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핵심은 집시법을 고치는 것

!@#… 온라인 상의 각종 증언들에 의하면 촛불시위가 결국 문화제라는 이름표를 떼고 거리시위가 되어가고 있는 듯. 긴 이야기는 사실 필요 없는데다가 (한 줄 요약: “난데없는 새벽 청와대행 미신고 가두 행진은 불법 뻘타, 그런데 공권력의 진압과정은 해묵은 폭력성의 전통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참여자들의 폭이 더 넓어지기는 했지만 기본 얼개는 불과 수개월전 집시법 변경 시도 관련 논란에서 예견되었던 이야기들과 어차피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그냥 그 당시 썼던 글 링크(https://capcold.net/blog/?p=1062). 하지만 이런 상황이면 항상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분노는 마음껏 하지만 적절한 수준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열심히 불태우셔도 좋은데, 이왕 정신의 여력이 되시는 분이라면 딱 한 단계만 그 다음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

!@#… 이번에 만약 시위 현장에 있었던 개개인들이 교훈을 얻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고 또한 그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데, 이놈의 세상에서는 그냥 밟혀버리더라” 라는 점에 대한 공감일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이미 이룰 만큼 이뤘으니 이제는 경제 걱정이나 하자”라고 많은 이들이 이미 내팽개쳤던 바로 그 개념, ‘민주주의’다. 대의 민주주의다보니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된 대변 시스템의 구축이 핵심인데, 그것의 가장 근간에 있는 것이 바로 선거에 대한 자기 의견 표명과 집합적 자기 주장이다. 즉, 그 것을 관장하는 선거법과 집시법을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조낸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중 이번 사건에서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집시법이다.

의원15명”촛불문화제 탄압하는 집시법 개정”
2008년 05월 19일 (월) 12:12:18 최훈길 기자

… 이런 것이 바로 야당만이 할 수 있는 견제 기능이고, 민주주의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그것으로 실질적 독재를 적극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나를 내려치는 몽둥이에 분노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맞고 분노하고 잊어버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못해 역효과다. 지금 하는 분노의 10분의 1씩만 할애해서, 집시법을 개정하려는 이 의원들을 지지하라. 이들의 방향에 응원을 보내고, 이들의 움직임을 널리 홍보하고, 이들의 사무실에 헌금이라도 해주고, 이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토론으로 더욱 보충해주라. 무엇보다, 이들이 무관심 속에 잊혀지지 않도록 하라. 민주주의에서 사회를 개혁한다는 것은, 4천5백만 민중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이 아니다(때로는 그게 필요하기도 하지만). 더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열린 제도를 만들도록 함께 돕는 것이다. 첫 걸음은 바로, 그런 움직임이 있을 때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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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thoughts on “결국 핵심은 집시법을 고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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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촛불시위 1주년시위 단상 토막들

    […] 하고 싶다면 집시법 개정 시위부터 필요할 것이다. 작년에 언급했던 이 입법계획은 현재 어떻게 되어가고 […]

Comments


  1. 헉 글 두개를 동시에 읽다가 과거 포스팅에 리플을 다는 몰예의…리플 하나는 삭제해주시면 감사감사합니당.

    썼던글은 아래와 같구요.

    후우..착잡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현장에 다녀온 제 지인과 오마이뉴스의 자세한 보도상황을 듣고 제가 상식적으로 서술하게 되는 이야기와 사람들이 흥분해서 과격해지는 양상과 너무나 많은 차이가 생겨서 뭐라고 함부로 적기가 어렵네요.

    마치 광우병쇠고기 관련으로 머리띠 매신분들에게 프리온 육백도 관련 토론을 하는거나 마찬가지 느낌이랄까요.

    문제가 안되는 확실한 팩트는 ‘여전히 경찰들이 머리를 잘못굴렸다’ 이구요. 밤11시에서 12시사이에 한국인터넷에는 오마이뉴스 10신이 올라왔을때 기사링크가 배포되며 ‘살수차가 출동해 물대포를 날렸다더라’가 붙었습니다만.

    실제로 살수차가 물을 뿌린건(왜 뿌렸다고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오마이뉴스 기사만으로 충분히 이해가능하실거라고 생각듭니다.) 새벽 4시 반입니다.

    그러나 군중들을 욕하는 사람은 적어도 제가 들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눈에 띄지 않으며 , 경찰들의 폭력진압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만 있을뿐입니다. 이대로 가면 불가능해보였던 대통령 탄핵도 가능할것 같습니다.

