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2017: 미디어/시사

!@#… 베스트오브2017 시리즈, 미디어편(미디어 관련 국내 및 해외 이슈, 불명예스러운 일들 등)과 시사편(시사사건, 올해의 키워드 등).

** 미디어 이슈 한국편

김광석 가족 살해 음모론 횡행: 이상호 “기자”의 “다큐”를 매개로 피어올랐다가, 은근슬쩍 잠잠해지고 기저에 ‘그래도 역시 뭔가 있어’ 내지 ‘이렇게 된건 다 그 사람이 자초한거야’ 식의 민간전승만 남아버린, 반복되는 패턴. 정의감의 이름아래 엉성한 자기확신만으로 사회악을 발명하고는 팬덤을 모으는 담론꾼의 방식, 희박한 증거와 강한 정의실현 쾌감만으로 대충 누구 하나 살인자 만드는 것을 가벼이 여기는 그저그런 흔한 시민들의 사고방식. 두 가지 다 멸종한 합리적 사회를 꿈꾼다.

* 더플랜 촌극: 예전 황우석 음해 음모론을 포함, 막 던지는 정의의 음모론으로 히트치고도 대가는 커녕 매번 더 큰 팬덤을 모으는 저명 담론꾼의 올해 작품인 개표부정론. 처음부터 열심히 분쇄되었건만, 통쾌한 정의구현감을 위해서는 근거 앞의 겸허함 따위 상관없는 이들의 호응을 충분히 모아냈다.

* 방송 정상화를 내건 MBC/KBS 파업 및 성과: 우익정권의 급작스럽고도 전면적인 종결. 그간 저항의 여력이 거의 말라없어졌던 공영방송의 노조들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전면 투쟁. 먼저 MBC에서 정권부역 사장 해임에 성공하고, 복직기자 최승호PD가 신임 사장으로. KBS 또한 연말에 우익 추천 이사 해임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됨. 허나 당연하게도, 탁월한 저널리즘 퀄리티와 철저한 거버넌스 체계 개혁을 통한 사회적 신뢰회복이라는 더 큰 숙제를 할 시간.

* 한겨레21 대표이사 편집권 침해 논란: 벌어진 패턴, 걸려있는 논점들은 흔히 상상할법한 그것이다. 십년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기자들이 독립하여 시사in이라는 뉴스잡지가 탄생했을 정도로 큰 이슈로 간주되었는데, 그간 많이… 익숙해졌다.

* 방송작가노조 출범: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권리를 끌어내고 제도화하고 실현시키는 정석은 여전히, 조직화.

* 국내언론 디지털뉴스룸화의 명암: 디지털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던 중앙일보의 디지털 총괄책임을 사임한 분의 발언 내용이 핵심을 담고 있다. 대전환 구호는 컸지만, 전문 기능간 팀워크와 플랫폼별 최적화 같은 묵직한 구조개혁을 할 각오는 없는 상태의 공전.

* 신고리원전 건설 정책 의결, 숙의여론조사로 접근: 일명 ‘공론조사'(주: 개념을 이해시키는 기능으로 볼때, 애당초 잘못 선택한 번역어라고 본다). 기법 자체야 물론 한국에서도 이미 전례가 있지만, 구체적 사회정책 결과에 실무적으로 연동시켜서 시민들에게 ‘효능감’을 부여한 것은 기념비적. 다만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 이것은 여론조사라는 한계점을 잊지 말고, 제한적 용도에만 사용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겠는데… 라는 내용으로 길고 진지한 글을 써놓기로 해놓고는 계속 방치했음을 개인적으로 고백.

* 국정원의 온라인 여론조작건 계속 발굴: 일베 등지에서 일어나던 노통 조롱조 합성문화에 ‘노알라’로 거들었다는 것 정도는 놀랍지도 않다. 허나 여성 배우의 나체합성을 아예 국정원 직원이 나섰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후진건가. 그 외 자행된 모든 온라인 여론조작에 관여된 모든 실무자와 책임자들의 법적 처벌과, 철저한 백서가 만들어지기를 희망.

* 한경오 적대 리버럴의 대두: 언론 일반의 저널리즘 부실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흔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진영적 지지. 하지만 둘이 잘못 결합되면, 꽤 기이한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반대급부로 언론 기능으로서보다는 진영 승부를 벌일듯 덤비다보면 “덤벼라 문빠들아” 파국 같은 한심한 일도 벌어진다. 결과는 언론기능이 한층 부실해진 사회, 모두의 패배.

* BJ 살해 협박, 1인미디어의 무법성 발견: 선명하고 자극적인 대결에 열광하고, 관심이 최고의 가치인 풍토에서 도달하는 논리적 귀결.

* 광화문 1번가 & 청와대 청원: 정책제안 플랫폼의 사회적 유용성은 참여의 질에 달려있고, 참여의 질은 정제된 제안으로 유도하는 것과 결과에 대한 효능감을 자극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의지뿐만 아니라, 설계의 기술적 요인 하나하나까지도 특정한 패턴을 유도해낼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잘 꿴 첫 단추, 더 개선해야할 한계와 여러 시사점들.

