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2006 위스콘신 매디슨.

!@#… 10월 말일은 할로윈. 원래 있던 토착 축제에 기독교적 의미를 뒤집어씌우고, 그러다가 서로 섞인 새 풍습이 되었다가는 결국 현대에 들어서 자본의 힘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 또다른 명절 되시겠다 (이 패턴, 크리스마스와 완벽하게 붕어빵이다).

!@#… 좀 더 자세히 들어가자면 ‘여름의 마지막날’에 죽은 자들의 혼이 돌아와서 영계와 인간계가 연결된다는 켈트족 축제 사우인(Samhein)이 그 원류. 그래서 이날은 영적 존재들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으려고 – 예를 들어, 죽은 자의 혼이 산 자의 몸을 빼앗아간다든지 – 사람들도 각종 영적 존재로 분장을 하며 뻑쩍지근하게 모닥불질 장난질 축제질을 했다. 이런 강력한 집결의식이 있는 날을 기독교 컨셉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가 만성절(All Saints Day = All Hollows’ Day)를 5월 13일에서 11월 1일로 과감하게 이전. 그렇게 해서 “너희들이 축제하고 있는 건 바로 만성절 이브를 기뻐하기 위하여 그러고 있는 거란다” 라고 의미부여를 하려고 한 것. 그래서 사우인이 Hollows’ Eve, 즉 Halloween이 되어버린 것. 아무거나 붙인 것은 물론 아니고, 만성절 자체가 문자 그대로 기독교의 모든 성인들을 한꺼번에 기리자는 날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우인과 섞일 수 있던 것이다. 즉 죽은 성자들을 기린다는 것이 죽은 자들의 축제일과 잘 맞아떨어진 셈.

!@#… 뭐 그러다가 할로윈 풍습은 1800년대 후반 아일랜드 이민들의 미국유입과 함께 대박을 쳤다. 게다가 애들이 동네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 얻어오는 전통 풍습이 1930년대경 부터 ‘Trick-or-Treat’ 로 완성되어 일대 히트 기록. 사악한 영적 존재로 분장한 아이들이 문을 두들기며 “해코지당할래, 아니면 뭔가 대접해줄래?” 라고 집주인에게 선택권을 주면, 집주인은 사탕을 대접해주는 패턴. 영적 존재로부터 자기 집안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액땜 의식이자, 모든 집안이 애들 대접용 사탕과 과자를 사들이기 때문에 제과업계에게도 대박 시즌. 또 집집마다 큰 호박을 파내서 얼굴을 새겨넣고 그 안에 불을 붙이는 잭오랜턴 풍습 역시 농가를 기쁘게 했고 말이다(이것도 원래 아일랜드에서는 ‘무’였는데, 미국에 와서 호박이 되었다). 게다가 건전무쌍한 가족사랑 어쩌고 하는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친구들끼리 어울려서 마음껏 어둠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컨셉인만큼, 공포 영화, 락공연행사, 길거리 축제, 술판과 심야 분장 이벤트 등이 발달했다. 즉, 유흥문화로서의 시장성도 출중.

!@#… 여하튼 이 모든 것의 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니 할로윈은 가장 미국적인 명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고, 또 미국의 상업문화를 열렬히 동경하며 벤치마킹하기로 유명한 어떤 나라에서도 열심히 이식해서 대목 한번 잡으려고 무척 노력하는 중. 명절마다 차례를 지내고 기일마다 제사를 지냄으로써 혼백과 인사를 나누는 곳이라서 할로윈의 원래 기능은 완벽하게 무용지물이고, 괴기물을 통한 반문화의 축제 전통이 없기에 할로윈의 이미지가 상업성이 떨어지며, 무개념초딩들이 아파트 단지에서 주루룩 문두들기며 트릭오어트릿 다니는 광경이 상상만 해도 공포스러운 곳에서 오로지 미국식 가면파티에 대한 동경만으로 할로윈 마케팅질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현명한 짓거리인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뭐 나름대로 생각들이 있으니 그러겠지 하고 과감히 넘어가자. 스타벅스에 가면 된장녀 어쩌고 비난짓거리에는 마음껏 열올리면서, 멀끔하게 생긴 기업들이 대놓고 할로윈 설레발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 심히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뭐 그냥 패스. 세상에는 그딴 것들보다 중요한 것들 투성이니까.

!@#… 어쩌다가 할로윈의 기원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는데, 사실 원래 쓰려던 것은 그냥 올해 할로윈은 이렇게 보냈다는 시시껄렁한 개인 소식 포스트. -_-; 할로윈 축제 화끈하게 놀기 좋아하기로 유명한 매디슨이다 보니 뭔가 한마디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뭐 그냥 평범하게 미리 호박 좀 파고, 주말 저녁에 길거리 축제 구경 좀 가고, 화요일이었던 할로윈 당일에는 락콘서트 관람 정도. 뭐 별일 없었지만 그냥 궁금하면 클릭.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위스콘신 매디슨의 할로윈.

!@#…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대략 이런 곳이다.

(난 슬쩍만 구경하고 일찍 들어와서 몰랐지만, 새벽 2시부터 전경투입했다고 한다…-_-; 파티에 목숨거는 게 제3세계의 일이라고 떠들어대던 자칭지식인들은 두 손들고 무릎꿇고 반성하도록)

!@#… 미국민의 전국적인 코스프레 쑈. 여담이지만, 아카와 코믹 등으로 단련된 안목으로 보자면 엽기성/난이도는 그다지 높다고는…;;;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피겨 세트 (할로윈 특집)

!@#… 관습헌법이 지배하는 아햏햏한 정국 이야기로부터 잠시 휴식. 귀여운 것들 구경이나 잠깐 하고 가자. -_-; (스크롤 압박주의)

!@#… 할로윈이라는 명절이 있다. 뭐, 한국에는 없다(굳이 있을 필요도 없다). 영미권에만 있고. 귀신들의 세계가 이 세계와 잠시 만나는 날. 온갖 잡귀들에게 액땜을 던져줌으로써 달래는 날. 그래서 아이들이 각종 귀신분장을 하고 이웃집 문을 두들기며 ‘Trick or Treat'(풀어쓰자면 ‘너희를 홀려줄까, 아니면 우리에게 뭘 대접해줄래?’)를 외친다. 그러면 집주인은 그 애들에게 사탕을 던져주고. 물론 요새는 그걸 이용한 강도 범죄도 만만치 않지만(도대체 미국이란 나라는…-_-;).

!@#… 할로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음습함. 괴이함. 하지만 그 속에서 역설적으로, 즐거움, 축제. 그것을 시각적으로,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아마 그로테스크하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형상들(사람 얼굴 모양으로 파낸 호박 램프 같은)의 비극적이면서도 동화적인 이야기들. 자, 누가 떠오를 것인가… 에드워드 고리라고 대답한 사람! 당신은 고수군. 하지만 좀 더 쉽게 가자… 팀 버튼.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도 있지만 그건 전에 한번 게시물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다른 걸로 가보자.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동화집이 있다. 팀 버튼의 할로윈 동화집… 우울한 캐릭터들의, 참으로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화들이 시적으로 발랄하게(?) 펼쳐지는 작은 책. 글도 일러스트도 팀 버튼 본인. 서론이 길었다. 이번에 소개할 것은,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캐릭터 피겨들이다. 미국에서 유학중인 모 후배를 통해서 입수(다시금, 땡큐).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