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종합편 [만화규장각 칼럼]

!@#… 게재본은 여기로(클릭). 대망(?)의 마무리. 단행본화 작업은… 하는게 좋겠지(자료 추가 수집, 구조 정리 등등).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종합편

김낙호(만화연구가)

연재 서두에 밝힌 바 있듯, 이 연재칼럼은 만화를 “상업적인 기획 마인드”로 바라보기 위한 각종 개념들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만 돈의 논리를 이야기하되 숫자로만 계산한 일방적 나열이 아닌, 오늘날 만화라는 양식의 속성들을 최대한 끄집어내 감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것을 위해 창작자의 입장, 제작자의 입장, 마케팅과 독자문화의 요소들을 여러 가지로 제기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어떤 부분은 더 긴요하게, 다른 부분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다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꽤 긴 기간에 걸쳐 선보인 만큼 다소 전체적 줄거리가 산만해졌을 수 있는데, 이 연재를 마무리를 짓는 의미에서 가장 원론적인 뼈대로 다시금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런저런 토픽들

돈벌이는 하나의 ‘판’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다. 만화판에서도 창작자와 지망생들, 제작자와 유통업체, 지원기관들에 동기부여를 하려면 돈벌이의 패턴과 흐름을 파악하여 돈을 뽑아낼 궁리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화책을 팔아야 한다” 같은 당위 따위는 없다. 책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벌고 다른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희망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불법이 아닌 한 직접 판매수익이든 간접 홍보 수익이든 연관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 교차든 딱히 어떤 경로에서 돈이 나와야 한다는 정론은 없다는 말이다. 특히 책이 갈수록 안 팔리는 시장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위해 모든 신경을 총동원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무엇을 수익을 얻는 ‘상품’으로 설정하고 무엇을 ‘판촉’으로 간주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흔들리면 판촉이 부족하여 만화의 파급력이 쪼그라들거나, 만화의 배포는 넘치는데 수익처는 없는 역설이 발생한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 전략은 중요하고, 한번 실패한 방식이 약간 달라진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먹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웹툰 중간에 중간광고를 삽입하면 2012년의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자원은 돈 뿐만 아니라, 결국 시간, 관심, 그리고 돈이다. 그리고 수익모델이란 그것을 전부 돈으로 변환해서 쓸어 모으는 기법이다. 만화를 즐기는 독자의 유료 결재라는 직접 거래를 통해, 혹은 광고주를 통한 삼각 거래로 관심을 돈으로 환산해서, 혹은 기타 캠페인이나 마케팅연구와 손잡아 독자가 투여하는 시간을 돈으로 지급받는다든지 말이다. 물론 돈을 원활하고 공정하게 배분하여 만화를 만들고 뿌리는 각 주체들에게 수익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정 형태의 매체 공간, 특정 독자층들은 각자 시간, 관심, 돈을 소비하고자 하는 의향들이 다른 만큼 각각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만화라는 상품을 뜯어볼 때, 물건이 아닌 콘텐츠 상품이기 때문에 지니는 특성인 ‘복제성’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책이라는 물리형태에 묶이지 않는 온라인에서 더욱 긴요한데, 바로 소유와 향유의 문제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물건을 넘겨받는 것에는 돈을 그럭저럭 쓰는 것에 익숙하고, 그것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노동을 해주는 서비스 경험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내게 쓴 시간과 노력에 돈을 지불해야 함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물리적 실체가 없고, 나를 위해 시간을 던진 것이 아니라 복제 가능한 문화 향유물에는 댓가 지불 의향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즉 ‘소유’에 대해서는 금전적 댓가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있지만, ‘향유’에 대한 금전 거래 의식은 낮다는 격차를 인식해야 한다. 양장본 출판물의 소장 가치를 높여서 소유욕을 올려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 말고, 온라인에서도 소유와 향유를 달리 접근해야 한다. ‘스크랩’ 문화에서 엿볼 수 있듯, 온라인에서도 콘텐츠 향유를 넘어 소유에 대한 수요는 있다. 마치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음원을 사면 자사 클라우드에 넣어 영구 소장과 재생을 가능하게 하듯, 만화 역시 디지털 소장에 대한 더욱 적극적 공략을 통해서 단순한 향유보다 우월한 서비스로 금전적 효용을 만들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한 쪽으로 향유 모델 역시 사회망 가치를 적극 흡수하여 더욱 특화된 간접수익을 노릴 필요가 있다(유튜브나 페이스북의 사회망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 배치를 생각해보라).

