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말일은 할로윈. 원래 있던 토착 축제에 기독교적 의미를 뒤집어씌우고, 그러다가 서로 섞인 새 풍습이 되었다가는 결국 현대에 들어서 자본의 힘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또다른 명절 되시겠다 (이 패턴, 크리스마스와 완벽하게 붕어빵이다).
!@#… 좀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여름의 마지막날’에 죽은 자들의 혼이 돌아와서 영계와 인간계가 연결된다는 켈트족 축제 사우인(Samhein)이 그 원류. 그래서 이날은 영적 존재들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으려고 – 예를 들어, 죽은 자의 혼이 산 자의 몸을 빼앗아간다든지 – 사람들도 각종 영적 존재로 분장을 하며 뻑쩍지근하게 모닥불질 장난질 축제질을 했다. 이런 강력한 집결의식이 있는 날을 기독교 컨셉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가 만성절(All Saints Day = All Hollows’ Day)를 5월 13일에서 11월 1일로 과감하게 이전. 그렇게 해서 “너희들이 축제하고 있는 건 바로 만성절 이브를 기뻐하기 위하여 그러고 있는 거란다” 라고 의미부여를 하려고 한 것. 그래서 사우인이 Hollows’ Eve, 즉 Halloween이 되어버린 것. 아무거나 붙인 것은 물론 아니고, 만성절 자체가 문자 그대로 기독교의 모든 성인들을 한꺼번에 기리자는 날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우인과 섞일 수 있던 것이다. 즉 죽은 성자들을 기린다는 것이 죽은 자들의 축제일과 잘 맞아떨어진 셈.
!@#… 뭐 그러다가 할로윈 풍습은 1800년대 후반 아일랜드 이민들의 미국유입과 함께 대박을 쳤다. 게다가 애들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 얻어오는 전통 풍습이 1930년대경 부터 ‘Trick-or-Treat’ 로 완성되어 일대 히트 기록. 사악한 영적 존재로 분장한 아이들이 문을 두들기며 “해코지당할래, 아니면 뭔가 대접해줄래?” 라고 집주인에게 선택권을 주면, 집주인은 사탕을 대접해주는 패턴. 영적 존재로부터 자기 집안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액땜 의식이자, 모든 집안이 애들 대접용 사탕과 과자를 사들이기 때문에 제과업계에게도 대박 시즌. 또 집집마다 큰 호박을 파내서 얼굴을 새겨넣고 그 안에 불을 붙이는 잭오랜턴 풍습 역시 농가를 기쁘게 했고 말이다(이것도 원래 아일랜드에서는 ‘무’였는데, 미국에 와서 호박이 되었다). 게다가 건전무쌍한 가족사랑 어쩌고 하는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마음껏 어둠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컨셉인만큼, 공포 영화, 락공연행사, 길거리 축제, 술판과 심야 분장 이벤트 등이 발달했다. 즉, 유흥문화로서의 시장성도 출중.
!@#… 여하튼 이 모든 것의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니 할로윈은 가장 미국적인 명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고, 또 미국의 상업문화를 열렬히 동경하며 벤치마킹하기로 유명한 어떤 나라에서도 열심히 이식해서 대목 한번 잡으려고 무척 노력하는 중.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고 기일마다 제사를 지냄으로써 혼백과 인사를 나누는 곳이라서 할로윈의 원래 기능은 완벽하게 무용지물이고, 괴기물을 통한 반문화의 축제 전통이 없기에 할로윈의 이미지가 상업성이 떨어지며, 무개념초딩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주루룩 문두들기며 트릭오어트릿 다니는 광경이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곳에서 오로지 미국식 가면파티에 대한 동경만으로 할로윈 마케팅질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현명한 짓거리인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뭐 나름대로 생각들이 있으니 그러겠지 하고 과감히 넘어가자. 스타벅스에 가면 된장녀 어쩌고 비난짓거리에는 마음껏 열올리면서, 멀끔하게 생긴 기업들이 대놓고 할로윈 설레발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 심히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뭐 그냥 패스. 세상에는 그딴 것들보다 중요한 것들 투성이니까.
!@#… 어쩌다가 할로윈의 기원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는데, 사실 원래 쓰려던 것은 그냥 올해 할로윈은 이렇게 보냈다는 시시껄렁한 개인 소식 포스트. -_-; 할로윈 축제 화끈하게 놀기 좋아하기로 유명한 매디슨이다 보니 뭔가 한마디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뭐 그냥 평범하게 미리 호박 좀 파고, 주말 저녁에 길거리 축제 구경 좀 가고, 화요일이었던 할로윈 당일에는 락콘서트 관람 정도. 뭐 별일 없었지만 그냥 궁금하면 클릭.
1. 잭오랜턴 만들기
…동네 교회단체에서 하는 외국인 대상 할로윈 체험장에서 공짜 호박 만들기 행사. 중간과정은 생략.
– 왼쪽 작품이 capcold표 잭오랜턴. (-_-;) 을 만들려고 했으나, 파다보니 (=ㅁ=;) 가 되어버렸다. 옆의 스탠다드하게 멋진 잭오랜턴은 와이프님의 작품.
– 안에 불키고, 밖에 불끄고 한장. 네모 반듯.
– 역시 잭오랜턴은 정통파 표정이 가장 잘 어울린다. 사악할 수록 더 멋지게 된다.
