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의 저작권법 핵심 Q&A 10가지”로 알 수 없는 것들

!@#… 이번 7월부터 발효되는 새 저작권법 관련해서, 문화부가 저작권법 핵심 Q&A 10가지를 발표했다. 사실 저작권법상의 불법/합법 사용 문제는 법적으로 크게 바뀌는 바도 없으면서 대략 2년 주기로(즉 주요 개정이 한번씩 있어서 뉴스에 오를 때마다) 온라인 상에서 한번씩 패닉을 일으키곤 하는데, 그만큼 많은 이들이 순간순간 패닉만 하고 실제로 저작권 관행을 일상문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작권을 뜯어고칠 때 바뀌는 부분들은 분명히 있고, 나름의 임팩트가 담겨있다. 특히 해당 법이 발효될 때의 여러 정치 문화적 상황과 맞물릴 때 함의가 달라지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부의 Q&A에 담긴 나름대로 정부측 공식입장이자 핵심뽀인뜨를 읽으며 그 속에 숨겨진, 혹은 그대로 읽으면 잘못 파악하기 쉬운 이슈들을 살짝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패닉은 금물, 하지만 “그럼 문제 없잖아”와는 거리가 먼 어떤 상황들.

!@#… 우선, 문화부 Q&A를 옆 창에 펼쳐놓고 같이 볼 것을 권장.

1. 핵심 강조사항인 “현재에도 저작권법에 위반” 언급은 적절. 하지만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것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가 아니라, “권리자의 허락이 없고 법적으로 보장된 정당이용의 범주를 벗어날 때”. 이런 조건을 명확히 해줘야 사람들이 정당이용이라는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이슈화를 하지. 예를 들어 발간 5년 후 도서관 안팎의 복제전송을 무제한 허용하여 창작자의 권한을 역으로 지나치게 박탈한다는 문제가 크지만, 공정이용 개념에 대해서 꽤 진취적 제안을 여럿 담고 있는 최문순 의원의 2009년 저작권법 개정안 참조.

2. “비평이나 풍자 등을 하는 행위”인 경우에만 댓글이든 UCC든 패러디든 뭐든 허용한다는 의미.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현행법에서는 활용하는 콘텐츠 자체를 대상으로 할 때만 비평으로 인정하여 법적으로 정당이용을 허용받는다는 것이다. 즉 A를 활용해서 B를 풍자하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예: 만화대사 바꾸기 정치풍자). 따라서 그런 경우에 패러디라고 주장하려면 B뿐만 아니라 A자체도 같이 풍자하는 것이라고 애써 논리를 구비해야만 하도록 되어있다. 그런 디테일은 다 빼고 뭐든 허용한다는 식으로 쓰여있는 답변만 믿다가는… 암울해진다.

3. 불법의 기준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다만 처벌수위나, 저작권 단속의 책임을 중간 매개자에게 확대하는 등 개개 이용자의 저작권 이용에 있어서 실효적으로는 꽤 체감수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필터링 주체가 여러 겹으로 쌓여있을 수록 실제 법적 한도 이상으로 제한을 가하여 이용문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온라인저작물거래시스템’ 구축이 그만큼 더 중요해지는데, 공정거래 관행 조율과 무엇보다 공탁 체계를 얼마나 원터치 결재로 세련되게 만들어내느냐가 승부수.

4. 중뷁.

5. 쫌 구라. 그냥 문화부의 현재 컨셉이 그런 것 말고 짱공유 같은 헤비업로더 소굴만 치겠다는 다짐일 뿐, 법적으로는 포털의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기타등등도 기술적으로 볼 때 얼마든지 ‘게시판’이라서 다 해당사항 있다(“그 명칭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동영상 등의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 – 정보통신망법 2조1항9호) . 헤비업로더가 포털 블로그를 개조해서 거기서 불법자료 교류 커뮤니티 만들고 거래를 틀면 단속 안할 리가. 인터넷 상에서 개별 매체란 그렇게 칼로 두부자르듯 나뉘어지지 않는다.

6. 쫌 구라. “해당 게시판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133조 2항2호). 게다가 심의를 담당하는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 같은 좋은 시작이 약간씩 비틀면 당사자 소명이고 자시고 정부의 방향성에 입각하여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례에서 충분히 봤고 말이지. 정부의 재량여지가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야 반갑지만, 법과 제도 자체는 여전히 최악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이다. 좀 더 법적으로 확실하게 안전장치를 해주지 않고서야, 안심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7. 프랑스의 삼진아웃제 시도와는 확실히 다른 사례 맞다. 하지만 다르다고 자동적으로 “위헌 아님” 판정을 내리는 건 무리고, 케이스별로 따로 따져봐야할 사안. 예를 들어 정지당한 “특정 사이트 이용자 계정”이 실제 불법을 저지른 게시판 말고도 이메일, 기타 다른 게시판들, 개인 블로그 등 여러 서비스와 통합연동되고 있다면 확실히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과잉처벌이 되기 쉬우니까.

8. 일상생활에서 이야기하는 일반국민과 헤비업로더의 차이는 법률상으로는 반복적으로 올린 자, 3번 이상 경고를 받은 자 같은 개념으로 나누어질 뿐이다. ‘반복적’에 대해 더 자세히 정의내린 바도 없고, 경고를 내리는 정확한 요건 역시 따로 없다. 법조항은 어느정도 그런 해석의 폭을 남겨둬야 여러 케이스를 다룰 수 있는 것이 사실이고 무척 필요한 일인데,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명확하게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 그래서 실효성이 명시된 구제장치가 잘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고.

