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쳐나는 실황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꼿꼿한 저널리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3가지 사례를 미국대선 개표 보도를 통해서 살짝 엿본다. 이것이 바로 미국 저널리즘의 자존심, 천하의 뉴욕타임즈의 실력이다!
!@#… 순간1. 미국 현지시간(이라고 해도 시간대가 여럿이지만) 5시부터 12시까지. 수많은 미국 언론들은 결정된 선거인단 숫자의 증가추이를 보도하고 있었다. 270이라는 매직 넘버를 향해서, 172대 65, 200 대 90…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뉴욕타임즈만은 수치가 80대 19, 130대 45, 이렇게 가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소식이 좀 늦은 것 아닌가? 천하의 뉴욕타임즈가 이렇게 느려도 되는건가. 하지만 진상은 약간 다르다. 다른 대다수의 언론들은 이미 백중백발의 통계적 예측능력을 가지도록 발전시킨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속보 현황 업데이트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정치현실에 적합한 출구조사 기법이 아직 좀 부족한 한국과 달리, 미국의 출구조사는 거의 100%의 신뢰도를 보장한다. 그런데 뉴욕타임즈만은, 출구조사가 아니라 오로지 개표 상황으로 숫자를 올린 것이다. 물론 출구조사 결과도 참조할 수 있게 걸어놨지만, 공식 중계판은 철저하게 팩트로 드러난 개표 상황 하나로 버텼다. 다른 곳들보다 소식이 “느려도” 별 수 없다. 속보보다 팩트에 집중하는 깡다구.
!@#… 순간2. 널리 알려져있듯, NYT는 오바마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에게 오바마의 압승은 8년만의 숙원이 최고의 형태로 실현되는 감격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전에 대선보도를 하면서 일부 보도에서 공정성을 공격당할 정도로 답지 않은 오버질을 하기까지 했다. 그런 신문이, 정작 오바마가 되자마자 다음날 아침 마빡 기사 타이틀로 걸었다는 것들이…
– After a Decisive Victory, Obama Faces Challenges of War and Ailing Economy
(결정적 승리 이후, 오바마 전쟁과 추락하는 경제의 도전에 직면하다)
– 그리고 사설은 무려 No Time for Laurels; Now the Hard Part
(월계관 쓸 시간 없음, 이제 본격 힘든 부분 시작)
뭐냐, 이 막강 차분함은. 뭐, 결정 발표가 나던 밤 12시에는 이 분들도 이들의 방식대로 좀 흥분했었지만(클릭), 정작 메인인 종이신문이 처음 나오는 타이밍인 다음날 아침의 첫 대문 기사들이 이런 식이라니. 피가 차갑다. (추가: 문장전달력을 위해 약간 수정)
!@#… 순간3. 다음날 아침 NYT 웹페이지, 다른 언론사들이 누가 몇표 차이로 되었다거나 환호하는 얼굴들만 뽑아내고 있던 그런 타이밍에… 묵묵히 본격 결과 분석 브리핑, 2004년과의 대선 결과 비교. 그것도, 그런 세부 내역 분석 프레젠테이션을 무려 대문 페이지 헤드라인에 박아넣었다. 프레젠테이션 자체의 품질도 물론 무척 예술.
– 스크린샷:
– 가지고 놀기: 프레젠테이션 클릭.
!@#… 고렙저널리즘간지는 바로 이런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는 고학력 노친네들의 커피테이블 장식이라고 놀림당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력이 딸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고품격 저널리즘이야 말로 자신들의 핵심 브랜드이자 존재가치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이들의 장인적 고집일 따름이다. “이런 추세로 인터넷을 통해서 언론 환경이 급속하게 해체되면, 결국 마지막에는 구글과 뉴욕타임즈만 남을 것”이라는 이쪽 분야의 우스개소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참조할 만한 역할모델으로 남아있어주었기에, 존경을 표한다.
!@#… 말로만 고품격을 선언하고는 정작 전문성 배양에 집중하는 조직 개편도, 보도방식 혁신도,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도 진행하지 않아 삽시간에 흐지부지되어버린 어떤 한국 언론사(들)의 삽질사례가 자꾸 기억나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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