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신 나간 개그만화를 즐겨보자 [학교도서관저널 1501]

!@#… 학교도서관저널 신년호에 들어간 연말연초 도서 소개, 주어진 컨셉은 연령대상별로 “빵 터지는 만화”. 그래서 개그만화로 하나 가득 추천.

 

가끔은 정신 나간 개그만화를 즐겨보자

김낙호(만화연구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맞이하는 시기만큼은, 이왕이면 약간은 모든 이성적 고뇌와 감정적 무게를 덜어놓고 가볍게 정신 나간 개그를 잠시 즐겨보는 것도 좋다. 사실 유머만큼 각종 문화적 코드와 취향, 심지어 읽는 사람이 처한 상황까지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은 참 드물기 때문에, 작품을 선별하고 재미를 설명하는 일이 직업인 필자로서도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빵 터지게” 웃긴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나름 비장의 개그만화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여기 몇 가지 소개해본다.

아이들에게 슬랩스틱의 쾌감을

정신나간 개그를 위한 가장 보편적인 코드라면 역시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치고 받으며 몸을 날리는 물리적 황당함이다. 그런 것을 저급하고 바보 같다고 경계하는 어른들도 있겠으나, 그것은 마치 설탕을 보고 너무 달고 소금을 보고 너무 짜다고 투덜대는 것과 같다. 너무 민감하지 않은 표현수위만 지킨다면, 호쾌하게 정신나간 슬랩스틱은 한번씩 적절히 추천할 생활의 양념이다.

우당탕탕 괴짜가족 (하마오카 켄지 / 서울문화사). 초장수 인기만화로, 매사에 매우 수선스러운 일가족이 겪어나가는 생활 속 난리법썩을 그려낸다. 호기심 많고 생각은 부족한 주인공 꼬마 소년 고테츠, 그런 고테츠가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마찬가지로 어딘가 다들 괴상한 우라야스 시민들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과장되게 일그러진 표정, 황당하게 버럭거리거나 호쾌하게 부적절한 행동을 저질러버리는 것이 재미 요소로, 경쾌한 화장실 개그와 슬랩스틱이 일품이다. 게다가 당대 대중문화의 온갖 유행들, 특히 프로레슬링부터 기업 마스코트 같은 미묘한 요소들까지 거리낌없이 패러디 소재로 적극 사용하고 있는 것이 쏠쏠한 재미다.

SM플레이어 (랑또 /네이버웹툰). 매 회마다 어떤 기본 설정을 세워놓고는, 그것을 어떻게든 충실하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포복절도 개그를 선사한다. 주인공들이 마치 드라마의 배우들처럼, 같은 몇 명이 매번 다른 배역으로 다시 출연하는데, 장르가 매번 바뀐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떤 회의 설정은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막장 일일드라마의 부모를 흉내내는 선에서 그치지만, 좀 더 확실하게 달리는 회는 “두 칸은 무난하게, 세 번째 칸은 무조건 강렬하게 연출” 하는 식의 설정을 넣는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설정을 무조건 따르니, 평범한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조차 엄청나게 괴상한 개그물이 되어버리는 작품이다.

모험의 꿈동산 (니나노머신 / 미디어다음). 허름하고 수상한 놀이동산에 직원으로 취직한 윤성원씨가 겪는 황당한 일화들로, 책임자는 정체불명의 무표정한 여성 개발실장이고 직원들은 원래 지구침략을 하기 위해 왔다가 붙잡혀 강제로 일하는 외계인이다. 각종 말도 안되는 놀이기구를 만들어 실험해보고, 이상한 존재들이 오가며 놀이동산 운영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일들을 벌이고, 그 와중에서 유일한 제 정신인 인간으로 고생하다가 이내 해탈하는 주인공의 고통이 재미 요소다.

마음의 소리(조석 / 네이버웹툰 / 코리아하우스). 이제와서 따로 소개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오랜 유명세를 얻은 장수 옴니버스 개그만화. 작가 자신과 주변인들을 모티브로 일상 경험을 조금 웃기게 과장하여 그려낸 만화로 시작했다가, 아예 만화적 상상력의 사건 사고들이 가득한 황당한 자체적 세계의 시트콤이 되어버린 작품이다. 일상의 오해에서 오는 충돌, 서로의 좀스러운 성격으로 부딪히는 대목들, 실험적 표현 자체에서 오는 개그, 시사 패러디, 단발성 표정 개그 등, 개그의 백과사전급.

