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저번호 한겨레21(574호)에 올라간 기사. 까먹고 여기 백업을 안했다. 하기야 원고는 일찌감치 보냈는데, 서찬휘님 인터뷰와 같이 나가느라고 예정보다 늦게 나왔던 탓이지만;;; 여튼 인터뷰와 같이 묶은 기사는 여기.
!@#… 그리고 만화언론 논의는, ‘만’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을 가지고 제작 순항중이다. 훌륭한 일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화인(http://manhwa.in) 에서 보시길. 참고로 인도 사이트다. 카레다.
!@#… 항상 그렇듯, 여기는 원래버젼. 기사는 소제목 등 다양한 편집을 거친 버젼.
============================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 만화 독자들, 즐거운 실험에 나서다
김낙호(만화연구가)
만화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하는 온라인 블로그들을 중심으로, 최근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라는 도발적 카피가 출몰하고 있다. 만화 산업도, 잡지 출판도 불황과 침체를 호소하는 이런 시기에 상당히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다. 게다가 그냥 만화 잡지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라 만화에 관한 지면을 만들자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묘한 울림에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특정 출판사에서 “만화 저널을 만들었으니 열심히 구독해주십시오”라는 광고가 아니라, 이제부터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제안인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독자들이 다른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같이 머리를 모아 지면을 창간해보자고 초대하고 있다. 거창한 운동도 대형 사업도 아닌, 즐거운 풀뿌리 실험에 시동이 걸렸다.
만화 언론 토론, 따로 또 같이
시작은 만화/애니 이야기 사이트 ‘만화인’(http://manhwa.in)의 운영자 서찬휘 씨가 <한국에서 '만화 언론'은 가능한가> 라고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담론’의 형성을 넘어 정보의 지속적인 공급, 홍보 창구로서의 역할,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언론’은 분명 필요합니다. 또한 ‘언론’은 사회적 반향을 이끌 수 있는 운동이나 행사의 기반이 되기도 하죠…”라는 문제제기에서 읽어낼 수 있듯이 현존하는 만화단체 소식지나 무거운 정론지와는 다른, 대중적 지면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여기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대감, 우려, 현실 인식 등을 내놓기 시작했고,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장문의 토론 글이 축적되어갔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 독자와 만화가 지망생도 있지만, 만화잡지 편집자, 평론가, 프리랜서 기획자 등 실제 종사자들도 여럿 포함되었다. 이들은 모두 특정 회사나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 대등한 만화 독자의 입장에서 토론에 가세했고,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서 만화언론이 왜 필요한지, 어떤 부분이 가능하고 또는 어려운지 하나씩 아이디어를 더했다. 그 와중에서 한국 만화산업의 여러 난점들도 자연스럽게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만화 점유율 문제와 쿼터제 제안이라든지, 효과적인 창작 지원책 문제 등이 구체적인 업계 자료를 가지고 논의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토론의 와중에서 왜 만화언론이 없는가 분통을 터트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실제로 그런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논의과정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실질적인 기획회의마저도 실시되고 있다.
토론과정의 또다른 재미있는 점은, 토론이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 블로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트랙백으로 엮여진 블로그 댓글은 순서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의의 맥락을 놓치기 쉬운 반면, 만화언론 토론은 관련 게시물의 리스트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만화인’ 사이트에서 유지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게시판처럼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덕분에 토론에 기여한 각 글들은 분량과 논조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토론의 전체 맥락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이 자기 공간에서 긴 감상을 늘어놓기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서로 공유하기 갈구하는 대중 서사문화, 특히 만화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만화 독자의 힘
사실, 대중문화의 건설적 발전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돌았던 90년대 초중반에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두 개념을 합성한 프로슈머(pro-sumer)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장르 상품화가 일반화되어버린 가요 분야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경우 소비의 방식이 훨씬 정교화되었을 뿐이었다. 프로슈머 개념은 생산자와 감상자 사이의 진입장벽이 한없이 낮으며, 보편적 접근성과 매니악한 세부취향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대중문화 분야는 산업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그 반대방향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바로 만화다. 만화는 90년대 중반 이후 이루어낸 산업적 체계화와 급성장의 물결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더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능동적으로 향유하는 매체로 발전해왔다. 가요의 청취자들이 팬클럽을 만들고 음반을 소비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만화의 독자들은 한단계 더욱 적극적으로 ‘판’에 개입해왔다. 우선 이미 청소년층에서는 주류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각종 만화 동인 축제 행사를 들 수 있다. 독자들이 만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 직접 아마추어 회지를 만들어서 유통시키고, 아예 만화분장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직접 되어본다. 그 에너지는 괄목할 만한 것이어서, 프로 작가들도 종종 이런 활동에 참여하곤 한다. 이는 프로와 아마, 독자와 창작의 경계선이 낮기 때문인데, 온라인 상에서 자기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다가 스타가 되는 사례들이 이를 더욱 뒷받침해준다.