    경찰들과 정부관료는 곧이 곧대로 불법시위에 대해서 문제를 삼을테고, 누가 물대포영상 예전것까지 동원해서 배포를 하였는지에 대해 억울해할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전혀 반대로 생각하고 경찰들을 욕할것입니다. 이때 양쪽이 뻘짓하면 시민들이 이기죠.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와 원인이 여하튼 현정부에 있기때문일것입니다.

    그러나 단지 그게 옳은방법(막말로 지금 당장 대통령 물러나면 모든 문제가 좋은쪽으로 해결되기 시작하는것일지?)이고 제대로 된 풀이인지는 어차피 처음부터도 생각안했고 앞으로도 생각안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세상이 상식적이면 캡선생님의 바보론이 왜 대세가 안되겠습니까.

    그저 ‘나의 행동에 반하면 나쁜놈’이 되는 세상이죵.

    왜 어느 집단의 누구이던지 간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전 그게 착잡합니다.

    그나마 오마이뉴스의 아래 기사가 이번 시위에 대한 a-z를 제대로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기사링크’

  2. 도서관 전쟁은 픽션이 아닙니다…. 선거법이나 집시법이나(국보법을 논외로 쳐도), 눈뜨고 코베이는 상황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악플 17번달고, 자기블로그에 기사 모아놓았다고 벌금형 때리는 세상입니다….

  3. 결국 결론은

    야매 집시법 개정!
    야매 선거법 개정!

    그리하여 야매 민주주의를 바로잡자!

    … 인가요? ㅋㅋ

  4. !@#… 모과님/ 분노하기에는 너무 저혈압이고, 무심하기에는 너무 상황의 중요성이 뻔히 보이다보니…;;;

    nomodem님/ 여하튼 당장 몽둥이가 나를 패는데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사람 별로 없죠. 다만 불법-합법은 폭력-평화와는 별개의 범주다(좋든 싫든), 라는 간단한 논리만이라도 기억하면 좋을텐데.

    연상호님/ 어엇, 반갑습니다 :-)

    sasayUki님/ 물론 그 판결에 대해서는 저도 어처구니없다고 봅니다. 그런 정도의 사건은 선거법이 아니라 명예훼손의 범주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이 필요하건만.

    erte님/ “왜” 민주적 선거법과 집시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척 부족한 상태에서, 민주주의는 좋은거라는 어렴풋한 명제만 들고 대충 끼워맞춘 후 잘 안 돌아갈때마다 심각한 규제(!)만 몇개씩 추가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명실상부한 야매죠. :-)

  5. 이번에도 촛불집회가 ‘변질’되고 있다며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선동꾼들에 의해 ‘순수’한 의도로 나온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말이겠죠. 참, 이거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제 입장이야 뭐, 정말 뭔가 엄청난 정치적 사건의 시발점을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싶지만, 그 상상 뒤엔 꼭 87년의 결말이 떠올라서 입맛이 씁쓸하군요. 하긴 그때처럼 폭발력이 생길지도 의문이고. 앗, 혹시 “보스턴 차 사건” 이런 식으로 “꼬리곰탕 사건” 이런 식으로 명명되려나?!

  6. !@#… 박진석/ 그놈의 ‘순수한 의도’가 담아내는 엄청난 정치성이란;;; 하기야 순수한 의도 빙자하지 않고, 각자 자신들의 선택이 지니는 정치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행동해주는 아름다운 선진명랑사회는 아직 머니까.

  7. 아마 소탐대실 사건이 되지 않을까요?

    Boston Tea Party는 아마 한국에서 서울 바베큐 파티로 재연될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지요.

    미국 쇠고기 운송저지를 천명한 운수노조가 운송을 기도하는 쇠고기를 모아서 불태운다면 말이지요.

    문제는 많아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절차적 정통성은 가진 정권인만큼, 일정한 유혈사태를 야기해도 생존할 수 있을 겁니다.

    정부가 과연 그 허용된 유혈을 쓸 것인가는 별개문제이겠지만, 쓰지 않으리라고 믿기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지요.

    아마 이전 군부독재정권 하의 대중의 저항과는 다른 새로운 정치적 방정식이 이번에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8. !@#… 인형사님/ ‘서울 바베큐 파티’ 나중에 한번 꼭 써먹어주시길 :-) 그러고보니 일정한 유혈사태는 노무현 정부도 야기하고 잘만 살아남았죠. 그 때는 새로운 방정식을 찾지 못하고 헤매였지만, 이번에는(문제지점의 본질은 비슷하되, 정부의 대처는 한층 더 미숙해진 상황) 과연 어떨지…