전문에 걸쳐서 팩트의 오류가 넘쳐나는 경우는 도저히 어쩔 수 없다.

한국 만화, 어떻게 무너졌는가
[오마이뉴스 2006-02-09 19:35] 유지호 기자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09772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는 한국만화의 황금기였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허영만의 <오 한강> <카멜레온의 시>, 박봉성의 <신의 아들>, 이재학의 <검신검귀>, 고행석의 <구영탄 시리즈> 등이 쏟아져 나왔다. 주택가 골목길마다 만화방이 들어서 전국적으로 2만여 개가 넘는 만화방이 있었고, 권당 2~5만부가 유통되던 시기였다.
 
=> 만화방이 만화유통의 중심이며 만화방의 번창이 곧 황금기라는 임의적 개념화. 잡지만화, 단행본 판매 등의 부문을 논외로 돌려버림. 게다가 공포의 외인구단은 80년대 초;;;

서점 마진분이 작가에게 지급되었기에 인세는 책값의 30%나 되었다. 아무튼 좋던 시절이었다.

=> 이 역시 만화방 유통이라는 특수성의 과잉일반화.

하지만 그 잘 나가던 한국만화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만화판 사람들의 표현대로 시장 자체가 없어졌다. 98년 정부가 일본만화의 수입을 허용한 순간 일어난 일이다.

=> 일본만화 정식 첫 수입은 89년 말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삼국지 부터. 이듬해 드래곤볼을 통해서 주류에서 대성.

출판사(자본주)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한국만화는 제작비를 선불로 줘야 하며 30%나 되는 인세를 줘야 한다. 그러다 종종 선불금을 떼이거나 손해를 보는 일도 발생한다. 그런데 일본만화는 불과 5%의 인세를, 그것도 ‘후불’로 주면 그만이었다.

=> 난데없이 만화방 만화(30% 인세)이야기와 잡지/단행본 이야기가 혼합.

더구나 일본만화에 비하면 한국만화는 경쟁력도 떨어진다. 100여 개의 만화잡지가 있고 5~6백만 부가 판매되는 만화잡지가 여러 개 존재하는 ‘망가천국’과는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다. 만화 원고료만 해도 수십 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니 출판사(자본주)들이 투자 위험 없는 쉬운 돈벌이를 두고 한국만화에 투자하려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 5-600만부 만화잡지가 여러개 존재하는 망가천국이 어딘지 참 궁금하다. 점프가 드래곤볼 전성기 당시 600만부를 넘겼던 것 외에는 현재 200만부 급으로 안정화. 일본의 만화 잡지 수… 고작 100여개라고? 원고료 수십배 차이는 지극히 임의적이고 근거없는 발언.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신인 레벨에서는 양국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할 따름이다. 인기에 따라서 고료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한국도 어차피 마찬가지.

출판사(자본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본만화 수입에 매달렸다. 곧 일본만화의 붐이 일어났다. 골목마다 들어섰던 만화방이 사라졌고 학교 앞 문방구엔 2000~3000원의 덤핑 가격에 일본만화가 깔렸다. <슬램덩크> <드래곤볼> 등은 수백만부가 팔렸고, 사라진 만화방을 대신하여 등장한 대여점의 책장은 일본만화로 가득 찼다. 일본만화를 수입한 업자들은 돈 방석 위에 앉았다. 이후 그들은 일본만화 수입에 매달렸고 일본 출판사와 수입계약을 맺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만화시장이 개방되고 채 1년도 안 되어 일어난 현상이다.

=> 덤핑이 아니라 원래 가격. 지금도 3500원 선. 그리고 처음 드래곤볼이 코믹스 판형 일본 라이센스 수입을 했을때는 정확히 1500원(90년). 그리고 대여점이 만화방을 ‘대신하여 등장했다’는 것은 사실무근. 만화시장 개방되고 1년도 안되어 일어난 현상이라는 주장 역시 사실무근. 90년대 초 단행본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던 시기 수년간 잡지 연재분량을 통한 것만이 단행본으로 나왔기 때문에 편수도 분량도 지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그 시기 동일 잡지의 한국만화들 가운데 100만부 클럽 다량 탄생.

