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게 만들기

!@#… PD수첩 이춘근PD 체포 사건을 보며, 잠깐 그 함의를 생각해보데 된다. 사실… 그분들은 잡아온 이들을 굳이 족칠 필요도, 항복선언을 받아낼 필요도 없다. 그저, 어렴풋한 명제 하나만을 뭇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겨두면 된다. 심지어 그 명제는 항상 참일 필요조차 없다.

“아하 그 분들에게 반항하면 어느 한밤중에 끌려갈 수 있구나”

이거면 게임 끝.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자발적 위축효과 완성이다.

!@#… 덤으로 그냥 그렇게 저절로, 이 명제의 여러 파생물도 탄생한다. 그 파생물들 역시 개별 사례에서 참이냐 아니냐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널리 퍼져서 꽤 많은 사람들(예를 들어,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을 정도)의 의식 속에 스며들어 가기만 하면 된다. 아니, 이미 의식 속에 있는 것을 살짝 다시 깨워주기만 해도 된다.

“반항하지 않으면 끌려갈 일이 없지.”
“여하튼 끌려갈만 했으니 끌려간 것이지.”
“그래도 민주사회니까 이 정도로 봐주고 있는거지.”

… 패닉은 하지 마시길. 하지만 투표를 하고 싶을 정도로 열은 받으시길.

… 그리고 각종 위축효과 부작용 종합선물세트인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패키지의 독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100일위원화의 논의 과정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PS. 물론 그 PD수첩 방송분이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이 어디 가지는 않고, 이번 건 때문에 진영논리에 불이 붙어 얼떨결에 그 방송 내용에 이상한 아우라가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방송의 문제점들에 대한 심의 평가가 끝나서 사과방송 등 후속조치를 이미 취한지도 상당 시간이 지난 상태라서, 뒷북 명예훼손 소송이 들어와서 보충 조사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기존 자료 재검토와 서면 자료제출 정도로도 충분한 사안이다… 배후세력을 캐보겠다는 거창한 의도따위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런데도 닥치고 소환조사를 고집하고, 그것을 지렛대로 결국 체포까지 강행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좀 당혹스럽다. 이번 정권에서 입신양명을 노리는 자들이 공통으로 보여주고 있는, 턱도 없는 조급증+충성과잉 패턴을 의심해보고 싶어질 만큼 말이다. 하기야 YTN 노조원 구속의 경우는 체포로 끝난게 아니라 무려 구속영장까지 나왔지.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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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thoughts on “닥치게 만들기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하민혁의 민주통신

    MBC PD수첩과 철부지 블러거들…

    엠비씨 피디 애들이 요 며칠 아주 쌩쑈를 하고 자빠졌습니다 있습니다. 거기에 또 무슨 피디연합회인가 하는 애들이 ‘미쳤다’고 집단 발광을 하면서 언론자유가 어쩌고 민주주의가 어쩌고 …

  2. Pingback by 토리실의 놀이터 mk2

    이춘근PD는 48시간만에 풀려났지만…

    지난 글에서 썼듯 핵심은, 대놓고 대든 애들은 언제고, 우리가 건드려 주겠다는 강력한 협박 메시지. 나야 드라마, 라는 오락프로그램 종사자여서,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정치적 메시지를 …

  3. Pingback by 민노씨.네

    이춘근 : (통상)체포인가, 긴급체포인가? (추. 이춘근 석방)…

    * 알림 : 구글링 페이지 그냥 긁어온 게 CSS 코드에 영향을 준 것 같아서 다시 편집….;;; 다시 편집하다가 반가운 소식 발견.. 이춘근 피디 석방. 이 글 이전에 피디수첩 이춘근 피디의 체포와 …

Comments


  1. – 이 정도 수준에서 가만히 있게 되면 점점 더 움직이기 어렵게 되겠죠. 재보선 투표는 꼭 필요할 듯. 설령 그거 한번 진다고 잠잠할리는 없겠지만요. 그래도 일단 경고라도 줘야죠. -_-;;

    – 과잉충성 행태는 원래도 있었지만 요즘만큼 절박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뭔지 좀 궁금합니다. 밖에 나가 먹고사는 문제가 어렵다는 건 알겠지만.

