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2009 신작 ‘업'(UP) 단평

!@#… 금주 개봉한 픽사의 신작이자 본격 부동산 모험물 ‘업'(UP)을 관람하고 와서, 나중에 보실 분들을 위한 간단하지만 유용한 조언 하나:

“웬만하면 3D버전 말고, 2D버전을 보시길. 왜냐하면…

무거운 3D안경 때문에, 중간에 눈물을 닦기가 힘들기 때문에.”

!@#… 픽사가 매해 뽑아내는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드래곤볼 보는 것 같다. 설마 여기서 더 강해질 순 없겠지 싶을 때 다음 작품으로 또 에스칼레이션이 일어나서, 그 다음에 나오는 영화도 최소한 그 정도 해주지 않으면 축에 끼지도 못한다. ‘몬스터 주식회사’ 레벨(그 급도 물론 장난이 아니고, 다른 작품에서도 공동각본이나 제작 역할을 계속 해왔지만)의 피트 닥터는 잊어라. 이제 그도 완연한 초픽사인의 대열이다. 여튼 괴수집단 픽사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쑤셔넣는 것에 도가 터서, 아마 미토콘드리아 변이를 일으킨 아메바를 소재로 삼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집에다 풍선 달아서 둥실둥실 날아간다는 소재로, 나이가 드는 것과 인생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 정도의 깊이를 건드리는 작업에 성공하는데 뭔들 못하겠어. 끈적한 개그소재가 아니라 알맹이의 깊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성인물. 여튼 이 정도로 압도적인 작품을 또 내년초 오스카상에서 ‘연기자’가 없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고작(!) 장편애니메이션상 따위나 먹고 떨어지라고 한다면, 협회 회원들 모두 사이좋게 전기충격 치료라도 받아야 할 것이다.

!@#… 스포일러 없이 약간만 말하자면, UP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미련‘이다. 애초부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원동력이자, 주인공과 악역의 인생 궤도를 갈라놓은 것 역시 바로 자신의 미련에 대처하는 자세다. 그리고 미련에 집착하기보다 진정한 의미에서 먼저 간 이의 마음과 뜻을 이어받아 계속 삶의 모험을 추구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그 의지를 다시 이어줄 때, 영화는 가장 큰 감동을 자아내고 만다. 회고에 빠진 정지한 시계가 아니라 다음 세대와 함께 소통하며 계속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기로 할 때 세상은 살만해진다.

!@#… 옙, 제대로 짐작하셨습니다. 어떤 나라의 현재 어떤 상황에서 특히 큰 감동과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마, 픽사 홀대에 어느덧 익숙해진듯한 디즈니코리아가 지금 시점에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는 것은 크나큰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본다.


ⓒ 2009 Disney/Pix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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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thoughts on “픽사 2009 신작 ‘업'(UP) 단평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2009베스트: 영화/음악/TV/웹사이트/기타등등

    […] 영화 – 업. 집착을 버리고 인생을 마주하는 노년 활극의 감동. 이전 글 참조. […]

Comments


  1. “미토콘드리아 변이를 일으킨 아메바를 소재로 삼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 이거 확실히 개그라서 웃기긴 한데… 픽사애들에 대한 너무 정확한 말이라서 그냥 마냥 웃을수가 없다능…. 그래서 당 영화 기대할거임! (오랫만에 써보는 능임체)

  2. !@#… erte님/ 유감스럽게도(?) 한동안 아메바는 안나오고, 평범하게 장난감들(토이스토리3), 양서류(뉴트), 스코틀랜드의 사냥꾼 공주(곰과 활), 자동차들(카2) 등이 라인업되어 있다능;;;

  3. 헉, 작년 Wall-E를 뛰어넘는 겁니까….. 예고편 보고 올해는 쉬어가는 해가 아닐까 싶었는데 영국 개봉일정을 확인해봐야겠근영(근영체!)

    하고 가봤더니 자그마치 10월 개봉… 한국가서 보렵니다 깨갱.

  4. !@#… WALLㆍⓚ님/ 건드리는 미감이나 감정이 좀 달라서 ‘뛰어넘는’지 비교하기는 좀 힘들고, 다만 그때 만큼이나 이번도 대단하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5. 트레일러부터 감격했는데 본편도 훌륭한가 보군요. 개봉 기대중~
    …그런데 [코렐라인]도 이제야 개봉이고 극장판 애니들은 홀대받는 느낌;;

  6. 아무래도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듯합니다만, 방학과 상관없는 저로서는 어서 보고 싶을 뿐입니다;

  7. 전 열렬한 픽사팬으로서 up 무지 무지 기대하고 있는데 님의 포스트를 보니 기대는 무한대로 향해갑니다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8. !@#… 시바우치님/ 월E 트레일러가 로봇들의 염장질이 인류를 각성시켜 구원한다는 엄청난 메시지를 살짝 숨겨놨듯, 업 트레일러도 미련과 삶의 무게라는 본 주제를 살짝 숨겨놓고 있습니다. 좀 훌륭한 인간들. // 그건 한국의 홍보사들이 극장판 애니를 대히트치게 만드는 마케팅 기술들이 아직 그다지 뛰어나지 못해서.

    의명님/ 방학에 쏟아지는 어린이들은 뭘 느낄지 몰라도, 아주 진국 성인용입니다. 중년 노년분들도 좋아할 구석이 넘쳐나요.

    엑소더스님/ “무한대, 그리고 저 너머” …영화 시작 전에 토이스토리3 티저를 선보이더군요.

