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판매하기 (상) [만화규장각 칼럼/61호]

!@#… 지난 번에 이어 슬슬 세부적으로. 창작자 입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

 

칼럼: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창작을 판매하기 (상)

김낙호(만화연구가)

창작자의 입장에서 돈을 번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바로 창작을 판다는 것이다. 창작으로 어떤 표현적 성취를 이루고 독자들과 교감한다는 측면 말고 순수하게 돈의 논리로 보자면, 창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파느냐가 핵심이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창작에 들어가는 노동을 팔기도 하고 창작물을 활용하는 어떤 방법에 대한 권리를 팔기도 한다. 즉 하나의 작품에 대한 창작이 다양한 상품이 되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비단 제작자가 소비자를 상대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당장 창작자 자신부터 구사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 속에서 어떤 상품은 다른 상품의 판매를 방해하기도 하고, 서로를 보완해주기도 한다. 어떤 상품은 다른 상품과의 관계 속에서 마케팅의 역할로 바뀌기도 하고, 마케팅의 역할이었던 것에 상품으로서 가격을 부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창작자는 유연하게 해당 상황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을 추구하는 쪽이 지갑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 그런 장사 수완을 발휘하기 싫고 ‘순수’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기꺼이 손가락을 빨든지 아니면 매니저 역할을 할 사람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창작자가 내놓는 상품은 가장 크게 나눌 때 두 가지로, 하나는 노동, 다른 하나는 권리다. 그리고 그 상품에 대해서 받는 노동비와 배당금이 바로 핵심 수익모델이 된다. 노동비는 창작에 들어간 노동에 대한 댓가로, 결과물에 대한 수익배분이 아니라 생산 자체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흔히 ‘작업비’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것이 대표적인데, 세부적인 사용권 조율보다는 매절을 전제하며 작업 분량에 따른 대가를 얻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같은 노동에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지명도에 따라서 차등화되어 있곤 한다. 신문의 연봉제 만화연재 역시 이런 노동비의 범주에 들어간다. 반면 배당금은 성과에 대한 배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창작의 사용 권리를 일정 부분 위임하고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권리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간단히, 인세나 캐릭터 라이센스 수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노동비의 장점은 하한선이 있다는 것이고(꼭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은 아니지만), 배당금의 장점은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을 내놓은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장점을 취합한 모델을 원하게 된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받고, 잘 나갈 경우 수익도 좋은 비율로 배분받는 것. 물론 창작자 입장에서는 작업비도 많이 받고 인세도 높고 라이센스도 전적으로 창작자에게 유리하기를 바라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면 뭐 하러 이런 연재칼럼을 굳이 쓰고 있겠는가.

노동비와 배당금이라는 두 가지 대가가 같은 고객으로부터 나와야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잡지 연재시 고료라는 노동비를 주는 매체와, 같은 창작물을 단행본으로 묶어낼 때 인세라는 배당금을 주는 출판사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노동은 한 번이고, 그 노동 속에 탄생한 창작은 상품화의 여러 단계에서 다시 배당금 수익을 낼 수 있기에 각각 또 다른 고객으로부터 돈이 들어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행본과 온라인 판매가 서로 다를 수 있고, 라이센스 상품업체가 또 다른 경우처럼 말이다. 그 경우 그들 사이에서의 이해관계 상충 역시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간단한 사례로 들어가자면, 만화 창작에서 나름대로 주류 모델 가운데 하나는 연재 – 단행본 – 관련 상품의 방식이다. 온라인 또는 잡지 지면에 연재를 하면서 고료를 받고, 해당 창작을 단행본으로 묶어내며 인세를 받고, 관련 파생 상품(캐릭터 상품, 영화 등)이 만들어질 때 라이센스비를 받는다.

그런데 하나의 단계가 다음 단계에 미치는 영향은, 항상 단순히 A가 잘되면 B도 잘된다는 식은 아니다. 연재는 단행본을 위한 홍보의 효과가 있지만, 반면 이미 연재로 내용을 보았다면 단행본으로 그것을 새로 경험해야할 이유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극장에서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DVD를 사거나 빌리지 않는 경우처럼 말이다. 연재물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현재의 지평에서 자연소멸하는 종이 정기간행물에서는 이런 문제가 덜 명확했다. 하지만 온라인 연재에서는 이것이 무척 뚜렷한 문제가 되어준다. 특정 기간이 지나면 연재분량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고 단행본을 사도록 유도받는 종이와 다르게, 온라인에서는 연재분량 자체가 계속 언제든지 열람 가능한 상태로 남곤 한다. 포털사이트 연재지면은 자신들이 단행본화를 통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전제로 작업비를 푸짐하게 챙겨준다든지 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온라인상에 남아있는 연재물이 있기에, 다른 회사와 계약하여 단행본을 만들 경우 판매량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모은 작품이 단행본이 나왔다는 이유로 이후 온라인에서 자취를 감추면(백업에 강한 온라인의 속성상, 자취가 사라지지도 않지만), 작품은 순식간에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다. 결국 낮은 작업비와 낮은 단행본 판매량을 불러들이는 구조인 셈이다.

종이잡지에서 연재하는 경우, 특히 잡지판매량이 무척 침체된 한국의 만화잡지시장에서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종이잡지를 가지고 있는 만화출판사에 연재할 경우 일정 작업비(고료)를 받는 대신, 사실상 단행본 역시 그 곳에서 낼 수 밖에 없는 의무적 혹은 인간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즉 자기 작품에 가장 최적화된 선택을 할 수가 없고, 불행한 경우 빈약한 마케팅 지원 속에서 작품의 진짜 독자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그냥 묻혀버리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애초에 연재를 거절하기에는, 역시 당장 고료라는 이득이 주어진다. 이것, 은근히 미묘한 구도다.

원칙적으로 볼 때, 여러 단계의 수익을 조율하는 것은 3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각각 많이 받기로, 작업비도 많이 받고 단행본 인세도 올리고, 라이센스도 유리하게 계약하는 것이다. 둘째는 서로의 상충을 막는 것이다. 즉 하나의 단계가 다른 단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셋째는 상승작용을 만들기다. 하나의 단계가 다른 단계의 수익을 더욱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의뢰인과의 계약관계 속에서 머리를 굴려봐야 할 요소들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런 원칙들을 위의 사례들에 전략적으로 적용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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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 매거진에 연재중인 칼럼,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만화를 돈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기획 마인드에 대한 칼럼. 단순히 사업 모델보다는 사고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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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분속독 한줄요약하기: 대중문화의 창작자는, 작품을 만들때부터 자기자신의 벌이는 물론이겠고 아울러 ‘손님의 입장’과 ‘시장의 식구들’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일까요?

  2. !@#… nomodem님/ 사실 자기자신의 벌이만 제대로(!) 구상해도 나머지는 줄줄이 뒤따라오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