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블로그의 토막 창고는 점점 쌓여나간다

!@#… 건프라를 즐기는 건다머들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구조물이 있으니, 그것을 ‘미개봉 프라탑’이라고 한다. 프라모델 박스가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수직으로 쌓이는 것. 그런데 그나마 다 만들고 나면 박스를 처분이라도 할 수 있지만(버리든지, 펼쳐서 파일에 보관하든지), 문제는 아직 만들지 않은 신품의 경우. 아니 왜 정신 산만하고 공간도 비좁게스리 다 만들지도 않고 자꾸 사서 쌓아놓냐고? 그게, 여튼 뽐뿌가 오면 확보를 해놓게 된다니까. 지금 확보 안하면 나중에 못구할 것 같은 근거없는 느낌도 들고. 그런데 확보를 하고 나면 뽐뿌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사보고나니까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아서 그렇다기보다는, 일단 꺼내놓고 나니까 끝까지 만들 엄두가 안나서. 시간상, 여유상, 뭐든. 그래서 확보는 하되, 그저 쌓여있는 유보 상태가 된다. 그러는 와중에 다시금 큰 뽐뿌를 주는 다른 아이템이 등장해주시고, 미개봉 프라는 더욱 뒷순위로 미루어진다. 그리고… 도돌임표.

!@#… 블로그에도 그런 비슷한 것이 있다. 토막글, 혹은 영어로 stub이라고 부르는 것들. 쓰기 시작했되, 어째서인지 ‘공개하기’버튼을 못누르고 있는 포스트들 말이다. 너무 개인적이라서 공개를 망설이는 그런거 말고(capcold는 그런 거 애초에 안쓴다), 기본 얼개만 꺼내놓고는 마무리 안짓고 그냥 방치한 생각들의 컬렉션. ‘작업중’란에만 올라가고, 언제 완성해서 공개할지 기약 없는 포스트들이다. 하필이면 대체로 읽을 사람 수요 생각하지도 않고 우선 화두부터 메모해놓는 방식이다보니 더욱 더 자꾸 쌓이기만 하고, 마무리지어 쓸 여유도(시간이고 정신이고) 동기부여도(돈이라든지. 핫핫) 없고. -_-; 여튼 이런저런 변명을 붙여가며, 그저 탑만 쌓인다.

!@#… 하지만 사실 웹2.0시대(우웩)에 더 어울리는 방식은 토막상태에서도 그냥 공개하고 집합적으로 다듬어가는 것이겠지. 그냥 대충 토막이라도 화두로 던져놓고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방식 말이다. 하나의 포스트에 최소한의 자기완결적 기승전결은 있어야 한다는 구식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capcold에게야 좀 어렵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트에 담긴 생각, 근거로 제시된 사실들은 아직 토막 수준이며 언제라도 계속 보충되고 때로는 바뀔 수 있다는 확실한 인식표를 부착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즉 이건 내 입장이다! 수준의 포스트, 이건 내 입장까지는 아니고 생각을 조금씩 붙여보는 정도다! 수준의 포스트를 구분해서 보여줄 수/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그 구분이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소위 ‘정규’ 매체의 글은 포멀하고,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비정규’ 매체의 글이라면 대략 진행중인 무언가로 구분해서 인식해도 무리가 없었던 때 말이다(물론 절대적인 구분은 그 당시에도 없었지만). 하지만 블로그를 위시한 1인미디어의 창궐, 듣보잡 자칭언론의 난립, 전통적 의미의 언론매체들의 무한삽질 등 미디어 지평이 바뀌어가며 정규와 비정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선이 흐릴대로 흐려진 지금에 이르러서 그런 구분은 택도 없어졌다. 이런 상황에 적응하는 방식이란 무얼까. 1) 한가지는 블로그는 사적공간이라고 우기면서 여하튼 토막들을 지르고 보는 것. 솔직하고 좋지만, 그 토막들이 마치 포멀한 입장처럼 유통되어버리면, 안그래도 공해투성이인 담론 공간에 쓰레기를 한 트럭 더 쏟아붙는 꼴. 아니면 2) 확실히 완성된/정제된 글만 공개하는 것. 무리는 없지만, 자유로움도 부족하다(예를 들어 개인적 사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엄숙하기 그지없는 capcold.net). 이 두 개 사이에서 어떻게 적당히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결국 관건… 이라는 것이 모범답안이겠지만, 애초부터 토막과 정제된 버전을 구분해서 표시하고 또 사람들 역시 구분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관행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겠는가,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물론 모든 생각은 항상 더 바뀔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것은 내 입장이고 내 입장으로 인용되어도 좋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모든 논쟁과 책임 역시 질 자신 있다라고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스스로 ‘토막’ 선언을 할 수 있는 방식 말이다. 마치 위키피디아에서 아직 일정 수준으로 완성되지 않은 엔트리에 ‘이건 토막글입니다’라고 표기하듯이, “이 생각은 아직 토막입니다”라고 인식표를 달아주는 방법. 그것만 되더라도 쓰잘데기 없는 오해와 근거없는 인용들이 확실히 줄어들 수 있겠지.