9. 단도직입적으로, 사법적 영역이라 할지라도 특정 권력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더 쉬운 방향으로 바뀐다면 그런 것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처벌이 강해지고 정부가 직접 단속주체로서 개입할 여지를 만들어주는 한, 포털단속법이나 인터넷판 집시법으로 악용될 소지는 머리를 조금씩만 사악하게 굴려보면 얼마든지 나오게 되어 있다. 까놓고 말해서 출중한 알바생 10명만 동원해도 무척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 그렇게 악용할 때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그 안전장치도 법에 같이 집어넣어야 훌륭한 법.

10. 오오 이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

!@#… 여튼 결론은 이거다: 이런 류의 법은 최악의 시나리오, 특히 권력에 의한 오용의 악몽을 가정하고 그것마저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건 대중을 안심시켜주고자 하는 공지사항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시행령이나 기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항으로 만들어줘야 효력이 있고. 그리고 또 하나, 그간 소홀히 다뤄진 공정이용을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현 시대에 걸맞게 좀 업데이트하자.

 

PS. 최근 강풀 작가가 천명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공정이용 규칙인 “손바닥 발바닥“이 재미있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 정당사용 규칙이 있을 수 있고(capcold만 해도 그러고 있으니까), 손바닥 같은 개념은 세로 스크롤연출 방식의 장편 웹만화라는 작가의 주요 포맷에 딱 적합하니까. 핵심은 역시 공정 이용을 공개적으로 장려하는 진취적 자세, 그리고 규칙을 명확하게 정해주는 것.

PS2. 한창 쓰다가 알았는데, 새드개그맨님도 문답을 보고 비슷한 형식으로 좋은 말씀 남겨주셨다. 일청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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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문화부의 저작권법 핵심 Q&A 10가지”로 알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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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민노씨.네

    셋 다 죽는다 : 개정 저작권법(강승규법) 시행 임박 D -17일…

    이하 개정 저작권법(강승규법)에 대한 문제의식의 개요입니다. 총론적인 성격으로 파악해주시면 됩니다. 각론적인 성격의 글은 추후 따로 정리할까 싶습니다. 기존 자료는 카피라이트 / 카피레프트 [4] – 개정 저작권법 정리편 : 기존 우상호 법안에 대한 비판 저작권법 개정과 기성언론의 침묵 : 올 4.1.에 통과된 강승규법안에 대한 기성언론의 침묵. 저작권법 개정법률안(강승규안) 주요내용 : 인터넷 계엄령 : 강승규법안에 대한 비판. 미디어 토크 61…

  2. Pingback by 이미영, MiYoung Yi, 어슬렁

    문화부 저작권법 관련 핵심 Q&A 10가지에 대한 http://bit.ly/II64C, 캡콜드님http://capcold.net/blog/4008, 민노씨네 http://minoci.net/913

Comments


  1. 저도 비슷한 포스팅을 했네요. 어제 밤에 문화부 홈피 방문해 밨더니 지난 2일날 올린 글이 조금 바뀌어서 다시 포스팅되었더군요. ^^;

  2. !@#… 노리사랑님/ 뭐 변경사실 공지 없는 몰래 수정이라는 허접한 관행은 워낙 흔해서 놀랍지도 않습니다. 다만 해당 문답을 마음 속에서 문자 그대로 법적 근거로 삼고자 한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3. 캡콜님께서도 써주셨군요. : )
    정말 반가운 글입니다.

    블로거들께서 저작권 얘기를 좀더 많이 좀더 활발히 해주시면 좋을텐데…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이거 졸라 메가톤급인 것 같은데..
    블로그계 반응은 미지근하다못해 촘 싸늘하네요. ㅡ.ㅡ;;

    추.
    문화부 사이트의 센스에 대해선 짜증스러운게 뭐냐면…
    알리는 목적으로 쓴거면 좀 긁어가기 좋게 html로 해주면 좋을텐데…
    왜 굳이 그림파일로 긁어가지도 못하게 하는건지..그림을 전부 옮기려면 부피나 무게도 장난아니고..;;
    그냥 html 텍스트였으면 그나마 마이너스 백만점에서 플러스 2점은 주는건데 말이죠.

  4. 어제까지만해도 html이었는데말이죠 하루새에 이미지로 바뀌었더라고요~
    그나마도 잘못만들어서 3번, 4번 문구는 중복으로 만들어놓고… (어제는 분명히 4번 답변이 달랐었거든요~)

  5. !@#… 민노씨/ 많은 블로거 분들은 여전히 “우와 배경음악 다 걸린데” 패닉으로 바쁘시니까요 (2년순환론…). 그림파일로 만든 건 아마도, 무조건 전체를 퍼가도록 해서 부분 인용으로 왜곡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라고 봅니다. 뭐, 덕분에 한번 이의를 제기하려면 이렇게 전체를 놓고 쪼개야…;;;

    Sadgagman님/ 나중에 보게 된 이전 버전의 4번 답안은 문화부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책임지기 힘든 진취적인 모험(!)을 벌인 감이 있더군요. 공정이용 강화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고 암시를 하거나, 업체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노골적으로 제의(즉 압박)를 하거나…

  6. 처벌 기준에 대해선 “아고라 폐쇄법”이라고 몰렸다가 요새 잠잠해 졌더군요;
    그래도 강풀작가의 ‘손바닥 발바닥’같이 공정이용에 대한 얘기는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 그나마 2년 전 보단 희망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7. !@#… 언럭키즈님/ 사실 아고라를 폐쇄하는 방법, 아니 아예 폐쇄하지 않고 무력화시키기만 하는 방법이라면 그런 번거로운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이 몇가지 있죠. 다만 지금 정도로도 아고라 폐쇄보다 자발적 위축만큼은 충분히 유도해낼 수 있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