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국의 유통기한

!@#… 현 정권 하에서 한국사회가 향해가고 있는 방향이 뭔가 상당히 이상하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살짝 자극해 준 것에 성공한, “서거정국”. 항상 이야기하듯, 이 씨앗을 합리적으로 잘 살려내면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도 있겠지만, 빠르게 어영부영 사그라들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실로 촌철살인의 탁월한 분석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여야, ‘포스트 조문정국’ 고심
(연합뉴스 | 2009-05-28)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에는 대규모 집회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명분이 없어 보인다”며 “29일 영결식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일만 피한다면 조문정국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것 참 굉장한 조언이다. 마치 ‘그분들의 문제해결법‘ 시리즈의 모범사례 같아!

그러니까 이 전략에 따라서 앞으로 이명박정권과 산하 부대세력들은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만 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 며칠 전부터 할 사전 추모행사들의 진행을 최대한 돕고,
장례도구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협조하고,
– 가장 무게 있는 추도사를 올릴 수 있도록 섭외하고,
– 모인 시민들이 노제가 끝난 후 계속 추도식을 하며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 중간중간에 상처에 소금뿌리는 악성 정치공격을 자제하며,
– 추모 분위기의 보도가 거세되지 않은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도록 신경쓰며,
– 행여나 무례한 또라이들이 깽판치지 않도록 현장 관리를 도와주면 되겠다.

참 쉽다.

!@#… 아아, 퍼펙트 스코어. 어째서인지, 만화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의 이 에피소드가 떠오르고 말았다(클릭). 여하튼 그분들도 이렇게까지 온 힘을 다해서 도와주시니, 서거정국을 오래오래 지속하며 열심히 기억하고 자세히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행동하여 명랑사회 구축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아야하지 않겠나.

…틈날 때마다 한번씩 상기하자: 코앞에 닥친 표현의 자유 억압 입법, 10월의 재보선, 내년 지자체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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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houghts on “서거정국의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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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Jade

    기억해야 할 것 – “…틈날 때마다 한번씩 상기하자: 코앞에 닥친 표현의 자유 억압 입법, 10월의 재보선, 내년 지자체선거.” via http://capcold.net/blog/3565 http://tumblr.com/xvx1w97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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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스크랩] 허를 찌르는 반전, 블록버스터 조선일보…

    신문 만평의 핵심은 풍자다.
    권력의 주구짓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이 전직 대통령을 죽인 흉기다.
    흉기가 명확하고 동기가 분명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다 해도 용의자라기엔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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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에 안 들면 확! – MB 정권, 폭력의 정치…

    “사죄하라!” 민주당 백원의 의원의 이 발언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것이었다. 이미 ‘정권의 충실한 종’으로 전락해버린 KBS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지 예전처럼 소리를 죽이거나 카메…

Comments


  1. 자기들 딴에는 나름대로 “위험관리”라고 한 것인데, 어째 하는 일마다 분노의 나선은 끝없이 회전..

  2. 초선의원 하나가 탁월한 분석 하면 뭐하나요..
    그 당의 최고위원은 소요사태 운운하고
    설치류는 죽어도 광장 개방 못한다고 난리고
    경찰은 5살 애한테도 촛불을 들면 불법이라는 황당 소리를 하고
    한마디로 “계속적으로 상대를 자극”하고 있는데 말이죠.

  3. 리스크 관리를 저렇게 엉망으로 하면 뭐 어쩌라고… 멍석까지 깔아주셨으니 뭔가 해내지 않으면 정부에도 미안할 것 같군요…

  4. !@#… 언럭키즈님/ 재능입니다.

    펄님/ 흑흑… 바로 그 취지의 개그였습니다만 OTL (개그실패는 항상 거대한 좌절)

    지나가던이님/ 그러게말입니다. 그리 되면 미안해서 어쩌나…;;;

  5. 영리한 적과 멍청한 적 중에 어느쪽이 더 위험할까요…
    멍청한 것도 이 정도면 소요소요 하다가 진짜 소요사태를 부를 것만 같아서 -_-;;

  6. 과연 이 상황을 위대하신 지도자 이명박 가카께서는 어떻게 딴나라당과 손잡고 넘기실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궁금해요 ㅋㅋㅋㅋ
    그리고 skyjet님의 링크보고 너무너무 공감했네요 ㅋ

  7. !@#… 언럭키즈님/ 제도적 힘을 동원해서 뜯어 말리지 못하면, ‘끝’까지 가고도 남을겁니다.

    nishi님/ 멍청한데 졸 강한 적이 가장 위험합니다. 특히 그 힘이 자꾸 재충전되면.

    wafe님/ PVC에 한번 맞고 나면, 다음에는 빨대에 만장을 매달아야할지도.

    Skyjet님/ 좀 상당히 포토제닉한 장면이죠.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짤방.

    놀이기계님/ 정부가 직접한 건 아니고, 업체가 용역 시켜서 한거죠. 제가 이쪽을 가급적 항상 이명박 ‘정권‘(과 그 수하들)로 칭하는 이유입니다. 고작 정부 최고 책임자 하나만 바꾸면 되는게 아니라, 정권을 이루는 공범들을 포괄해야죠.

    지나가던나그네님/ 국회 과반 정당의 제도적 힘, 그리고 공범 언론재벌들이 시전하는 망각을 부추키는 떡밥관리력. 실로 막강한 무기죠.

  8. 특별교부금 글도 그렇고,
    잘 읽다 갑니다.

    한나라당과 정부의 이번 ‘서거정국’을 대처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정말 이 정부는 뭘 해도 안되겠구나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래도 나름 브레인들이 쳐모였을텐데 생각하는게 왜 다 그 모양인지..
    참여정부를 멍청한 386이라고 욕할 주제가 안됩니다.
    최소한 그들은 부끄러운게 뭔지나 알았죠…

  9. 댓글 썼는데 어디갔지 ㅠ

    아무튼 마지막 줄에도 캐동감하고 갑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갈려나” 하면서 냉소를 보내는 동생의 말이 쉽게 넘겨지지가 않네요….

  10. !@#… 아가새님/ 많은 경우 자신들의 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쪽에’만’ 특화된 브레인들이라서, 명랑사회 구축 같은 다른 종목에서는 사실 아무 기대를 할 수도 할 이유도 없죠;;; 그런 종목차이들을 사람들이 좀 더 널리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