3년전 출범한 독자만화대상(http://www.comicreader.org)은 만화에서 독자가 차지하는 위상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존 만화상들의 구태의연함을 독자들이 직접 타개하고자, 순수하게 독자 투표에 의한 새로운 상을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장기 운영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독자들이 다시 직접 나서서 대중적인 만화 정보 저널을 만들어서 유통시키겠다는 포부가 결코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독자들이 독자들을 위한 만화저널을 고민하다
물론 난점도 적지 않다. 중심 주체가 없는 상태의 기획이기에,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자금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온라인/오프라인의 선택, 광고주 설득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또한 기존의 만화 관련 잡지들이 지녔던 ‘그들만의 잔치’ 식의 대중성 부족을 극복하고 만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열혈 만화 매니아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집중적인 매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불특정 다수의 집단적 의견교환 과정에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십수년전 모든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간 영화 언론이라는 형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씨네21>도 하나의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씨네21>이 영화를 핵심 소재로 삼되 영상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대중성을 확보했듯이, 논의중인 만화저널 역시 만화를 매개로 하여 독자들에게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취향 문화 전반을 접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지적도 대안 도출도 모두 그 집단 토론의 과정에서 하나씩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모로,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토론은 재미있는 실험이다. 만약 현재 논의 방향이 계속 진전되어 결국 창간이라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경우, 아마도 유례없이 크고 아름다운 잡지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듯 하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자유 / 영리불허 —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만화언론 등대등 토론으로부터 1주년.
[…] !@#… 아하, 등대등 토론으로부터 어느 틈에 한 돌. 한겨레21에 기사화도 시켰고, 그 동안 ‘만’이 만들어졌고, 계간만화 팀은 코믹뱅으로 새 얼굴을 선보였고, 부천 만화규장각도 개편하여 소식 부문을 좀 더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니까 꼭 등대등 토론의 결과로 다들 이렇게 한 듯 하지만, 세상은 항상 우연과 필연의 미묘한 결합). 당초 사람들이 토론하며 예상했던 바는 ‘만’의 운영과정 속에서 실현된 것도, 어긋난 것도 있다. 만화언론이 돈은 별로 안될 것이라는 예상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대로 실현 중이고, 돈 받는 고정직 없이는 한 줌의 열혈한들이 뒤집어 쓰며 고생할 것이라는 예언 역시 현실이 되었다. 좋은 방향으로 어긋난 예상이라면 ‘만’이 신기하게도 활기차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뉴스박스나 구글 뉴스에 신디케이트하기, 부천 만화규장각과 콘텐츠 제휴 등으로 지속적 확장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 나쁜 방향으로 어긋난 예상이라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capcold를 포함해서 등대등 토론에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참여의 폭이 당초 우려한 것 보다도 더 낮다는 것. 여하튼 또 한 해가 시작되며 만화언론 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역시 가장 시급한 것은 관심있는 필자들의 자발적 참여. 정신 온전한 업계 담당자들의 보도협조. 독자들의 열띤 소문 내기. 그것이 되면 슬슬 굵직한 기획기사들을 시작할 수 있을테고. 여튼 지금껏 상당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엄청난 길을 걸어가야할 만화언론에 격려의 박수와 질책의 채찍질이 가열차게 떨어져 주기를 마냥 희망할 따름이다. Keywords:만화언론 이전글: 건담 MK-2 1/100 [Z건담/MG]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