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9년의 자료 총람)의 트렌드 개요 챕터에 기여한 원고들 가운데 미국만화시장 경향과 미국권 한국만화 이슈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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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화시장 경향과 미국진출 한국만화 라이선스 현황 및 주요 이슈
1) 미국만화시장 트렌드
a) 미국 만화산업 시장 규모
미국 만화산업은 출판 방식에 따라서는 회별 연재물 방식 코믹북 시장과 단행본 방식 그래픽 노블 시장, 유통방식에 따라서는 전문점 중심 직판 시장과 대형서점 중심 일반서적 유통망이 있다. 그 중 직판 시장의 경우는 다이아몬드 디스트리뷰션이 사실상 독점에 가깝게 유통을 쥐고 있고 정기적으로 산업통계를 발표하지만, 대형서점들의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종합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시장규모 전체를 산출하는 산업통계에서는 다이아몬드 수치에 일정 비율을 곱한 추정치를 활용하곤 한다. 그 중 구체적 수치로 나타난 다이아몬드의 월간 발표를 합산할 경우 미국 만화시장의 판매 규모는 2009년에 4억2800만 달러에 달했으며, 그 중 단행본 방식이 7765만 달러를 차지했다. 코믹북의 경우 2008년 대비 가감율이 -2%였으며, 그래픽노블은 -15%로 종합 5%의 시장 감소를 겪었다. 미국의 경기 후퇴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세계적 출판 불황을 감안했을 때 주목할 만한 지점은 코믹북 시장의 감소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는 것인데, 이는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코믹북이 출판물로 소비되기보다 팬문화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류 산업의 트렌드를 가늠하는 상위 300종 코믹북의 경우 여전히 DC와 마블 두 회사의 주류 슈퍼히어로물 타이틀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하는 경우 판매량이 10만부 후반~20만부 초반에 달했다.
2009년에 주류 장르의 인기 동력이 되어준 것은 크로스오버 이벤트와 전통 캐릭터들의 죽음/부활 소재였다. 크로스오버 이벤트는 해당 출판사에서 저작권을 관리하는 다양한 슈퍼히어로 캐릭터 및 그들의 개별 만화 시리즈들에, 서로 연동되는 하나의 극중 사건을 일으켜서 독자들로 하여금 개별 내용들을 수집하고 결합하여 향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블의 경우 ‘시크릿 워’, ‘다크 레인’ 등의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통해서 개별 만화 시리즈를 연동하여 팬들의 소비를 촉진시켰는데, 2년전 ‘시빌워’로 성공을 거둔 이후 사실상 연속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실시해왔다. 다른 동력은 캐릭터의 죽음과 부활인데, DC는 연초에 자사의 가장 오래된 인기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배트맨을 극중 사망 처리하여 화제를 모으고자 했고, 반면 마블은 사망 처리해서 화제를 모았던 캡틴아메리카를 부활시키는 스토리를 전개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크로스오버와 핵심 캐릭터 사망/부활 스토리가 지나치게 남용되어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동력이 점차 줄어들어가고 있음을 관련 서적들의 판매량에서 엿볼 수 있다.
b) 미국시장 망가계열의 제자리걸음
00년대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던 망가, 즉 일본만화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적 취향과 출판양식의 인지도 및 시장 지분 확장은 2009년에 이르러 큰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권당 수만부 단위의 단행본 판매를 거두는 히트작으로 간주되는 작품은 여전히 『나루토』, 『블리치』, 『후르츠 바스켓』등 기존의 히트작의 후속권에 한정되며, 새로운 대형 히트작의 부재는 물론, 일본 순정만화 전문 잡지 월간 ‘쇼조비트’ 가 폐간되어 미국시장에서 주류적 호소력을 갖추는 장르코드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반증이 되어주었다. 그에 비해 출판 종수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어서 점차 마이너한 취향의 니치마켓에 기대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00년대 초 한국 출판계가 겪었던 일본만화 수입 패턴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c)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관심
2009년의 미국 만화산업의 또다른 화두는 디지털 만화 감상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이다. 마블의 회원제 온라인 결제 방식 만화열람서비스가 다시 한번 인터페이스와 아카이브를 업그레이드하여 새롭게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또한 만화책의 그림에 소량의 애니메이션 효과와 음성을 입혀서 영상물로 재가공한 모션코믹스 장르가 『왓치맨』, 『스파이더우먼』 등의 작품들을 통해서 한층 적극적으로 DVD와 아이튠즈로 주류 시장을 공략했다. 나아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모바일 기기를 플랫폼으로 삼는 ‘앱 만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기존 사업자 유클릭과 아이버스 외에도 코믹솔로지, 패널플라이 등의 벤쳐 업체가 새로 뛰어들었으며 IDW와 다크호스 등 기존 종이 출판사들도 자사 콘텐츠를 직접 앱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의 정책 변경에 따라서 앱 내의 비용결재가 가능해지면서, 독서툴 내에서 개별 타이틀을 유료로 추가구매하는 길이 하반기에 열렸다. 이에 따라 마블이 주요 앱만화 업체들에 타이틀을 라이센스하기 시작하여,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앱만화 분야의 산업적 성과를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미국의 만화산업 전문지 icv2에서 선정한 2009년 미국만화의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 디즈니의 마블사 합병
