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밀자료 유출쑈의 착시현상

!@#… 떡밥이 고팠던 이들이 또다시 표면 위로 끌고 올라온 ‘노무현 기밀자료 유출쑈’ 이야기. 미디어, 저널리즘쑈, 정보 관리 뭐 그런 이야기니까 아무래도 슬쩍 한마디 끼어들고 넘어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 우선 쓸데없이 열혈 청와대와 폭풍 중앙일보가 몰고 온 본격 컴맹스러운 쉣소리(‘원본’ 논쟁, 하드디스크를 서버에서 뽑아서 들고갔다 쌩쑈 등)는 차치하고, 상황을 따지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그래서 지금 데이터는 누가 가지고 있나? 봉하: 있음(거의 있다고 간주되는 듯). 기록원: 있음(다 있음). 청와대: 없음(거의 없음). 기록원이 지니고 있는 200만건인가 800만건인가 넘는다는 자료 대부분은 공개가 원칙. 그런데 전체 기록 중 4% 정도는 15-30년 기밀시한이 걸려있어서, 현 정부가 기록원에 가도 직접 볼 수 없게 규정되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사안은 두 가지다.

첫째, 현 청와대가 기록원을 통해서도 일련의 절차 없이는 그 비밀자료를 볼 수 없다.
둘째, 노무현은 그 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자료에 비밀시한을 걸어놔서 우리가 참조할 수 없어” 그리고 “당신이 데이터 복사해간 건 불법이야” 이 두 가지를 각각 따지는 것이 진짜다. 이걸 뒤섞으면, “당신이 자료를 가지고 가서 우리가 볼 수 없어”라는 찬란한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수개월간 조중동에서 열심히 애용해온 방식이고.

1) 자료에 비밀시한 걸어놓은거야, 국회에서 해결하셈(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17조 6항 4목). 재적의원 2/3 동의 얻으면 국회에서 볼 수 있어요. 굳럭. 아니면 영장을 들고와도 된다. 그게 꼬우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자료 열람법을 고치든가. 게다가 어차피 이미 비공개자료라도 2년마다 공개/비공개 여부를 재심의하도록 되어있다(16조 3항). 보고 싶다면, 좀 법을 좀 믿으셈 좀.

2) 데이터 복사해간 것이 과연 불법인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따져봐야하겠지. 17조만 보더라도 열람/사본제작을 불허하는 것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기본적으로 열람/사본이 허용되어 있되 따로 정한 것에 대해서만 금지된다는 기본 패턴을 알 수 있다. 여튼 핵심은 시행령에 있다: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법 제18조에 따라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에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을 위한 전용 장소시설이나 그 밖의 편의 제공 등의 방법으로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전용장소? 봉하마을. 시설? 이지원 클론 스탠드얼론 시스템. 그 밖의 편의 제공? 나중에 딴소리 하기 없기. 이게 노무현측의 논리다. 게다가 여기에는 비밀문서와 일반문서의 구분이 없으니 모든 문서를 포괄하게 된다. 만약 노무현측이 이걸 요청했을 때 기록관장이 반대(!)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법적으로 무척 클린해진다. 과연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만약 문제가 있다면 뭐 응당 그에 합당한 사법처리를 해야지. 유출을 방조한 현 청와대 담당자들도 함께 공범으로 엮이는 만큼, 아마 정치적으로 해결을 하는 쪽이 되겠지만.

!@#… 여튼 이번 소동을 계기로, 자료 보안, 보관에 대한 의식이 넓어지면 그것도 나름대로 교훈. 예를 들어 이공계 인력들의 ‘자료유출’ 족쇄까지 연결되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정보의 축적, 체계적 활용에 대한 함의도 출중하다. 음… 그리고 애초에 이런 쌩쑈급 혼란이 도대체 왜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끔은 가장 쉬운 발상이 정답이 되어주곤 한다.

