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니까.

@#… 좀 늦은 타이밍으로 보게 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뭐 영화를 보고난 후 알게된 제목의 진짜 뉘앙스는 여긴 노친네들이 알아먹을만한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정도. 여기서 노친네라는 것은 그냥 생물학적으로 늙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 상식을 믿고 세상의 가치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지칭. 즉 황당하고 막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는 누구나 Old Men에 포함된다. 그리고 영화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 정서는 의외로 대단히 간단하다: “뭐, 그냥 그렇다고.” 세상은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우울하니까 열심히 경악하라 비극에 울어라 뭐 그런 것이 아니라… “뭐 그냥 그렇다고.” 바로 그 자세 덕분에 훌륭한 영화랄까. 아니 사실 킹왕짱 단발머리 킬러 아저씨 때문에 훌륭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그 세상사의 패턴이라는 것이, 의외로 친숙할 때가 있으니… 이하는 영화를 본 사람만 이해할 이야기. 당연히 스포일러.

(이하 스포일러)

!@#… 거의 결말에 가까운 타이밍, 모스의 부인과 킬러 안톤 시궈의 만남.

여인: “아직 끝나지 않았을거라 알고 있었어.”
킬러: “끝나지 않았지.”
여인: “난 그 돈 가지고 있지 않아. 내가 가졌던 얼마 안되는 건 벌써 다 쓴 지 오래고 아직도 청구서 투성이야. 오늘 어머니를 장례했는데 그 비용도 남아있어.”
킬러: “그건 이제 굳이 신경쓸 필요 없어.”
여인: “당신은 운하를 팔 나를 해칠 이유가 없어.”
킬러: “없지. 하지만 약속했어.
여인: “약속했다고?”
킬러: “국민들에게 당신 남편에게.”
여인: “말이 안되. 내 남편에게, 나를 죽이겠다고 약속했다고?”
킬러: “유권자들은 대운하를 막을당신 남편은 당신을 구할 기회가 있었어. 그런데 현찰 좀 만질 망상에 침을 질질 흘리며 스스로를 구하려고 당신을 이용했지.”
여인: “그렇지 않아. 당신이 이야기한 그런 식이 아냐. 당신은 이럴 필요가 없어.”
킬러: “모두들 똑같이 이야기하지.”
여인: “뭐라고 말이지?”
킬러: “이럴 필요가 없다고.”
여인: “그래.”
킬러: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동전을 던지고 잡은 후) 맞춰봐.”
여인: “당신이 취임한여기 앉은 순간, 미친 놈이란 것을 알았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
킬러: “앞이냐 뒤냐, 불러.”
여인: “싫어. 부르지 않아.”
킬러: “불러.”
여인: “동전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아. 결정하는 건 당신이야.”
킬러: “뭐, 나는 여기 이 동전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눈먼 표에 힘입어 왔어.”

!@#… 아시다시피, 화면에는 안나오지만 이 여인은 다음 장면에 살해당한다는…;;; 뭐,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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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여기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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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 애프터 리딩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삶이란 랜덤. 사실은 같은 주제, 정반대(?)의 장르적 접근의 코엔 형제 […]

Comments


  1. ㅎㅎㅎ
    누가 좀 이메가의 대운하 액션로망에 대해 영화 찍을 생각 없는지…
    이런 기똥찬 소재를 썩히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아쉽습니다.
    이메가 집권중에는 대운하 액션로망에 대한 영화를 기대하기 힘들겠죠? ㅡ..ㅡ;

    추.
    노나라.는 개인적으론 이게 그렇게 대단한 영환가…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던 영홥니다.
    코엔형제는 여기에 유머가 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지만…
    솔직히 무슨 유머? 이런 생각 뿐이라서요.
    물론 킬러는 킹왕짱이었지만요. ㅎ

  2. !@#… 민노씨/ 헐리웃에서 만들면 됩니다. ‘디워’의 노하우를 살려서 전미 와이드릴리즈. (핫핫) // 노인나라는… 킬러의 헤어스타일이 유머입니다. 아마도.

  3. “No Country for Old Men”, the title of the novel the film is based on is taken from W.B. Yeats’ poem, “Sailing to Byzantium”. 라는 군요.(출처 IMDB)
    그래서 정확한 한국어 번역은 ‘(여기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라고 하더군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유머는.. 그 머리도 유머고, 처음 보안관 죽일 때 팔을 다리 밑으로 빼내는 장면도 웃겼고; 주인공이랑 노래부르는 멕시코 아저씨들 나오는 장면도 웃겼고; 마지막에 느닷없이 교통사고 나는 장면도 좀 웃겼고; 등등등이 코엔 형제가 의도한 유머가 아니었나 싶네요.

  4. !@#… Jens님/ 그렇군요. 제가 영화 보면서 느낀 뉘앙스가 작가의 원래 의도와 방향성이 맞아떨어져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어 제목 ‘~없다’도 틀리지는 않은 것이, 보안관 아저씨와 그 할아버지의 대화를 보면 이 시대에 갑자기 미친 놈들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꺼풀만 벗겨보면 그 이전 세대라고 할지라도 별반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었던 것은 매한가지였으니까요. 즉 애초부터 그런 거 없었다, 라는 의미도 들어갑니다 (영어에서야 뭐 어차피 중의적). // 유머는… 오히려 너무나 섬뜩한 세상사 때문에 허망한 공포의 웃음이 나오는 것이 유머가 아닐까요. -_-;

  5. 저 영화에서 왠지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가 [동전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 결정하는 건 당신이야.]라는 말이죠. (그밖에 [그 (셔츠, 잠바 등등) 얼마에 팔거니]라던가…) 핵심적인 뭔가를 찔러낸 느낌. 그 외에 다리꼬고 부상 치료하는 살집있는 아저씨 올누드…아니 산소통이 좀 영구히 영화사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재밌으면서도 도중도중 드헉 하고 놀라는 재미로 엄청나게 몰입하며 봤어요. 안톤 쉬버는 인간을 넘어선 무자비한 세상의 이치랄지, 폭력의 chance성??을 상징하는 것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느닷없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그도 인간이라 그 이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튼 평일 낮에 대체로 띄염띄염한 극장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진지하게 봐서 저만 웃을 땐 좀 민망했다는;

  6. !@#… 시바우치님/ 저는 최고의 명대사라면, 마음씨 좋은 자전거 소년들이 사고당한 안톤 쉬구르에게 셔츠를 주고 나서 돈을 받자마자 뱉은 대사라고 봅니다. “반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