이말년서유기 (이말년 / 네이버웹툰 / 애니북스). 서유기의 기본틀을 꽤 튼실하게 따르고 있는 듯 하면서도 온갖 정신 사나운 캐릭터들의 왁자지껄 충돌을 그려내는 신기한 개그만화다. 작가 특유의 “기승전와장창” 즉 정상적으로 이야기의 드라마성이 점층되는 듯 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지는 반전 개그, 그리고 “기승전시무룩” 즉 어떻게 해도 일이 잘 안 풀려서 등장인물이 갑자기 풀이 죽는 개그를 시도 때도 없이 효과적으로 구사해낸다. 그 안에 은근히 현대 한국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풍자하기까지 하니, 풍요롭기 그지없는 개그물.

청소년들에게 일상의 정신 일탈을

청소년 정도 되면, 이제 나름대로 인생의 쓴맛을 소화해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그런 쓴맛이 더욱 개그의 즐거움을 반대급부로 강조해준다. 조금 더 인생을 논하고, 표현수위가 높고, 청소년 생활 환경의 공감대를 자아낼 법하지만, 여전히 정신 혼미해지는 개그만화들을 소개해본다.

생활의 참견 (김양수 / 네이버웹툰 / 애니북스). 낮시간대에 하는 라디오 유머 사연 소개 프로그램처럼, 사람들이 겪은 일상의 재미있는 일들을 제보 받아서 맛깔스럽게 그려낸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벌이는 온갖 절묘한 오해, 엉터리 대처로 겪는 소동들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 낙서체에 가까운 경쾌한 그림체와 짧고 압축적인 연출이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만든다. 작가가 자신의 술 좋아하시던 아버지 일화를 소개할 때라든지, 웃음과 인간사에 대한 감동이 교차할 때도 적지 않다.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현이씨 / 올레웹툰 / 재미주의). 인터넷 상에서 ‘철학적 너구리 짤방’으로 적잖이 유포된 만화로, 스스로를 뚱뚱한 너구리 캐릭터로 표현한 젊은 성인 여성 작가가 이야기하는 생활 속의 소소한 통찰들을 그려낸다. 별 것 없는 세상에서 별 것 없는 자신이,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욕심 부리는 삶의 철학을 표현한다. 공감대를 자아내고 그것을 낙천적으로 소화하는 능청스러움이 종종 큰 웃음을 준다.

목욕의 신 (하일권 / 네이버웹툰 / 애니북스). 대학을 갖 졸업한 허세는, 허세를 부리며 우아한 삶을 사는 척 하지만 사실은 온갖 빚에 쪼들리며 고시원에서 지낸다. 그러다가 목욕탕에서 만난 회장님에게 때밀이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신의 손”이라며, 빚을 탕감해줄테니 때밀이로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는다. 과장된 때밀이 승부의 세계의 의외성, 어떤 상황에서도 멋있어 보이고자 하는 허세, 그리고 그저 깔끔하게 정신 나간 슬랩스틱 개그가 특이하게 잘 어우러진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재능을 찾아보고 열정을 쏟아보고 사람들을 돌아보라는 주제의식은 확실한 척추를 이루고 있다.

이나중 탁구부 (후루야 미노루 / 서울문화사). 90년대에는, 당대 상상력을 크게 깨는 극단적 의외성과 표현 수위로 독자에게 충격을 준 개그물들을 ‘엽기 개그’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런 부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두 작품 가운데 하나다(다른 하나는 [멋지다! 마사루]). 주인공들은 중학교 탁구부 멤버들인데, 사춘기 호르몬 넘치는 피상적 음흉함, 미숙한 연애실력, 동료들에게 생각 없이 못되게 대하는 모습들로 늘 가장 황당한 방식의 일대 소란을 일으킨다. 아, 그리고 몇 권에 한 번씩은, 탁구채를 들 때도 있기는 하다.

