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의 종북 소동, 그리고 ‘나는 공산주의자다’ [만화 톺아보기 / 미디어오늘 130311]

!@#… 눈치챌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대체로 뭔가 톡쏘는 스타일의 제목이면 대체로 편집부가 재량껏 붙인 제목임. 게재본은 여기로(클릭). 본문 안읽고 열들 올리신 덧글란은 안 읽는게 나음(…)

 

광의의 종북 소동, 그리고 ‘나는 공산주의자다’ [김낙호의 만화 톺아보기]

지난 주, ‘광의의 종북’이라는 기이한 용어가 온라인상에서 다소 관심을 모았다. 일부 극우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곤 하는 어떤 분이 국정원 초청강연에 나가서 사용했다고 알려진 말인데, 미술가와 연예인의 경계에 있는 낸시랭을 그 범주의 사례로 꼽은 바람에 널리 조롱거리가 되었던 사건이다.

빨갱이 딱지를 붙이고 공안 사냥을 하는 행위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경험상 매우 진지한 인권침해 문제로 다뤄져야 마땅한 측면이 있는데도, “광의”라는 한 눈에도 드러나는 무리한 확대 적용 시도, 그리고 현실정치 참여 활동과는 매우 이미지가 거리가 먼 낸시랭이라는 대상을 꼽았기에 오히려 희극적인 일로 취급되었다. 말의 강렬한 희극적 효과 때문에, 정작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어째서 종북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후진적 내용의 초청 강연을 버젓이 열고 있는가 같은 좀 더 중요한 문제제기들이 오히려 조명을 받지 못했을 지경이다.

광의의 종북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반대로 무척 협의의 종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딱 떠오르는 것이 바로 비전향 장기수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박건웅 만화 / 허영철 원작)는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자서전 [역사는 나를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다]를 만화화한 작품인데, 남파 공작원이 되고 감옥에 가고 그 안에서도 계속 입장을 고수한 그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심지어 이런 명확해 보이는 사례마저도 종북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두부 자르듯 쉽게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제 치하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강제 징용 탄광노동자가 되고, 해방 후 미군정의 지배를 반대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민중의 권리를 위한다고 활동하다보니 어느 틈에 인민위원회 위원장이고 남파공작원이 되어버리고 체포된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동정적 공감대가 아니라, 과연 그가 전향을 하기보다는 감옥에서 수십년 보내는 것을 선택하는 행위가 북한 정권을 추종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종북이라는 단순한 낙인에서 묻어나는 이분법과 달리, 현실에는 좀 더 세부적 영역들이 생긴다. 반대급부로, 그가 실제로 행한 간첩 행위가 무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 식의 경험 및 그에 따라 형성된 신념 체계를, 나름대로 사상의 자유와 사회적 다양성을 지향한다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지가 더 유익한 화두일 것 같다.

세부적 다양성을 고려하기보다는 거슬리는 대상들을 대충 하나의 덩어리로 묶고 손쉬운 키워드로 호칭해버리는 것은 매력적이다. 특히 자기 편을 규합하는 것에 더욱 그렇다. 그 초청강연자가 사용했다는 ‘광의의 종북’은 북한정권과 연결된 구체적 행위와는 아무런 관계 없이, 자신이 옹호하는 종류의 우익적 세계관에 거슬리는 이들이 간접적으로 몇 다리 건너면 북한에 어쨌든 조금이나마 이득을 주는 셈이라는 정도다. 하지만 종북으로 호칭을 묶으면서 얼마나 세상이 단순명쾌해졌는가. 내가 미워하는 놈은 나쁜 놈, 딱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다.

그런데 돌아보면, 진보 진영을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 툭하면 모든 노동과 경제의 문제를 신자유주의로 환원하는 이들은 얼마나 흔하며, 또 깨어 있는 시민을 자처하면서 내가 감동한 정치인에게 같이 감동하며 열성적 지지를 던지지 않으면 ‘새누리당 2중대’로 몰아붙이는 이들이 또 얼마나 흔하던가. 광의의 종북 같은 편협한 담론화 시도가 조롱받는 것을 동정할 이유는 조금도 없지만, 반대로 그런 모습들을 반면교사 삼아 다른 영역들을 성찰하는 자세 정도는 역시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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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칼럼. 웹툰 짤방 출판 만평 안가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어떤 떡밥 사건을 생각해보기에 도움되는 만화 작품을 연동시켜보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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