!@#… “이 생각은 아직 토막입니다” 달기 매너(배너X) 운동을 주창하면 어떨까. 책임질 자신 없는 이야기에는 스스로 “이거 그다지 책임감 있는 이야기 아니니까 알아서 적당히 알아들으세요”라는 의미를 선포하는 것. 탈맥락화되기 쉬운 이놈의 무방비 온라인 담론 세상에, 스스로 수용의 맥락을 살짝 만들어주는 적극적 노력 말이다.

!@#… 물론, “이 생각은 아직 토막입니다“.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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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capcold.net 토막 창고 2007.10.

!@#… 현재 시점에서 capcold.net에 쌓여있는 작성중 비공개 토막들. 도대체 언제부터 축적된지는 며느리도 모르지만. 이런 걸 굳이 올리는 이유는… 뽐뿌질이 필요하니까. 스스로 다짐을 세우는 것 + 어쩌면 단골들의 “이왕이면 이것부터 읽고 싶어” 신청이라든지. 꼭 그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의외로 귀가 얇은 부분도 있으니까.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지금 이 대목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토막 창고에는 무엇이 쌓여있습니까? (바톤 릴레이… 는 아니지만)

문화관련
– TV드라마 히어로즈 시즌1 총평 (그러는 동안 시즌2 시작 OTL)
– 라따뚜이, 창작과 평론과 수용자 (한국에서 히트친 적이 없어서 타이밍 놓침)
– 발굴! 한국만화사의 숨겨진 대가를 찾아서 (무크지 ‘거짓말’ 원고인데, 정작 무크지 본체가 안나오고 있어서 2-3개월 홀드기간까지 고려하면 공개타이밍이 도저히 오고 있지 않는다는…;;;)
– 모형 리뷰 몇 개 (MG 크로스본, 파인몰드 타이어드벤스드, 라따뚜이 플레이셋, 데스스타 플레이셋 등)

언론관련
– 언론의 품격 차별화라는 화두 (전공상, 이쪽 시리즈 글은 솔직히 대충 가볍게 쓸 수가 없어요)
– 포털의 언론기능 (단지 언론이냐 아니냐 차원이 아니라, 언론 ‘기능’을 한다는 것의 묘미)
– 시민저널리즘
– 쓸만한 실용문 작성법 1. 소식글 2. 리뷰 3. 칼럼 (원래 만화언론 ‘만’ 필진 수련용으로 시작했는데 망각의 늪으로)

온라인문화
– 2ch 2.0 (2ch의 히로유키 운영자의 책을 읽고 2.0 어쩌고에 대해 든 생각)
– 악플의 생태 (‘악플러들은 심심해서 악플을 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 진심을 표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사법의 매서운 맛과 함께, 심리치료의 손길도 뻗어주자는 요지의 이야기인데… 자꾸 이야기가 커져서 수습불가)
– 토론의 법칙: 구석에 몰리면 미쳐버린다 (왜 한 때 나름대로 합리적 사고를 하려고 했던 조갑제 지만원 변희재 그런 류의 분들이 가면 갈수록 자폭급으로 이상해지는가에 대한 나름의 설명)

세상사일반
– 버텍 총기살인 사건 다시보기 (‘한국’으로서의 설레발 후, 진짜로 ‘한국으로서’ 예방과 대책을 세운 것/세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점검)
– 사치재와 필수품 (이전에 화두를 꺼낸, 도덕의 소비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
– 부동산 시장과 주거권 (언론을 뒤져보자 시리즈…인데, 주거권에 대한 언론 담론의 흐름 짚어보기)
– 미국 권총 장난감의 오렌지색 운명 (법적 규제에 대한 작은 이야기)
– 따라잡기와 요약본 (전후 한국적 발전주의 정신구조의 핵심, 따라잡기와 요약본)
– 문화의 소유와 향유 (가지는 것과 쓰는 것의 차이, 두 가지의 균형을 못맞추는 비극적 천박함에 대한 한탄)
– 번역의 재앙 (한국만화 해외 홍보관련 영어판 책자들의 허섭스러움에 대한 경악…에서 시작한 이런저런 번역 이야기)
– 브레이크와 핸들과 지도가 있는 사회를 희망하며 (생각을 정리하면 할수록, 제임스 매디슨적 사고방식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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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THE 야매내각(탄생편) 단상 토막들

