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언론 등대등 토론으로부터 1주년.

!@#… 6월 30일은 ‘만화 언론’ 논의가 시작한 날입니다 (만화언론 ‘만’) 에서 트랙백.

!@#… 아하, 등대등 토론으로부터 어느 틈에 한 돌. 한겨레21에 기사화도 시켰고, 그 동안 ‘만’이 만들어졌고, 계간만화 팀은 코믹뱅으로 새 얼굴을 선보였고, 부천 만화규장각도 개편하여 소식 부문을 좀 더 일목요연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이렇게 말하니까 꼭 등대등 토론의 결과로 다들 이렇게 한 듯 하지만, 세상은 항상 우연과 필연의 미묘한 결합). 당초 사람들이 토론하며 예상했던 바는 ‘만’의 운영과정 속에서 실현된 것도, 어긋난 것도 있다. 만화언론이 돈은 별로 안될 것이라는 예상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대로 실현 중이고, 돈 받는 고정직 없이는 한 줌의 열혈한들이 뒤집어 쓰며 고생할 것이라는 예언 역시 현실이 되었다. 좋은 방향으로 어긋난 예상이라면 ‘만’이 신기하게도 활기차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뉴스박스나 구글 뉴스에 신디케이트하기, 부천 만화규장각과 콘텐츠 제휴 등으로 지속적 확장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 나쁜 방향으로 어긋난 예상이라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capcold를 포함해서 등대등 토론에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참여의 폭이 당초 우려한 것 보다도 더 낮다는 것. 여하튼 또 한 해가 시작되며 만화언론 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역시 가장 시급한 것은 관심있는 필자들의 자발적 참여. 정신 온전한 업계 담당자들의 보도협조. 독자들의 열띤 소문 내기. 그것이 되면 슬슬 굵직한 기획기사들을 시작할 수 있을테고. 여튼 지금껏 상당한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엄청난 길을 걸어가야할 만화언론에 격려의 박수와 질책의 채찍질이 가열차게 떨어져 주기를 마냥 희망할 따름이다.

만화언론 ‘만’ 창간기념 인터뷰. “그들에게 길을 묻다”

!@#… 만화언론 ‘‘ 창간 기념 인터뷰 시리즈 (물론 capcold의 경우는 서면 인터뷰). ‘만’ 출범에 대해서 말 많은 사람들 위주로 주욱 시리즈로 가고 있는 중인데, 3번째 타자가 capcold. 이 사람들 각각의 사고방식에 대한 나름대로 멋진 비교자료(?) 라고 생각된다. 조화롭게 잘 어울려들어가서 좋은 결과를 내면 더욱 더 좋겠지.

[창간 기념 대담] 그들에게 길을 묻다 (1) – 서찬휘

[창간 기념 대담] 그들에게 길을 묻다 (2) – 주재국

[창간 기념 대담] 그들에게 길을 묻다 (3) – 김낙호

!@#… 클릭 한번 하고 ‘만’으로 가서 읽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서 (사실은 자료 백업용으로), 특별히 capcold 파트에 한해서는 여기서도 읽을 수 있도록 해놓겠다. -_-;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당신도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한겨레21_050823]

!@#… 저저번호 한겨레21(574호)에 올라간 기사. 까먹고 여기 백업을 안했다. 하기야 원고는 일찌감치 보냈는데, 서찬휘님 인터뷰와 같이 나가느라고 예정보다 늦게 나왔던 탓이지만;;; 여튼 인터뷰와 같이 묶은 기사는 여기.

!@#… 그리고 만화언론 논의는, ‘만’이라는 구체적인 이름을 가지고 제작 순항중이다. 훌륭한 일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화인(http://manhwa.in) 에서 보시길. 참고로 인도 사이트다. 카레다.

!@#… 항상 그렇듯, 여기는 원래버젼. 기사는 소제목 등 다양한 편집을 거친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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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 만화 독자들, 즐거운 실험에 나서다

김낙호(만화연구가)

만화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하는 온라인 블로그들을 중심으로, 최근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라는 도발적 카피가 출몰하고 있다. 만화 산업도, 잡지 출판도 불황과 침체를 호소하는 이런 시기에 상당히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다. 게다가 그냥 만화 잡지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라 만화에 관한 지면을 만들자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묘한 울림에 눈에 들어온다. 이것은 특정 출판사에서 “만화 저널을 만들었으니 열심히 구독해주십시오”라는 광고가 아니라, 이제부터 토론을 하고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제안인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독자들이 다른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같이 머리를 모아 지면을 창간해보자고 초대하고 있다. 거창한 운동도 대형 사업도 아닌, 즐거운 풀뿌리 실험에 시동이 걸렸다.