– 워너가 자사 소속 출판사 DC를 DC엔터테인먼트로 확장 출범
– 불경기 속 대형서점들의 도서 반품으로 그래픽노블 전문 출판사들 타격
– 디지털 만화 급부상
– 『왓치맨』영화판으로 만화 기반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전기 마련
– 일본의 고단샤가 기존의 현지 파트너십을 만료하고 미국시장에 직접 진출
– 다이아몬드 디스트리뷰션이 도매 최저한도 부수를 올림
– 대형 출판사와 주요 고전 캐릭터 창작자들 간의 저작권 분쟁 격화
– 에로만화책 소지가 미성년보호법 위반인가 법적 논쟁
– 『트와일라이트』시리즈의 만화화 결정
2) 한국만화의 미국시장 진출
2009년 한국만화는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대형 히트작보다는 망가 계열 시장 중심으로 계속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전반적 트렌드로는 순정만화가 강세를 보였는데, 『궁』, 『INVU』등 소녀 취향과 『속좁은 여학생』, 『황토빛 이야기』 등 성인 취향이 고르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한국만화의 미국시장 진출은 크게 3가지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는 현지 출판사에 라이센스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토쿄팝, 비즈, 델레이 등 망가 수입 전문 출판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출판사가 공고할 경우 현지 유통망을 타기 쉽다는 점인데, 반대로 단점은 해당 출판사의 여타 다량의 만화 타이틀 사이에서 묻히기 쉽다는 점으로 특히 대형 히트작의 부재 속에 마이너 취향 다품종 소량생산 트렌드가 증가하는 현 시장 상황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는 한국의 온라인 만화업체 이코믹스가 ‘넷코믹스’로 개척한 현지 자회사 방식으로, 국내 작가들과 판권관계를 관리하기 용이하며 한국만화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기에 마케팅 주안점이 뚜렷한 것이 장점이다. 반면 양적 규모에 의한 시장 집중 공략이나 현지 업체들과 공동사업 구상 등에 한계가 있다. 세 번째 방식은 2008년부터 사업확장에 나선 옌프레스의 적극적 협업 방식이다. 옌프레스는 대형출판사 아셰뜨의 지사로, 2007년에 합병한 한국만화 전문 출판사 아이스쿠니언을 모태로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출판사들의 작품 출판권을 대량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2008년 만든 만화잡지 옌플러스를 통해서 단순히 수입만화를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한국 작가의 그림으로 만화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인기 대중소설사 제임스 패터슨 원작을 이나래 작가가 만화화한 『맥시멈 라이드』가 선보여 큰 인기를 누렸고, 현재 십대 취향 대중문화 최고의 킬러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일라이트』시리즈를 김영 작가가 만화화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입어 현지 문화 향유자들의 취향과 수요에 맞추어 한국 만화 작품 또는 작가를 연동시키는 방식이 2010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 한국만화 홍보 노력
미국 시장에 대한 한국만화 홍보 노력은 한국 개별 출판사들의 시도보다는 공공 기관 주도로 이루어지는 관행이 계속되었다. “한국만화 10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 문화원들에서 관련 홍보행사 내지 소규모 전시가 수차례 이루어졌으며, 콘텐츠진흥원 지원으로 씨엔씨레볼루션이 편집하고 미국 넷코믹스에서 제작한 한국만화 100선 가이드 책자가 미국 서점 유통망을 타게 되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한국만화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한 영문블로그 러브만화(www.lovemanhwa.com)를 개장하여 한국 출판사들이 자사 작품들을 홍보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홍보 프로젝트에 대해 수년간 지적되어온 단점인 현저하게 낮은 번역 품질, 현지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작품 선정, 문화적 재미보다 산업적 요소만을 내세운 경직된 소개 방식 등이 반복된 측면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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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 버전은 최종출간버전과 다소간 다르며, 책 속의 다른 꼭지들 – 특히 데이터 차트 – 와 합쳐서 읽을 때 완전해진다. 그냥 떡밥 맛보는 셈 치고 읽어주시고, 따로 참조해서 인용할 일 있으면 책으로 해주시길. 박인하 교수의 전체 서문에 해당하는 총론 글을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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