오마이뉴스 기사:

참여정부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중략)… “지정기록물은 정해진 기간동안 공개가 안 되고 e-지원에서도 삭제된다. 지정기록물이 아닌데도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야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를 들어 북핵관련자료는 원자료까지 외교통상부에 쌓여 있을 것”이라며 “현 청와대가 기록물관리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테고,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기사:

문건 인수인계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을 놓고 신구 정부 사이의 의견 교환이 불통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무현 전 정부 측은 “이명박 당선인 측에 각종 자료 제공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청와대 측은 “국가기록원에 제출된 자료 열람을 위해선 국회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이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헉, 몰랐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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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houghts on “노무현 기밀자료 유출쑈의 착시현상

Comments


  1. 요즘 주위에서 다른 일로 전화했던 사람도 저거에 대해 물어보고, 집안행사때 만난 친척도 묻더라. 하여튼…;

  2. – 기록물에 대해서 따져보는 건 좋은데 본격적으로 노통을 엮는 건 지금 청와대가 별로 인기가 않좋은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고 나서는 것 같아서 영 보기 안좋아요. 여하튼 좋은 포스팅 잘 봤습니다. 캡콜님은 미디어쪽에 관심이 많으신 듯 하네요.

  3. e 지원 시스템 똑같이 만들어서 원 시스템에서 하드 떼어갔다는 말 듣고 그 업계 종사자 머리에서 스팀 오르더이다.(아니 소프트웨어 환경이나 웹 시스템이 언제부터 하드웨어 차원으로 내려온거지??)
    실제로 뉴스 기사 문장 하나하나 놓고 ‘시스템 똑같이 구축한다’는 말의 뜻이 뭔지 듣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들도 그 말의 뜻을 모르니까 그게 말이 된다 믿고 옮기는 게 아닐까요.

  4. 진짜 청와대 관계자의 컴맹스러운 일문일답은 그냥 그러려니 하더라도 말이죠…수장이 그따위니.

    ‘그걸 모를 사람들도 아닌데 왜 저러지?’ ‘…모르는데요’

    …이 무슨 만담도 아니고…

  5. !@# infini / 노무현 때리기는 여전히 유효한 떡밥이니까… 잠시 뿐이기는 하지만, 촛불정국마저 압도할 정도랄까?

    지나가던이님/ 그게 신기하게도, 또 화제성이 확보되어 한동안이나마 이슈가 되고 있네요. // 에에, 미디어쪽에 관심이 없으면 오히려 곤란하죠… 업인데 (낮에는 미디어학도, 밤에는 만화연구가).

    60님/ 그러게 말입니다.

    우유차님/ 링크한 뉴시스 기사에 같이 엮여 있는 기자회견 일문일답을 보면 더욱 아스트랄의 경지를 영접하실 수 있습니다. 우선 마음의 준비, 심호흡을 좀 하시고…

    Rivian님/ 자료유출 이슈 떡밥이 처음 던져진 후 무려 3개월 이상이 지나도 여전히 그 분들의 개념 이해가 그리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것이 더 슬픕니다. ㅜㅜ

  6. !@#… nomodem님/ 하지만 물론 청와대의 멍청함과 노무현의 무리수 역시 별개죠. 방금 나온 청와대 발표문(이라고 해도 여전히 원본/진본/사본 개념이 흐리멍텅…OTL)에 따르면 애초에 봉하클론 관련해서 기록원에 요청을 한 바가 없다는데, 그게 사실이라 판명되면 상당히 크리티컬. 청와대의 멍청함을 지적함으로써 노무현을 정당화하기도 싫고, 그렇다고 ‘그놈이그놈 양비론’으로 빠지지도 않으려니 참 미묘하군요.

    미고자라드님/ 아마추어라는 호칭도 아깝고, 그냥 반푼이 정도?

  7. 예상보다 떡밥이 작지 않더군요. 보안상의 이유로 노무현 정부는 마지막에 하드디스크를 ‘파기’한듯. 실제 하드를 떼기는 뗐다는 이야기죠. 기록이 남아 있으면 노무현 정부 승, 없으면 절도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는 상황. 최소한 이명박 정부가 ‘오해할만한’ 여지는 있었다는 결론이 될 듯.

  8. 위에서 제가 말한 포스팅은 캡선생님 포스팅.(이후 리플포함)

  9. !@#… 기린아님/ 파기 자체야 합법적 절차인 이상 법적인 문제는 아마 별 탈 없겠죠. 인수위가 자료 인수의 가치를 모르고 대충 뭉개려고 하자 그냥 “필요없다고? 그럼 당해보든지” 하고 엎어버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정보유출을 막고자 한다는 명분으로 하드 파기를 실시하면서 동시에 정보유출 위험이 확 올라가는 서버 클론을 만들어버렸다는 모순은 좀 OTL 스럽죠.

    nomodem님/ 아니 링크해주신 그 포스트도 사실 상당히 감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