– 번쩍번쩍. 각각 하나씩 놓고 보면 꽤 유용한 짤방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2. 길거리축제 구경하기
…치안에 목숨걸자고 다짐했던 올해의 매디슨 할로윈. 청소와 경찰 용역비 충당 겸 인원 제한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5불씩 행사장소 입장료를 받음. 그래서 비공식 집계 10만명에 육박했다는 작년이나, 8만명 입장권 준비한 것에 비해서 훨씬 적은 3만5천명이 집결. 게다가 서머타임이라서 한 시간 더 놀 수 있게 된데다가, 뭣보다 밴드 무대를 두 군데 설치 (즉, 새벽에 밴드 공연이 끝나면 왠지 파티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조성된다). 여튼 여러 전략의 결과 4-5년만에 처음으로 처음으로 전경출동 안하고 무사히 파티가 정리되었다나. 여튼 길거리 사진 몇장.
– 슈퍼히어로팀. 디씨계열과 마블계열이 사이좋게.
– capcold의 경우, 적당히 검은 두루마기 하나 걸쳐 입고 저승사자로 코스프레한거라고 우김.
– 와이프님은 그냥 하얀 랩 코트 입고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자처하며 나갔으나… 아뿔싸, 대학동네다 보니, 그런 안이한 발상의 소유자가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험복 입은 사람들이 서로 눈이 마주칠때마다 시선을 피하는 묘미;;;).
– 길거리에 가설된 밴드 무대. 한쪽 무대에서는 때려라 부숴라 락, 다른 쪽 무대에서는 다양한 여타 장르. 무대 설비도 좋고, 공연 실력들도 출중.
– 현장 질서유지를 위해 출동한 기마경찰. 파티 분위기를 흐리지 않으면서 위엄있게 통제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 한국에서도 벤치마킹해볼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 기마경찰의 가장 결정적인 약점. Oh, Shit! (문자 그대로)
– 3미터짜리 거대 사신의 활보. 인형공학(?)의 승리. 수의대 교수였다고 한다.
– 제이슨과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는 뭐 당연히 참가.
– 형제의 뒤안길. 미치도록 잘어울린다.
– 맨 왼쪽, 거대거시기.
– 백파이프 마칭밴드의 즉석 길거리 공연.
– 동네에 사는 청년들도 분장하고 발코니에 매달려서 구경.
– 길거리 풍경.
– 길거리도 길거리지만, 따듯한 술집에 들어가서 놀려고 하염없이 늘어선 줄.
– 어째서인지, 의미없이 길바닥에서 인간 피라미드.
3. 락 콘서트
…올 할로윈은 화요일이라서, 길거리 축제는 그 전 토요일에 했다. 여튼 그래도 할로윈 당일도 뭔가 즐길 것이 있으면 좋은 것. 그런 의미에서, 당일날 밤에 락콘서트 관람. 할로윈 특집 콘서트의 주인공은… 무려 밥 딜런! 오프닝 무대는 푸 파이터즈! (열광열광) 뭐 그런 거다. 40년 넘게 활동한 노장 락커 밥딜런이 올해 5년만에 신보를 내고 전국투어중인데, 이 동네에 들렸다. 뻔히 알려진 사람이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조용필과(판을 재구축해버린 성인지향 음악) 정태춘과(민중의 삶에 대한 애착) 한대수와(러브 앤 피스) 김광석을(명품 포크) 하나로 합친 인물이자, 노래가사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단골로 오르는 사람. Like a Rolling Stone 이라든지 Blowing in the Wind 같이 한 장르를 대표하는 뻔한 지난 명곡들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최신 음반도 여전히 Working Man’s Blues#2 같은 멋드러진 곡들이 빼곡히 포진.
There’s an evenin’ haze settlin’ over town
Starlight by the edge of the creek
The buyin’ power of the proletariat’s gone down
Money’s gettin’ shallow and weak
Well, the place I love best is a sweet memory
It’s a new path that we trod
They say low wages are a reality
If we want to compete abroad
……
마을에는 저녁 노을이 지고 있고
샛강 모퉁이에는 별빛이 내리네
프롤레타리아의 구매력은 떨어지고
돈 값어치는 얄팍하고 약해졌다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 곳은 아름다운 추억
우리는 새로운 길을 걸어갔다네
그들이 말하네 저임금은 어쩔 수 없는 현실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려면 말이네
……
사진은… 없다. 못찍게 해서. 뭐 찍을 사람들은 몰래몰래 잘 찍기만 하는 듯 하지만, 뭐 구차하게 굴지 않고 그냥 콘서트를 즐기는 쪽에 집중. 그냥, 이번 공연 포스터나 살짝. 이 도시 공연 포스터는 아니지만 같은 투어 시리즈라서 사진은 이거 그대로다.
…오프닝을 맡았던 푸파이터즈는 데이브그롤의 화려한 만담과 너베나 시절 공연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어쿠스틱 편곡 공연으로 짧디짧은 한시간여를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소화.
…그리고 본 공연. 밥딜런은 동맥경화 때문에 기타매고 뛰어다니지는 못하고, 키보드로 연주. 게다가 공연할 때 절대 말을 안하기로 유명해서, 이날도 밴드멤버 소개 빼고는 침묵. 나이는 목청도 쇠하게 하는지라 공연곡들은 주로 경쾌한 읊조림 풍의 블루스락으로 편곡. 하지만 역시 포스는 만땅이라서, 끝없는 에너지로 공연장을 가볍게 압도. 여튼 확실히 멋진 공연.
!@#… 여튼 이렇게 지나갔다, 2006년의 할로윈. 뭐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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