  9. 시바우치님/ 저도 몇일 전에 코랠라인 아주 재미나게 봤다능. 영화 골치아프게 안보는거 좋아하는 제 여친님도 “이건 애들용으로는 좀 어려운듯”이라고 단평해주셨다능…

    캡콜님 말씀대로, 아직 우리나라 홍보사들이 극장판 애니를 애들을 타겟으로 하는데만 익숙해져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용.

  10. 우와웅 기대 기대 초기대…

    얼마전에 , 영화제작노조쪽 커뮤니티에 조란프트의 죽음과 픽사의 그 이후 행보에 대해서 글을 쓴적이 있는데…

    이제 그 빈자리가 잘 메꿔지는 느낌이군요.

    정말 디즈니코리아에 투서라도 해야할까봅니다.. 인크레더블 부터 이 짓을 하고 있고, 그 동안 디즈니 표 애니메이션은 북미 동시개봉이 계속 이어져왔습니다.어이없죠…(그래서 볼트는 다행히 제때 볼 수 있었습니다.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픽사 습작(?)이 아니라고 하기 어려운데)

  11. !@#… erte님/ Coraline은 미국서도 뭐 연령층 타겟으로 여럿 헷갈리게 했다고 봅니다. 제가 관람했을때, 애들 막 울고 난리도 아니었…;;;

    mahabanya님/ 개봉 첫회를 보느냐, 그래도 주말까지는 기다리느냐만 선택하면 되죠.

    nomodem님/ 어찌보면 그렇게 인생사가 계속 흘러가는 스튜디오인지라 – 지*리 스튜디오와는 달리, 체계적으로 계속 차세대 인력을 키워내죠 – (문자 그대로) 집채만한 미련을 짊어지고 다니다가 극복하는 이야기인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 디즈니코리아도 제발 좀 픽사가 디즈니 애니파트를 사실상 먹어버린(외형은 디즈니가 픽사를 흡수했지만, 내막은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 대주주, 존 라세터가 디즈니 애니팀의 최종보스로 등극) 현 상황을 좀 제대로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12. 그러게 말입니다. 이미 여러해전부터 같은 이유로 기가 막혀했습니다. 재작년에는 진짜 스티브잡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우스개고민을…

    여튼 UP 덕분에 더 무지 기다리고 있습니당…그러고보니 트레일러를 작년부터 봤는데 꼭 1년 채워주려고 그러나.

  13. !@#… nomodem님/ 내년부터는 한동안 여름 겨울 한편씩 쏘는 것 같더군요. 팀이 더 많아졌고, 후진들도 늘어났고.

  14. 메이킹 보면서 “이런 소재로 작품이 나올까?”싶었는데, 나오는군요.[…..]
    이것이 바로 픽사 퀄러티..

  15. 예고편만 보면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것만큼 가벼운 영화 아닐까 싶었는데
    아으으으 정말로 기대하고 있어요!! 개봉만 해주시면 그저 감사감사…
    (이렇게 마음먹지 않으면 열받아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16. !@#… 우유차님/ 한국의 경우 개봉은 하되, 얼마나 푸대접받다가 빨리 내려가는가의 문제죠;;;

  17. (비디오로 직행할 뻔한) 토이스토리 2를 토이스토리 1보다 뛰어난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이후로 픽사 작품은 그저 닥본사;;;

  18. !@#… 써머즈님/ 그 기억을 돌려보자면, 카첸버그 나가고 90년대 후반부터 한 10년간, 디즈니사의 애니 분야가 안목이 없기는 정말 미친듯이 없었죠;;; 그나마 이제는 픽사가 장악해줘서 다행입니다. 당장 ‘볼트’만 해도 꽤 재밌어요!

  19. 제가 픽사빠이긴 한데…
    감동코드는 예상 밖이로군요.

    엄청 기대됩니다.

  20. !@#… indy님/ 뭐 어떤 이들은 그냥 말하는 개와 웃기는 새가 나와서 감동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노인과 어린이의 우정으로 감동할 수도 있겠죠. 다만 저는 집을 짊어지는 모습에서 미련의 무게를 느끼고, 모험의 외피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깨닫는 과정을 읽어 감동하는 것일 따름이고 말입니다.

  21. 오늘 봤는데…대실망 입니다.주인공은 비호감에 어디서 본듯한 설정들,미야자키를 오마쥬 한듯한 내용들(비행선,멍청한 적 부하,까칠한 주인공,라퓨타와 움직이는 성의 노인 캐릭터들 etc) 폭행,납치,연쇄살인범이 등장 하는 노인망령극? 이라 할 수 있는 내용에 캐릭터도 신체비율이 안맞아서 지팡이로 때리려고 폼 잡을때 삐딱 하게 들어 올릴수 밖에 없는 자세라니….이제 슬슬 뜨는 해가 지는 시기가 된것 이 왔군요.

  22. !@#… AnimatorLee님/ 음 이 작품을 애초에 ‘호감형’ 주인공, 혁신적 독창성, 정직한 신체비율에서 재미를 찾으시리라 기대하시고 관람하셨다면… 디스트릭트9에서 훈훈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갔다가 좌절하는 것 만큼의 실망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군요;;;

  23. 영상미가 대단하더군요. 저도 up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댓글이 있네요. 저럴 나이도 있는거지요.

  24. !@#… 고양이와참치님/ 유딩에게 김치는 너무 맵고 커피는 너무 쓰죠… 뭐 위에 댓글 남기신 분은 그보다는 정말로 뭔가 초점이 다르신 분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