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자: (번외편) 웹툰 검열 국면에 관하여 [만화규장각 칼럼]

!@#… 지난 호 원고라서 아직 만협-방통위 자율규제 업무협약이 나오기 전 기준의 글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내용은 이제부터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들. 특히 종 다양성 개념을 매우 강조하고 싶은데… 뭐 만화한류나 (유통경로로서의) 생태계 등의 반짝이는 버즈워드들보다는 덜 매력적이겠지. 게재본은 여기로.

 

만화로 돈을 벌자: (번외편) 웹툰 검열 국면에 관하여

김낙호(만화연구가)

2012년 초엽, 학교폭력 희생자들의 비극적 죽음 위에서 선정적 보도와 편의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매체영향력의 활로를 찾고자 한 특정 싸구려 신문의 농간이 도화선이 되어 웹툰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었다(그나마도 그들이 주적으로 삼은 것은 게임이며 만화는 부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런 엉성한 문제제기를 과감하게 차단할 정도의 분야 전문성조차 부족한 기관이자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전반에 대한 심의권한이 주어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나서서, 결국 24개 웹툰 작품에 대해 청소년유해물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심의 내용의 비전문성에서 오는 부당함은 이미 다른 지면에서 제기한 바 있으니 생략하고, 이 연재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볼 지점은 이런 웹툰 검열 국면 속에서도 어떻게 만화로 돈을 벌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논리는, 어떤 형태로든 검열이 이루어지면 제작자들이 위축되어 결국 산업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흔히 예로 드는 것은 97년 일진회사건과 청소년보호법 제정 국면에서의 소동인데, 확실히 그 와중에서 잡지와 잡지연재 단행본이라는 성인만화의 새롭게 성장하던 활로가 크게 위축된 것은 물론이고 한동안 동네 서점에서 명백한 아동물을 제외한 다수 장르만화가 사라진 바 있다. 그리고 오늘날 웹툰에 대해서도 이번 조치로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산업의 외피를 둘렀으나 여전히 개별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변론이고, 그럴 때에 확실히 유효해진다. 규모로서의 산업은 문화적 우수성이나 소비구조의 튼튼함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성장할 수도 있고(실제로 대여점이라는 변칙적 소매유통으로, 90년대말 만화산업은 규모면으로는 계속 성장했는데, 창작 기반이 많이 망가졌을 따름이다), 아예 성인물만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서점에서 막히기 때문에 유통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던 출판물과 달리 웹툰은 성인 인증이라는 귀찮음만 넘어서면 계속 유통이 가능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검열의 폐해를 지목하고자 할 때 보다 유효한 지점은, 자의적 잣대에 의한 창작 전반에 대한 자기검열로 인해 종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측면이다.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관료적 내용 규제는 “최대한” 안전한 방향의 장르와 표현 양식에 집중하게 만들며, 그렇게 좁은 영역에서 특화된다. 50-80년대에 미국의 주류만화시장에서 극성을 부렸던 엄격한 심의 코드(업계 협의 기구에 의하여 실시되었으나, 유통력을 갖춘 주류 출판사들이 대부분 참여) 국면 속에서 오로지 청소년 이하 연령층에 최적화된 슈퍼히어로 장르 하나에만 집중된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규모가 성장하기도 했고 장르 안에서는 여러 새로운 분화도 있었지만, 종 다양성이 망가지며 슈퍼히어로라는 특정 장르로만 만화라는 양식 자체가 게토화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만화는 여타 대중문화 양식이 시도할 수 있었던 여러 경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었고, 시대를 반영한 커다란 성공의 가능성을 놓쳤다. 영화가 70년대 뉴웨이브와 80년대 SF 블록버스터로 성장을 거듭할 때, 만화는 새로운 히트 코드를 선도하지 못한 채 그저 같은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또 재해석하면서 우려먹는 것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종 다양성의 위축, 즉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이 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성공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종 다양성은 물론 검열만으로 인하여 위축되는 것은 아니다 – 특정 작품의 지나칠 정도로 커다란 성공에 다들 그 뒤를 따라가기에 바빠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검열의 잣대가 비전문적이고 불확실함으로써 그저 가장 보수적 수위에 맞춰야 더 넓은 독자층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에는 확실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반대로 검열의 잣대를 느슨하게 해서 경계선상에 서 있는 상상력과 표현들을 늘려나갈 수록, 의외의 방향에서 새로운 히트 코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검열의 문제는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가장 확실한 것은 심의 기구와 제도 차원의 개혁이다. 웹툰 분야에서 현재는 접근 등급의 선택지가 전체 접근 또는 청소년유해물 밖에 없다. 