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의미 – 브레이크 에이지 [기획회의 371호]

!@#… 한편으로는, 예전 한국번안 이름들이 더 정감이 가고 뭐 그런 것이다(슬램덩크처럼).

 

게임의 의미 – [브레이크 에이지]

김낙호(만화연구가)

오늘날 무슨 사회범죄만 생기면 그 원인으로 호출되곤 하는 만만한 허수아비의 대표격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컴퓨터 게임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을 빙자한 입시 준비)에 사용해야할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한층 탐탁치 않게 여겨지곤 한다. 동시에 무슨 문화산업으로서의 수익규모 어쩌고 할 때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게임이다. 그런데 산업으로서 또는 매체 영향으로서의 게임 말고, 정작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일반대중 담론에서 종종 지엽적이거나 팬덤의 영역으로만 치부되곤 한다. 바로 게임의 즐거움, 즉 우리 생활 속에 자리를 잡은 문화로서의 측면 말이다.

[브레이크 에이지](바토 치메이 / 길찾기 / 1권 발간중)는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과 그런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의 이야기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대단히 선명한데, 바로 게임의 즐거움이다. 이 작품은 1990년대에 연재되며 2000년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세계에는 오락실 공간을 통해 통신대전을 하는 ‘데인저 플래닛3’라는 게임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 게임은 가상 공간 안에서,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조한 인간형 로봇에 파일럿으로 탑승하여 상대 플레이어의 로봇과 전투를 하는 것이다. 그 온라인 대전 게임의 고수인 고등학생 키리오는 어느 날 자신과 승부한 또다른 고수 여학생 사이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사이리는 어째서인지 1000기의 상대를 쓰러트리겠다는 목표에 굳건하게 매진중이다. 그들의 대결과 협력과 결국 점차 발전하는 로맨스, 다른 강력한 도전자들의 등장, 그리고 점차 데인저 플래닛 게임 자체를 둘러싼 개발사들의 이해관계가 엮인다.

이 작품은 여러 층위에서 게임을 그저 피상적이고 대체 가능한 미래세계 소재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하나의 문화로 놓고 전개한다. 게임 실력을 갈고 닦는 플레이어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활동과 개조 데이터가 개발사와 적극적인 연계를 낳는다. 온라인게임의 틀을 가지고 기계문명 진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게임의 핵심은 바로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기본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강조한다. 그것도 훈계조가 아니라 즐거움을 보여줌으로서 말이다.

게임이라는 소재, 특히 로봇 대결이라는 속성상 플레이어들 사이의 승부는 넘치고 치열하지만, 정작 작품의 메시지는 승부의 중요성에 메이지 않는다. 개발사들의 노력과 기업간 경쟁, 그 와중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나오지만, 상업적 성공이라는 승부 결과를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게임은 즐겁자고 하는 것이고, 어떤 인간적 사연으로 승패에 얽매인다한들 그 와중에서 즐거움을 찾아나가게 된다. 게임의 개발은 어떤 상업적 성과를 노리는 것이든간에 게임의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경쟁은 결국 그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을 되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을 위한 도구,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최초의 목표를 직시해야 한다는 긍정적 자세는 게임의 의미를 넘어 기술의 의미 전반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게임 속에 플레이어들이 몰고 다니는 대전병기가 인간형 로봇임에 대해서, 한 대목에서 등장인물들이 확실히 인간형은 게임에서조차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인형병기를 현실에서도 개발하고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기술은 군사 목적보다는 오히려 의료나 예술 쪽으로 이어진다. 대화는 작품의 게임관과 비슷하게 결론지어진다. “인형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메시지의 힘은 작품을 관통하지만, 작품을 압도하여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게임의 즐거움을 논하면서 그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곤란할테니 말이다. 그렇듯 이 작품에는 어떤 대중문화 코드를 흡수한 세대를 위한 로망이 종합 선물세트격으로 가득하다. 소년 소녀들이 자신이 조종할 (게임 속) 로봇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만들어낸다. 조종석에 앉아서 적의 로봇과 싸운다. 같은 열정을 공유하는 이들이 서로 끌리며 청춘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에는 자신이 가장 즐기는 분야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다. 로봇을 만들고 조종하고 동료와 사귀고 즐거움과 직업이 결국 맞물리게 된다. 대중문화의 즐거움에 심취하는 이야기로서 얻어낼 수 있는 모든 코드를 제대로 건드려주고 있는, 경쾌한 오락성이 넘치는 배합이다.

여기에 여성 연상 커플의 학원 로맨스 같은 러브코미디 요소도 가득하여, 여러 장르의 팬들에게 두루 호소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들의 캐릭터로서의 매력 또한 적당히 익숙하면서도 은근히 돋보인다. 게임이든 여자든 몰두하는 것에 대해 확실하게 돌파력을 보이는 키리오, 그리고 사립 명문 여학생으로 다른 얼굴은 자비심 없는 중화력 로봇을 모는 고수 게이머인 사이리는 도도한 성격과 귀여운 일면의 교차는 물론 어두운 사연까지 겸비되어 장르적 재미를 확실히 챙겨준다.

원래 이 작품은 한국에 1994년경부터 게임 전문지에 연재되며 강한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 전반에 대한 긍적적 이미지로 향후 게임종사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게임은 즐겁자고 하는 것이고 즐거움을 주자고 만드는 것이라는 작품의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된 셈인데, IT와 문화산업에 세간의 관심이 증대되고 청소년들의 문화 또한 그쪽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던 당시 한국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완간 후 오랫동안 절판되었는데, 이번에 새 번역과 여러 추가 특전을 넣어 한국어판이 새로 발매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브레이크 에이지]가 90년대에 상상한 2000년대의 모습은 비슷하게 실현된 부분도 있고 꽤 다르게 전개된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온라인 게임의 일상화는 실현되었으나 그것이 작품에 등장하듯 오락실의 체험형 대형기계보다는 개별 PC단말기를 통해서 이뤄진다든지 말이다. 또한 이 작품 말고도 온라인게임을 다루는 작품은 다양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게임을 신기한 새로운 세상으로 다루기보다는, 여느 생활스포츠처럼 즐거움의 도구로 논하는 것, 특히 사람들이 일상적 삶을 영위하며 서로 관계를 맺는 장으로 다루는 매력은 아직까지도 여기에 필적할 만한 것이 드물다.

브레이크 에이지 1
바토 치메이 글.그림/이미지프레임(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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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 먹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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