  2. !@#… 지나가던이님/ 절박하게 반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짐작해보자면, 그렇게 절박하고 조급하게 딸랑이치면 확실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기 때문이겠죠. 리더십의 코드가 조직(이 경우 무려 국가)의 전반적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이랄까요.

  3. mb부재+ 스포츠 빅이벤트=?
    콩쥐가 새엄마 외출한 동안 벼 한 섬 찧어놓고, 밭 한 마지기 갈아놓듯,
    이번에도 부지런히들 움직였네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사건이 너무 많아서, 다른 나라같으면 연간 10대 뉴스급에 꼽힐 사건들이 9시 뉴스 하루치에 다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휘발성 메모리보다는, 저장용량 자체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 작은 나라에 세계수준의 스포츠 선수들은 왜 이리 많고, 연예계는 또 이리도 파란만장한지…
    진보도, 이젠 북유럽 사민주의 어쩌구 하는 낭만적인 롤모델 얘기는 고이 접어두고,
    썬데이서울과 SM부터 벤치마킹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간지와 떡밥으로 무장하고, 스타시스템을 구축해 끼워 팔고 엮어 팔고, 덕후조직을 키우고..

    정치가 80년대로 돌아간다고, 운동도 80년대로 돌아가선 안 될텐데-
    상상력이야말로 지금 꼭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포의 빈약한 실체를 명백히 드러내줄 환한 햇살같은 상상력 말입니다.
    그리고, capcold님도 그런 의미에서 소, 소중한 한 줄기 햇살이시빈다.
    (백두산 정상에서 만세를 부르고 돌아온 이재오가 갑자기 오버랩돼 소심해졌다능..;;)

  4. 조급증+과잉충성+공무원특유의 귀차니즘(책임전가를 위한)일 듯 합니다.
    아마도 (국민으로부터 오는게 아닌) 위로부터 오는, 자신에게 추궁의 책임이 오는 것이 두려웠을 듯 합니다.
    그리고 5년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고 있는 걸까요?! 전 항상 그게 의문입니다. ^^;;
    좋은 주말되시길 바랍니다.

  5. 과연 다음 선거에는 투표율이 상승할까요? 이 분노가 포기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말이죠.

  6. http://trueandmonster.tistory.com/tag/umc

    umc 라고 요즘 종종 듣는데 들을때 마다 캡콜님이 생각나서..

    구글신님께 물어봐도 이거밖에 못찾겠어요. 링크 겁니다.

    아 제가 뭐 umc 랑 관련이 있다거나 저 블로그의 주인장님과 관련이 있다거나 하는건 아닙니다. ㅎ

  7. 글이 좀 불편했는가 봅니다. 보낸 트랙백이 안 보여서요.
    (프로그램상의 문제였다면 다행이겠습니다만, 건 아닌 것같군요)

    무튼, 늘 하는 말이지만 그 정도 가지고 ‘자발적 위축’까지를 말한다는 게 나로서는 꼭 먼 나라 이야기처럼만 들립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이 그 정도밖에는 안 되는 건가요? 게다가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 조작 방송을 해놓고(그것도 자칭 백만 촛불을 이끌어낸 방송을 해놓고) 권리만 주장할 뿐 그 책임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 건, 그 안에 얼마나 절통하고 오묘한 진리가 담겨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짓으로만 보입니다만. 이 정도 생각의 차이도 하용이 안 되는 건가요? 잘들 나셨습니다. 정말~ ㅎㅎ

