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 개봉한 픽사의 신작이자 본격 부동산 모험물 ‘업'(UP)을 관람하고 와서, 나중에 보실 분들을 위한 간단하지만 유용한 조언 하나:
“웬만하면 3D버전 말고, 2D버전을 보시길. 왜냐하면…
… 무거운 3D안경 때문에, 중간에 눈물을 닦기가 힘들기 때문에.”
!@#… 픽사가 매해 뽑아내는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드래곤볼 보는 것 같다. 설마 여기서 더 강해질 순 없겠지 싶을 때 다음 작품으로 또 에스칼레이션이 일어나서, 그 다음에 나오는 영화도 최소한 그 정도 해주지 않으면 축에 끼지도 못한다. ‘몬스터 주식회사’ 레벨(그 급도 물론 장난이 아니고, 다른 작품에서도 공동각본이나 제작 역할을 계속 해왔지만)의 피트 닥터는 잊어라. 이제 그도 완연한 초픽사인의 대열이다. 여튼 괴수집단 픽사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쑤셔넣는 것에 도가 터서, 아마 미토콘드리아 변이를 일으킨 아메바를 소재로 삼더라도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집에다 풍선 달아서 둥실둥실 날아간다는 소재로, 나이가 드는 것과 인생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 정도의 깊이를 건드리는 작업에 성공하는데 뭔들 못하겠어. 끈적한 개그소재가 아니라 알맹이의 깊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성인물. 여튼 이 정도로 압도적인 작품을 또 내년초 오스카상에서 ‘연기자’가 없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로 고작(!) 장편애니메이션상 따위나 먹고 떨어지라고 한다면, 협회 회원들 모두 사이좋게 전기충격 치료라도 받아야 할 것이다.
!@#… 스포일러 없이 약간만 말하자면, UP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미련‘이다. 애초부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원동력이자, 주인공과 악역의 인생 궤도를 갈라놓은 것 역시 바로 자신의 미련에 대처하는 자세다. 그리고 미련에 집착하기보다 진정한 의미에서 먼저 간 이의 마음과 뜻을 이어받아 계속 삶의 모험을 추구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그 의지를 다시 이어줄 때, 영화는 가장 큰 감동을 자아내고 만다. 회고에 빠진 정지한 시계가 아니라 다음 세대와 함께 소통하며 계속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기로 할 때 세상은 살만해진다.
!@#… 옙, 제대로 짐작하셨습니다. 어떤 나라의 현재 어떤 상황에서 특히 큰 감동과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마, 픽사 홀대에 어느덧 익숙해진듯한 디즈니코리아가 지금 시점에 이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는 것은 크나큰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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