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지난 회 원고. 편집완성본은 여기로. 이번 회의 키워드는 소비자데이터. 한 때(아마 지금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것을 도매급으로 팔아넘기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면 그런 건 위장가입 사기를 치는 용도 말고는 하등 쓸데없는 물건. 진짜 소비자데이터의 가치는, 개인정보 따위가 아니라 바로 “소비”에 있다.
만화로 돈을 벌자 – 마케팅(4) 간접수익을 위한 마케팅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에서 만화산업의 위축 문제를 제기하면서 흔하게 꼽는 이야기는 장르만화잡지의 감소와 단행본 판매량 미미, 원고료 동결 등이다. 학습만화시장에서 밀리언셀러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나 온라인 문화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인기, 원작산업으로서의 효용성 등이 그래도 만화산업 전체가 죽은 것은 아니라는 근거로 꼽히지만, 현 사업모델 속에서 대중오락물로서 장르만화 분야의 수익성이 전체적으로 형편없다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사실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는 식의 직접수익 모델은, 비단 만화뿐만 아니라 음악, 영상물, 게임, 심지어 저널리즘까지도 공통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이 사람들을 공짜에 길들였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그냥 푸념일 뿐 이미 주어진 조건을 타개하는 것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각 분야는 모두 열심히 자신들의 분야에 적합한 새로운 모델들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며, 주로 콘텐츠 유료화 강제와 그것을 위한 캠페인에 전념하기보다는 다양한 수익모델들을 효과적으로 혼합 운용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심지어 콘텐츠 유료화만 하더라도 미국의 유명신문 뉴욕타임즈가 기사 열람 기본무료와 일정 정도 이상 열람시 종량제로 바뀌는 실험을 시도하려고 하는 등 다양한 고민들이 넘친다(그것마저 여러 전문가들에게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받는다). 그것이 21세기의 첫 십년마저 지나간 현재 시점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한국의 장르만화산업 분야는 콘텐츠 소비 문화의 그런 문제들에 고스란히 봉착해 있으면서도, 아직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이 지난세기 이래로 제자리다. 하지만 유료결재 웹진도 만들어봤는데 장사 안되더라 뭐 그런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판매해서 돈을 받는 것 이외의 수익모델이 여전히 기술적 수준도 수익성 규모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네이버, 미디어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의 만화연재란을 통해 연재하고 히트할 경우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란 작가에게 지급되는 고정 원고료가 전부다. 광고라고 하나씩 붙어 있는 것은 대부분 내부광고이며, 연동 상품 구매는 해당 작품의 종이단행본이 있을 경우 링크를 제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만화잡지의 경우 광고 페이지가 매우 미미하며, 그나마도 지면교환 협찬광고가 많다. 광고와 결합시키는 또 다른 방법인 광고 출연의 경우도 인기작가가 광고캠페인 만화를 종종 따로 제작할 뿐, 광고에 이미 유명세를 확보한 작품 또는 등장인물들이 스타로 출연해서 홍보하는 경우가 수년전 ‘아기공룡 둘리’의 자동차 광고모델 이래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모습의 바탕에는 바로 특정 작품이 지니는 간접적 활용의 매력을 홍보하는 마케팅이 조아하다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작품이 재미있으니 구매하라”가 직접수익을 노린다면, “이 재미있는 작품을 활용하면 당신이 돈을 벌 수 있다”를 홍보하여 간접수익의 경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 방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여러 업체들에 인맥을 뿌려놓는 영업능력 정도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소비자 데이터다. 이 만화 작품을 즐기는 이들은 과연 어떤 이들인가, 그 정체성을 데이터로 만들어 업체들에게 그들에게 호소할 루트로서 이 작품이 매력적이라는 호소를 하는 것이다. “회당 백만 클릭을 기록했다”, “왕년에 단행본 *부까지 판매했다” 같은 것은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기 위한 메시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간접수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파트너로서의 매력이고, 당신들의 상품을 어떤 특정한 속성을 지닌 이들에게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제시다. “수많은 서민들을 울리고 웃겼다” 같은 것으로는 어림없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즐겼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다른 상품에 소비성향이 뚜렷한가, 라는 정체성이다. 여러분이 사업가라고 가정하면 백만명이 읽는다는 만화A와 광고계약을 맺겠는가, 아니면 만명이 읽지만 여러분이 취급하는 상품에 관심이 무척 많다고 자료가 나와 있는 만화B와 계약을 맺겠는가. 간접수익모델 파트너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에는 소비자 데이터가 중요하다.
만화잡지에서 종종 받는 애독자설문에서 정말 중요하게 포함시켜야할 것은 만화인기순위가 아니다. 해당 독자가 좋아하는 만화와 함께 좋아하는 다른 상품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그들의 연령, 성별, 소비성향, 평균적 주머니 사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그들이 평소 서로 소통하는 방식, 주로 열람 또는 방문하는 다른 매체 등을 알아두면 그들의 소비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정치성향, 세계관 같은 더욱 복합적인 내용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간접수익모델 구성에는 거의 축복이다. 즉 단순히 특정 작품의 선호가 아니라, 특정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선호항목들의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들이밀 때, 광고주가 되었든 기타 방식의 사업파트너가 되었든 효과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다. 흔히 그렇듯 출판사의 만화팀 자체가 영세하여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소비자성향 조사 전문으로 민간 용역이나 공공지원 사업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잡지뿐만 아니라 단행본 역시, 구매자 대상으로 다소의 상품을 내건 임의 설문을 통해서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만화, 그 중에서도 포털의 경우 이런 자료를 모으는 것은 솔직히 약간만 신경을 쓰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특정 IP에서 접속하거나 특정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어떤 작품을 본 유저가 그 앞뒤로 어떤 항목들을 더 찾아보았는가. 함께 열람한 다른 작품, 다른 서비스(뉴스, 카페 등)들이 일부러 지우지 않는 한 자료로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익명화시킨 후 분석하면 필요한 자료들이 얼마든지 나온다. 로그인 유저의 경우 아예 통시적인 사용데이터 축적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간접수익 파트너들을 결합시킬 수 있게 되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선택의 폭은 대폭 넓어진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창작자와 제작/유통업자가 광고수익을 분배하거나, 혹은 분배하지 않더라도 광고 유치 성과를 바탕으로 원고료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을 여러 매체에 선보일 때 서로 다른 소비층을 공략할 수 있다고 데이터가 나와준다면, 신디케이션 방식으로 여러 매체에 공급하여 수익을 늘릴 수도 있다. 특정 상품과 결합한 각종 프로모션 행사도 한층 활성화될 수 있다. 모든 것의 첫 걸음은 소비자 데이터다.
*이전 연재분 링크:
8. 마케팅(3) – 정체성이라는 가치부여
7. 마케팅(2) – 전염 마케팅
6. 마케팅(1): 대세 만들기와 그 어려움
5. 창작을 판매하기 (하)
4. 창작을 판매하기 (중)
3. 창작을 판매하기 (상)
2. 상품과 판촉(下)
1. 상품과 판촉(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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