* 특별언급: 014xy 종료. 다이얼업 PC통신의 시대가 이젠 정말 끝. 

 

** 미디어 이슈 세계편…이라고 해놓고 대체로 영미권

* 미국, 극우언론 기승: 대통령을 배출하다시피 한(!) 극우 온라인매체 브라이트바트. 질 낮은 우파 언론에서 그냥 대놓고 트럼프정권 프로파간다 찌라시로 전력질주중인 FOX뉴스. 페이스북의 동류 네트워크를 타고 승승장구한 크고 작은 극우 블로거들. 그리고 그들이 나서서 모든 기성 언론에 대해 외치는 ‘fake news’ 구호. 마음에 드는 쓰레기 정보 습득의 황금시대.

* 미국의 트럼프발 언론 호황: 한편 NYT, WaPo 등 고퀄리티 저널리즘 브랜드들은, 양질의 저널리즘의 중요성에(=트럼프 감시를 위해) 대한 시민 일각의 재각성으로 인해 사업이 마구 호황. 괴이한 위치에 낀 것은 바로 트위터의 호황인데, 트럼프가 언론은 모두 썩었다! 내가 진짜 인민과 직접 소통한다!를 외치며 아무말 막 던지는 트잉여다보니 벌어진 기현상.

* 페북을 매개로 한 여론공작 문제, 이슈화: 지난 미국 대선 정국에서 우익 시민들의 여론을 형성한 여러 소식의 전파 가운데 상당 부분이, 러시아의 체계적 공작이거나, 광고수입을 노린 전지구적(!) 가짜뉴스 사업으로 드러나는 중. 한편, 사업성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잇는 어떤 근본적 혁신들은 회피하며, 소극적 미봉책만 내세우는 페이스북. 이건 마치 5년전 한국의 네이버 느낌.

* 미디어 거대 병합: 디즈니,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대부분 인수, 향후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큰 분기점을 마련. 계획중이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사안이든, 영화와 TV 관련이든, 보도/교양프로 분야의 독점 문제든. 한편 폭스 또한 스포츠와 뉴스 위주로 남겨둔 잔여 분야를 개편할텐데… 혹시 폭스뉴스가 더 강렬한 극우로 시장을 찾아나서지 않을까 급 걱정.

* 특별언급: 구글 그림문자 “파문”. 치즈가 저절로 녹은 버거와 공중부양 맥주. 구글 디자이너들의 현실감 없음에 대한 묘한 우화.

 

**올해의 저널리즘 홀오브쉐임

* 국내: 연합뉴스의 핵오역 연타. 부끄러운 것이야 그렇다 치지만, 잠재적으로는 위험한 문제.

* 해외: 트럼프에게 휘둘리는 주류언론의 관련 보도 패턴 대다수. 막말 떡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논평가들 TV에서 싸움붙일 것이 아니라, 제발 발언들의 정책적 파장, 정책이 주는 시민들의 삶에 대한 고통에 대해 집중하면 좋을텐데… 그러면 재미없다고 시청률/클릭률은 안 올라감.

 

**올해의 우수 저널리즘

[국내]

* 기획특집: 혐오를 넘어 (경향). 시의적절한 사회적 토픽에 대한, 잘 조사된 풍부한 입체적 스케치. 연중캠페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언론 회복 프로젝트: 공범자들 (뉴스타파 다큐). 언론은 썩었어! 기레기들! 망해라!라고 통쾌하게 외치고 끝나는 허무주의가 아니라 정말로 더 나은 무언가를 원한다면, ‘어떻게’ 정권과 함께 언론기능이 망했는지 더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바로 그런 다큐.

* 2017 갈등리포트 (한국일보). 우리에게 시급한 사회적 문제, 그리고 가능한 해법을 세트로 묶어서 내놓는, 솔루션 저널리즘 컨셉에 부합하는 멋진 연중 기획. 다만 깔끔하고 논리적인 인덱싱, 중분류 등이 아쉽다.

* 4개국 67일, 스텔라데이지호 추적기 (김영미 독립PD). “3월31일 대서양 한가운데서 승무원 24명을 태운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우리 정부는 사고 관련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고, 사고 원인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근거에 충실한 절제력을 발휘하고, 그러나 생동감은 넘치는, 탐사 르포의 모범.

[해외(영미권)]

* 최초의 백인 대통령 (Ta Nehisi-Coastes / The Altantic). 트럼프 당선의 기반에 깔린 미국사회의 인종주의 요소에 대한, 섬세하고 강력한 분석.

* 로이무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미성년 성추문 특종 (WaPo). 정치인 추문 폭로야 늘상 나오지만, 폭로 기사의 명가 워포 답게 폭로 기사의 저널리즘적 모범을 보였다. 수십명의 독립적 관련자들을 따로 인터뷰해서 정황근거를 확고하게 수집한 후 비로소 기사화. 심지어 그 과정에서 우익 트롤러가 가짜 증인으로 함정을 쳐놨는데도 깔끔하게 피해가서 더욱 화제. 덕분에 무려 뿌리깊은 우익 정치판 앨라바마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익을 패배시키는 결과가.

