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한국일보의 2014 전망 특집 중, 미디어와 사회 파트를 집필. 일반적 연초전망형 기사의 기본형식을 살짝 벗어나, 정작 트렌드 제시는 전반부에 고압축해서 던져놓고는 후반부를 통째로 미디어환경론, 사회변동(에 대한 신중론), 일상정치 같은 화두로 유도하는 모험을 감행. 어떤 의미에서, 받아들여주신 담당자분이 더 대단;;
PS. 셀카를 절망적으로 못찍어서, 그냥 한겨레 사진을 다시 썼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키워드로 보는 2014 세계] <3> 달라지는 미디어 역할
(탈고 소제목: 미디어 기술은 거들 뿐)
김낙호(미디어연구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가 유행하고, 그 근간을 이루는IT기술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듯한 기대감에 부푸는 것이 오늘날의 일상이다. 사실 그런 붐이 매번 일어나는 것 자체가, 그만큼 화제를 빠르고 폭넓게 퍼트릴 정도로 미디어가 발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토록 강력해진 미디어는, 과연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나갈 것인가. 페이스북으로 제2, 제3의 ‘아랍의 봄’이 일어나며 민중적 이상향이 앞당겨질 것인가, 아니면 정보기관이 전세계의 소통을 감시하는 ‘1984’의 세계를 향해갈 것인가.
발전의 방향
답을 논하려면, 약간의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상 미디어 기술이 발전해온 과정은, 비교적 일관된 흐름이 있다. 바로 정보의 전달력과 도달 범위를 늘리고, 생산, 저장, 열람을 더 쉽고 저렴하게 만들어 사회 일반에 보편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무언가를 기록하고 축적하고 배포하며 열람하는 미디어는 묵직한 캠코더에서 폰카메라로, 석벽에서 플래시메모리로, 봉화에서 인터넷으로, 저잣거리에 붙은 방(榜)에서 손 안의 스크린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지난 20여년의 IT기술 발전, 특히 그것이 인터넷의 상용화와 맞물리며 발생한 파급은 엄청났다. 그간 미디어들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정보가 집적되었고, 유통의 속도와 스케일이 실시간, 전세계라는 상한선에 이르렀다. 나아가 망의 분산된 속성 덕분에 온갖 제도적 검열을 우회할 방법들을 궁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방향성 안에서, 2014년에도 더욱 많은 미디어 발전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뻔한 예상 몇 가지라면, 첫째로 기동성의 다음 혁신이 진행될 것이다. 모바일기기들은 더 강력해지고 신체에 밀착하여, 주머니 속이 아니라 손목에 시계 형태로, 얼굴에 안경 형태로 붙어 다닐 예정이며 그런 패턴을 반영하는 서비스들 또한 발달할 것이다. 더 전문적 영역에서도, 취재의 현장성을 한층 강화하는 휴대형 무선 비행체(‘드론’)가 이미 퍼지고 있는 중이다. 둘째로, 데이터의 정리가 한층 일반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퓨전테이블, 타블로 온라인, 비주얼리 등 많은 손쉬운 온라인 도구들 덕분에,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요약 정리해내는 것이 소수 전문가에서 관심 있는 일반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셋째, 감시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한쪽으로는 미국 국가 안보국(NSA) 도청 폭로로 불거진 보안 통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것이고, 다른 쪽으로는 스냅챗 메신저 서비스의 히트에서 보듯 자신이 온라인에 남기는 내용의 열람을 스스로 통제하는 방식이 발달할 것이다. 그러나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며 항상 접속상태를 유지하고자 난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채워줄 때 힘을 발휘한다
이런 새로운 미디어 기술 특성들은, 특정 사회 속에서 변혁을 원하는 이들이 그간 목말라했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때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익히 알려졌듯, 2011년 이집트 민주화 혁명에서 강력한 촉매 역할을 한 것은 페이스북에 개인이 개설한 페이지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였다. 오랜 시절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만 해온 국영 및 국영에 가까운 주류매체들과 달리 이곳은 대항 미디어로서 정직한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다시금 불특정 다수 시민들이 함께 변혁의 메시지를 축적하고 폭넓게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렇듯 새로운 미디어 기술과 서비스가 소통 영역에서 부족했다 싶은 부분들을 절묘하게 채워줄 때, 사회적 행동의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위에 함께 나서고 싶어도 소속 조직이 없으면 결집하기 어려웠던 개개인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서 소식 공지와 규칙 제시라는 방식으로 구심점을 제공한 것이 바로 한국에서 지난 십 수년간 주류로 자리잡은 촛불 시위라는 집회 방식의 일반적 모습이다. 반면 아주 최근에는, 온라인 대화공간이 권력형 공작, 무례함, 악의로 인해 피로가 쌓이자 오래된 미디어기술인 대자보가 일상정치 발언의 대안적 통로로 애용되기도 했다.
