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어설픔의 치명적 매력 – [육갑: 여섯 개의 갑]
정교한 장르 코드들을 가져와서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적용시키면 종종 굉장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육갑](지뚱 / 미디어다음)은 이유도 모르고 정체불명의 조직에게 감금되었다가 각각 하나씩의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해버린 상태로 풀려난 여섯 주인공들이,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추리 스릴러, 초능력 액션, 거대한 음모 등 선 굵은 설정들로 가득한데, 정작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향은 묘하게 현실적인 슬랩스틱 코미디다. 촉각이 초능력으로 발달한 소년은 일만 터지면 옷을 벗고 피부를 보호색으로 바꿔 숨어들고자 하고, 뛰어난 미각이 소유자가 된 노숙자 할아버지는 도대체 그 능력을 추적 작전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조차 미심쩍다. 생각이 발달한 주인공 말고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오합지졸인 이 팀의 상대방 역시, 강고한 프로 킬러들이라기보다는 적당히 동원된 감시역들이다.
[육갑]은 이렇듯 거창한 설정과 어설픈 사건들 사이의 괴리를 능란하게 펼쳐내는 미덕이 뛰어난 작품이다. 무척 근사하고 정교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우월한 능력이나 기발한 계획은 의도대로 되는 바 없이 현실적인 궁상과 여러 우연에 의하여 적잖이 어설퍼진다. 그래도 하나씩 난관을 풀어나가며,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삶 그 자체가 딱 그런 식이기에 더욱 큰 재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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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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