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밑에 쓴 “최근 말많은 저작권법 개정에 관하여” 글에 약간 보충. 안그래도 스크롤의 압박이 있는 글에 수정신공으로 더 쑤셔넣기보다는, 그냥 별도로 주석처럼 뱀다리처럼 별도글로…;;
!@#… 이전 것도 그랬지만… 글이 길다고 툴툴대시는 분들을 위한 조언: 굵은 글씨, 색깔 들어간 글씨만 읽으십시오. 또는,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읽으시든지. -_-;
!@#… 저작권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보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양비론 물타기냐? 라고 역정을 내시는 분들은… 뭐하러 귀찮게 이런 글 읽어보시나. 그냥 혼자 골방에서 화만 내시면 될 것을. 아 뭐 여하튼. 약간 비유를 사용해보자. 집 앞에 8차선 도로가 있다. 그리고 신호등 하나. 그런데 이 녀석이, 보행자 파란불이 20초도 채 안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초록불 들어오려면 한 10분쯤은 서서 기다려야 하고. 그래서 남녀노소 눈치껏 무단횡단하면서 다녔다. 뭐 신호등이 이따위냐면서 욕 툴툴 해가면서. 그런데 어느날, 무단횡단 특별 단속 기간이 선포되고 경찰아저씨가 덤불 뒤에 숨어있다. 그리고 무단횡단하는 모두에게 벌금을 물리기 시작하고. 자, 한번 이 경우를 살펴보자.
1) 무단횡단은 잘못된 일인가: 잘못된 일이다. 무단횡단하다가 사람 치이고, 교통 엉망되고, 사람들 성격 버리니까.
2) 단속은 옳은가: 옳다. 무단횡단을 막아주니까.
3) 그래서 세상은 해피해지는가: 이제 제대로 길도 못건너가는데 해피는 개뿔이 해피해!!!
4)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단횡단 하든말든 냅둘까? 무단횡단을 합법화할까? 멍청한 소리. 그게 아니라, 신호등 시간을 늘려주고, 간격을 줄여서 보행자 권리를 정식으로 보장해줘야지. 그래도 무단횡단하는 놈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 나름대로 그래야 할 만한 이유가 있고 또한 반대급부의 위험부담도 지는 것이다. 경찰에게 단속당해도 할 말 없고, 단속 안당해도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는 게 당연하다. 이게 바로 해피한 세상이다.
!@#… 현행 저작권의 경우, 사용자 권리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정당사용(fair use) 개념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부분이 무척 취약하다는 말이다. 사유화 만능주의의 미국이나 관료주의 일본도 결코 좋은 모델이 아니다.
1) 합법적인 상용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좀 해주라. 사용자들의 눈높이에 좀 맞춰서. “니네 서비스에 이 곡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 껄 가져다가 썼는데 어쩌란 말이냐”라는 항의를 들으면 스스로 쪽팔리는 일 아닌가? 사실 mp3 한 곡 다운로드에 800원 책정한 것도 물가수준이나 실제 비용 생각하자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블로그 솔루션 프로그램 ‘Movable Type” 홈피에 한번 가봐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프로그램 가격이 자세하게 세분화되어 있다. 그 정도는 해야지.
2) 사적 사용의 범위를 정당하게 법적으로 보장하라. 사용자들 실제 생활 패턴 정도는 제대로 고려해서. 법적으로 보장하기 힘든 부분은 사업자들이 나서서라도. 1인 방송국을 차리려고 만드는 홈피와, 몇몇 친구들끼리 수다떨려고 만드는 홈피를 같은 범주로 놓고 볼 수는 없지 않나. 개인 계정 홈피와 포탈 사이트에 계정 하나 만든것도 전혀 다른 범주고. 당신들의 눈에는 그냥 홈페이지는 다 똑같은 홈페이지겠지만, 세상은 이미 그 정도의 진화단계는 벗어난지 오래다.
3) 공공 사용의 범위를 정당하게 법적으로 보장하라. 이건 아직 사람들이 와닿는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듯 하지만 (블로그에 음악 까는 것과는 아마도 관계가 없으니까)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다 꺼내는 거다. 첫째, 공공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대시켜주라. 예를 들어, 정부가 투자한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 즉 정부가 주장할 수 있는 저작권 지분은 특정 집단이 사유화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정보로서 완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저작권 지분을 공공 사용을 위해서 공개적으로 열어놓는 것, 그것을 우리는 ‘카피레프트’라고 부른다(무슨 해적판 불법 공유나 하면서 카피레프트 들먹이는 찌질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오해다). 둘째, 공공 접근권을 보장해주라. 네이버, 불여우로는 답글 읽기조차 제대로 안돌아가는 것 다들 알죠? 웹 표준도 안지키는 악덕 MS의 익스플로러따위에서만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든 바보들. 합법적인 배경음악 서비스인 음악샘? 익스플로러 말고는 안돌아감. 이런 것도 저작권에서 해결할 수 있냐고? 모든 부분 전부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하다못해 해당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아서 비자발적인 비합법적 사용이 이루어졌을 경우에 대해서 예외규정(최소한 정상참작)을 마련해 주는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한국에서 온라인의 기능을 단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바로 ‘입소문’이다. 자발적이다. 빠르다. 삼삼오오 패거리들이 갈리고 동시에 또 합쳐진다. 퍼지면 퍼질수록 내용이 종종 왜곡되기도 한다. 도를 넘어설 정도로 자세히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시민 저널리즘도, 떼거리 찌질이들도, 유행도, 촛불집회 동원력도 결국 이거다. 콘텐츠 장사치(별로 폄하하자는 의도는 아니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입소문이 지나쳐서 불법 장물거래에 사용된다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소문의 막강한 홍보기능을 모조리 꺼버리면 뭐가 되는가. 특히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니, 그보다 애초에 입소문이라는 것을 과연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 건가(표면에서 살짝 안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막을 생각만 하지 말고, 장려를 해라. 불법적인 정보의 유통을 맏을 생각에 전념할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유익한 정보와 유통방식이 잘 돌아다니도록 장려를 하라는 말이다. 이번 개정안 발효는 저작권자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논리적이고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하지만 그것에 걸맞는 사용자 권리 보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균형은 크게 깨지고, 전체 판이 크게 경색된다/쪼그라든다. 이 후속타로 준비된 전면개정 – 친고죄 조항 폐지를 포함한 – 만 봐도 훤히 앞날이 보이지 않는가. 사용자에게는 사용자의 권리를, 저작권자에게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그리고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양측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균형잡힌 조율을. 그게 저작권’법’을 만들고 운용하는 정부의 역할 아닌가. 그런데 정부가 저절로 나서서 뭘 하는 것을 본 사람? 그러니까 일반 대중, 사용자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주장을 설파해서 하나의 여론,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맘대로 남의 것 도둑질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세요, 가 아니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제 권리를 좀 보장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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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음반(유통)사들이 아일랜드 정부 고소한 http://t.co/3i68gaGF http://t.co/AUqPzcKp 사건, 진지한 논평을 링크로 대신했더니 잘렸네요;; 다시: http://t.co/mm4OpKG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