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 시민 저항에 소셜미디어 악마화로 맞서다 [미디어는 지금 / 한국일보 140630]

!@#… 연초 기고했던 새해 미디어 전망글을 계기로, 한국일보 국제섹션의 [미디어는 지금] 코너에 연재 들어감.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재밌다면 재미있는 코너…를 목표로 하며, 첫타는 SNS를 활용한 시민저항을 나름 효과적으로 억압해낸 ‘형제의 나라’ 터키 정부의 사례. 게재본은 여기로.

 

터키 정부, 시민 저항에 소셜미디어 악마화로 맞서다

3년 전 즈음 일련의 중동지역 국가들에서 연달아 장기독재 정권을 뒤집는 시민봉기가 일어난 것을 두고, 세간에서는 ‘아랍의 봄’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현상의 주요 특성으로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관계망 중심의 온라인 미디어, 즉 소셜미디어(SNS)를 중요하게 활용한 점에 주목했다. 사실 정권 교체의 더 결정적인 변인들이라면 시민들의 불만 누적, 경제 상황, 정권의 균열 조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소셜미디어는 그간 정권이 구축했던 통제 방식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새로운 여론 조직화 통로로서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SNS 우선 가로막고 보자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그것을 타산지석 삼아 결국 나름의 대처 전략을 고안해냈는데, 최근 논란 중인 터키 정부의 트위터와 유튜브 등에 대한 연이은 차단 정책이 바로 그런 사례다. 터키는 2011년 이후 인근 국가들의 사회변화를 보며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다. 2012년 상반기 동안 터키 정부에서 구글에 요청한 콘텐츠 삭제 요청은 이전 기간 대비 열 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3년 5월 발발한 대형 시위 이후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개입을 더욱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터키의 반정부 시위는 이스탄불에 있는 게지 공원 재개발을 둘러싼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촉발했지만, 바로 이어 표현의 자유, 언론통제 철폐, 세속주의 후퇴 반대 등 시민들의 다양한 불만이 일거에 폭발하며 확대됐다. 이후 공권력의 무리한 진압이 이어지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재까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 조직이나 핵심 강령 없는 느슨한 결합의 운동이고, 국영방송 및 보수 미디어의 의제 설정을 우회하여 소셜미디어를 주요 도구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아랍의 봄, 월가점령운동 등 지난 몇 년간 세계 여러 지역의 시위 국면과 공통점을 지닌다.

시위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터키 정부의 첫 대처는 이미 맘대로 주무를 체제를 갖춘 방송 보도에 대한 통제였다. CNN인터내셔널 채널에서 탁심 광장의 시위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는 바로 그 시간 정작 CNN터키에서는 펭귄들에 관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대안적 정보 통로를 필요로 했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로 눈을 돌렸다. 언론사 중심의 통제만 알던 터키 정부로서는 분산된 연결망으로 날 것 그대로의 시민들 목소리를 서로 공유하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위 장소와 현장의 목소리, 폭력 진압의 생생한 모습, 에르도안 정권의 각종 비리 폭로, 그리고 넘쳐나는 펭귄 패러디 합성사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빠르고 넓게 확산시켰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은 소셜미디어를 정부의 정보 통제를 뚫고 정보를 나누며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도구로 한껏 활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과 맞서려는 정권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선택지는 통로 자체를 막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의 속성상 차단에 대한 기술적 우회로가 많아서, 이집트의 무바라크 독재 정부가 실행했듯 아예 국가 전체의 인터넷을 내리지 않는 한 확실한 소통 차단 효과를 얻어내기 어렵다.

이 방법과 거의 정반대에 있는 것은,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직접 적극적인 프로파간다 통로로 전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유동성과 망 전체 규모가 워낙 빠르고 거대하기 때문에, 한국 국정원의 선거여론 조작 시도 사건이 보여주듯 몰래 잠입해 자극적 소재를 제공하거나 추천을 왜곡하는 수준을 넘기 힘들다.