그보다는 덜 극적인 경우로, 저널리즘 일반에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모습들이 있다. 언론이 담당했던 사회적 의제와 담론의 관문 역할은 갈수록 여러 미디어 경로로 분산되고 있는데, 소식의 출처들이 갈수록 더 많이 직접 말을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통신사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직접 독자들과 만나고, 시민기자나 독자투고에 기반한 참여형 매체가 늘어나고, 전할 소식이 있는 사람들이 아예 블로그와 게시판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직접 뿌린다. 기성 언론이 어쩔 수 없이 또는 이해 관계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는 많은 이슈, 관점, 또는 전문성의 빈 자리를 이런 식으로 채워나가는 만큼씩 사회적 담론은 발전한다.
가장 극명한 최근 사례는 바로 한진중공업 노동문제로 철탑 위에서 고공시위를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경우다. 그가 309일 동안이나 시위를 이어가도록 도와준 것은 바로 태양열 배터리, 스마트폰과 트위터다. 지내기 힘든 고립된 장소에 머물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매일매일의 상황을 호소력 넘치게 전달하고 대화를 나누며, 나아가 알자지라 같은 해외방송국의 취재까지 이어지게 한 중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미디어는 거들 뿐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 또한 현명하지 않다. 미디어 기술은 어디까지나 메시지를 나누는 도구라서, 사회적,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들까지 자동적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미디어는 시민들로 하여금 사안을 공유하고, 논점을 이해하고, 자신이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무리 온라인 서명운동이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해도, 미디어로 모인 여론이 저절로 소송을 걸고 정치인을 밀어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IT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문제 자체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미국 등지에서는 실시간으로 경찰의 데이터를 받아서 자기 지역의 범죄 현황을 지도 위에 표시하는 범죄 지도 서비스들이 크게 유행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는 실제 안전을 키우기보다는 경각심만 키울 따름이며, 훨씬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지역 정치 과정을 통해서 경찰력을 늘리는 것이다.
즉 IT 기술의 발전과 미디어의 진화는 각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실제 제도적 행동들과 온전히 결합하는 지점에서 비로소 사회 변화의 힘을 발휘해왔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저 온갖 잡다한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하고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잡담을 떠는 생활 양식 너머, 사회를 바꾸는 것이라면 그렇다. 앞서 언급한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경우도, 시민들의 결집과 봉기까지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나 독재정권 붕괴 후 이어진 극심한 정치적 충돌 국면에서는 비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월가 점거(OWS) 운동은 소셜미디어를 도구 삼아 세계적으로 화제성을 만들어냈으나, 뚜렷한 제도적 목표와 그것을 위한 조직화된 추진 운동으로 정제해내는 실제 사회운동 부문이 미약했기에 가라앉았다. 인터넷이 그 자체로 더 많은 자유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면, 인터넷 사용량이 막대하게 증가하고 오락성 정보가 넘치지만 여전히 인터넷 이전만큼이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보 취득이 엄격하게 검열되는 중국의 사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디어 기술은 거들 뿐, 변화의 힘은 실천과의 결합에 있다. 그렇기에 미디어를 통한 사회변화를 믿으며 그것이 기왕이면 바람직한 쪽이기를 바란다면, 가장 관심을 두고 발전을 요구해야 할 영역은 바로 제도 정치의 생활화, 다시 말해 일상적 정치 과정 참여를 돕는 미디어 도구다. 자기 지역의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 항목과 함의들을 편리하게 정리해주고 편성 시뮬레이션을 게임처럼 미리 해볼 수 있는 참여예산제 도우미 앱, 분류기준이 아니라 질문기반으로 움직이는 공공데이터 검색기, 중앙정부부터 지자체까지 지정해서 파악할 수 있는 공약실현 현황판, 정치인들에게 손쉽게 항의나 격려를 조직화할 수 있는 협업형 스케쥴러 등, 채워야 할 부족한 부분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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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올해 예상되는 IT기술/미디어 변화
– 스마트기기의 기동성 향상: 주머니에 휴대하는 것 너머, 손목과 얼굴 등에 상시 착용 및 관련서비스 증가.
– 데이터의 정리 활용 증가: 데이터에 대한 관심의 다음 단계로, 정보시각화를 간편하게 돕는 도구의 발전 및 일상화.
– 감시에 대한 경계: 감청이 어려운 통신의 보안성 추구, 자신이 남기는 온라인 흔적에 대한 통제권 관심 증대.
– 더 많은 공유와 상시 접속: 일터 자료의 클라우드 협업부터 개인적 운동 기록의 소셜망서비스 연동까지.
– 틈새형 비영리 중소 언론매체에 대한 주목: 온라인 탐사취재 방송, 블로거 규합형 매체, 저널리즘스쿨 연계 프로젝트 외.
(*주: 가급적 특정 서비스와 기술을 개별적으로 나열하기보다, 하드웨어, 콘텐츠 활용, 사회적 맥락, 문화, 언론환경 등에서 큰 경향성으로 뽑고자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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