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이제 풍덩하고 뛰어듭니다. 만화인 등-대-등 릴레이, <한국에서 '만화 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capcold 제1타, [대중 만화언론, 내용 범위의 문제].
!@#… 만화언론. 만화에 관한 잡지. 옙, 필요와 당위성, 명분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꽤 오래전부터 공감했고, 미력하나마 여기저기 개입하고 돌아다녔습니다. <두고보자> 웹진을 만들어서 나름의 의지를 관철해보았다가 지속성의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습니다. <오즈>에도 참여했고, 부천만화정보센터 웹진 <고구마> – 현 규장각 웹진 – 도 창간 및 재창간하고, <계간만화>(아시는 분들은 알지만, 이쪽에는 좀 더 많은 사연이 있죠) 편집위원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 열심히 했으니 ‘참잘했어요’ 도장 찍어주세요” 하는 게 아니라(-_-;;;), capcold가 만화언론 창간에 관해서 지니고 있는 생각이나 문제 접근법이 어떤 뿌리에서 나와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대한 약간의 배경입니다. 한마디로, 대중의 포섭보다는 주로 “만화계에는 이런 담론이 제기되는 ‘좋은’ 지면이 필요하다” 라는 차원의 지면들 투성이였고, 반대급부로 대중적 인기를 못누린 공간들이었죠. -_-;
!@#… 한국에서 만화언론은 가능한가? 라는 이 토론의 첫 질문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 이미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패배주의에 빠져서 궁상떠는 것을 항상 질타해왔던 입장이기도 하고. 만화언론이 왜 필요한가, 그것이 만화계에서 해줘야할 역할… 등등 당위와 명분에 대한 논의는 선수들끼리는 그다지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만화언론, 만화저널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 만화언론’입니다. 전문가용, 업계용 언론이라면 지금도 이미 여러개 돌아가고 있고, 대중을 표방하지만 결국 전문용으로 받아들여지는 지면들도 또한 있습니다(이미 이전 논의에서 나온 정보들은 과감하게 스킵). 지금 굳이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중을 위한 대중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춘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중적으로 히트하는 만화언론. 오로지 그것입니다. 대중은 균일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재미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예측이 뒤집어지곤 하죠. 하지만 대중은 대중이기 때문에 분명히 ‘경향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명분이나 당위보다도, 처음부터 실무적인 전략이 관건입니다. 우선 간단하게 질문을 제기해봅시다.
“누가 이 잡지를 보며, 왜 보며, 그 결과 어떤 만족감을 느낄 것인가?”
1) 여기서 ‘누가’에 만화팬, 만화독자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꽝. 논의 과정에서 halim님이 주신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지면 운용에 그다지 도움되는 규모의 집단이 아닙니다.
2) ‘왜’에 만화 관련 정보(내용소개, 미리보기 등등)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꽝. 만화 독자들 가운데 심지어 관련정보까지 미리 섭렵해서 자신의 만화를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 동호회를 만들수는 있지만, 매스미디어를 만들기는 거시기합니다. 특히 한국은 어림반푼 매니아들, 다시 말해서 오로지 취향만 매니아이지 향유와 소비의 패턴은 전혀 매니아스럽지 않은(즉 소비를 안하는) 목소리만 큰 허수 군중들이 많다는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합니다.
3) ‘어떤 만족감’에 “좋은 만화 정보를 얻어서 좋은 만화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를 넣으면… 유감스럽지만 또 꽝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좋은 책을 추천받기 위하여 출판 전문 저널인 <기획회의>나 <페뎀> 등을 정기구독하거나 읽고 계신 분? 좋은 책을 추천받고 발견하는 것은 여러 결과 중 하나 정도지, 잡지 자체의 목적이 되면 지극히 비대중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은 노골적으로 훈계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입니다(식당 메뉴판이라고 할지라도).
!@#… 이쯤 오면 이상하게 느껴지실겁니다. 만화언론은 그럼 ‘만화’언론이면 안된다는 말이냐? 만화언론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냐? 이놈은 역시 만화계의 적이고 구데기(P모 작가에게 부여받는 영광스런 호칭)냐? …그렇다면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겠고, 스스로도 삽질하지 않을터.