사카모토입니다만 (사노 나미 / 대원CI). 진지한 순정만화 그림체의 학원물이고 번듯한 교복을 입은 모범생이 주인공인데, 실상은 정반대의 황당한 개그물이다. 학원물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집단 괴롭힘, 성적에 대한 고민, 교육에 대한 반항, 연애의 질투 등 여러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그 모든 것을 도저히 상황에 맞지 않는 과장된 우아함으로 정면돌파해버리는 신비한 모범생이 바로 사카모토다. 그리고 못된 짓을 하거나 사카모토를 질투하며 괴롭히고자 했던 이들은 결국 감복하고 만다. 훈계하지 않는 압도적이고 당당한 품위가 주는 부조리한 재미가, 지극히 현실적인 시작부분의 문제와 대비되며 큰 웃음을 준다.

[더 읽으면 재밌는 것들]

어린이

르브바하프 재건설기 / 김민희 / 한 망한 나라의 왕자스러운 왕자와 조력자들이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엉터리 과정.
하레구우 / 킨다이치 렌쥬로 / 남태평양 어느 섬에 사는 약간 이상한 주민들의 유쾌한 나날.
크레용신짱 / 요시토 우스이 / 응큼하지만 조숙하지 않은 개구쟁이 유치원생 신짱의 일상 모험.
신한국황대장 / 김진태 / 별다른 초능력 없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동네 모험기.
선천적 얼간이들 / 가스파드 / 쓸데 없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서 큰 소동을 일으키는 젊은이들의 나날.
닥터 슬럼프 / 토리야마 아키라 / 천재 발명가, 말괄량이 안드로이드 소녀,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왁자지껄 모험.
하나다 소년사 / 잇시키 마코토 / 유령을 보는 시골 소년의 좌충우돌 사연 해결.
개구리하사 케로로 / 요시자키 미네 / 지구 침략을 왔다가 그냥 가정집에 눌러 앉아 살게 된 개구리 외계인 소대 이야기.
천체전사 선레드 / 쿠보타 마코토 /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의 조직 총수가 사실 착하게 일상적으로 잘 사는 이야기.
아기공룡 둘리 / 김수정 / 공룡, 외계인, 타조, 아기가 온갖 왁자지껄 모험을 겪는 명랑만화의 고전.

청소년

개그만화 보기 좋은날 / 마스다 코우스케 / 온갖 말장난과 패러디로 가득한 옴니버스 상황 개그.
골때리는 연극부 / 타카하시 유타카/ 연극부를 빙자한 괴짜 집합 동아리의 나날.
공상과학대전 / 야나기타 리카오 / SF물의 각종 관습들을 과학적으로 성립되도록 뜯어고치는 개그.
돌격 크로마티고교 / 노나카 에이지 / 비범한 불량 고교생들의 평범한 일상의 개그.
멋지다 마사루 / 우스다 쿄스케 / 궁극의 무술 ‘섹시코만도’를 익힌다는 일념으로 동아리를 만든 고교생들의 초현실 개그.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 / 나카무라 히카루 / 다리 밑에 사는 노숙자 마을의 괴짜들.
키드갱 / 신영우 / 어쩌다가 아기를 키우게 된 조폭들의 좌충우돌.
멋지귀요미 선언 / 지고쿠노 미사와 / 평범하다는 설정인데 역시 이상한 고교생들의 현대미술같은 부조리 개그.
엔젤전설 / 야기 노리히로 / 악마의 얼굴과 천사의 마음을 가진 고교생, 그리고 주변에 몰려드는 불량 청소년들의 격투 개그.
에이스 하이 / 이창현, 유희 / 중동 모 국가의 외인부대에 모인 소위 최고 엘리트들이, 그냥 소일거리하는 개그.

_Copyleft 2014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_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Trackback URL for this post: http://capcold.net/blog/12395/trackback
2 thoughts on “가끔은 정신 나간 개그만화를 즐겨보자 [학교도서관저널 1501]

Comments


    • 현승현님/ 헉,수정했습니다(제보 감사합니다). 잡지에는 편집자께서 서지정보 추가할 때 체크해서 제대로 나갔을겁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