그러자 좀 우스운 일이 일어났다. 일본 만화 출판사들이 한국만화 살리기 운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만화 시장이 지나치게 축소되면 비난 여론이 일어날 것이고, 자칫 일본만화 개방 정책에 변화가 오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일본만화를 수입할 수 있는 자들의 자격 조건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만화잡지를 일정부수 이상 발행하는 출판사만이 일본만화를 수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 실상은 일본 출판사 측에서, 한국서 잡지를 일정부수/종수 발행하는 출판사를 안정적 파트너로 인정했고 대형 히트작의 라이센스를 입찰시켰기 때문. 해당 국가의 만화시장에서 자국만화 비율은 이들에게 전혀 고려대상이 아님. 일본만화의 비율이 8-90%대를 넘나든지 오래인 대만의 사례를 참조.

99년경, 한국에 책 제작비용도 안 되는 1천 원짜리 만화잡지가 우르르 등장했던 것은 이런 까닭이다.

=> 99년 소년잡지 창간 붐 당시 1천원 잡지는 서울문화사의 자회사인 서울미디어랜드의 ‘히트’ 하나 뿐이었음. 그나마 금방 폐간.

어쨌든 이 덕분에 대본소 만화시절 유명 만화가에게 고용되어 남의 그림을 그려주던 만화가들이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는데

=> 89년 아이큐점프에서 김준범 작가가 데뷔한 것은 어떨까. 90년 소년챔프에서 현역 고등학생 작가 이명진이 데뷔한 것은 어떨까.

지금 한국에선 대부분의 만화잡지는 사라졌고, 과거 20~30만부씩 발행되던 어린이 만화잡지들도 겨우 2~3만부가 팔린다고 한다.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순정만화 잡지와 스포츠신문 만화 시장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잡지들, 2-3만부보다 더 적게 팔린다. 순정만화 잡지가 마니아 대상이라는 주장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하지만 그 이전에, 만화잡지가 사라진 것이 일본만화 수입개방 때문이라는 근거는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일본만화의 비중을 절반 가량까지 높이고도 여러 소년만화 잡지들이 부진을 면치못했다. 잡지 독자층의 감소를 기계적으로 시장개방으로 돌리는 것은 대단히 근거 희박한 주장이다.

만화계 일각에선 이런 공장시스템이 무너져야 한국만화가 산다며 일본만화 수입 개방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한국만화 시장이 이토록 무참하게 무너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공장시스템은 한국만화 전체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80년대말부터 불어닥친 만화 잡지 붐을 통해서 이미 작가 데뷔경로는 충분히 넓어졌고, 경로로만 치자면 현재의 인터넷 붐은 가히 자유시장을 만들어버렸다.

만일 스크린쿼터가 없어진다면 만화계에서 일어난 일이 영화에서 똑같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간단한 이치이다. 문화산업의 자본은 문화의 논리가 아닌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에 투자했던 삼성, 대우, 엘지 등의 대기업들이 몇몇 작품에서 손해를 보자 주저 없이 빠져나간 것이 자본의 논리다.

=> 만화계 역시 일본만화 개방 이전부터도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여왔다. 합동의 대본소 유통망 독점 같은 역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어떤 장르보다 대중적 호소력을 최우선시했던 만화장르를 비교대상으로 드는 것은 대단한 무리수다.

물론 지금은 당장 경쟁력이 있으므로 만화처럼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고, 한국 영화의 편수도 줄어들고 시나브로 관객들도 떨어져 나갈 것이다.

=> 만화도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지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시장 수치 상으로도, 문화적 종다양성으로도. 대본소 숫자 줄어들었다는 것 말고, 옛날 작가들이 요새 독자들에게 인기없다는 것 말고 한국만화’전체’가 무너졌다는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좀 보고싶다. 대본소가 축소되는 만큼 단행본과 잡지 시장이 커왔고, 일본만화가 많이 팔리는 와중에 한국만화도 같이 성장했다. 다만 대본소 만화들만은 예전의 시스템을 버리지 못하고 한껏 축소되었을 뿐.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대본소적 감수성과 소년연재 만화의 감수성을 혼합하여 새로운 성과를 거둔(그것도, ‘공장 시스템’으로!) 김성모의 사례가 보여주듯 새로운 돌파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이토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단지 돈의 논리만이 아니다. 문화는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라는 당의정 속에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을 침입하는 미국의 논리가 배어 있다. 사르트르가 “인류가 역사를 통해 쌓아놓은 문명적 가치와 도덕을 한순간에 야만으로 돌려버린 전쟁”이라고 말했던, 300만의 베트남 민중이 희생되었던 베트남 전쟁의 만행을 미화하고 포장한 <람보>를 보며 환호했던 80년대 초의 암울했던 시기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 미국은 돈 논리 맞다. 돈의 논리가 바로 미국의 논리다. 미국은 진보 이데올로기도 상업성만 있다면 언제든지 상업화한다. 아 그리고 사르트르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이 사람 프랑스에서 50년대에 만화 탄압에 앞장섰던 사람 중 하나다(미국서 만화탄압의 바이블로 사용된 ‘순결의 유혹’ 불어판 번역자).

