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팸은 한 때 홍보도구였다

!@#… 최근의 무차별 코멘트 또는 트랙백 스팸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스팸 뿌리는 자들도 광고 효과고 뭐고 하는 것 따위는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하다. 하기야 원래도 스팸을 통한 광고효과는 지극히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미미해도 양으로 밀어붙이는 비용이 저렴하니 그냥 밑져야 본전이라며 뿌리는 것이라는 진단 역시 오래전에 나온 바 있었지. 하지만 지금의 답글 스팸들은 홍보를 위한 스팸이 아니라 스팸을 위한 스팸일 뿐. 스팸 필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무작위 문자열로 메시지를 만들어놓다보니, 한때 스팸이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머나먼 과거의 흔적이란 고작 홈페이지 링크 하나 정도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 아니, 가끔은 그것마저 없는 스팸도 있다… 여하튼, 과도한 열정의 와중에는 지능이 증발하기 마련이다. 스팸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 전반의 소중한 진리.

[2차 리플까지 보고 약간 추가] 홈페이지 링크라도 하나 남아있는 스팸은 리플에서 inureyes님이 지적하셨다시피, 구글 등 링크 개수로 페이지 서치 랭크를 올려주는 사이트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미 오래 전에 구글은 그에 대한 대책으로 rel=”nofollow” 명령어를 도입했고, 그 명령어를 반영한 지금의 워드프레스는 구글 페이지 랭크 상승용 중간고리로 효과가 전혀 없다!

게다가 아예 홈페이지 주소마저도 랜덤 글자 덩어리인 스팸들이 최근 극성이다. 이런 완전한 무의미 스팸의 경우 몇가지 가설은, 스팸을 청소하는 사이트와 청소하지 않는 사이트를 판별하기 위해서 보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즉 나중에 검사해 봤을 때 그 ‘미끼’ 스팸을 필터링 또는 청소하지 않은 사이트에는, 본격적으로 진짜 스팸 – 즉 랭킹 상승용 스팸 – 을 뿌린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멍청한 짓인데, 애초에 미끼도 의미 있는 스팸으로 보내도 되지 않나. 필터링에 걸리는 것의 문제라면 어차피 미끼가 안걸렸다고 하더라도 본체 스팸을 보낼 때는 걸릴 것이고. 어쩌면 대부분 컴퓨터 바이러스의 경우처럼, 단지 스팸 필터링의 벽을 파괴하고 뚜렷한 피해를 끼치는 것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들의 소행? 그것 참 아햏햏한 노릇이다.

!@#… 그나마 아직 홍보용 스팸의 원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충직한(…) 메일 스팸. 한국의 경우 메일 해지 옵션을 법적으로 의무화했지만, 요새 오는 대부분의 메일 스팸은 메일 해지 옵션 버튼 을 누르면 이상한 가짜 서버로 연결될 뿐이다. 그리고 이메일 수집을 법에 의거, 2002년 이전에 어디어디서 수집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써놓은 경우도 많은데, 그거 당연히 다 구라다. capcold.net 메일 계정을 2002년 이전 아이러브스쿨에서 수집했다고 스팸이 왔는데, capcold.net 자체가 2005년에 신청한 도메인이니까. 스팸 피해를 보고하면 스팸 발송자에게 엄청난 벌금을 물린 뒤 그 벌금을 바탕으로 신고자에게 포상을 주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물론 스팸은 대량 발송이 기본이니까, 신고자도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겠지? 그럼 깨끗하게 망하는 거지 뭐.

!@#… 나름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메일 스팸의 경우, 내용은 대체로 돈 빌려준다는 것, 돈 투자하라는 것, 무슨 자격증을 따라는 것, 정력제가 싸게 나왔다는 것 등 (요새는 포르노는 좀 뜸하더라. 너무 흔해져서 메리트가 없나보다). 그런데 이런 주제들은 심지어 세계 공용이다. 한국어 스팸이든 영어 스팸이든 불어나 스페인어 스팸이든. 스팸의 사회학, 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해도 무척 재미있는 물건이 나올 수 있을 법 하다. 물론 수집 분석해야할 자료가 너무 방대해서 그것 나름대로 문제겠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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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단상] 스팸은 한 때 홍보도구였다

Comments


  1. 메일 스팸의 경우는 내용 전달이 필요하지만, 댓글 스팸이나 트랙백 스팸의 경우는 이제 내용 전달보다는 구글에서의 pageRank를 상승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골치아픕니다 ㅠ_ㅠ

  2. 스팸과 비슷한게 전단지가 있는데, 보통 아파트 전단지 1000장당 1명정도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니.-_-; 스팸의 역사는 길고 긴데다가, 효과가 없는건 매 한가지인거 같습니다;;

  3. 과도한 열정의 와중에는 지능이 증발하기 마련 -> 압권입니다 정말. 낄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