만화 언론 토론, 따로 또 같이

시작은 만화/애니 이야기 사이트 ‘만화인’(http://manhwa.in)의 운영자 서찬휘 씨가 <한국에서 '만화 언론'은 가능한가> 라고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담론’의 형성을 넘어 정보의 지속적인 공급, 홍보 창구로서의 역할,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언론’은 분명 필요합니다. 또한 ‘언론’은 사회적 반향을 이끌 수 있는 운동이나 행사의 기반이 되기도 하죠…”라는 문제제기에서 읽어낼 수 있듯이 현존하는 만화단체 소식지나 무거운 정론지와는 다른, 대중적 지면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여기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대감, 우려, 현실 인식 등을 내놓기 시작했고,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장문의 토론 글이 축적되어갔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 독자와 만화가 지망생도 있지만, 만화잡지 편집자, 평론가, 프리랜서 기획자 등 실제 종사자들도 여럿 포함되었다. 이들은 모두 특정 회사나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 대등한 만화 독자의 입장에서 토론에 가세했고, 자신의 경험에 의거해서 만화언론이 왜 필요한지, 어떤 부분이 가능하고 또는 어려운지 하나씩 아이디어를 더했다. 그 와중에서 한국 만화산업의 여러 난점들도 자연스럽게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만화 점유율 문제와 쿼터제 제안이라든지, 효과적인 창작 지원책 문제 등이 구체적인 업계 자료를 가지고 논의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토론의 와중에서 왜 만화언론이 없는가 분통을 터트리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실제로 그런 잡지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논의과정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실질적인 기획회의마저도 실시되고 있다.

토론과정의 또다른 재미있는 점은, 토론이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인 블로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트랙백으로 엮여진 블로그 댓글은 순서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의의 맥락을 놓치기 쉬운 반면, 만화언론 토론은 관련 게시물의 리스트를 시간순으로 기록하고 ‘만화인’ 사이트에서 유지함으로써 마치 하나의 게시판처럼 명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덕분에 토론에 기여한 각 글들은 분량과 논조의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토론의 전체 맥락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이 자기 공간에서 긴 감상을 늘어놓기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서로 공유하기 갈구하는 대중 서사문화, 특히 만화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만화 독자의 힘

사실, 대중문화의 건설적 발전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돌았던 90년대 초중반에 소비자와 생산자라는 두 개념을 합성한 프로슈머(pro-sumer)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장르 상품화가 일반화되어버린 가요 분야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경우 소비의 방식이 훨씬 정교화되었을 뿐이었다. 프로슈머 개념은 생산자와 감상자 사이의 진입장벽이 한없이 낮으며, 보편적 접근성과 매니악한 세부취향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 대중문화 분야는 산업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그 반대방향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바로 만화다. 만화는 90년대 중반 이후 이루어낸 산업적 체계화와 급성장의 물결 속에서도, 오히려 더욱 더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능동적으로 향유하는 매체로 발전해왔다. 가요의 청취자들이 팬클럽을 만들고 음반을 소비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만화의 독자들은 한단계 더욱 적극적으로 ‘판’에 개입해왔다. 우선 이미 청소년층에서는 주류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각종 만화 동인 축제 행사를 들 수 있다. 독자들이 만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 직접 아마추어 회지를 만들어서 유통시키고, 아예 만화분장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직접 되어본다. 그 에너지는 괄목할 만한 것이어서, 프로 작가들도 종종 이런 활동에 참여하곤 한다. 이는 프로와 아마, 독자와 창작의 경계선이 낮기 때문인데, 온라인 상에서 자기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연재를 하다가 스타가 되는 사례들이 이를 더욱 뒷받침해준다.

3년전 출범한 독자만화대상(http://www.comicreader.org)은 만화에서 독자가 차지하는 위상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존 만화상들의 구태의연함을 독자들이 직접 타개하고자, 순수하게 독자 투표에 의한 새로운 상을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장기 운영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독자들이 다시 직접 나서서 대중적인 만화 정보 저널을 만들어서 유통시키겠다는 포부가 결코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독자들이 독자들을 위한 만화저널을 고민하다

