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고위직 인사철, “과거에는 관행이었다” 타령에 관하여 [만화 톺아보기 / 미디어오늘 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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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위직 인사철, “과거에는 관행이었다” 타령에 관하여 [김낙호의 만화 톺아보기]

새 정권의 시작과 함께, 다소 늦게나마 장관, 청와대 비서실 등 여러 기관의 지휘관을 새로 임명하는 인사철이 돌아왔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사전에 우려했듯, 어떤 이들은 해도 해도 너무 해서 이미 떨어졌다. 다른 어떤 이들은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막 임명이 강행되었다.

그런데 인사 검증의 현장에서 과거 행적상의 잘못(주로 부동산 탈법, 뒷돈 받기, 논문표절, 병역비리 등의 사회적 기본룰에 대한 반칙이다)이 드러날 때마다 흔히 나오는 변명이 있다. “당시에는 관행이었다.”

거기에 대한 논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그러면 당시로 돌아가서 관직을 하시길 바랍니다.” 당시가 아니라 지금 고위급 공직에 오르려는 것이라면, 당연히 지금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당시에는 별 것 아니라고 흔히들 생각했던 반칙으로 인하여, 평생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생각했든 지금은 충분히 ‘별 것’인 사안이라면, 고위급 공직에 지망하기 전에 지금 기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수습을 해놨어야 할 것 아닌가. 한마디로, 지금 기준에 맞춰서 과거 과오를 바로 잡았는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오랬동안 연재중인 음식만화 [맛의 달인](카리야 테츠 /하나사키 아키라)은, 스토리 작가의 반골성향으로도 꽤 유명하다. 특히 일본의 천황제 같은 터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세계시민적 시각 등을 보여주곤 한다. 만화에서도 음식을 다루면서 그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 맥락을 끄집어내서 세상사에 대한 발언을 자주 하는데, 그 중 한국 음식을 다루는 에피소드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낸다.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식가이자 신문기자인 주인공 지로는 지금껏 일본 수상들은 개인적 사과를 했을 뿐, 국가가 사과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내 평범한 보수층의 인식을 대변하는 오자와 아저씨는, 당시로서는 합법적 절차에 의한 합병이었기에 애초에 사과할 일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지로는 그것은 모양새일 뿐 실상은 무력에 의한 조인이었음을 논하고, 나아가 당시 부국강병과 군국주의를 위해 만들어진 우월한 일본인과 후진적 한국인이라는 편견을 오늘날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한다.

[맛의 달인]에서 지로는 국가적 사과, 그리고 제대론 된 역사 교육을 주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 제대로 두 나라가 이웃으로 함께 하기 위해서 지금 기준으로 충분히 수습하는 것이다. 내각과 청와대의 고위직 후보들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이런 쪽이 아닐까. 당시 다들 어기고 살았던 부분이니 괜찮다는 변명보다는, 지금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탈세의 과거라면, 속죄하기 위해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몫을 군소리 없이 사회에 환원하며 살아왔음을 보여주면 된다. 표절이라면, 스스로 문제 논문들을 철회하고 학위를 자진 반납했다고 보여주면 된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남이 죄과를 들춰내기 전에 자신이 이미 했음을 보여주면 된다.

보여줄 만한 속죄의 기록이 없다면, 그냥 고위 공직을 맡지 않으면 된다. 현재의 ‘엄격해진 기준’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도덕성 기준으로 장관 후보들 낙마시킨 것으로 보면 벌써 십수년은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의 과거를 수습할 생각이 없었다면, 어차피 고위 공직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었다고 간주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지 않겠는가. 그런 ‘준비되지 않은’ 인재 따위, 이 나라의 공직에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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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칼럼. 웹툰 짤방 출판 만평 안가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어떤 떡밥 사건을 생각해보기에 도움되는 만화 작품을 연동시켜보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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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정치 고위직 인사철, “과거에는 관행이었다” 타령에 관하여 [만화 톺아보기 / 미디어오늘 130304]

Comments


  1. !@#… Crete님/ 저도 게을러(?)져서, 연재코너라는 계기가 아니면 좀처럼 새 글이 안나오고 있죠 OTL 아주 적합한 글 링크 감사합니다!

    • !@#… Edwin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차근차근 읽어보는 분들이 딱 한 줌이시더군요(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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