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끊긴 미디어다음, 업그레이드를 선택할까

!@#… 미디어다음에 대한 조중동의 뉴스 공급 중단이 7월 7일자로 발효되었다. 주가가 어찌 되었느니, 청정지역이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니까 생략. 다만, 과연 이 상황이 온라인 뉴스 환경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기회’를 만들어주는지는 살짝 생각해볼만 하다(조중동 퇴출이 곧 뉴스환경의 발전이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우선, 기억의 시계를 한 5년만 돌려보자.

!@#… 때는 2003년. 포털사이트 ‘파란’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 스포츠일간지들과 고액으로 콘텐츠 독점계약을 해서, 다른 포털사이트에서 일간스포츠나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등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아아, 네티즌은 태반이 연예 스포츠 뉴스만 보는데 어쩜 좋아! 이제 다들 파란으로만 가고, 다른 포털들은 망했네!

… 쥐뿔. 오히려 타 포털의 연예 스포츠 뉴스 공백이라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군소 (시점에 따라서는, 듣보잡) 인터넷 뉴스생산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해서 잔뜩 콘텐츠를 공급해줬다. 이미 독점계약한 그들 말고 새로운 무가 스포츠 일간지들도 마구 일어섰다. 물론 이미 찌라시스러웠던 스포츠일간지들보다도 한층 더 찌라시스러운, 즉 저널리즘의 기본도 안된 허접 기사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독자들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뭐 애초에 뉴스의 품질을 생각보다 별로 안따진다는 잔인한 현실도 있을테고, 연예 스포츠 뉴스라는 성격 자체도 있겠다.

여튼 표피적인 결과는 독점 전략이 먹혀들어가지 않은 것, 그 승부의 현장이다. 하지만 진짜 결과는, 그 하나의 수가 포털 중심의 인터넷 상의 뉴스 환경 전반에 파장을 미쳤다는 것. 연예중심의 포털 뉴스 관행이 개선될 것을 기대한 분들의 희망과는 달리, 여전히 연예뉴스 위주인데다가 모든 분야를 망라한 뉴스 수준 전반이 한층 저열해졌다는 부작용까지 낳았지만 말이다.

!@#… 조중동이 다음에서 뉴스를 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스포츠신문 독점의 사례를 그대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무리다. 스포츠일간지들 사례처럼 조중동이 백기투항(…)하지 않고 좀 더 심각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할만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 어느 한 곳에만 주고 다른 모든 곳에서 빼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다음 하나에서만 빼는 것이다. 새로운 뉴스 통신사들이 만들어져서 대체제로 나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둘째, 특정 섹션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콘텐츠가 빠져나간다는 것. 종합일간지의 힘은 ‘종합’에서 나온다. 셋째, 뉴스의 품질이 그래도 좀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하는 것. 아무리 허접한 정치방향성과 언론의식을 지녔다할지라도, 기획력만큼은 좋든 싫든 돈으로 일정 부분 살 수 있다. 스포츠일간지들의 경우 기획기사라는 개념 자체가 어차피 거의 부재했지만, 이쪽은 좀 경우가 다를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째, 여하튼 그래도 조중동이 뭐라고 떠드는지 알고 싶으면 어쩔건데? 보기 싫다고 해서 눈과 귀를 닫아버리면 어디까지 허접해질 수 있는지는 이미 청와대의 그 분들이 한껏 증명해주고 있지 않던가. 스포츠신문은 어차피 그냥 소식 자체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런 관심이 그다지 필요 없었다.

!@#… 하지만 또 생각할만한 것은, 과연 조중동의 대체제가 필요하긴 한가 하는 것이다. 첫째, 미디어다음 하나에서만 뺀다 할지라도 타 포털의 뉴스란과 큰 차이가 보일 것인가. 우선 양으로 치자면, 공급되는 뉴스는 조중동이 빠진다 한들 여전히 너무 많다. 게다가 속보에 해당하는 기사들의 상당부분은 어차피 해당 언론사들이 연합뉴스 등 통신사들을 신디케이트한 것이었다. 질적인 측면으로 볼 때 문제는 기획기사들인데, 기획기사란 결국 해당 주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여러 정보를 취득하고 집중적으로 정리해주는 방식이다(그 와중에 정치색을 짙게 섞어넣고). 미디어다음이 그 신문들마냥 좌담회를 열 수는 없겠지만, 정보의 취득과 집중은 어차피 포털의 본분이다. 이슈 사안에 대해서 언론사 뉴스, 블로거 포스트 총망라해가면서 제대로 정보를 클러스터링하는 기제를 적용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둘째, 전 섹션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의 문제는, 거꾸로 각 섹션에 대해서 대처를 하면 해결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나아가 아예 이번기회에 여러 섹션을 엮어내는 크로스 레퍼런스를 적극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연예인이 노래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면 그건 연예섹션이자 정치섹션이자 사회섹션이자 문화섹션 아닌가. 아예 특정 태그와 키워드로 커스텀 섹션을 제공하는 것도 좋다. 오히려 종합일간지들에게 스트레이트하게 분류까지 포함해서 공급받던 관행을 개선해서 입체적 정보 정리를 추구하면, 뉴스 소비는 새로운 레벨에 올라설지도 모른다.