!@#… 요약해보자. 우선 기본 전제의 문제. 일본 만화시장 개방이 한국만화판을 망쳤던 것 처럼 스크린쿼터 축소가 한국영화를 망칠 것이라는 임의적 주장을 위하여, 무리한 전제를 하고 있다. 작년 제기되었던 만화수입 쿼터제 이야기만 하더라도 영화 쿼터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형 출판사들이 지나치게 종수를 많이 찍어서 (매년 1000여종이 넘는;;) 정상적인 마케팅 기능을 못하는 현상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런데 종수 채우기의 상당부분을 일본 수입만화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 일본만화 히트작이 한국만화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만화고 한국만화고 상관없이 마케팅 관리 능력 상실로 개별 작품으로서의 시장성이 망가지는 문제를 낳은 것이다. 이것을 타개하기 위하여 수입쿼터제를 둠으로써 전체 종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까지’ 줄이게 하자는 것이지, 한국만화의 무슨 민족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발상이 아니다. 만약 영화 쿼터제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이 있다면, 단단한 착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만화에서 쿼터제 도입의 현실적 방법론 등에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기본 취지부터 당장 그렇다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유지호 시민기자의 핵심 오류는, 대본소 만화의 생산체계를 한국만화 전체로 과잉 일반화해서, 무리한 범주 비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략 90년대의 한국 만화판의 지평과 변화과정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대단한 용기를 보여주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만화는 다양화를 거듭해왔고, 그 와중에서 불안하다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철저한 변화중이다. 명랑만화 중심의 소년소녀 만화지들이 역사의 유물이 되었으며, 대본소 극화가 몰락했다. 하지만 장르 만화의 새로운 세대들이 90년대 급부상 했고, 이들이 다시금 2000년대 인터넷 중심의 신진 작가군들에게 중견 취급을 당하는 입장에 처했다. 수치적으로도 사실 시장규모는 꾸준히 성장세를 거듭해왔을 뿐이다. 큰 판을 보지 않고 특정 영역만을 보며 신세를 한탄하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 자, 두번째 기사.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인데, 앞선 기사에 대한 반박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쪽 역시 나름의 편견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한국만화가 일본만화 때문에 망했다고?
[반론] 왜 한국만화는 여전히 이현세·허영만인가
2006-02-10 09:56 박형준 기자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09855

…이번에도 거두절미 본문분석부터.

내가 지금까지 소개해온 만화도 대체로 이런 점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었다. ‘독특함’과 ‘치밀한 논리’, 그리고 ‘전문성’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갖춘 만화하면 그림체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열렬히 환호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만화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전문성’ 부재.

=> 일본만화는 전문성이 있고 한국만화는 전문성 부재한다는 설정은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활용된 논리고, 그것에 꼭 뒤따라오는 것이 편집부의 편집기자 숫자, 시장규모 등의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소재주의 만화를 장르만화의 유일한 잣대로 놓고 사고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레용신짱(짱구는 못말려)>가 과연 소위 ‘전문성’이 넘쳐나서 엄청난 판매부수와 장기 히트를 기록중인가? 일본 만화의 세계적 유산인 <드래곤볼>은 격투기적 전문성에 얼마나 충실한가? 전문적 소재만화를 표방하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문제지만, 그것이 만화 ‘전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만화의 몰락이 단순히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에서만 비롯됐을까? 물론 일본 만화 개방의 여파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유지호 시민기자가 <한국 만화, 어떻게 무너졌는가>에서 지적한대로 일본 만화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자금력을 앞세워 영세한 한국 만화출판업계를 유혹하며 물밀 듯이 밀려왔다.

