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해서 재미있는 만화의 경지 – 몸에 좋은 남자 [CriticM / 150427]

!@#… 대놓고 ‘길티플레져’쪽에 있는 만화를 진지하게 비평하는 가장 적절한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한참 더 궁리를 해봐야할 것 같다. 게재본은 여기로.

야해서 재미있는 만화의 경지 – [몸에 좋은 남자]

김낙호(만화연구가)

뛰어나게 재미있는 야한 만화가 되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미있는데 야한 만화로, 서스펜스 넘치는 긴장감의 드라마든 심오한 성찰이든 어떤 굵은 기둥이 있고 다만 그것을 더 강력하게 펼치기 위해서 꽤 강력한 성적 표현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잘 만들어진 작품의 관건은 성이라는 소재의 솔직함을 활용하는 것과 소재의 자극성에 빠져서 본 이야기를 망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미묘한 작업에 있다.

그런데 다른 하나의 길은 바로, 야해서 재미있는 만화다. 성에 대한 상상력을 마구 펼치는데, 그 상상력의 야함이 이야기로서의 몰입이 뛰어나서 단순히 음화 모음의 말초적 흥분 너머 재미다운 재미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건은, 독자들 내면의 응큼함과 공명을 일으키되 얼마나 성에 대한 발랄한 상상력을 제시하며 그것을 엉뚱한 방식으로 점점 키워나가는가에 있다. 해학 넘치는 성애 문학의 전통이든, 잘 다듬어진 ‘뽕빨물’(주:주인공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행위에 도달하는 것이 줄거리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작품에 대한 속어)이든 마찬가지다.

[몸에 좋은 남자](이원식 글 / 박형준 그림 / 레진코믹스)는 매우 야해서 매우 재미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하게 착한, 즉 사회생활에 일반적으로 무리는 없지만 주변에 호구 취급하는 사람도 있고 딱히 인기 있는 것도 아닌 젊은 남자 호상이다. 그는 어느날 오랜만에 연락이 온 여자 동창에게 다단계 판매 특유의 몸과 기분이 좋아진다는 수상쩍은 건강기구들을 떠맡게 된다. 그리고 그 기계들을 한꺼번에 작동시키다가 우연한 감전 사고가 발생하며, 호상은 일종의 초능력이 생긴다. 바로 누구든 호상의 신체에 접촉하면, 몸과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이 작품이 평범한 슈퍼히어로물이라면, 호상은 그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구하고 범죄를 해결할 것이다. 혹은 잔잔한 드라마라면, 현대인의 깊숙한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에로코미디이기에, 이야기는 훨씬 흥미진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몸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성적 쾌감으로 연결되어, 여러 여자들과 육체적으로 엮이는 것이다.

[몸에 좋은 남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론 수려한 그림체와 상당히 노골적인 성애 묘사다. 특히 질량감을 잘 살려주는 색채감각과 탄탄한 데생으로 다져진 다양한 각도와 표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이런 서 말 구슬을 꿰어주어 보배를 만드는 것은, 먼저 점진적 이야기 전개다. 이 작품은 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 부분을 대충 접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 성격과 대처방식 등을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평범하게 소심한 남자가 압도적 매력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될 때 어떻게 서서히 그 능력을 발견하고, 시험하고, 가까운 동료를 찾아 능력을 규명하고자 할 것인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드라마에 묶이기보다는 응큼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야한 재미를 최대한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은근슬쩍 집요하게 배치된 해학적 요소, 그 중 특히 성적 쾌감에 대한 탁월한 ‘뻥’이다. 마치 여느 와인만화에서 와인 한 잔을 머금으면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듯, 여기서는 호상과 성적으로 접촉하여 그의 몸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으면 광활한 대자연이 마구 펼쳐진다. 단순한 성애의 연속이 아니라 사연과 성격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만들어 내고, 단순히 노골적인 묘사가 아니라 해학적 즐거움의 경지에 오르기에 비로소 야해서 재미있는 작품으로서 훌륭한 경지에 도달한다.

[도판: 글꼴 마저 응큼함 해학을 심을 정도로 촘촘하다 (주: 5화 중, ‘저기요’ 대사와 함께 성기모양 글꼴로 효과음을 친 칸을 캡쳐해주세요)]

물론 모든 연재중인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렇듯, [몸에 좋은 남자] 역시 차후에 애매한 설교로 넘어간다든지, 캐릭터를 버리고 유머감각을 잃으며 단순히 장면모음으로 쇠락한다든지 이상하게 틀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호흡을 간직하며 점차 복잡하게 번져나갈 연애 편력과 능력을 둘러싼 소동을 펼쳐낸다면, 훗날 한 장르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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