  8. !@#… 하민혁님/ 아, 리플이나 트랙백이 바로 안나오는 경우는 거의 100% 워프 계열에서 애용하는 Akismet 스팸필터가 먹어서 그렇습니다(Akismet에 무척 많이 걸리셨던 바 있는 nomodem님이 산 증인이랄까요). 스팸함에서 다시 건져놨습니다… 아니 그보다, 이 공간에서 약광고라서가 아니라 그저 내용이 ‘불편해서’ 뭘 지우고 끊고 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 예, 한국 기성 언론사 조직들의 전반적 레벨이 아직 그 정도밖에 안됩니다(본인들이 스스로 “백만 촛불을 이끌어낸” 방송이라 자처한다면 우선 사실조차 아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골때리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위축되고, 권력 눈치를 노골적으로 보고도 남습니다… 아니면 한겨레의 경우처럼 지사화되거나. 양쪽 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루트죠. 그런 상황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그럼 그냥 다 망해버려라 새로 시작하마”를 외치시겠지만, 저는 그러기에는 너무 조심스럽기에 언론 생태계를 서서히 개조시킬 수 있는 방법을 더 궁리할 수 밖에요.

    ullll님/ 오, 목소리가 아나운서틱한 뭔가 특이한 힙하퍼군요. 저도 좀 더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의리님/ 뉴타운타운운타뉴~ 얍! 뾰로롱~ 그리고 모든 분노는 사라졌…

    햅님/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니까 애초부터 국민눈치는 볼 필요도 없습니다. 선출직인 보스의 눈치는 봐야겠지만, 그 보스가 다른 이유에서 국민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그것도 뭐 게임 끝.

    곰곰님/ 좀 신기할 정도로 이슈들이 복작대는 작은 나라인 건 확실하죠. 간지 + 떡밥 + 스타시스템 + 덕후조직 콜!

  9. 말씀대로, 제가 산증인..콜록

    여하튼 PD수첩의 해당 보도에 불만이 많았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체포에 되게 열받았었습니다. 혹시 검찰이 PD수첩에게 면죄부를 내려주는 이정부의 지능안티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조선일보 가만히 있기 창피할듯…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610200129

  10. !@#… nomodem님/ 검찰은 언론인들 조져서 정권에게 사랑받고, 사람들이 알아서 닥쳐주면 정권도 해피하고, 얼결에 실제 품질 이상의 아우라가 생겨주니 그 보도와 언론인들도 스타되고. 제가 원하는 바람직한 상황은 정반대인데 말이죠… 검찰은 정권에게 미움받더라도 언론의 책임은 언론의 틀에서 해결하도록 해주고, 사람들이 닥쳐주지 않아서 정권이 해피하지 않게 항상 눈치를 봐야하고, 보도와 언론인들은 사실에 기반한 냉정한 평가를 받고. // 오우 동아가 조선에게 선빵을! 과연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가 될지 어떨지 지켜볼만 하겠군요.

  11. 아이쿠 캡선생님 혹시 취침시간이신가…

    위에 똥아기사는, 2006년 당시 조선일보가 세무조사받는다는 사실에 언론탄압을 부르짖던 정황인데, 조선일보에서 검색이 어려워서 똥아로 검색했죠…

    이후 조선일보는 제 기억으로 기자들이 검찰을 씹어주었고, 검찰이 기자를 명예훼손행위로 고발하고 더더욱 ‘기사가 잘못될수는 있어도 이건 언론으로서 온당한 행위다..’라는 내용으로 계속 언론탄압을 외쳤던듯 합니다.

    지금 PD수첩을 조선일보가 도와줘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죠…물론 남이 하면 불륜 지가 하면 로맨스 정신으로 씹어주시기나 하시겠지만

  12. !@#… nomodem님/ 헉 날짜를 확인하지 않는 초보적인 실수를! 맞아요. 고작 몇년전에 그런 일이 있었죠. 깨끗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경우 모든 논조의 근본은 광고주를 만족시키고 독자들을 평안하게 하며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깨끗하게 압축되기 때문에, 이번 건은 특별히 돕지도 씹지도 않고 적당히 얼버무리며 대충 무시할 공산이 큽니다. 500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