=> 직배사가 유통망을 쥐고 있는 영화업계와는 달리, 일본만화든 한국만화든 만화판에서는 한국 출판사들과 총판들이 유통을 쥐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주류 출판사들이 돈을 더 많이 써서 기자들을 많이 투입해서 만든다는 점에 착안하고 싶은 것인가? 제작비와 흥행이 정적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마케팅 투자에 따른 효과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DHS로 대표되는 대형 만화출판사들은 마케팅과 여전히 무척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본 만화계가 무슨 대단한 돈장사를 해서 한국시장에서 무언가 밀어붙였다는 것인지?
 
아쉽게도 한국 만화는 여전히 ‘허영만’과 ‘이현세’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탄탄한 이야기’와 ‘전문성’을 추구하는 만화 작가들이 아직은 그들밖에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 90년대 만화계의 역동 과정을 전부 건너 뛰신 분, 여기 한 분 추가. “내가 아직 이현세 허영만 말고는 다른 만화에 재미 못 붙이겠다”는 것과, “한국만화과 그들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 사이에는 대략 18327498.34 광년쯤의 거리가 있다. 이 분 역시 대본소 만화와 80년대풍 성인극화라는 장르적 틀을 한국만화 전체로 오해하시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오늘 내가 좋아하는 한국만화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다. 내가 소개하려던 <풍장의 시대>와 <신암행어사> 등은 역사를 소재로 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 일본 만화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만화가 있다면 독자들은 얼마든지 찾는다. 물론 소재도 꼭 역사일 필요도 없다. 일본 만화는 역사는 물론이고 교육, 경제와 함께 심지어 와인과 소년 교도소 문제까지도 그려내고 있다.

=> 그런데 여기서는 또 소년 장르만화를 끄집어내고 계시다. 앞서 밝힌 “소재 전문성” 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가실 뿐.

유지호 기자는 ‘일본 만화 개방’을 들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를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만화의 문제는 ‘일본 만화 개방’ 그 자체보다는 ‘대여점’과 ‘불법 스캔’과 같이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본만화보다 판이하게 떨어지는 질적인 문제로 몰락했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 “일본만화보다 판이하게 떨어지는 질적인 문제”라는 대담한 발언의 근거가, 고작 자신이 좋아하는 좁은 취향틀이라면 좀 곤란하다. 한국만화는 그렇게 폭이 좁지도, 만만하지도 않다니까. 그리고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의 결과는 한국만화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 수입 만화에도 똑같이 피해를 입힌다. ‘한국만화 몰락’의 근거가 아니라, 한국에서 만화시장의 몰락’의 근거라면 모를까. 하지만 누차 강조해왔듯, 한국에서 만화시장은 애초에 몰락하지도 않았다!!!

<왕의 남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쿼터라기보다는 네티즌들의 입소문이었다. 사람들이 항상 ‘해외 명품’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작품의 질에 대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작품만 좋다면 국내 만화도 얼마든지 지금의 한국영화와 같은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계와 만화계의 치열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중간 논지는 괴이했으나, 마무리는 납득할 만한 주장으로 끝나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자기반성의 방향이, 고작 소재주의에 대한 천착이라면 무척 곤란하지만.

!@#… 재미있는 것은, 유지호 시민기자에게 반론을 가하고자 한 박형준 시민기자도 마찬가지로 한국만화가 망하고 있다는 전제를 아주 당연하게 깔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이런 패망론은 2001년 <고스트 스테이션>에 소개된 한 만화가(속칭 ‘큼만화가’)의 사연을 계기로 붙붙었던 “대여점을 불태우자” 운동에서도 핵심논조였다. 지면이 닿거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강조하고는 하지만, 한국만화는 안 망하고 있다. 망하는 것은 자신들이 한국만화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어떤 한 하부영역일 뿐(4년째 같은 이야기 반복하고 있으려니 지겨워 죽겠다).

물론 각 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르일 뿐이고 그것이 망하면 만화판 전체가 흥하든 어쩌든 슬프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잣대를 일관되게 적용하자면, 굳이 그 사람이 무려 “한국만화가 망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본소극화의 몰락이 한탄스러우면, 대본소 극화의 부흥을 주장하며 운동을 벌이든지. 장르 소년만화잡지의 몰락으로 재미 추구에 지장이 온다면 소년만화잡지 후원회를 벌이든지. 그럴 자신이 없다면, 그냥 차라리 솔직해지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하위분야만을 살리고 싶은 거라고. 다른 건 그다지 신경 안쓰고 있다고. 만약 정말정말진짜로 “한국만화판 전체”를 걱정해주고 싶다면, 독립만화도 관심 가지고 사보며, 시사만화계의 지면 현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김성모 만화와 모에 계열 만화를 동등하게 사랑해주기를. 그리고 작가의 권리, 출판사의 권리, 문화적 종다양성의 확보방안에 골머리 썩혀주시기를.

