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퍼블릭아트 지난 호 특집 ‘메타미디어와 아트저널’ 중 ‘인터넷 아트저널의 덕목, 퍼블릭아트 플래닛에 바란다’ 코너 중 한 꼭지다. 짤막한 글들 속에, 각 참여필자들의 관심사와 개성이 너무 뚜렷하게 차이가 나서 살짝 미소. 여튼 미술 사이트를 주로 염두에 두고 썼으나 만화 등 각종 서브컬쳐 계열에도 당연히 적용.
문화예술 관련 인터넷 미디어에 바라는 몇 가지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지금이 90년대 중반도 아니고, 어떤 분야에 대해 인터넷 미디어가 필요하며 그것도 가장 최신의 매체 사용 트렌드까지 가급적이면 반영해내야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엄청난 뒷북일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새로운 어떤 미디어를 쓰라고 종용하는 것 자체와, 그래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 특화시켜 사용해야 기존 해오던 바와 효과적으로 합쳐지고 전체 판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인터넷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에 관한 웹진 또는 기타 정보공간을 만들어 실제로 문화예술적 경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들일까.
우선 어떤 미디어든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아내는 내용의 난이도(혹은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점)다. 전문성 높은 것은 전문코너에서 팔면 사람들이 알아서 맥락을 파악해주는 종이 매체와 달리, 온라인의 경우 우선 모든 것이 열려있고 게다가 독자들의 반응 역시 훨씬 강렬하다. 게다가 문화예술 분야라면 대중적 관심 또한 기본적으로 상당하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처음 그 매체를 접할 때 빠르게 매체의 기본 성격, 즉 난이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해낼 수 있는 사이트구성 및 내용편집이 필요하다.
이렇게 첫 발을 내딛었는데, 미디어가 다루는 본 내용에서 가급적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하나는 가상체험 흉내다. 화보 중심의 기사나 그림자료실, 동영상 등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감상해야 느낄 수 있는 부분까지 마치 대리 체험할 수 있다는 듯 허세를 부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 파노라마뷰, 가상갤러리 같은 것이 한때 그리고 지금도 간간히 유행하곤 하는데, 기술적 완성도도 감상의 깊이도 스스로 내세우는 그런 체험 효과에 턱없이 부족하며 오히려 원래 작품들에 대한 편견만 생긴다. 둘째는 보도자료 기사화다. 즉 행사 주최측 또는 제작사의 보도자료를 문장만 살짝 바꿔서 기사로 올리는 것 말이다. 그냥 보도자료라고 밝히고 모아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 – 온라인 상에는 분량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술전시 행사 보도자료들을 십년 넘도록 모아내고 있는 [네오룩]이 하나의 모범사례다.
그보다, 인터넷 매체이기에 추구할 수 있는 방향들은 따로 있다. 첫째는 바로 정보의 축적과 연결이다. 특정 문화예술 작품, 작가, 현상 등에 대해서 맥락을 알고 싶을 때, 손쉽게 여러 수준의 정보를 참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연결해주는 것 말이다. 우선 그 것에 대해 써왔던 글, 취재한 내용들이 손쉽게 주루룩 모여 검색되어야 한다. 그리고 바깥의 자료들도 적극적으로 링크해야 한다 – 영화의 한국영화DB, 음반의 마니아DB, 만화의 만화규장각DB 같은 포괄적 DB가 아직 없는 분야들은, 인터넷 매체에서 그런 것을 하나 만들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정확한 태깅, 직관적이고 다채로운 분류체계, 어떤 링크도 쉽게 소실시키지 않는 운영기준이 중요하다.
둘째는 대화다. 수용자가 자신의 감상을 남기고 토론하고 그것이 다시금 축적되어 다른 이들의 참조자료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문화예술은 분야 속성상 감상을 낳고, 그런 것이 또다시 작품을 즐기기 위한 기반이 되어준다. 그 과정을 웹진이나 정보서비스 공간에서 돕는 셈인데, 유용한 감상들을 골라 노출할 수 있게 필터링을 도입하고 블로고스피어나 트위터 등 외부의 좋은 감상들도 효과적으로 합쳐 넣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포털사이트들이 흔히 하듯 추천수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편집진의 안목 또한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내용의 품질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소 민감한 차원이기는 하지만, 문화예술 미디어가 정치적 식견 표명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 무슨 유명 예술인사의 보수성에 대한 논란 같은 내용만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위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비정치성에 대한 강박으로 문화예술의 가장 큰 맥락인 ‘동시대 사회’를 억지로 외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팝음악 잡지 <롤링스톤>지가 이라크전 반대 기사도 쓰고 정치인 인터뷰도 하듯, 문화비평지 <애드버스터즈>가 월가점령 시위의 촉발점을 던졌듯 말이다. 사회를 보는 가치관이라는 맥락 속에서 문화예술 관련 내용들을 훑을 때 비로소 독자들도 작품을 감상하거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훨씬 의미 있는 정보를 얻게 된다. 터부시하고 외면하는 척 하면서 은연중에 묻어나는 것보다, 확실하게 직면하고 필요한 만큼씩 성찰하는 것이 훨씬 온라인 문화의 성격에도 적합하다.
— Copyleft 2012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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