프로파간다 이용이 아니라 악마화

그래서 터키 정부가 선택한 전략은 완전한 차단도 프로파간다 역이용도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악마화였다. 여느 대규모 소요사태가 그렇듯 터키 소셜미디어에는 정부의 잘못에 대한 면밀한 정보만큼이나, 게지 공원을 당장 밀어버리려 한다든지, 시위가 장기화하면 정부가 인터넷을 통째로 차단할 계획이라는 등 실현가능성이나 근거 여부보다는 분노를 증폭하는 데 집중하는 헛소문 또한 적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이런 부분을 최대한 강조해 특히 자신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매스미디어를 한껏 활용해 소셜미디어를 걸러지지 않은 유언비어의 위험한 공간으로 포장해냈다. 시위 발발 초기 에르도안 총리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트위터는 최악의 거짓말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며 소셜미디어는 사회에 대한 최대 해악인 것이다.

이런 대처법은 터키가 억압받는 시민 대 독재 정부의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힘을 발휘한다. 터키는 부패로 얼룩지고 사회 안정을 명목으로 언론 보도와 각종 일상적 자유권을 제한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시민들과, 그래도 정부를 그럭저럭 지지하는 시민들의 대립 구도이다. 소셜미디어에 부패에 대한 폭로가 널리 돌아다닌다 한들, 소셜미디어가 혼란과 거짓의 공간임을 지지자들에게 설득시키고 그 지지자들이 전체 투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충분히 높으면 선거에서 계속 이길 수 있다.

특히 게지 시위가 장기화하며 시위 참여자와 현 정부 지지자들 사이의 여론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 안정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만큼, 정부로서는 지지자 결속에 매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민주제가 그럭저럭 작동하는 정상적인 현대 국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방식이 먹혀 들었던 것이다.

과연 SNS가 위험사회를 만들까

소셜미디어의 혼란은 통제돼야 한다는 접근은 터키에서는 단순한 이미지 만들기를 넘어 입법으로도 이어졌다. 터키는 애초 수 만개 사이트의 접근을 당국이 차단하는 부분적 인터넷 통제국이었지만, 2014년 3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는 한층 강력한 검열법을 만들었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통신 당국은 어떤 웹사이트든 명령 후 4시간 이내에 즉각 차단시킬 수 있으며, 인터넷 제공업자는 사용자 기록을 2년 동안 의무 보존하고 당국의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

터키 정부는 2014년 지방선거 운동 기간 동안 통신업자를 통한 도메인네임서버(DNS) 가로채기 기법을 동원해 터키 국내에서 트위터와 유튜브 서버에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의 경우는 터키 법원에서 어떤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트위터가 거짓정보에 대한 ‘방지조치’를 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명분으로 삼았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를 나쁜 트위터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데 맞서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식으로 포장했다. 유튜브는 정부 요원들의 회의 내용 불법 도청본을 올렸다는 것이 차단 이유였다. 터키 정부는 앞서 1월에도 비슷한 명분으로 사운드클라우드를 차단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외무장관은 이를 “터키공화국에 대한 사이버공격”으로 부르는 등 외국 기업이 터키의 가치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지지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혼란의 공간, 외부의 위협으로 포장하고, 자신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위치 지었다.

정부의 차단조치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우회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었지만, 목표가 정부 지지자들에게 소셜미디어란 차단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에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소셜미디어 여론전 말고도 많은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결국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심지어 2009년 38.99%에서 43.31%로 득표율이 상승했다.

물론 소셜미디어를 악마화하는 전략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그런 전략에도 불구하고 더욱 널리 보급되어 정권 반대자와 지지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갈수록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거리로 나온 사회 불만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고 공안 정국을 조성해 권력을 좀 더 연장하는 데에는 꽤 매력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개혁을 외치는 시민들이 새로운 미디어의 활용을 배워나가고 익숙해지듯, 그것을 막는 정권도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이내 적합한 새로운 대응 전략을 세워나간다. 터키의 사례는 선명한 전선을 그어 상대를 악마화하는 오랜 정치 전략을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적용한 경우다. 우리는 그런 비극을 거울 삼아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며 글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때마침 국내 한 일간지의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라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형제의 나라다.

(김낙호 미디어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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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국제섹션 [미디어는 지금]. 미디어와 사회변혁에 관한 세계 여기저기의 사례들을 둘러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코너.)

PS. 터키/이집트 등 그쪽 동네 상황과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제이넵 투펙치 교수가 좀 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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