!@#… 그렇게 할 의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망해가는 한국만화’를 걱정한다고 표방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최면에 불과하다. 우선 망해간다는 전제 자체가 팩트보다는 믿음에 가깝고, 그것을 걱정한다는 방식 역시 지극히 허구적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믿음인가. 이쪽 판은 다 망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외부 투자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만들기 위해서? 설마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로 한국만화계를 돕고 싶어서? 그렇다면 앞서 말했듯 우선 ‘한국만화’의 넓은 폭부터 인정하고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발 팩트 관계부터 좀 확인하고…;;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 “망하는 판을, 나는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으며 분연히 일어나 도와주고 싶다”는 자기 확신을 위해서. 애정을 가지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망하고 있어줘야 한다. 엄청나게 잘 나간다면 애초에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럭저럭 계속 굴러가고 있기만 하더라도 분연하게 누군가 나서서 도우미 역할을 자처할만한 필요성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도움을 주려면 위기상황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이라도 애써 있는 말 없는 말 동원해서 위기라고 해석을 내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어느틈에, 스스로도 진짜로 위기라고 믿게 된다. 자기실현적 예언, 혹은 자기가 만든 위기론에 대한 피그마리온 현상. 물론 모든 위기의식과 걱정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팩트조차 확인하지 않은 일방적인 위기론들에 대해서 만큼은 이런 느낌 이상이 도저히 들지 않는다. 즉 위기상황을 스스로 소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들이 이렇다면, 언론들이야 뭐 굳이 이야기를 더 꺼낼 필요도 없다. 뉴스가치를 위해서는 행복한 세상보다는 위기감 넘치는 세상이 더 필요하니까. 그럭저럭 살아가는 만화가 사연보다는 노숙하다 얼어죽었다는 식의 사연이 더 강렬하니까. 뉴스 가치를 위해서라면 대박 성공해주거나, 아니면 쪽박 망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런데 성공에 대해서 뻥을 치는 것보다 위기에 대해서 뻥을 치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한마디로, 위기는 참 실용적인 먹거리라는 말이다. 특히 그쪽 판에 대해서 일반 대중들이 자세한 내막 즉 팩트 관계들을 모를 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쉽고 강렬해진다.

!@#… 위기를 만들어서 소비하는 이런 담론 패턴을 뿌리 뽑는 방법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누군가가 이런 강렬한 위기론을 제시할 때마다 사실관계로서 대응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대응을 하는 사람은 매번 같은 이야기하느라고 결국 지쳐 떨어지지만, 이런 제기를 하는 사람은 종종 새로운 사람이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어제 인터넷에서 처음 보고 충격 받은 만화계의 실상”이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제기는 그 제기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보다 인기도 높고 수명도 길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담론의 양과 질로 철저하게 압도하는 것. 특히 어차피 사람들이 독해력 따위는 대략 200만년전 수준으로 퇴화한지 오래인 오늘날, ‘양’이 중요하다. 잘 되고 있는 사례들을 무진장 소개하고, 진짜 팩트 정보들을 펑펑 뿌리는 것(이런 글 보면 좀 열심히 퍼다 날르고 소문 낸다든지 말이다-_-;). 뭐 하지만 이런 방법은 꽤 장기적인 체질개선에 해당하고, 즉효성 있는 방법은 역시 공식적인 항의서한과 반박문 발표, 정정보도 요구, 뭐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데 그 경우, ‘누가’ 발표하냐에 따라서 또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작가단체들? 작가단체들이야말로 지난 세월 계속해서 그 위기론을 열심히 소비하고 이용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자발적인 독자들의 선언? 각각의 파워, 특히 ‘전문성의 이미지’가 확실히 부족하다. 뭐랄까 담론 투쟁이라는 것은 이렇듯 무척 골치아픈 일이다. 망치기는 쉽지만 정리하기는 애로사항 만발이다.

