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자: 마케팅(7) 포화도를 생각하기 [만화규장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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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돈을 벌자: 마케팅(7) 포화도를 생각하기

김낙호(만화연구가)

몇 년 전, ‘블루오션’이라는 용어가 엄청나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미 경쟁 치열한 피바다에 뛰어들어 고생하지 말고, 남들이 건드리지 않은 새로운 푸른 바다를 찾아서 풍덩 뛰어들라는 식의 이미지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당연히 결코 쉽지 않다.

첫째, 블루오션의 목표에 충실하려고 새롭게 찾아냈다는 곳은 많은 경우 바다가 아니라 웅덩이일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단순히 틈새시장이고 그 틈새가 더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블루오션이라고 소문나면 누구나 몰려들어 삽시간에 의미가 퇴색된다. 선점자가 다른 이들의 진입을 막아낼 정도로 확실한 우위가 존재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블루오션 효과는 갈수록 빠르게 없어진다. 특히 이것은 ‘굳이너프’ 현상, 즉 향유자들이 최고의 품질을 찾기보다는 사용하기에 적당한 품질만 갖춰졌다면 다른 기준(가격, 가용성, 디자인 같은)으로 선택하는 경향과 맞물리면 더욱 난감해진다. 판을 개척한 혁신이, 후발주자의 양산화에 쉽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셋째, 워낙 인류문명이 해볼 것 다 해보고 있다 보니,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찾는 것 자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기술의 혁신으로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분야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심각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기술의 혁신으로는 매체양식에 대해서는 새 판을 짜낼 수 있지만, 정작 콘텐츠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대상으로 하는 사업영역에 얼마만큼의 수요가 어디에 남아있는지 포화도에 대한 신중한 평가와 예측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마케팅을 통해 얼마나 시장을 더 만들어낼 수 있는지 섬세한 설계를 해야 한다.

뒤집어서 하나씩 다시 살펴보자. 그러니까 첫째, 웅덩이가 아니라 바다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만화산업에서, 찾아낸 시장이 기존 범주 안에 들어있던 틈새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가장 간단한 원칙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 바로 “만화”시장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습만화 분야에서 아직 공략되지 않은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사고방식으로는 기존 학습만화들 사이 어딘가에 비어있는 틈새 정도 밖에 공략할 수 없다. 하지만 아동의 오락문화라는 한 단계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할 때, 상성 룰에 의거한 대전 액션이라는 소재, 만화 특유의 서술방식, 그리고 부모의 지갑을 열어낼 명분이 되는 학습성을 양념으로 가미할 수 있다. 만화를 더 큰 차원에서 무언가를 다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볼 때 기존 만화 속 무언가 속 무언가의 교집합이 아니라, 합집합적 기획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매체이식 OSMU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만화의 기존틀을 전제하고 다가서느냐, 히트칠 수 있는 오락적 요소를 위해 만화를 쓰는 것이냐의 차이다. 그 결과물로서 어차피 마찬가지로 만화가 나오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수요층에 흡수되는 방식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혹은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 적당히 “닭살스러운” 선물로 애용되는 수필집 또는 시집의 영역으로 발을 디디며 00년대 초중반 대형히트를 연타시킨 속칭 에세이툰 단행본들을 생각해보자. 만화라는 지극히 익숙한 매체양식을 사용해서, 틈새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둘째, 이왕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개척했다면, 선점자의 이점을 지속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개척한 판에 다른 경쟁자들이 들어오더라도, 가장 먼저 판에 들어와 있던 선점자이기 때문에 지니는 유리한 점들을 계속 지키는 것이다. 그런 이점 가운데 하나는 우선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충성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원래 문화산업의 속성상 상품라인이 아니라 개별 작품이 평가대상이라서 이런 요소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예를 들어 ‘먼나라 이웃나라’의 히트 이래로 형성된 이원복 학습만화에 대한 브랜드 충섬심을 생각해보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할 수는 없다. 즉 “어른이 읽어도 대체적으로 좋은 정보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학습만화”라는 판을 개척했던 것이고, 인지도가 높다보니 간혹 매우 작업이 부실하고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이 섞여있어도 브랜드 가치에 적당히 덮이며 묻어갈 수 있다(그런 것은 본 받지 마시길). 브랜드 인지도의 이점을 지키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는데, 바로 지속적으로 비슷한 방식의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자주 반복적으로 내면서도, 고객들이 질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균형이 핵심이다. 아예 시장 전체가 그런 방식으로 움직인 성인일일만화 분야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하지만 선점자의 이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법이란, 그 영역 안에서 이쪽을 계속 즐기는 것에 익숙해서 굳이 그만 보는 것이 내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전자제품이라면 아이튠즈라는 미디어관리 소프트웨어 및 온라인샵으로 소비자를 묶어두는 아이팟을 떠올리면 된다. 만화의 경우는 좀 더 미묘한데, 작품 속에 복합적이고 섬세한 세계관을 넣음으로써 일반 독자는 일반 독자대로, 하지만 더 열심히 읽은 독자일수록 작품을 더욱 강력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파이브스타스토리즈』의 경우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연표와 설정들을 익히다 보면, 익힌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작품에 신경을 쓰고 신간을 요구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덤으로, 비슷한 성향의 다른 작품을 처음부터 그만큼 익숙하게 흡수하는 것을 피곤하게 여기게 만드는 부수효과가 있어서 경쟁작에 대한 배제효과도 다소나마 생각할 수 있다.