물론 난점도 적지 않다. 중심 주체가 없는 상태의 기획이기에,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자금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 온라인/오프라인의 선택, 광고주 설득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또한 기존의 만화 관련 잡지들이 지녔던 ‘그들만의 잔치’ 식의 대중성 부족을 극복하고 만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열혈 만화 매니아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집중적인 매력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불특정 다수의 집단적 의견교환 과정에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십수년전 모든 부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간 영화 언론이라는 형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씨네21>도 하나의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씨네21>이 영화를 핵심 소재로 삼되 영상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대중성을 확보했듯이, 논의중인 만화저널 역시 만화를 매개로 하여 독자들에게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을 포괄하는 하나의 취향 문화 전반을 접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지적도 대안 도출도 모두 그 집단 토론의 과정에서 하나씩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모로, ‘만화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토론은 재미있는 실험이다. 만약 현재 논의 방향이 계속 진전되어 결국 창간이라는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경우, 아마도 유례없이 크고 아름다운 잡지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듯 하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 수정 자유 / 영리불허 —

[등대등 토론참여] 1. 대중 만화언론, 내용 범위의 문제

!@#… 자, 이제 풍덩하고 뛰어듭니다. 만화인 등-대-등 릴레이, <한국에서 '만화 언론'을 하지 않겠는가?>. capcold 제1타, [대중 만화언론, 내용 범위의 문제].

!@#… 만화언론. 만화에 관한 잡지. 옙, 필요와 당위성, 명분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꽤 오래전부터 공감했고, 미력하나마 여기저기 개입하고 돌아다녔습니다. <두고보자> 웹진을 만들어서 나름의 의지를 관철해보았다가 지속성의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습니다. <오즈>에도 참여했고, 부천만화정보센터 웹진 <고구마> – 현 규장각 웹진 – 도 창간 및 재창간하고, <계간만화>(아시는 분들은 알지만, 이쪽에는 좀 더 많은 사연이 있죠) 편집위원 하고 있는 중입니다. “나 열심히 했으니 ‘참잘했어요’ 도장 찍어주세요” 하는 게 아니라(-_-;;;), capcold가 만화언론 창간에 관해서 지니고 있는 생각이나 문제 접근법이 어떤 뿌리에서 나와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대한 약간의 배경입니다. 한마디로, 대중의 포섭보다는 주로 “만화계에는 이런 담론이 제기되는 ‘좋은’ 지면이 필요하다” 라는 차원의 지면들 투성이였고, 반대급부로 대중적 인기를 못누린 공간들이었죠. -_-;

!@#… 한국에서 만화언론은 가능한가? 라는 이 토론의 첫 질문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 이미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패배주의에 빠져서 궁상떠는 것을 항상 질타해왔던 입장이기도 하고. 만화언론이 왜 필요한가, 그것이 만화계에서 해줘야할 역할… 등등 당위와 명분에 대한 논의는 선수들끼리는 그다지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만화언론, 만화저널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 만화언론’입니다. 전문가용, 업계용 언론이라면 지금도 이미 여러개 돌아가고 있고, 대중을 표방하지만 결국 전문용으로 받아들여지는 지면들도 또한 있습니다(이미 이전 논의에서 나온 정보들은 과감하게 스킵). 지금 굳이 이런 토론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중을 위한 대중의 눈높이와 필요에 맞춘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중적으로 히트하는 만화언론. 오로지 그것입니다. 대중은 균일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재미있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예측이 뒤집어지곤 하죠. 하지만 대중은 대중이기 때문에 분명히 ‘경향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명분이나 당위보다도, 처음부터 실무적인 전략이 관건입니다. 우선 간단하게 질문을 제기해봅시다.

“누가 이 잡지를 보며, 왜 보며, 그 결과 어떤 만족감을 느낄 것인가?”

1) 여기서 ‘누가’에 만화팬, 만화독자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꽝. 논의 과정에서 halim님이 주신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지면 운용에 그다지 도움되는 규모의 집단이 아닙니다.

2) ‘왜’에 만화 관련 정보(내용소개, 미리보기 등등)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꽝. 만화 독자들 가운데 심지어 관련정보까지 미리 섭렵해서 자신의 만화를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소수. 동호회를 만들수는 있지만, 매스미디어를 만들기는 거시기합니다. 특히 한국은 어림반푼 매니아들, 다시 말해서 오로지 취향만 매니아이지 향유와 소비의 패턴은 전혀 매니아스럽지 않은(즉 소비를 안하는) 목소리만 큰 허수 군중들이 많다는 점을 항상 상기해야 합니다.

