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즉 누가 죽으면) 잠깐 관심을 끌다가 사라지는 학교폭력 만연에 관해 약간. 교육학 비전문가의 한계범위 내에서, 전인교육이니 하는 윤리 중심 접근법 말고.
지금껏 등장한 수많은 사회이론들이나 역사적 교훈에서 개략적으로나마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어떤 사회에서든 권력의 서열은 발생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개체의 능력 격차로, 나중에는 축적된 밑천의 효과로. 다만 서열이 고정된 피라미드가 아니라, 어떤 토막을 잘라놓고 보더라도 누군가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다른 권력의 견제도 받는 순환사슬이 되도록 구조화하는 쪽이 그 사회 속 개별 멤버들의 인권 보장이든 사회 전체의 장기적 안정성이든 활력이든 여러 측면에서 더 우수한 체계다. 예를 들어 참여의 폭이 넓고 견제 장치가 탄탄한 종류의 민주제가 전반적으로 더 우월한 정치 체제로 간주될 수 있는 이유.
그런데 폐쇄적 사회일수록, 일방향 피라미드가 공고하다(사회불만이 쌓여서 언젠가 완전히 뒤집혀 무너지는 순간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예를 들어 학교 폭력은 학생 사회의 폐쇄성에 기대어 성립된다. 학생 사회에는 신체적 강함이나 돈의 영향력이 날 것으로 작용하는 원시적 권력 서열이 있는데, 학교생활과 학교 사회관계가 청소년 삶에서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을 놓고 볼 때 인격 전체를 지배한다. 사회문제시될 때 ‘일진’ 한두명 정학시킨다고 학교폭력이 줄어들 가망이 없는 것이, 학생 사회의 폐쇄성이라는 구조가 그대로이면 어차피 새로운 깡패가 발생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괴롭힘의 조직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뭘 하자는건가. 바로 학생 사회의 폐쇄성을 깨는 것(아니 못 깬다. 좀 완화시키는 것). 폐쇄성을 깬다는 것은, 예를 들어 학생들이 학교 생활 말고 외부 사회에 대한 참여를 더 늘리도록 여건을 다듬는 것부터(그러려면 학교 활동에 묶인 시간부터 줄여야겠지), 학교생활에서의 민원해결에 학생-교사뿐만 아니라 심리상담사, 경찰 등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개입시키는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학교에서의 권력서열과 전혀 호환되지 않는 계를 개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부모가 사학재단 이사장이라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녀석의 악행을 뒤집으려면, 그 사학재단의 힘이 미치지 않는 방식의 사법기관을 끌고와야 하는 식).
신고체계 개선이라는 한가지 세부 토픽만 놓고 보더라도 이렇다. 현행 초중고 학교 체계는, 웬만하면 아무리 트러블이 발생했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당사자들 차원에서, 반 차원에서, 담임 차원에서, 학교 내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묻어두려고 하도록 되어 있다. 트러블이 새어나가면 집단의 불이익이다, 그러니까 닥치고 우리끼리 쉬쉬하자, 그 와중에 손해를 본 개별 멤버는 네 놈 불운이지 뭐. 트러블의 발생하면 들통나는 것이 당연해지고, 트러블의 발생이 아니라 트러블의 미해결이 더 집단의 불이익으로 돌아오도록 구석구석 체계를 개조하는게 과제다. 익명 신고체계의 개선과 신고자 불이익에 대한 피눈물 나는 응징부터 시작해서, 신고를 학교 내부 라인이 아닌 시/도 교육청에 곧바로 하도록 정식 체계화 등등.
당연히 세부안에서는 현장 상황을 고려해서 당장 되는게 있고 아직 요원한게 있고 뭐 그렇겠지만, 기본적 방향성은 CCTV늘리기나 학생 여러분 왕따는 나쁜짓이에요 설교보다는(그런 것도 하기는 해야겠지만), 학생들의 사회를 관리하는 방식에서 폐쇄성의 개선을 추구하는 종합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단상.
!@#… 어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네(…뭘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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