    […] 보면서 떠오른, 몇 가지 더 생각해보려다가 역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토막으로 남겨둔 단상들. 살짝 서로 연결되어 […]

  2.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저널리즘 사업성의 향후, 몇가지 노트

    […] 향후 사업성에 대한 몇 가지 노트. 듣고 겪고 생각해오던 요점 몇가지를 토막창고에 넣고는 조금씩 덧붙이다 보니 이 정도면 (이미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

Comments


  1. 그 거짓말은 이번 주중에 시장에 풀릴 계획임. 원고료는 지난주에 입금되었고용..홍홍

  2. !@#… comixpark님/ 혹시 그거 ‘거짓말’? (아아… 저도의 개그를)

    wetsea/ 나도. 누가 내 두뇌를 읽어서, 대신 써주면 안될까.

  3. 저 같은 경우 반인륜적, 음란퇴폐, 엽기 토막들이 자체 검열을 거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
    뻥이고- 전 “문화의 소유와 향유”에 관심이 있습니다. 초고속 통신이 깔리지 못한 중국의 따오반 노점이나, 선진 한국의 공유 사이트 같은 얘기가 나오려나요? @_@

  4. 뭐 비슷한 이유로 해서 닷컴기업들이 소위 ‘베타버전’을 내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주도권확보와 능력보이기 차원에서 일단 발표하고
    문제가 생긴부분은 ‘정식서비스 아니라니까요’라 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직접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블로깅은
    그래도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불리에서 오는 황당함이 덜하겠죠.

    암튼,
    비난(판?) 에 대한 책임을 fair하게 진다면,
    토막글 양산도 명랑사회에 기여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무엇이 fair 한지에 대한 규범형성과정이 결코 녹녹치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이것 역시 토막이군요.^^

  5. !@#… kamitrea님/ 원래 재앙만큼 재밌는게 또 어딨겠습니까.

    intherye님/ 그건 물론이고, ‘소장용 해적판’, 네이버블로그들의 ‘스크랩’ 같은 이야기까지도 들어갑니다. 그 결과… 마무리가 안되고 있죠. -_-;

    advantages님/ 사실 영향력도 크게 하고 직접이익도 추구하고 책임도 지고 세트로 다 하고 싶지만 좀처럼 그렇게 되어주지 않더군요. 핫핫;;;

  6. 도덕의 소비에 대해 토막글(이라도) 좀 흘리심이…

    오늘 보니까, 심/지/어 월마트도 fair trade coffee 구매자더군요.
    미국 맥도날드도, 뉴잉글랜드 던킨도.

    전세계 커피시장의 3.3%가 fair trade 커피란 사실에 놀랐습니다.
    동기의 차원에서 organic과는 질적으로 다른 fair trade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아직 세상은 3.3% 아름다운건지…^^

  7. 무쟈게 공감되는 글이고만요. : )
    저도 그런 토막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꽤 되는 편입니다.

    p.s.
    개인적으론 ‘히어로즈’ 리뷰가 궁금하네요.
    저도 ‘히어로즈’ ‘덱스터’ ‘몽크’ 그리고 ’24’에 대해서는..
    언젠가 시즌 단위로 최소한의 리뷰다운 리뷰를 써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8. !@#… advantages님/ 도덕이라는 궁극의 ‘사치품’을 즐길 줄 아는 층이 3.3%까지 도달한 셈이지요. 앗, 토막글에 대한 스포일러가…

    민노씨/ 민노씨의 토막창고야 말로 정말 궁금합니다. 그렇게 왕성하시면서도 창고까지 그득하시다니… :-)

  9. !@#… nomodem님/ 하지만 오래 두면 숙성할련지, 썩어없어지련지는 며느리도 사위도 모릅니다;;; 그런데 참, ‘계기’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아다리가 안걸려요.

  10. 번역의 재앙이 기대됩니다. capcold님 말씀대로 ‘재앙’이라는 말에 혹해서 그럴지도요..
    둘러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코멘트 답니다. (꾸벅~)

  11. !@#… 세바스찬님/ 번역의 재앙이 벌써 2표로 단독 1위군요! 앞으로 재앙 전문 블로그를 지향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