3) ‘어떤 만족감’에 “좋은 만화 정보를 얻어서 좋은 만화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를 넣으면… 유감스럽지만 또 꽝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좋은 책을 추천받기 위하여 출판 전문 저널인 <기획회의>나 <페뎀> 등을 정기구독하거나 읽고 계신 분? 좋은 책을 추천받고 발견하는 것은 여러 결과 중 하나 정도지, 잡지 자체의 목적이 되면 지극히 비대중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은 노골적으로 훈계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입니다(식당 메뉴판이라고 할지라도).

!@#… 이쯤 오면 이상하게 느껴지실겁니다. 만화언론은 그럼 ‘만화’언론이면 안된다는 말이냐? 만화언론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냐? 이놈은 역시 만화계의 적이고 구데기(P모 작가에게 부여받는 영광스런 호칭)냐? …그렇다면 애초에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겠고, 스스로도 삽질하지 않을터.

제 이야기는, 대중적인 만화언론을 만들려면 애초부터 ‘만화’라는 경계선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하나씩 짚어보죠.

1) 누가? 만화팬이 아닌, 일반 대중입니다. 일반 대중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만화에 별 관심 없습니다. 나쁜 편견도 그다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 돼지 같은 대중들을 대상으로 만화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대중은 뭘 하고 사는가하니,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TV도 보고 뭐 그렇습니다. 즉 (물론 중요하기는 합니다만) 만화언론으로서 잘 만드느냐 못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오만 분야의 매체들을 다루는 다른 지면들과 직접적으로 독자 확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2) 왜? 미디어 콘텐츠 자체가 아닌, 그것에 관한 정보가 담긴 저널을 왜 볼까요. 전문가들이야 자기 분야니까 그렇다쳐도, 상대는 대중입니다. 그들은 한국 만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런 것을 볼 하등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습니다. 문화의 종다양성 같은 것은 저같은 학바리들이나 내뱉는 개념입니다. 대중이 저널을 보는 것은, 그 정보 자체가 (1) 재미있고 (2)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없고 비실용적이면서 단지 ‘좋고 옳기만 한’ 내용은 비대중적입니다. 만화의 경우 대중에게 재미있고 실용적인 정보는 이 만화는 이런 내용이다, 좋은 만화다, 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만화를 보면 너는 대단히 멋진 놈이다, 이 만화도 안보면 너는 유행에서 뒤쳐지는 거다, 이 만화를 보면 너는 이성친구 앞에서 자랑할 수 있다, 이 만화를 보면 이 만화도 꼭 같이 봐야한다… 등입니다. 대중은 선동 당하는 것을 즐깁니다. 정확히는,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믿으면서 사실은 선동당해버린 상태를 즐깁니다. 그 미묘한 2중전략을 잘 짜는 것이 모든 성공한 대중저널의 비법이죠. 그것을 위해서는 특정한 전문분야로서가 아닌, ‘총체적 문화‘로서의 세팅이 필요합니다.

3) 어떤 만족감을 얻는가? 누가, 왜의 질문을 대답하다보면 결국 여기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보면 모두들 짐작하시리라 봅니다. 대중은 특정 분야에 대한 심취보다는, 총체적 문화를 소비하며 그 속에 자신이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그런 상황에 도달했다, 라는 자아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을 때에 그들은 충직한 독자가 되어줍니다. 주간지라는 위험을 품었던 <씨네21>은 성공하고, 야심찬 도그마의 월간지 <키노>는 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키노는 영화라는 분야를 자신들의 본업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벗어나지 못하는 울타리로 박아버렸습니다. 90년대 중반, 영화 고급담론 붐이 일어났을 때는 키노가 돋보였지만 이후 2000년대로의 전환과 함께 영화가 점차 대중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화 담론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키노 노선의 몰락은 유감스럽지만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그에 비해서 씨네21은 제호와는 달리 영화라는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영상문화’라는 큰 틀을 상정했습니다. 심지어 만화 특집도 몇번 있었죠. 출판물이지만 영상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만화라는 매체도 이들의 포섭대상이었습니다. 나아가 영상문화와 관련된 도서, 음반은 기본이고, 인터넷 탐방이나 게임평론 등의 선진적 시도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즉 영화를 중심으로 하되, 영상문화라는 큰 차원으로 융통성을 두었다는 겁니다. 그것이 대중 독자에게는 어떤 만족감으로 나타날까요. 키노를 보는 사람은 영화매니아, 학도, 또는 업계 종사자의 이미지를 풍깁니다. 하지만 씨네21을 보는 사람은, ‘영상문화를 제대로 향유할 줄 아는, 나름대로 교양있는 도회적 현대인’의 이미지가 됩니다. 아니 좀 더 가깝게 생각하자면, 90년대 초중반 만화잡지 전성기 당시 중고등학교에서 야자시간에 줄서서 잡지 돌려보던 추억을 상기해도 됩니다. 그때의 잡지들이 지금보다 특별히 더 잘나고 못나서가 아니라, 잡지가 그때 중고생들의 생활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작용했기 때문이죠.

