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저널 연재글, 단행본 발간: “만화가 담아내는 세상”

!@#… 그간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연재했던 만화 소개 코너가, 이리저리 예쁘게 묶여서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만화가 담아내는 세상“. 연재글 모으고, 다른 토픽에서도 소개된 작품은 중복으로 간주하여 전부 바꾸고, 각 토픽마다 또 읽을거리 2-3편 추가하고 하다보니, 백과사전도 아니고 토픽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은 책임에도 무려 270여 종이 넘는 만화가 소개되는 특이한 케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책 내용에 대한 가장 깔끔한 소개는 그 책의 서문이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서문: 작품을 추천한다는 것에 관하여

만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을 전문으로 삼은 이래로,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은 바로 “요새 재미있는 만화 좀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질문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가벼운 질문이면서도, 사실은 답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고민되는 질문이다. 왜냐하면 식견의 전문성이 정면에서 시험받는 순간이기 때문인데, 혹여나 추천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 “아 그거… 별로 재미없더라구요”라는 말이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피할 길 또한 없기에, 구체적인 추천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게 된다. 그렇기에 흔하게는, 원래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가, 어떤 장르가 끌리는가 같이 마치 의사가 문진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고 조금씩 맞춤형으로 범위를 좁혀간다.

그런데 그런 수세적 방식보다 더 자연스럽게 만화의 풍부한 세계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혹시 없을까. 전제를 뒤집으면 가능하다. 바로 사람들의 풍부한 사고와 감정의 세계에 만화를 끌어들이면 된다. 세상사의 어떤 모습, 어떤 느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싶어졌을 때, 그런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넌즈시 보태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것이야말로 원래 책이라는 것을 읽는 행위의 기본 목적에 한층 가까운 방식아닌가.

책에 담긴 무언가를 밑천삼아 사고가 성장하고 정서적 성숙을 얻는 과정이 바로 독서이기에, 그 흐름에 가장 걸맞는 추천 방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화두가 있고, 그에 대해 생각해볼 논점들이 나올 때 그런 발견을 더 풍부하게 소화해줄 단서를 작품으로 소개한다. 바로 그런 접근을 한번 시도해보려던 것이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에 연재했던 만화 추천 코너였다. 만화를 진득하게 즐기는 것의 즐거움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적당히 배합해보자는 취지 하에, 토픽과 관련 작품들을 나름대로 원활하게 섞어넣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만화의 미학적 연구가 아니다. 형식에 대한 언급은 물론 종종 들어가지만, 분석가를 육성하려는 목적과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또한 장르와 계보의 묶음도 아니다. 역사를 꿰고 장르를 통달하는 전문적 애호가가 되고 싶다면, 다른 종류의 추천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드시 누구나 소장하고 있어야할 가장 우수한 작품들을 순위로 선정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 이 책은, 여러가지 생각의 테마들을 차곡차곡 쌓아보는 과정이다. 가급적이면 너무 무겁고 전문적 개념들보다는 널리 생각해볼만한 생활 속 단면에 관한 것으로 선정했는데, 상당히 폭은 넓은 편이다. 거창하게 죽음을 논하기도 하고, 사소하게 주먹질을 논하기도 하며, 시사적으로 네트워크 사회를 논하기도 하고, 보다 시간을 넘어 정치 참여를 논하기도 한다. 그 수많은 화두 속에서, 함께 읽어보며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볼만한 만화들을 소개한다. 만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무언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느끼고 싶은데 하필이면 만화가 아주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그렇게 만화를 여러분의 생활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며, 언젠가는 따로 추천을 받을 필요도 없이 가까이에 있는 작품들에서 필요한 감상과 사고들을 끌어올리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게 되면 완벽할 것이다.

그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이 책이 아주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어주면 좋겠다.

— 2015.1. 김낙호

만화가 담아내는 세상
김낙호 지음/(주)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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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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