작품성이 좋아도 유혈낭자 연쇄살인 스릴러라면 전연령 관람 권장은 곤란한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청소년 유해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등급들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하고, 그 기반에는 타 영상/화상 기반 매체와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복합적 코드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규제 방식은 우선 표현의 미학적 특성보다는 매체 구분에 따라서 심의기구를 나누고 있는데, 특히 만화에서 이것이 이번에 문제가 되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지난 십수년간 출판만화를 놓고 만화 창작계와 줄다리기를 통해 좀 더 나은 관행과 기준을 쌓아올리고 있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아니라,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웹툰이라는 이유로 인하여 만화 표현에 있어서 완전히 문외한인 방심위 소속 비전문가 집단이 새로 뛰어든 것이다. 웹툰이 몇몇 연출과 수익모델 등 세부요소에 있어서 출판만화와 다른 것은 명백하지만, 규제의 근거가 될 미학적 표현이나 독자 등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 리셋해야 할 만큼 별개의 영역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의 일을 벌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해법은 업계공통 자율등급제 및 민관 혼합 조정위의 혼합 운용이다. 등급부여 가이드라인으로 자율등급을 정하고, 부여된 등급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경우 업계와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조정위원회에서 해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등급체계는 더욱 많은 이해관계를 깊게 반영하고, 유연하게 작품별로 대처할 수 있는 세부적 4-5단계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나아가 전문적 연구에 의거해 정해지고 매해 세부 내역을 갱신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은 단독으로 심의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게 되며, 업계는 기본적으로는 자율성을 부여받되 완전히 책임을 방기할 수는 없도록 한다. 미디어다음에서 ‘밝은 미래’ 같은 폭력표현 수위가 높은 느와르가 자율적 19금 표시 없이 연재되었던 사례가 있듯, 업계 자율만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힘들다. 특히 등급부여를 성실히 안할 경우 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추가조치도 할 만하다. 게다가 ‘업계’의 가장 큰 목소리를 지닌 것이 작가 단체인데 이들이 심의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룰만한 잣대의 수립에는 역시 더 다양한 주체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것은 종 다양성과 그 산업적 영향을 충분히 염두에 둔 절충적 조치라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완성으로 체제를 바꾸기 전에 먼저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보통 이런 식의 마찰에는 창작자들이 가장 전면에 나서고 독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식인데, 사실 중간에서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매체 제작자다. 심의 기구에 대해서 공식적인 유감과 이후 조치에 대한 의견을 보내는 것도 개별 작가 이전에 매체 제작자여야 하며, 자기 매체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런 검열 조치에 대해서 대응하고자 하는지 밝혀서 내부적 임시 기준을 마련해주는 것도 매체 제작자다. 최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의견 표명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 매체는 청소년유해물 판정이 내려진 작품의 경우 곧바로 이렇게 처리하되, 대신 이런 저런 방법으로 계속 타겟 독자들을 널리 만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기준을 작가와 독자들에게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것이 바로 야후코리아 카툰세상의 담당팀인데, [열혈초등학교]가 특정 신문의 저돌적 공격을 받자 공식적 공지 없이 우선 삭제를 시작했다. 우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미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 19금으로 돌리지 않은 것도 책임방기라고 할 수 있지만, 압력에 굴복하여 작품을 없애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나중에야 다른 언론에 보도된 발언을 통해 19금으로 돌리는 과정 중인데, 시스템 구조상 개장하기 전에 우선 전체 공개된 영역의 작품을 없앤다고 밝혀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한 밝혀진 것은, “작가와의 협의 끝에” 연재를 종결하고 신작을 준비한다는 것이었고, 그 어리둥절함 속에 정작 작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불만을 담은 번외편을 개인블로그에 올렸다. 시의적절하게 공지사항을 날리는 일 없이, 일련의 과정 속에 억측만 쌓였다. 작가를 탄압하는 매체보다 더 곤란한 것이, 이렇게 탄압하는지 돕는지 무엇을 하려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매체다.

작가에게는 물론이고 독자들 일반에게 공식적으로 밝혀야 하는 이유는, 독자들이 산업을 받쳐주는 기반이며 나아가 그들 사이에 추후 작가가 될 이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산업적 사안으로서의 종 다양성이라면, 바로 이들에게까지 다양한 장르와 표현들을 기대할 수 있으며 또 더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개별 매체로서는 물론이고, 만화판 전체로서, 나아가 문화판 차원에서까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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