셋째는 시장의 과포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우선 과포화된 영역을 피해가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만화 자체가 이미 너무 많이 나왔고 여전히 나오고 있다면 피해갈 길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오로지 만화에 대한 사랑만으로 만화를 제작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할 것인가. 그보다는, 포화상태로 여겨지는 상태를 힘이 닿는 만큼씩 늘려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왕 포화라는 비유를 쓴 김에, 소금물을 생각해보자. 일정한 양의 물에 녹을 수 있는 소금의 양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물의 온도를 높이면 더 많은 소금이 녹아들어간다. 비슷한 이치로 사람들이 만화에 쓰는 관심과 시간 및 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수준만 아니라면 (예를 들어 월급수준을 넘어선다든지) 조건에 따라서 좀 더 늘릴 수 있다. 이전 연재에 언급했던 공익마케팅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고, 만화라는 틀보다 와인가이드라는 틀을 활용해서 만화에 열려지지 않았던 화이트칼라 중간관리직 및 그 이상 직급 남성들의 지갑을 열게 한 『신의 물방울』 같은 경우를 생각할 수도 있다. 만화에 쓰는 돈으로 하필이면 이 만화를 사라고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만화에 쓰지 않던 돈을 만화에 쓰게 만드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TV보다 만화를 읽어라! 나가서 스포츠를 즐기며 신체를 혹사하기보다 만화를 읽어라! 컴퓨터게임은 직접 조종할 것이 너무 많아서 귀찮다, 만화를 읽어라! 연인들은 영화를 보러가기보다 오붓하게 함께 앉아서(스킨십은 부록) 만화를 읽어라! 그리고 그런 식의 기존에 안하던 만화 읽기를 위해 최적화된 만화를 제작하는 것이 바로 포화도마저 조절해버리고 새 판을 확보하는 만화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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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만화로 돈을 벌자: 마케팅(7) 포화도를 생각하기 [만화규장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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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Kim You P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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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뭐랄까, “용오” 나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들은 만화라기보다 주간지의 르포 기사에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보면 주간지를 보느니 만화를 본다… 는 식으로 독자를 늘려 나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물론 그것도, 일본 만화 특유의 편집 스태프 시스템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이었지만요. 인터넷 시대에도 일본 만화가 버텨나가는 건 다 그런 장치가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름 “시장의 과포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한 예가 되지는 않을지요.

    * 솔직히 말해서, 저는 삼국전투기 같은 만화 보면 우리나라의 스태프 시스템은 정말 안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우리나라 역사 만화는 고증도에 있어 본격 뮤턴트 만화(!!)인 바람의 검심에게 쳐발리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아무리 삼국지는 역사물이 아니라 무협지라고 한다지만, 다른 것은 당최 무슨 할 말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2. !@#… 고어핀드님/ 제작 스태프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장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기획학습만화;;;

  3. 죄송하지만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약속을
    잡으려면 연락처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