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는가 [슬로우뉴스]

!@#… 게재본은 여기로. 이번 것도, 언젠가부터 맛들인 ABC형 서술(패턴의 분류를 ABC 같은 것으로 명시하고는 그걸로 현상을 풀어쓰는 식).

 

왜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는가

블로깅과 고료 지급에 관하여, 글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금 논쟁의 불이 붙었다. 자발적 생산물에 대한 대가 지급의 문제는 워낙 UCC 일반의 오랜 핵심 화두였는데, 최근 허핑턴포스트(이하 ‘허포’)의 한국판 출범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된 것이다. 이 기회에 간단히 기본적 논점을 짚고 넘어가 볼까 한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질문은 간단하다: 사람은 왜 (시키지 않았을 때도) 글을 쓰는가. 아무리 십인십색이라지만, 결국은 다음 세 가지 큰 동기의 덩어리로 수렴된다.

  • A. 표현: 이것만은 반드시 말하고 싶어서다. 확장하면 예술적 동기 등이 포함된다. 이 동기에서 관건은, 얼마나 자기 뜻대로 말할 수 있는가 여부.
  • B. 인정: 사회적 인정을 위해서다. 확장하면 공감대를 통한 설득이나 사회적 변화 유도까지 포괄한다. 관건은 인정을 갈구하는 대상의 범위.
  • C. 보상: 물질적 보상을 얻기 위해서다. 확장하면 직업적 글쟁이의 영역까지 닿는다. 관건은 당연하게도, 액수.
  • 한쪽 동기의 비중이 매우 클 경우, 다른 것들을 상대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너무너무 뱉고(A) 싶은 개드립은 남이 알아주든(B) 수입에 도움이 되든지 말든지(C) 트위터에 던지고 만다(그리고 10명에게 언팔 당한다). 특정한 사회참여를 너무나 독려하고 싶어서(B) 좀 본심보다는 훨씬 정제해야 하고(A) 돈은 못 받지만(C) 특별기고를 한다. 혹은 월급을 위해(C) ‘기레기’ 소리 들어가며(B) 원치도 않는 낚시기사(A)를 쏟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일정 부분 늘 함께 공존한다. 표현’만’ 하겠다면 일기장으로도 충분하고, 인정’만’ 받겠다면 성명서 뱉는 기계가 되고, 보상’만’ 받겠다면 그냥 막 슬퍼지니까. 그리고 인정을 많이 받다 보니(B) 네임드라고 방송 출연 및 책 계약을 얻어낼(C) 수도 있다. 가장 해피한 상태는 자기표현을 통해 인정을 받고 그 과정에서 보상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함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상태를 제공받을 여지가 있다면, 얻어내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일반적 블로그서비스의 블로깅과 허포 같은 언론매체 블로깅의 차이를 논할 수 있다.

    일반적 블로그서비스는 자신들의 사업이 플랫폼 제공임을 명확히 하여, 사용자 맘대로 A를 하고 B나 C는 네가 능력껏 해보든지 정도로 설정한다. 메타성 페이지나 개인 타임라인 등을 통해 일부 콘텐츠를 발탁 홍보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매체 상품으로 내세워 특정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워드프레스닷컴처럼 수익을 낸다면 블로그에 관련된 부가서비스를 나에게 제공하여 돈을 받거나, 구글처럼 광고 수익을 나눈다. 단순하게 풀자면, 내 글 자체로 장사하는 것이 아니니 딱히 글에 돈 주는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혹은 그 중 좀 더 진일보한 접근으로는 비교적 최근 시작한 블로그서비스 미디엄이 있다. 쉽고 예쁜 (아뿔싸 그러나 한글 폰트는…) 저작툴로 A(표현)를 충족하고, 미디엄이 직접 일부 글 확산이나 특유의 ‘콜렉션’ 연동 개념을 통해서 적극적 사업 중점으로서 B(인정)를 추구한다. 나아가 C(보상)에 대한 실험, 즉 고료 주고 펴내는 글들도 처음부터 일부 존재한다. 워낙 초기라서 완성형 모델은 아니지만, 반면에 아직 수익도 없으니까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필자들이 큰 불만 없이 동참 중이다. (*주: 개인적으로는 아직 약간 비관적이다)

    하지만 언론매체 블로깅은 다르다. 우선, 블로거를 선별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아무리 A(표현)를 펼치라고 표방한들 기본적으로는 B(인정)를 추구해야 할 압박을 넣는다. 그리고 해당 매체의 일환으로서, 특정한 기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가깝다. 즉 언론사가 수익을 추구하고 내 특정한 글이 그 수익추구를 위한 콘텐츠로 발탁되어 있다면, 내 글은 그 수익 동력의 일부다. 따라서 그에 따른 C(보상) 배분을 제공받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단순하게 풀자면, 내 글 자체로 장사하니까 글에 돈을 줘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허포에 블로깅을 하는 좋은 필자분들은, 그럴만한 여력들이 있으시니까 하시겠거니 한다. 누가 할당량을 부여한 경우가 아니라면, 각자 딱 허포에 무급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도씩만 제공하시겠거니 생각할 따름이다. 하지만 허포가 고료 무지급을 당연한 양, 온라인문화의 미덕인양 포장하는 것만큼은 역시 큰 문제다. (참고 기사: 오마이뉴스, “블로그 원고료? 디지털 시대를 이해 못 한 것”, 2014년 2월 28일.)

    허포는 자신들을 언론매체로서 정립시켜놓고는, 필자들에게는 일반적 블로그서비스에 해당하는 기대를 갖고 글을 제공할 것을 미국에서 요구했던 매체고, 한국판도 그 기조에서 딱히 벗어나지 않은 듯 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강력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어쨌든 우리에게 주면 B(인정)만큼은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고 어필하는 식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만고만한 신생매체서비스라면 모를까 지금은 거대 회사가 되고 보니, 즉 C(보상)를 지급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들의 신념에 의해 거부하는 것이다 보니, 심히 반발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발언은 그것을 나눔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시대의 온라인 문화라고 해석하고 싶어하는 듯하지만, 나는 흔하고 유서 깊은 ‘놀부 심보’라고 부른다.

    나도 글을 쓰고 고료를 받는 직업 글쟁이 경력이 길지만, B(인정)이라는 동기에 의하여(순수하게 A(표현)이라는 동기에 해당하는 것은 주로 트위터로 즉석에서 해결하는 트잉여다) 몇몇 온라인 매체에 돈을 받지 않고 글을 제공하곤 하며, 특히 그 중 슬로우뉴스는 오히려 편집위원 분담금으로 돈을 내고(!) 쓴다. 하지만 해당 매체들이 수익이 생긴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당연히 C(보상)를 요구해야지. 글 퀄리티 향상과 생산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매우 간단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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