!@#… 여튼, 한국만화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의 담론방향이 이런 식으로 쉽게 폭주하는 현실이, 심히 걱정스럽다. 걱정하지 말라고 매몰차게 말하지는 못하겠고(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냥 이왕 걱정하려면 최소한 사실관계 정도는 제대로 파악하고 걱정하는 것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을 따름이다.

 

— Copyleft 2006.02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 —

(ps. 약간 노파심 보충설명:일본 만화잡지를 “200만부 급에서 안정”이라고 한 것은 3대 소년지의 부수(2004년도 기준, 점프 324, 매거진 319, 선데이 131)를 평균낸 258만 부를 기준으로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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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 살리기에 또 한 번 죽어버린 한국 만화. 02/12 07:46 pinksoju
    공부 하세요. 02/12 03:30 쿠루쿠루(enterani)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롬고기 – 으앙;ㅡ; 2006/02/12 03:08

    – dcdc – 그나마 대여점폐지 얘기는 적혀있지 않아 다행이군요 -_-; 한국만화는 오히려 웹툰등 시장의 확대로 예전보다 더 잘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2006/02/12 04:54

    – 캡콜드 – !@#… 나이쿤/오오, 멋진 지적. 방금 수정. 2006/02/12 05:24

    – intherye – 황랩사건 이슈 블로그인 줄로만 알았다가;;; 이 글 덕분에 그 동안 궁금해 했던 것들과 관련한 다른 글들도 잘 찾아 읽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__)

    그런데 두번째 기사부터 글꼴색 배치가 뒤바뀌는 것은 의도하신 겁니까? 좀 헷갈려요;; 그리고, “한국만화과 그들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에서 과->가 오타인 듯해요. :) 2006/02/12 14:40

    – 나이쿤 – 왠지 약점 잡힐듯한 위의 코멘트는 자삭했습니다. -_-; 2006/02/12 16:56

    – 캡콜드 – !@#… intheeye님/ 오타, 오편집 앞에 장사 없습니다. 제 평소 지론은 “오타는 생물이다”입니다. 다 잡았다고 생각해도 잠시 뒤에 보면 스스로 자가증식해있죠;;;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는 것이 가히 줄기세포입니다.

    !@#… 나이쿤/ 왠 약점? 좋은 지적이었구먼. 2006/02/12 19:34

    – hyol – 흠.. 그럼 캡콜의 오타도 포샵으로 만든 거시얌? 2006/02/13 17:14

    – akachan – 1000원짜리 만화 잡지는 아이큐 점프 창간 초기의 가격이 1000원이었고, 히트가 1000원으로 나왔고, 92~93년 경에 창간된 <소년 만화 신문>도 1,000원의 가격에 판매했습니다. 실제로 1,000원 대 만화 잡지들이 나오긴 했죠. 2006/02/13 17:41

    – 캡콜드 – !@#… hyol/ 뛟, 남의 영업비밀을! 여기 있는 글들은 자세히 보면 2편을 가지고 뽀샵질을 통해서 11개로 만든 것들.

    !@#… akachan님/ 유지호 기자 원문에 있는 ’99년경’이라는 전제 때문에 꺼낸 이야기입니다(글쓴이는 99년경의 갑작스런 소년지 창간 붐 당시를 지칭). 당시 새로 나온 잡지들 가운데, 1000원 정가의 잡지는 히트 하나였죠. 제가 그 부분을 애매하게 표현한 듯 하군요;; 마이너 수정 들어갔습니다. 2006/02/13 18:12

    – nomodem – 대본소가 망한 이유 를 잘못 쓴 추리기사군요. 거의 무궁화꽃지셨습니다. 수준인걸? 2006/02/15 03:52

    – 캡콜드 –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는 그 반대로 “한국만화가 잘나간다”라고 이야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한국만화의 어떤 특정 영역에서 좀 전망이 엿보인다 정도죠. 또한 여러 하부 영역(특히 90년대 이래의 주류영역이었던 잡지-단행본 시스템)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눈감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싸잡아 집단화시키고, 당신들 vs 우리들 대결구도로 분리시키고 하는 것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 진짜 목표가 되어주어야 하는 만큼, 나중에 보론을 좀 더 써야죠. 2006/02/15 04:06

    – 캡콜드 – !@#… 별 대단한 이야기는 없지만, 보론의 아주 작은 한 조각 정도 먼저 풀어놨습니다: http://mahn.co.kr/marsheaven/articles/_view.php?no=312 2006/02/15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