!@#… 즉, 대중 만화언론을 하기 위해서는, 만화를 중심축으로 하되 다양한 연관 문화현상을 넓게 포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만화 전문을 하면서 다른 것도 한꼭지 정도 끼워넣어주자는 식의 단순한 기계적 발상이 아니라, 잡지의 기본 컨셉 자체가 애초부터 “만화를 중심으로 해서 문화를 이야기하겠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실제로 현재 사람들이 폭넓게 대중적으로 관심이 형성되어 있는 저수지여야 합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본식 표현이지만) ‘서브컬쳐’ 전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라이트노벨 등 그쪽 계열을 포괄하는 것이죠.

이렇게 놓고 보니 애니메이션을 중심축으로 해서 이런 것들을 포괄하고자 한 <한국판 뉴타입>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떨까요. 문자 그대로 너무 ‘서브’하죠. 매니아시장을 노리는구나, 라는 인상이 대단히 강합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그 자체로서 매니악한 장르들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 매니악한 취향만 다루고 있으니까 문제인 것이죠. 씨네21에서 맨날 무슨 유럽 거장만 다루고 앉아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삽니까. 때로는 헐리웃 스타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분석, 블록버스터에 대한 나름의 좋은 평가, 어리석은 영화들이라도 여하튼 다루어주면서 비판하는 융통성이 있으니까 팔리는 겁니다.

대중 만화언론이라면 훨씬 더 폭넓게 주류를 포괄하는 취향을 포섭해줘야 합니다. 대본소 극화를 외면하지 말 것이며, 학습만화를 ‘만화가 아니다’라고 내치지 않으며, 고전 명랑만화들을 다시 캐내어 현대 엽기 유머와 견주어 볼 줄 아는 등의 내적인 조율이 필요합니다. 만화와 게임과 영화를 대등하게 비교하며, 특정 만화의 취향을 지닌 이들이 즐겨들으면 좋을 만한 음반과 책들을 소개하며,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만화 특유의 화법으로 재해석하며, 이 세상 모든 미디어 곳곳에 침투해 있는 만화언어를 탐방 발굴하여 그것들을 만화적인 방식으로 읽어낼 때 얼마나 더 훌륭하게 향유하는 멋진 교양 문화인이 될 수 있는지를 역설해야 합니다.

!@#… 우선 간단히 다시 요약합니다.

1) 목표는 대중입니다.

2) 만화로 울타리지워지기보다는, 만화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문화 저널이 되어야 합니다.

3) 독자들로 하여금, ‘이 잡지를 읽는 나는 뭔가 문화인이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합니다. (‘역시 나는 매니아다, 전문가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 다루는 내용에 대한 기본 컨셉이 확실하지 않으면, 어떤 열혈 청년들이 헌신하고 어떤 비지니스 모델을 내세워도 쉽게 망합니다. 막연하게 만화정보지가 아닌, 히트치는 대중 만화저널을 만들자면 반드시 순서대로 밟아야 할 고민들인 셈입니다. 실제 기획안을 만들 때 들어가는 기본순서도 이런 식입니다: (1) 이런걸 만들어주마!하는 문제제기 및 전체 내용 초간단 요약  (2) 현재 판도, (3)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그 속에서 돋보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핵심 컨셉, (4) 세부 내용 정리, (5) 여타 위협요소와 장기적 대응방안, (6) 소요 예산과 제작 진행표, 마케팅 홍보 유통 등등.  이 가운데 (1)이야 그렇다치고, (2)는 다른 글들을 통해서 주로 할 내용들이고, (3)부터 시작하는 셈입니다.

!@#… 음… 가능하면 그때끄때 써내려가겠지만, 앞으로 몇가지 제 생각들을 뱉을 주제들은 이런 겁니다:

2타: 수익성의 문제

    – 온라인의 한계
    – 광고주는 바보가 아니다
    – 돈주고 사게 만드는 방법들    … 외.

3타: 지속성의 문제

    – 시작은 감격, 유지는 고생
    – 조직과 인력
    – 인재와 이념     …외

4타: 기여의 문제

    – 정책적 영향력? 
    – 산업적 기여? 
    – 창작에 기여?    …외

5타 이후: (추후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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