제 이야기는, 대중적인 만화언론을 만들려면 애초부터 ‘만화’라는 경계선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하나씩 짚어보죠.
1) 누가? 만화팬이 아닌, 일반 대중입니다. 일반 대중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만화에 별 관심 없습니다. 나쁜 편견도 그다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돼지 같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만화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대중은 뭘 하고 사는가하니,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TV도 보고 뭐 그렇습니다. 즉 (물론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만화언론으로서 잘 만드느냐 못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오만 분야의 매체들을 다루는 다른 지면들과 직접적으로 독자 확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2) 왜? 미디어 콘텐츠 자체가 아닌, 그것에 관한 정보가 담긴 저널을 왜 볼까요. 전문가들이야 자기 분야니까 그렇다쳐도, 상대는 대중입니다. 그들은 한국 만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런 것을 볼 하등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습니다. 문화의 종다양성 같은 것은 저같은 학바리들이나 내뱉는 개념입니다. 대중이 저널을 보는 것은, 그 정보 자체가 (1) 재미있고 (2)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없고 비실용적이면서 단지 ‘좋고 옳기만 한’ 내용은 비대중적입니다. 만화의 경우 대중에게 재미있고 실용적인 정보는 이 만화는 이런 내용이다, 좋은 만화다, 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만화를 보면 너는 대단히 멋진 놈이다, 이 만화도 안보면 너는 유행에서 뒤쳐지는 거다, 이 만화를 보면 너는 이성친구 앞에서 자랑할 수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이 만화도 꼭 같이 봐야한다… 등입니다. 대중은 선동 당하는 것을 즐깁니다. 정확히는,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으면서 사실은 선동당해버린 상태를 즐깁니다. 그 미묘한 2중전략을 잘 짜는 것이 모든 성공한 대중저널의 비법이죠. 그것을 위해서는 특정한 전문분야로서가 아닌, ‘총체적 문화‘로서의 세팅이 필요합니다.
3) 어떤 만족감을 얻는가? 누가, 왜의 질문을 대답하다보면 결국 여기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보면 모두들 짐작하시리라 봅니다. 대중은 특정 분야에 대한 심취보다는, 총체적 문화를 소비하며 그 속에 자신이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그런 상황에 도달했다, 라는 자아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을 때에 그들은 충직한 독자가 되어줍니다. 주간지라는 위험을 품었던 <씨네21>은 성공하고, 야심찬 도그마의 월간지 <키노>는 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키노는 영화라는 분야를 자신들의 본업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벗어나지 못하는 울타리로 박아버렸습니다. 90년대 중반, 영화 고급담론 붐이 일어났을 때는 키노가 돋보였지만 이후 2000년대로의 전환과 함께 영화가 점차 대중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화 담론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키노 노선의 몰락은 유감스럽지만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그에 비해서 씨네21은 제호와는 달리 영화라는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영상문화’라는 큰 틀을 상정했습니다. 심지어 만화 특집도 몇번 있었죠. 출판물이지만 영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만화라는 매체도 이들의 포섭대상이었습니다. 나아가 영상문화와 관련된 도서, 음반은 기본이고, 인터넷 탐방이나 게임평론 등의 선진적 시도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즉 영화를 중심으로 하되, 영상문화라는 큰 차원으로 융통성을 두었다는 겁니다. 그것이 대중 독자에게는 어떤 만족감으로 나타날까요. 키노를 보는 사람은 영화매니아, 학도, 또는 업계 종사자의 이미지를 풍깁니다. 하지만 씨네21을 보는 사람은, ‘영상문화를 제대로 향유할 줄 아는, 나름대로 교양있는 도회적 현대인’의 이미지가 됩니다. 아니 좀 더 가깝게 생각하자면, 90년대 초중반 만화잡지 전성기 당시 중고등학교에서 야자시간에 줄서서 잡지 돌려보던 추억을 상기해도 됩니다. 그때의 잡지들이 지금보다 특별히 더 잘나고 못나서가 아니라, 잡지가 그때 중고생들의 생활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작용했기 때문이죠.