불평등 심화를 이해하려면, 옛날과 지금 최고 기업의 경비원을 보라 (NYT).  80년대초 코닥, 지금의 애플. 각 회사에서 일하는 두 경비원의 노동조건, 성장전망 등을 비교하며 저임금 노동이 얼마나 꿈도 희망도 없어졌는지 뼈저리게 분석.

* 브라이트바트가 백인민족주의를 몰래 주류화시킨 방법 (Buzzfeed news). 미국 담론 지형에서 터부시되었던 극우 이데올로기가 급부상한 과정에 대한 세밀한 르포.

* 파라다이스 페이퍼 (ICIJ). 작년 파나마 페이퍼로 국제적 세금회피 비리를 파헤친 국제 탐사저널리즘 컨소시엄에서 내놓은 올해의 야심작. 마찬가지로 방대하고, 마찬가지로 각 국가 지역마다 함의가 넘친다.

* Alvin’s Cartoonxplainers (Vox). 만화형 삽화와 글 설명을 유연하게 결합하여, 정책 파장이나 계급 차별 문제 등 묵직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을 단순화함 없이 잘 설명해낸다. 설명충저널리즘(칭찬이다)의 맹아 Vox 안에서도 마치 그 정신의 핵심 구현체 같은 코너.

 

** 주목할 국내외 시사 사건

[국내]

* 박2 파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 문통 당선: 될 만한 사람이 되어서 다행이다.

* 김정남 피살: 현 북한 정권 정치 전략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

* 가상화폐 거품: 한번 크게 꺼지리라.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서는 몇년전 글로 대신.

*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불법 파견 노동보다, 법원 시정 명령을 대놓고 거부한게 사건.

* 이재용 구속, 실형: 삼성이 제대로 된 기업구조로 개혁할 기회. 안하겠지만.

* 국민의당 증언조작: 굉장히 큰 정치 스캔들인데, 걍 음해대상자가 당선되고 잘만 국정을 굴리고 있어서 은근슬쩍 묻힌 감이 있다.

[해외]

* 미국 인종주의 세력 기승: 트럼프 당선에 막 기세등등. 샬롯츠빌 나치행진의 비극.

* 자생적 (준)테러 범죄 기승: 맨체스터, 라스베가스, 텍사스, 이집트, 소말리아…

* 미투 운동: #MeToo. 성추행/폭행/괴롭힘 피해자들이 상호간의 지지적 연대 속에 침묵을 깨고 나서며, 연예계 언론계 정치계까지 여러 권력자들의 신변정리로 이어지는 중. 악용되지 않도록(예: 위에 언급한, 우익들의 WaPo 함정파기) 담론장의 검증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모두 힘써야하지만.

* 로힝야족 대학살: 그야말로 뭐 세계적으로 대충 방치되고 있는 실시간 인종학살.

* ISIS 거점 탈환: 칼리프 땅이라는 뚜렷한 물리적 실체가 캠페인의 핵심이던 깡패들이, 이제 어떻게 나올 것인가. 탈환 작전을 벌인 현지의 여러 용사들에게 박수를.

…멕시코 지진, 미국해안 태풍 등 자연재해는 생략.

 

** 올해의 개드립: RT로 공짜 너겟 받기 캠페인. 트위터에서 한 소년이 패스트푸드 체인기업 웬디스 공식 계정에 말을 걸었다. 내가 1년동안 공짜 치킨너겟을 얻어먹으려면, RT 몇 개 모아내면 될까? 공식계정이 답했다: 18백만. 그러자 이게 캠페인이 되며 유명해지고, 결국 342만 RT로 트위터 신기록. 웬디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니 너겟도 주고 자선단체에 헌금도 하고 급 훈훈한 결과. // 아마 한국에서 이런걸 했으면 기업계정이 ‘5조5억’이라고 대답해서 걍 다 망했겠지만.

 

** 올해의 키워드: 정상궤도.

지진이 나면, 건물 안전 검사를 위해 수능이라 한들 연기해야 한다. 국가수반의 역사적 사안 앞에서의 연설은, 사회적 진보의 함의를 담아야 한다. 국가에서 특정 정치성향 직업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공작을 했다면(“블랙리스트”), 들통나고 책임져야 한다. 세월호 비극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치유하지 못했다면, 배는 인양되어야 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행보가 뚜렷해야 했다. 날치기와 밀실로 점철되었던 종편, 그 특혜 환수가 기획되어야 했다. 국정원의 온라인여론조작 문제는, 철저하게 수사에 들어가야 했다.

즉 지난 두 우익 정권 아래에서 망가진 여러 사회적 신뢰, 제도, 가치들을 최대한 많이, 열심히 숙제하듯 정상궤도로 돌려놔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물론 어떤 부적절한 인사 문제라든지, 더 적극적으로 뻗지 않은 진보적 정책이라든지 아쉬운 점이 없을 리 없지만, 최소한 중앙정치 차원에서나마 이 정도로 원활하게 정상사회가 회복되는 첫 걸음을 걸었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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