작품의 창작 자체가 해당 매체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작가적 자존심 말고도 매체 담당자들과의 협업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창작물의 핵심이 스러지거나 일방적 협상으로 불리한 입지로 밀려나지 않도록 창작자 스스로가 자신의 저작권을 행사하는 방식들에 대해 충분히 공부해야하고 말이다. 수익처를 다양한 경로로 배분할 것은 감안, 단행본을 내면서도 똑같은 독서경험을 주는 연재물을 공짜로 방치한다든지 하는 잠식행위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제작의 입장에서 온라인이든 책이든 늘 존재하는 제작 절차의 현실과 그에 부대되는 노동과 금전적 비용을 과소평가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만화로 어떤 식으로 돈을 벌고자 하든, 해당 작품이 널리 알려져야 유리하다. 그렇기에 판촉 캠페인들이 중요한데, 늘 만화의 좁은 차원을 넘어 문화콘텐츠 전반에서 참조할 내용들이 많다. 바이럴 캠페인이든 초반 물량공세든, 중요한 것은 마케팅 대상이 되는 층으로 하여금 최대한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가 단순한 물욕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해당 만화를 위치지어야 한다. 이왕 독자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독자들의 소비성향이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 만화 너머 종합적으로 최대한 구체적 데이터를 어떻게든 모아내야 하고, 커뮤니티적 향유속성을 직시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것이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여러 지역의 독자들에게 어떤 부분은 비슷하게, 어떤 부분은 전혀 다르게 작용함을 늘 최대한 구체적으로 조사해놓아야 한다. 물론 이런 모든 것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좋은 작품을 찍어내면 알아서 잘 팔리겠지 라는 식의 소박한 희망도 가치 없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좋은 작품일수록 돈도 잘 벌면 더욱 좋다.

늘 감안해둘 것은, 계의 지속성만큼은 늘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레드오션에 뛰어들지 말라”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일개 작가/출판사/독자가 만화산업 전체의 건강을 가꿔야 한다는 거창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냥 어떤 방식을 시도하기 전에, 그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방식인가 한번만 더 생각하라는 말이다. 90년대 후반 도서대여점의 증가 추세 속에서 여러 대형 만화출판사들이 일본 라이센스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대여점 전용 단행본들을 수도 없이 밀어냈고, 반짝 몸집이 불어났다. 하지만 개별 작품들에 대한 빈약한 마케팅과 품질관리 속에, 해외 작품 풀은 금방 고갈되고 품질관리 노하우도 떨어져갔다. 그리고 일진회 사태든 그저 과잉거품이 끼었던 대여점의 급감소든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오락매체 전환이든 몇 가지 악재를 계기로 결국 고작 3-4년여 만에 후환이 생겼던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은 굳이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라서, 00년대 말엽 미국의 망가 시장에서도 비슷한 과잉출판과 고갈 현상이 벌어졌고 경기후퇴와 매체전환의 파고 속에 업계 2위였던 토쿄팝이 무너졌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속 가능한” 만화 사업 방식인가. 좋은 작품을 내면 독자들이 좋아해준다는 식의 희망은 거짓말이다. 결국 매 순간마다 여러 가지를 입체적으로 고려해가면서 적절한 수위에서 뛰어들었다가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할 따름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작품들을 주욱 만들어내고 지켜나가는지가 관건일 뿐이다.

나가며

결국 만화를 상품으로 하는 상업적 기획마인드라는 것 또한, 어떤 정해진 모범답안은 없다. 다만 순간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좀 덜 고생하기 위한 참조사항들이 여럿 있을 뿐이다. 모든 이들이 모든 것을 감안하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각자 초점을 두는 분야들을 함께 모아 협업하며 더 나은 성과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두에게 행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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