!@#… 즉, 대중 만화언론을 하기 위해서는, 만화를 중심축으로 하되 다양한 연관 문화현상을 넓게 포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만화 전문을 하면서 다른 것도 한꼭지 정도 끼워넣어주자는 식의 단순한 기계적 발상이 아니라, 잡지의 기본 컨셉 자체가 애초부터 “만화를 중심으로 해서 문화를 이야기하겠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실제로 현재 사람들이 폭넓게 대중적으로 관심이 형성되어 있는 저수지여야 합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본식 표현이지만) ‘서브컬쳐’ 전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라이트노벨 등 그쪽 계열을 포괄하는 것이죠.
이렇게 놓고 보니 애니메이션을 중심축으로 해서 이런 것들을 포괄하고자 한 <한국판 뉴타입>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떨까요. 문자 그대로 너무 ‘서브’하죠. 매니아시장을 노리는구나, 라는 인상이 대단히 강합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그 자체로서 매니악한 장르들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 매니악한 취향만 다루고 있으니까 문제인 것이죠. 씨네21에서 맨날 무슨 유럽 거장만 다루고 앉아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삽니까. 때로는 헐리웃 스타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분석, 블록버스터에 대한 나름의 좋은 평가, 어리석은 영화들이라도 여하튼 다루어주면서 비판하는 융통성이 있으니까 팔리는 겁니다.
대중 만화언론이라면 훨씬 더 폭넓게 주류를 포괄하는 취향을 포섭해줘야 합니다. 대본소 극화를 외면하지 말 것이며, 학습만화를 ‘만화가 아니다’라고 내치지 않으며, 고전 명랑만화들을 다시 캐내어 현대 엽기 유머와 견주어 볼 줄 아는 등의 내적인 조율이 필요합니다. 만화와 게임과 영화를 대등하게 비교하며, 특정 만화의 취향을 지닌 이들이 즐겨들으면 좋을 만한 음반과 책들을 소개하며,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만화 특유의 화법으로 재해석하며, 이 세상 모든 미디어 곳곳에 침투해 있는 만화언어를 탐방 발굴하여 그것들을 만화적인 방식으로 읽어낼 때 얼마나 더 훌륭하게 향유하는 멋진 교양 문화인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해야 합니다.
!@#… 우선 간단히 다시 요약합니다.
1) 목표는 대중입니다.
2) 만화로 울타리지워지기보다는, 만화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문화 저널이 되어야 합니다.
3) 독자들로 하여금, ‘이 잡지를 읽는 나는 뭔가 문화인이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합니다. (‘역시 나는 매니아다, 전문가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 다루는 내용에 대한 기본 컨셉이 확실하지 않으면, 어떤 열혈 청년들이 헌신하고 어떤 비지니스 모델을 내세워도 쉽게 망합니다. 막연하게 만화정보지가 아닌, 히트치는 대중 만화저널을 만들자면 반드시 순서대로 밟아야 할 고민들인 셈입니다. 실제 기획안을 만들 때 들어가는 기본순서도 이런 식입니다: (1) 이런걸 만들어주마!하는 문제제기 및 전체 내용 초간단 요약 (2) 현재 판도, (3)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그 속에서 돋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핵심 컨셉, (4) 세부 내용 정리, (5) 여타 위협요소와 장기적 대응방안, (6) 소요 예산과 제작 진행표, 마케팅 홍보 유통 등등. 이 가운데 (1)이야 그렇다치고, (2)는 다른 글들을 통해서 주로 할 내용들이고, (3)부터 시작하는 셈입니다.
!@#… 음… 가능하면 그때끄때 써내려가겠지만, 앞으로 몇가지 제 생각들을 뱉을 주제들은 이런 겁니다:
2타: 수익성의 문제
– 온라인의 한계
– 광고주는 바보가 아니다
– 돈주고 사게 만드는 방법들 … 외.
3타: 지속성의 문제
– 시작은 감격, 유지는 고생
– 조직과 인력
– 인재와 이념 …외
4타: 기여의 문제
– 정책적 영향력?
– 산업적 기여?
– 창작에 기여? …외
5타 이후: (추후에…-_-;;)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 수정불가/영리자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