셋째, 조중동이 아무리 기획력이 좋다 한들 전문 주간지들 마냥 기획기사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돈을 더 투자해서 각 섹션 분야의 전문 주간지들로부터 기사를 공급받는 타이밍을 조절하면 상당부분 상쇄될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포털 자체의 본분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넷째, 전체 판도에서 보자면 조중동이 대단히 특별한 것을 떠드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 협의 문제로 주요 일간지 몇 개가 빠진 언론재단의 뉴스검색서비스 카인즈(현 미디어가온… 참고로 이 사이트는 악명이 자자한 ‘fasoo’ 인증을 쓰고 있다 -_-;)로 검색해도 당대의 담론 지평을 살펴보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실제 분석이나 비판을 위해서는 구멍을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따로 빠진 곳들을 살펴보곤 하지만, 그건 개별적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조중동이 워낙 상징적이고 강렬하게 한국사회의 허접한 가치관들을 압축하고 있어서 그렇지, 보수라고 자처함으로써 단순한 허접함을 방어하고자 하는 야매꾼들의 전체적 기조는 훨씬 넓게 퍼져있다. 조중동을 보지 않아도, 조중동이 대변하는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접할 수 있다. 귀를 닫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발휘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굳이 조중동이라는 특정 업체를 쓰지 않더라도, 전체 사회적 사고방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정리해주는 작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기사 제목 서치 정도라면 조중동 뉴스 콘텐츠를 팔아주든 말든, 그들이 일반 배급을 하고 있는 RSS를 저장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또다시 키워드는, 정보의 효과적인 축적과 정리.

!@#…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는 눈치채시리라 믿는다. 미디어다음이 조중동의 기사공급 중단이라는 수에 맞서는 방법, 아니 그 것을 계기로 해서 오히려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은 정보의 효과적인 축적과 정리라는 포털의 본질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이다. 단순한 속보 배급기가 아니라 말이다. 어차피 현재 단계에서, 기사공급 중단은 조중동도 미디어다음도 서로 손해보는 일이다. 누가 먼저 굴복하냐는 단순한 ‘관전포인트‘일 뿐, 뉴스 미디어 환경의 발전에 도움될 구석은 없다. 뉴스 소비자들이 촛불의 열기에 겨워 친다음 성향을 나타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도덕적 부름보다 정보 자체의 효율성으로 선택을 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한 순간의 허망한 쑈로 끝날 수 밖에 없다. 포털이 뉴스에 접근하는 기본 자세를 다시 다잡고 더욱 다양한 매체들과 여러 방식의 건설적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플랫폼 업그레이드 역시 도모해야할 시점이다(웹2.0의 적극채용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닭살스러우니 생략). 별로 성공도 하지 못한 개인화 뉴스 서비스의 사례들을 넘어서, 의미망에 의한 적극적인 정보집중과 이슈 연동의 기제들을 생각해야 한다(예를 들어, 왜 태그클라우드 같은 의미 시각화 기제는 고작 블로그에서만 활용하는 것일까… 이런 건 아직 무리라고 해도).

!@#… 필요하지만 선뜻 나서기 힘든 그런 혁신 과제가, 운좋게도 또는 운나쁘게도 미디어다음의 발등 위에 떨어져버렸다. 과연 경영진의 판단은 어떤 쪽이 될지, 심히 궁금해진다.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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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조중동이 끊긴 미디어다음, 업그레이드를 선택할까

Comments


  1. 저는 다른 문제보다 네번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쉽게 기사를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지런하게 다른 곳에서 관련 기사를 찾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인터넷 사용도 어려운 사람에게 RSS 구독은 너무 힘든 일이죠. 다만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포털, 예를 들어 네이버나 다음, 야후를 선택한 사람이라고 다른 포털 방문을 전혀 안하거나 제지받지 않으니 조중동의 결정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란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다음 혹은 다음 아고라에서 대화든 뭐든 하는 사람이 스스로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이 꾸며진다면 어쨌든 이용자는 늘어날 거란 생각이 듭니다.

  2. !@#… 의명님/ 회의적이 되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실 그럴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미디어다음이야말로 RSS가 되었든 무슨 기술이 되었든, 폭넓게 잘 합치고 정돈해서 쉽게(!) 먹여주는 포털의 본업에 집중해야할 타이밍입니다(반도체 회로도를 몰라도, 지금 열심히 키보드질을 할 수 있듯이).

  3. 음…역시 capcold님은
    자신의 실력이상으로 무리하면서 자극적 글쓰기나 억지성 글쓰기의 유혹에 쉬이 빠지는 여타 블로거들에게 귀감이 될만합니다.

    지금까지 개인적 평가;
    방향성 있는 분석, 사회과학자로써 good.
    실용적 마인드와 현실주의적 자세, 정책생산자로써 good.
    재치와 다양한 관심, 작가로써 good.

    너무 낯간지러운 칭찬이라 하신다면
    다음기회엔 비판적 평가를 댓글할수도… ^^;

  4. !@#… advantages님/ 칭찬을 먹고 자라나는 꿈나무라서 전혀 낯간지럽지 않습니다(핫핫). 물론 편식은 금물, 비판도 같이 먹어야 건강해지니 어느 기분 나쁘신 날에는 사정없는 칼날도 세워주시길 :-)

    미고자라드님/ 하지만 “죽지만 않으면 강해진다” 라는 말의 이면에는, “죽으면 땡이다” 라는 의미도 살짝 담겨있죠. 뭐, 공은 현재 미디어다음의 손에 있습니다. 골을 넣을지, 자진반납할지, 그 자리에서 엎어질지는 그들의 선택.

  5. !@#… peter153님/ 저는 블로그를 기존 언론의 대안이라기보다는 보완, 보완이라기보다는 미디어 생태계를 같이 꾸려나가는 파트너라고 봅니다… 뭐 언제 다른 기회에 더 자세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