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아프간 피랍 사태 이야기. 둘러보다 보면, 많은 분들이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것이나 철군을 논의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인질상황을 경험중인 독일의 예를 들곤 한다. 독일은 말야 테러범들과 단호하게 맞서고 있고 인질 둘이 다 죽든말든 꿈쩍도 안하는 대인배라고. 그리고 탈레반 역시 그와 못지 않게 조낸 치밀한 놈들이라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러니까 협상 집어치우고 어차피 개독교 선교사들이니까 다 죽게 냅두자고 막말도 하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그래서 약간 궁금해졌다. 독일 인질들 상황은 어찌되었나 하고.
!@#… 한국에 보도된 바로는 뭐 중간에 여러번 이야기가 바뀌긴 했지만, 둘 다 처형당했다는 이야기를 거쳐서 현재는 하나 처형에 하나 살아있다는 정도. 뉴스 소스로 타블로이드지(즉 찌라시)인 BILD를 활용했다는 것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자. 별 근거도 없이 무리해서 인과 관계 만들기 좋아하는 분들이 차고 넘치는 시기일 수록, 최소한 언론만큼은 그 분위기에 팩트로 찬물을 끼얹어줘야할 의무가 있는데… 그거, 적잖이 ‘깡과 실력‘이라는 녀석들이 필요하다. capcold라고 그런 것이 있을리는 없지만, 이렇게 슬쩍 소개해줄 수는 있다.
Berlin kämpft um das Leben der zweiten Geisel
23. Juli 2007, 07:18 Uhr (Die Welt Online)
독일어 되시는 분들은 전문을 읽어보시기를 권하며, 주요 내용만 살짝 요약.
현재, 두 인질 중 한 명만 사망한 상태. 죽은 사람은 당뇨병이었으며, 발작으로 쓰러짐. 그리고 쓰러진 다음에 총격. 즉, 시체에서 총상을 발견했다는 것은 참. 하지만 총상 때문에 죽은 것인지 그 전에 미리 죽어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태. 납치한 이들은 탈리반 본류가 아니라, 파슈툰 민병대. ARD(제1공영방송)에 따르면, 원래 이들은 아프간 사업가를 납치하려 그랬는데 우연히 같이 있던 독일인 2인은 덤탱이. 공식적으로는 수상이 “우리는 아프간에 머물 것이며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천명, 하지만 외교부는 백방으로 땀 뻘뻘.
!@#… 그냥 이 상황으로 직접 읽어낼 수 있는 거 몇가지만. 2차적 추론은 안하고.
1) 독일정부가 철군을 거부했기 때문에 처형을 했다는 말은 쌩 구라라는 것. 데려가서 요구를 한게 아니라, 데리고 가다가 이미 죽었다. 게다가 처형이 아니라 그저 짐짝 하나 줄이듯 없애고 간 것. 민병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상을 남김으로써, 그 죽음을 나중에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을 생각 정도는 머리가 돌아감.
2) 침략 동조자 독일에 대한 분노로 독일인을 교묘하게 납치해서 정치적 목적을 이루겠다! 라는 건 소설이고, 어쩌다가 잡고 나서 그 뒤에 정치적 목표가 무럭무럭 생겨난 셈.
3) 탈리반 대변인 자처하는 넘이 두 명 다 죽었다고 발표한 건 구라였고, 도대체 그 탈리반 대변인이라는 넘이 뭐하는 넘인지 아는 사람도 없음. 탈리반 자체가 현재는 점조직처럼 되어있는 만큼, 동네 민병대가 뭐 일 저질렀는데 지들한테 유리하겠다 싶으면 다 우리 탈리반이 한거라고 우선 설레발부터 치고 있는 상황.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기들도 잘 몰라서, 죽었다고 했다가 살았다고 했다가… 게다가 철군 요구를 했다가 이제는 또 난데없이 10명의 탈리반 죄수 석방 요구로 전환. 한마디로, 갈피를 못잡고 있다.
4) 독일 정부도 인질 안죽이려고 외교부가 고생하고 있다. 우선 협상 대상부터 제대로 찾는 게 가장 시급하지만. 물론 독일도 철군에 대해서 야당 여당 입장이 갈리고 있는 중.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 조건이나 진전 과정, 진정 정도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음. 아니 사실 그런 건 보도하지 않는게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하는 언론윤리상 당연하지.
!@#… 모든 것을 ‘때문에’로 연결짓고 싶은 욕망이야 누군들 없겠는가. 파병국 독일인이기 때문에 납치당했고, 철군을 안했기 때문에 처형당했고, 처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독일정부… 이게 훨씬 깔끔하니까. 세상이 굴다리 밑에서 현피 뜨게 되는 공식에 따라서 움직이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울까. 하지만 우발적 사건, 그것을 유리하게 이용해먹고 싶어서 안달인 자들, 손발이 안 맞아서 나오는 뻘타… 현실은 그런 깔끔한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기 마련이다 – 팩트가 드러나면 드러날 수록. 해결책은 그런 것들을 다 고려해가면서 찾는 더욱 힘든,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과정이고. 이럴때 분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찬 물을 끼얹는, 설레발 속보가 아니라 정돈된 팩트를 전해주고 온라인 상의 각종 괴담들을 바로잡아 주는 언론보도는 어디쯤에 쳐박혀 있을까.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2번째 트래픽 오버 이후 추가) PS. 아니 그런데 어째서 다음뻘판에 올라간 제목은 “아프간 피랍, 설레발 속보 ‘위험’“인건가… (도대체 이 제목들은 누가 짓는거야? -_-) 게다가 나는 굳이 언론보도 뿐만이 아니라, 넘쳐나는 블로거들과 리플러들 가운데 상당수도 그 섣부른 인과관계 설정에 대단히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많은 경우 언론 기사 설레발보다, 블로거 입소문 설레발이 더 무섭지 않던가. 다만 그런 것을 방지하고 막아내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 원래 언론에 있는데 지금 이상하리만치 직무유기되고 있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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