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태, 그리고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것의 어려움 [만화 톺아보기/미디어오늘 130707]

!@#… 게재본은 여기로. 이 글보다 며칠 후,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서 사측이 용역깡패 동원해서 지키던 편집실 문은 열렸다. 하지만 개혁을 향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 게다가 사측, 법원 결정의 논리와 무관하게, 가처분 명령 워딩이 ‘전산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송고접속만 되고 편집권한은 박탈시킴. ‘편집국장 해고효력 정지’라고 하니 복직없이 해고만 유보시킴. 어떤 의미에서, 굉장한 자들이다.

 

한국일보 사태, 그리고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것의 어려움 [만화 톺아보기]

언론사주가 자신의 비리를 고발한 기자들을 편집실에서 내쫒고 한 줌의 친위대로 일간지를 만들고 있는 짝퉁한국일보의 발간이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사건의 내역이야 이미 언론보도와 한국일보 노조 사이트, 여러 필자들이 적잖이 정리했다시피, 소위 진보-보수 정치세력의 지지여부에 따라서 전선을 가를 필요 없이 상당히 시시비비가 뚜렷한 사안이다. 언론규범 차원은 물론이고, 원활한 시장질서의 차원에서조차 곤란하다. 경영 실패를 책임져야할 대주주로서의 사주가 회사 회생을 위한 약속들을 어기고, 회사돈을 유용하는 문제가 축적되어 결국 기자들이 저항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파업을 한 것이 아니기에 노사대결 문제(라고 쓰고 “귀족노조 나쁜 놈들”이라고 읽는다)로 포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오래 지속된 경영 문제로 인해 한국일보라는 신문이 겪어온 쇠락의 과정이 뚜렷하기에, 참고 버티는 것이 미덕이라고, 그러지 않으면 당신네 회사는 공멸한다고 훈계질을 할 수도 없다. 봉건군주제의 복고를 꿈꾸는 것이 아닌 한, 기자들의 싸움을 지지하는 것이 무척 손쉽게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애초에 벌어질 수 있었고, 또 적잖은 화제가 일어나고 이념스펙트럼 곳곳에서 함께 싸움에 대한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가. 한국일보라는 언론의 편집강령에 편집권 독립에 관한 내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성문화된 강령 여부를 넘어, 오늘날 언론계의 매우 기본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까지 하다(특히 시사저널의 삼성 비판 기사 삭제 파동 등 여러 번의 구체적 싸움 속에서 더욱 강고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규범의 부족이 아니라, 그런 규범을 지킬 인센티브도, 어겼을 경우 규제 방법도 미진하다는 점이다. 우선, 언론사주가 편집권 독립을 보장함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인가. 언론사주가 우연히 운 좋게도 – 한국일보의 전성기를 일궈낸 고 장기영 회장이라든지 – 저널리즘 품질에 대해 욕심이 많다면, 그것을 지렛대 삼아 편집권 독립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주가 기업으로서의 수익성이나 언론권력으로서의 영향력에 더 눈독을 들인다면, ‘말짱 꽝’이다. 그럼 규제 방법은 또 어떤가. 단적으로, 기자들의 밥줄을 쥐고 있다면 사주가 지키지 않는다 한들 견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편집권 독립의 법제화 이야기도 수년 전부터 논의된 바 있으나, 그것이 내부 규범이 아니라 국법으로 해결할 영역인가에 관해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그렇기에 결국 현재 한국일보 파동 같은 뚜렷한 사안조차, 온갖 지지와 지원이 합쳐져야 겨우 진전이 보일락말락한다. 역설적으로 그런 문제를 절묘하게 담아내는 것이 바로 2013년 7월 5일자 한국일보 비대위의 배계규만평이다. 검찰이 회장 소환조사의 칼을 뽑아들도록 온갖 단체들이 당겨주고 있고, 검찰은 “알았다니깐”이라며 눈치를 보면서 결국 서서히 뽑으려고한다. 검찰의 미적지근함에 대한 풍자가 먼저 들어오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바로 그 많은 단체들이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압력을 넣어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는 현실이다. 노골적 잘못을 바로잡는 것조차 이렇게까지 힘들다.
[도판: http://blog.naver.com/hankookunion/70170991060]

한국일보 사태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물론 경영 파탄에 대한 올바른 책임부여와 언론사로서의 구조개혁이다. 규범적으로 부각되는 부분은 사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에 입각한 정론을 펼치는 언론의 구축이다. 하지만 좀 더 큰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기 시작해야할 내용은, 언론업에서 비단 편집권 독립만이 아니라 온갖 (공정성, 심층보도, 품위, 사실검증, 소수자에 대한 책무 등 수 없이 많은 잘 정립된) 저널리즘 규범들과 실행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즉 매력적인 인센티브와 효과적인 규제에 대한 고민과 설계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위 만평에 거론된 곳은 물론이고 훨씬 더 많은 사회 각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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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칼럼. 웹툰 짤방 출판 만평 안가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어떤 떡밥 사건을 생각해보기에 도움되는 만화 작품을 연동시켜보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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